제378화
운청휘가 천찬학관의 대화를 들었다면 코웃음 쳤을 것이다.
하늘을 거스르는 일, 그러니까 그를 쫓던 인황 넷 중 하나는 그에게 충성을 다하는 수족이 되었으며 나머지 셋은 그 수족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겁할 것인가.
마찰녀 류연한은 인황 셋의 선혈을 이용하여 혈제를 포진했다.
이 혈제는 인황 셋의 모든 운수와 혈기를 전부 류연한의 몸에 넣는 것이다.
그녀를 짧은 시간 안에 인황경 1단계에서 2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
류연한은 한 달을 예상했다.
그러나 운청휘의 도움이 있다면 보름이면 족하다.
“인황경은 모두 6단계가 있는데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환골탈태하게 되지.”
“만약 내가 틀리지 않는다면, 인황경 2단계는 ‘교주’라고 불리게 된다.”
운청휘가 중얼거렸다.
그는 전력을 다해 류연한이 인황경 2단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흘렀다.
보름 후 이 구역에 하늘을 찌르는 기세가 사방팔방을 휩쓸고 있었다.
마찰녀가 인황경 2단계에 도달했다!
천만 리 밖에서 두 인왕경의 흉수가 싸우고 있었다.
이 기세의 압력을 못 이겨 두 흉수는 짓눌린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천만 리를 사이에 두고 기세로 두 인왕을 죽이는 것이 바로 인황경 2단계 교주의 실력이다.
“운제 감사합니다. 소인을 교주가 되게 해주셨습니다!”
마찰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운청휘 앞에 꿇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찰녀의 절을 받았다.
“때가 되었다. 나는 흙보살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 함께 막주성으로 돌아가자.”
운청휘가 말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운청휘는 바로 마찰녀를 데리고 날아갔다.
교주에 도달하고 마찰녀의 비행속도는 이미 완전히 창천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능가했다.
“운제, 흙보살과의 약속이 백원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것입니까?”
마찰녀가 운청휘와 흙보살의 약속을 알게 된 뒤 놀랐다.
“무슨 문제라도?”
운청휘가 물었는데, 마찰녀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다.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정말로 운제께서 천찬학관을 대표하여 백원대회 종합 1위를 차지하게 되면 흙보살에게 천성성지로 돌아갈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허나, 흙보살은 천성대륙의 운수를 훔치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찰녀가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운청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흙보살을 아무 이득 없이 돕는 것이 아니다.
운청휘가 천찬학관을 종합 1위로 만들면 흙보살은 세 번째 봉마비를 운청휘에게 건내줄 것이다.
운청휘가 인왕경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세 번째 봉마비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운청휘가 보기에 세 번째 봉마비를 얻으면 흙보살의 목적이 무엇이든 무엇을 원하든 그와는 상관이 없다.
덧붙이자면 설사 흙보살이 이 세계를 파멸하려 해도 그건 그때 가서 막으면 된다.
적어도 지금 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세 번째 봉마비를 손에 넣는 것이다.
그러나 운청휘가 아는 흙보살…… 혹은 흙보살의 전생인 복제는 천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부도덕한 일임에는 분명하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운청휘는 생각했다.
***
영흥제국, 막주, 막주성.
백원대회의 결승이 이미 징을 치며 시작을 알렸다.
예선과 본선은 이미 다섯 과목의 결승에 나설 사람들을 선택했다.
무도에서 영흥성원은 결승에 내보낸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단도에서는 영계학관이, 진도에서는 둔갑학관이, 기도에서는 북기학관이 결승 자리의 절반을 차지 했다.
천명술에서는 단순히 사람 수만 고려하면 천찬학관도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천찬학관은 찬명술에서 우승할 것 같지 않았다.
영흥성원은 찬명술에서 복병을 내보냈고 예선, 본선에서 천찬학원의 사람들을 모두 누르고 예선 1위, 본선 1위의 성적으로 결승에 왔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바로 막안연이다!
***
본선이 끝나고 다음날.
결승 1차전이 진행되었는데 단도의 대결이다.
다섯 과목 중 가장 쉬운 것이 단도 대결이다.
결승에 오른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단약을 연제하는 것인데 같은 시간 내에 연제한 단약의 품급과 질량으로 순위를 매긴다.
