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9화
단진자가 정신을 차리고 가면을 쓴 자에게 칭찬하듯 말을 건넸다.
“대단해, 마침내 자신을 돌파했구나!”
단진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단진자의 말을 듣고 의아한 기색이었다.
꼭 단진자가 가면을 쓴 자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단진자가 그자의 이름을 외쳤다.
“영흥성원의 단의자(丹意子)가 현천급 절정 ‘승성단’을 연제했기에 이번 백원대회 단도 1위로 공표하겠다!”
“역시 단의자다!”
영계학관의 이도규는 일찍이 가면의 사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단의자의 1위가 확정되자 이도규는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하겠나.
단의자가 그를 실력으로 제압해버렸으니.
“심판, 시합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는데 지금 1위를 공표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은가?”
천찬학관의 연단사 중 누군가 갑자기 말했다.
단도 결승 시간은 총 8시진이다.
이제 겨우 7시진이 지났을 뿐인데 심판이 결승 1위를 발표하는 것은 확실히 부당하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위에서 9위까지 차지한 영계학관을 포함해 누구도 나서서 반대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의자가 연제한 현천급 절정의 ‘승선단’이 이미 모두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원래 1위였지만 지금은 2위가 되어버린 이도규 또한 현천급 하품의 단약을 연제할 수 있을 뿐이다.
“천찬학관의 생도는 제정신인가? 감히 단진자에게 반대하다니!”
“영계학관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천찬학관 따위가 반대를 한단 말인가?”
“단진자가 미리 1등을 공포한 것은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으니 그리 한 것 아닌가. 2위인 이도규조차 소천급 하품의 단약밖에 연제하지 못했어!”
“하하, 웃겨 죽겠네. 애송이가 감히 단진자에게 반박을 하다니!”
무리들은 비웃었다.
단의자가 연제한 현천급 절정의 ‘승성단’은 이미 모두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속으로 단의자가 이번 백원대회의 단도 1위라고 생각했다!
심판 단진자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눈빛이었다.
단진자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부당하다고 말한 천찬학관의 참가자를 봤다.
“노부는 네놈을 기억한다, 료준걸. 네놈은 고작 소천급 하품의 ‘고기단’을 연제하여 잠정 65위에 오르지 않았나.”
“네놈은 노부가 지금 1위를 선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했다. 허면, 네놈의 능력으로 단의자를 능가하는 단약을 연제할 수 있다는 말이더냐?”
구경하던 무리들은 단진자의 말을 듣고 ‘푸’하고 웃었다.
단진자의 말은 노골적으로 료준걸을 모욕하는 것이다.
우선 료준걸이 연제한 단약은 고작 소천급 하품으로 료준걸은 65위에 있었다.
료준걸이 부당하다고 한 것은 단의자가 연제한 ‘승선단’을 초월하는 단약을 만들 수 있어서일까.
“단진자 선배님께서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제 말은 시합이 끝나려면 아직 1시진이나 남았는데 미리 1위를 선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단의자에게 도전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료준걸이 수치심과 분노를 참아내며 말했다.
“건방지구나, 네놈 따위가 감히 노부의 이름을 직접 부르다니!”
심판 단진자가 호통쳤다.
이번에 많은 사람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단진자가 별것 아닌 일을 크게 만들어 료준걸을 골탕 먹이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료준걸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한들 뒤에 ‘선배님’ 칭호를 잊지 않았다.
일부는 그저 웃을 뿐이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단진자가 고의로 트집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네놈은 또 무엇인데 이름도 부르지 못하게 하는가?”
바로 이때 청년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렸다.
목소리가 다 떨어지기도 전에 똑같이 가면을 쓴 청년이 원형 고리 광장에 나타났다.
“운…… 선생님?”
천찬학원의 여덟 연단사가 가면을 쓴 청년을 보자 운청휘의 이름을 부를 뻔했다.
그러나 억지로 운 선생님으로 부른 것이다.
운청휘가 천찬학관의 단원에서 수석 연단사이지만 모든 생도가 그를 운 선생님으로 불렀다.
천찬학관의 연단사가 운청휘를 알아본 것은 가면의 사내가 붉은 장포를 입고 등에 신비로운 부적이 새겨진 장검을 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운청휘의 평상시 복장이었다.
그러나 운청휘가 이때 가면을 쓰고 있어 천찬학관의 연단사 여덟은 그가 운청휘일 것이라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했다.
“건방지구나, 네놈이 감히 노부에게 대드는 것이냐!”