단도 결승에 오른 사람은 모두 100명이다.
모두가 지난 대회에서 종합 10위 안에 드는 학관이 독점했다.
그중 47명이 영계약관의 생도이다.
천찬학관은 결승전에 나선 사람 수가 2위였으나 고작 9명만 진출했다.
그중 5명은 특혜로 들어온 인원이다.
영흥성원은 세 번째로 많았는데, 7명 중 다섯이 특혜로 들어왔다.
4위는 둔갑학관, 북기학관으로 각각 6명인데 그중 다섯이 특혜로 들어왔다.
5위는 지난 대회 종합 10위에 들었던 기타 학관들이다.
모두 다섯인데 전부 특혜로 들어온 인원이다.
***
거대한 고리 모양 광장.
영계학관의 47명, 그러니까 결승에 오른 연단사들이 전부 자리를 잡았다.
영흥성원의 7명 연단사도 자리를 잡았다.
둔갑학관, 북기학관 및 기타 학관의 연단사도 자리에 앉았다.
천찬학관에서 결승에 오른 9명의 연단사 중 한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
“천찬학관은 본선을 통과해 결승에 오른 4명의 연단사가 다 왔어. 그러니까 결석한 연단사는 특혜로 들어온 셈이지!”
“천찬학관은 비밀에 싸여있네. 결승에 오른 연단사는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았어.”
“헤헤, 비밀에 싸이진 않았네. 천찬학관이 다섯을 특혜로 보낼 수 있었지만, 다섯 명을 채 모집할 수 없어서 하나가 빠진게지!”
“그건 중요치 않네. 단도의 결승에서 천찬학관의 사람이 있든 없든 신경쓸 일이 아니네. 단도의 주역은 늘 영계학관이었으니 말이야!”
“맞네. 단도의 주역은 확실히 영계학관이었지. 하지만 이번엔 다를 걸세…… 영흥성원을 대표한 사람 중 가면을 쓰고 있는 자가 이름조차 숨기고 있다는 걸 모르겠나?”
“듣자 하니 가면을 쓴 자가 영흥성원의 고수라던데…… 영흥성원을 도와 이번 대회의 단도 1등을 노린다고 하네!”
“그럴 수도 있겠군. 영계학관의 참가자 47명 모두 이상할 정도로 가면을 쓴 생도에게 집중하고 있어.”
“응? 저기, 단도 결승의 심판이 나왔네!”
“젠장, 이번 단도 결승의 심판이 영흥제국 연단협화의 부회장 ‘단진자(丹辰子)’라니!”
단도 결승이 정식으로 시작도 하지 않았으나, 심판 단진자가 나오자 모두 열광했다.
단진자.
영흥제국의 몇 되지 않는 현천급을 뛰어넘은 연단사 중 하나!
현천급을 뛰어넘은 사람을 단진자라고 부르는 것은 단진자의 구체적인 품급은 누구도 모르기 때문인데, 외부인이 유일하게 아는 것은 단진자의 품급은 최소 현천급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단진자에 대한 소문이 하나 더 있다.
단진자는 일찍이 성이 단씨가 아니었는데, 연단 기예로 이미 화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단도를 성으로 삼아 ‘단진자’라고 개명한 것이다.
“응? 누군가 결석했군?”
단진자의 시선이 모든 참가자를 훑었다.
천찬학관에서 한 자리가 비어있자 분노가 일었다.
마찰녀가 전속력으로 달려 마침내 운청휘와 막주성에 도착했다.
막주성의 규모가 너무 커 운청휘의 신식조차도 일부만을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하필 그 일부에서 인황경 두 명을 포착했다.
“학관 관장급 인물이군.”
운청휘가 신식으로 인황 둘의 대화를 듣고 신분을 알아냈다.
“응? 단도 결승이 이미 시작해 끝나간다니!”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황급히 마찰녀에게 단도 결승전이 열리는 곳으로 전속력으로 날아가자고 했다.
도중에 운청휘의 신식은 인황의 기를 연달아 발견했다.
“대천급 중품 ‘배영단’을 연제한 영계학관의 고동(顾同)은 잠정 9위!”
“대천급 중품 ‘양심단’을 연제한 영계학관의 사공걸(司空杰)은 단약의 가치가 ‘배영단’보다 못하니 잠정 10위!”
“소천급 상품 ‘용호단’을 연제한 영흥성원의 진중(陈中)은 잠정 37위!”
“소천급 하품 ‘청수탁원단’을 연제한 둔갑학관의 단원(段元)은 잠정 67위!”
“소천급 하품 ‘고기단’을 연제한 천찬학관의 료준걸(廖俊杰)은 잠정 65위다!”
말이 없었다.
심판 단진자는 참가 생도가 연제한 단약의 품급으로 순위를 정했다.
품급, 질량이 같은 단약이라면.
단약의 시장 가치로 순위를 결정했다.
현재까지 단진자가 내린 순위는 참가자든 구경하던 무리들이든 모두 인정했다.
“지금까지 10위 안에 든 것은 모두 영계학관의 참가자들이네!”
“영계학관은 너무 강한걸. 줄곧 단도에만 집중하여 배양한 생도 모두가 영흥제국 절정의 연단사라더군!”
“사실 개인이든 학관 전체든 한 마음 한뜻으로 이룬 성취는 정말 대단한걸!”
“천찬학관은 영흥제국의 10위권에 드는 학관인데 찬명술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실력이 형편없군!”
“헤헤, 천찬학관이 존재하는 의미를 모르겠네!”
“무도에서는 영흥성원에 치이고!”
“진도에서는 둔갑학관에 밀리고!”
“단도에서는 영계학원에 제압당하고!”
“기도에서는 북기학관을 떠받드는 꼴일세!”
“좋게 말하면 천찬학관이 생도들을 과목 전반적으로 육성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특별히 뛰어난 과목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유일하게 자랑하는 찬명술도 생도가 희소한 관계로 계륵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구경꾼들이 제일 놀란 것은 단도에서 보여준 영계학관의 활약상이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천찬학관을 조롱하는 자리가 되었다.
“현천급 하품 ‘세신단’을 연제한 영계학관의 이도규(李稻葵)는 잠정 1위다!”
시합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한 시진 정도 남았을 때.
심판 단진자가 큰 파장을 일으킬 말을 했다.
“혀…… 현천급의 단약이라니!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영계학관은 하늘을 거스르는 것인가. 괴물 같은 생도를 키우다니! 내 기억이 맞다면 이도규는 고작 29살일 텐데!”
“29살에 현천급 단약을 연제하다니 천성대륙의 일인자가 되는 건 문제도 아니다!”
“이번 단도 1위는 역시나 영계학관의 손에 들어가겠군.”
무리들이 경탄했다.
이도규와 영계학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천급의 단약을 연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도규가 현천급의 연단사라는 것을 말한다.
현천급 연단사는 영흥황실이라도 귀빈으로 모시게 된다!
게다가 29살에 현천급 연단사라니.
예견하자면 이도규는 살아있는 동안 현천급의 최절정 연단사를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응? 영흥성원의 가면 쓴 자도 완성한 듯 하네!”
“맙소사, 저기를 보게. 저자의 단로에 자색 빛이 피어오르고 있어! 저…… 저것은 단운이야!”
“절정의 단약만이 단운을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렇다는 것은 저자가 연제한 단약은 절…… 절정 수준이 틀림없네!”
무리들이 재차 들끓었다!
절정의 단약은 극도로 보기 힘든데 대부분의 연단사가 평생에 한 번 연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저 단약이 무슨 등급인지 궁금한걸!”
“만약 현천급이면 이번 단도 1등은 틀림없이 저자에게 돌아갈 거야.”
“사실 가치로만 보면 최고급 단약은 대천급이어도 현천급 단약보다 가치가 높네!”
심판 단진자가 가면을 쓴 자의 단로에 있는 단운을 보고 의외라는 듯 침착하게 다가갔다.
단로 안에 있는 단약을 보고 단진자는 놀라 목소리마저 떨렸다.
“혀…… 현천급에서도 절정인 ‘승선단’이라니!”
“뭐라고?”
들끓던 무리의 흥분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가면으로 가리고 있어 세세한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체형만 보면 30살을 넘기지 않았으리라.
30살 이하 현천급 연단사는 세상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영흥제국 전체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존재.
고작 그뿐이랴.
복면을 쓴 이자는 현천급 상품의 단약을 연제했을 진데 심지어 절정의 단약이다.
이……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말 그대로 금시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