심판 단진자가 노발대발하며 운청휘를 봤다.
“대들어? 대들면 뭐 어떤가?”
가면을 쓴 청년은 역시 운청휘였다.
운청휘가 가면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막주성은 지금 군웅들이 밀집했는데 운청휘가 발견한 인황만 10명이 되지 않는다.
운청휘가 비록 강하지만 인황과 마주하면 당해낼 힘이 없다.
그래서 운청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마찰녀에게 법보 가면을 연제하라고 부탁했다.
이 가면 안에는 마찰녀의 공격이 봉인되어 있다.
해방되면 인황경 1단계의 무자를 단번에 죽일 수 있다.
“그래, 네놈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가 온 것은 천찬학관을 대표하여 단도 결승에 참가하기 위함이지.”
“응, 시합이 끝나려면 한 시진 남았으니 너무 늦은 것은 아니지.”
가면을 쓴 운청휘가 말했는데, 안색이 어두워진 단진자를 외면하고 천찬학관 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찬학관에서 모두 아홉 명의 연단사가 결승에 참가했다.
그러나 출석한 사람은 고작 8명이고 한 자리가 비었다.
운청휘가 자리에 앉고 신속히 영라 반지에서 약재 열 가지를 꺼내더니 단번에 단로에 넣었다.
운청휘의 손이 매우 빨랐는데, 누구도 그가 단로에 넣은 약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볼 수 없었다.
솨솨솨……
갑자기 운청휘의 오른손에서 하늘로 치솟는 화염이 나타났다.
불길이 세서 순식간에 단로 전체를 잠기게 했다.
무리들은 놀랐는데 그들은 운청휘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운청휘가 이미 연단을 시작한 것이다.
“네놈의 이름이 단 뭐라고? 료준걸이 네놈을 막아선 것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만약 네놈이 그대로 1위를 공표했다면…… 체면을 구겼을 테니 말이다!”
운청휘가 한 손으로 화염을 일으켜 단로를 불태우며 머리는 먼 곳의 단진자를 봤다.
단진자는 화가 더 치밀었다.
운청휘가 나타나 끊임없이 그를 도발했다.
지금 고의로 그의 이름을 틀리게 부르며 그의 체면을 구기게 했다!
만약 백원대회의 단도 결승장이 아니였다면 단진자는 이미 운청휘를 한 손에 날려버렸을 것이다.
단진자가 숨을 깊이 마시며 화를 참았다.
“료준걸이 노부를 일깨워주지 않았더라면 노부가 체면을 구겼을 것이라 했지.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네놈이 이유를 말하지 않겠다면 노부는 모두의 앞에서 네놈을 제압할 것이다!”
“네놈이 급하게 단의자를 1위로 선포했는데, 만약 누군가 단의자의 단약을 초과하는 것을 연제하면 네놈의 체면을 구기는 것이지 않나?”
운청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네놈이 료준걸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 거야. 사리분별도 못하며 그를 귀찮게 했으니까.”
“후배여, 뭐라고 한 것이냐——”
‘사리분별도 못 한다’라는 말에 단진자의 두 눈에 분노가 치밀었다.
“설마 나이가 들어서 귀를 먹은 건가? 나는 네놈이 사리분별도 못하여 료준걸을 귀찮게 했다고 했다.”
운청휘의 오른손이 아직도 화염을 재촉하는데 다른 한쪽으로는 단진자를 흘겨봤다.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운청휘의 신분이라면 확실히 단진자를 내려다볼 자격이 있다.
“후배여, 노부가 우선은 참으마!”
단진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러나, 네놈이 말했듯 누군가 단의자의 단약을 초월한 것을 연제한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노부가 네놈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압하마!”
무리들이 놀랐는데 운청휘를 가리켰다.
“저기 붉은 가면을 쓴 사내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감히 단의자의 단약을 초월하는 것을 연제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니!”
“이제 시합 종료까지 한 시진도 남지 않았어. 우승자는 이미 정해졌는데, 이미 품급이 최고인 단약을 연제한 이도규 조차도 현천급 하품의 단약을 만들어서 단의자와 간발의 차이였어!”
“남은 것은 단약도 아직 연제하지 않은 사람인데 오합지졸들이 우승은커녕 50위에도 들지 못할 텐데.”
“심판 단진자가 미리 1등을 선포한 것은 부당하다 말할 수 있지만, 단의자가 1등인 것은 확실하지 않은가!”
바로 이때 또 누군가 말했다.
“붉은 장포를 입고 가면을 쓴 사내가 누군가 단의자의 단약을 초월하는 것을 연제한다고 했는데…… 설마 그 자신을 말하는 건가?"
“저 붉은 장포를 두르고 가면을 쓴 자가? 하하, 웃기는 소리일세. 연단 시간이 고작 한 시진밖에 남지 않았네. 그에게 여덟 시진을 더 주어도 단의자의 것을 초월하는 단약을 연제할 수는 없을 걸세!”
“맞네. 품급이 높은 단약일수록 연제하는 시간이 길어지지. 한 시진이라는 시간 동안 현천급의 절정 단약을 연제한다는 것은…… 꿈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라네!”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붉은 장포를 두르고 가면을 쓴 자’라는 표현이 그의 귀에 거슬렸다.
똑같이 가면을 썼는데 단의자는 ‘신비한 사람’이고 그는 고작 ‘장포를 두른 가면 남자’라니.
“몰라, 녹색 (*중국에서 녹색은 불륜을 지칭하는 안 좋은 쪽으로 쓰임)이 아닌 걸로 다행이지.”
운청휘가 자신을 위로하는 듯 중얼거렸다.
운청휘가 단진자를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
“만약 누구도 단의자의 단약을 초월하는 것을 연제하지 못하면 나를 제압하겠다고 했나?”
“그렇다!”
단진자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몸에서 살기가 풍겼다.
“그렇다면 누군가 단의자의 단약을 초월하는 것을 연제하면 내가 네놈을 바로 제압해도 되나?”
운청휘가 입맛을 다셨다.
“하하하, 우선 단의자의 단약을 초월할 것을 연제할 수 있을지 봐야지. 설령 가능해도 네놈이 무슨 수로 노부를 제압할 거지?”
단진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운청휘는 자신의 무위를 숨기지 않았는데, 단진자는 단번에 운청휘의 무위가 고작 반절 인왕인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단진자는 반절 인황의 무위다.
단진자는 움직이지 않고도 운청휘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도, 운청휘는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서두르지 마시게. 한 시간 후에 네놈을 제압해 줄 테니.”
운청휘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눈 깜짝할 새 벌써 2각이 지났다.
시합에 참가한 연단사들은 운청휘를 빼고 모두 단약을 연제했다.
결과는 어떤 이변도 없이 뒤이어 완성한 연단사들이 연제한 단약은 단의자를 위협할 수도 없었고 50위 안에도 들 수 없었다.
“단의자의 단약을 초월하는 것을 연제할 수 있을지는 결국 붉은 장포 가면 사내에게 달렸군.”
“물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저자는 반드시 패배하겠지!”
“헤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기적이 나타나도 저자는 승리할 수 없어!”
“단의자가 왜 현천급 상품에 절정 품질의 단약을 왜 연제했겠나!”
“자신의 연단 수준뿐 아니라 단의자가 사용하는 보조 장비와도 관련이 있다네!”
“첫째, 단의자의 화염은 ‘화산정백’이라고 불리는데 품급에서 범화는 아니지만 이미 지화에 가깝다네!”
“둘째, 단의자가 사용한 약재는 연령이 제일 낮은 것이 5만 년 이하이고 연령이 제일 높은 것은 ‘지양구열초’, ‘흑란호심과’ 등인데 모두가 9만 년이 되었다네!”
“과장하지 않고 말하면 단의자가 사용한 약재는 가치가 현천급 상품의 단약과 맞먹네!”
“단의자의 연단 실력이 높아서 ‘승선단’은 절정 품질이 되었는데, 만약 보통의 현천급 상품의 ‘승선단’ 이라면 단의자는…… 손해를 보는 거지!”
“반면 붉은 장포의 가면 사내가 연단하는 화염은 무위를 촉발시키는 것인데 단의자보다 약해!”
“비록 그가 어떤 약재를 단로에 넣었는지 모르겠으나, 단로 주위에 특이한 점이 없고 어떤 향기도 나지 않으니…… 틀림없이 평범한 약제겠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가 전혀 연단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일세.”
“연단은 순서대로 해야 하는 것이야. 우선 넣는 약재와 뒤이어 넣는 약재, 약재에 따라 화염의 세기도 달라져야 하는데…… 저자는 단번에 모든 약재를 넣어 버리고 시종일관 화염으로 단로를 불태우는데 변한 것이 없어!”
무리들은 운청휘가 연단을 할 줄 모른다고 말을 마무리했다.
게다가 적지 않은 시합에 참가한 연단사들도 이 의문의 행렬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