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3화
반절 인황의 소등은 운청휘에게 손바닥을 맞아 고기반죽이 되었다.
조용!
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이 이 장면을 보고 숨을 멈추고 바라봤다.
절대다수의 생령에게 있어서 인왕은 높고 높은 그들이 추앙하는 존재였다.
반절 인황은 그들이 추앙할 자격도 없을 정도로 멀리 있었다!
그런데 지금!
붉은 장포의 가면 사내가 그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 손바닥에 그들이 동경하던 반절 인황을 죽인 것이다!
이 장면이 그들에게 준 충격은 마치 그들의 관점을 뒤흔들 정도였다.
반절 인황이 어중이떠중이도 아닌데 어떻게 한 손에 때려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집행단의 대원들은 이때 다시 운청휘를 봤는데 두피가 터지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모두 백택과 진중 뒤에 섰다.
반절 인황의 소등도 운청휘에게 한 손바닥에 죽었는데 만약 운청휘가 일찌감치 그들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집행단 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운청휘가 살육을 좋아하지 않거나 운청휘가 백택과 진중의 체면을 봐서 그들을 공격하지 않은 것 같다.
운청휘가 소등을 죽이고 고개를 돌려 단진자를 봤다.
“단진자, 우리의 약속을 잊지 않았겠지?”
“약속? 무슨 약속? 내가 경고하는데 나…… 나는 연단협회의 사람이다. 만약 네놈이 함부로 한다면 연단협회가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단진자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간담이 서늘했는데, 몸은 더욱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운청휘가 손을 내밀어 무리 중에서 청년 하나를 잡았다.
“내가 단진자와 무슨 약속을 했는지 말하라.”
운청휘가 잡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아니라.
바로 이번 단도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아니, 지금 3위가 마땅한 이도규다.
운청휘가 비록 이도규 같은 녀석을 눈에 두고 있지는 않으나.
이도규가 이전에 그를 윽박지르며 ‘망나니’라고 비유했다.
“다…… 당신과 다……단 단진자의…… 약속은……”
이도규가 운청휘에게 잡혀온 뒤 놀랐다.
도저히 온전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공포로 뒤덮였다.
이도규는 자신이 이전에 운청휘를 망나니라고 조롱한 것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운청휘의 강대한 모습을 보고.
이도규는 반쯤 후회하며 자신의 뺨을 때렸는데, 어찌 눈치가 없어서 붉은 장포의 가면 사내의 잔혹성을 건드린 것일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네놈 같은 녀석은 살려두면 식량만 축내겠군……”
“부탁이요, 내…… 내가 정확히 말할 테니 죽이지 말아주시오!”
이도규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당신과 단진자의 약속은 만약 당신이 승선단을 초과하는 단약을 연제하면 다…… 단진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도규가 얼버무리긴 했으나, 이번에는 운청휘와 단진자의 약속을 온전히 말했다.
“전혀 상관이 없는 자도 우리의 약속을 알거늘, 단진자 네놈은 어디서 발뺌을 하느냐!”
운청휘가 이도규를 무리 속으로던지고 다시 단진자를 봤다.
“그……그것은 그냥 한 소리였을 뿐, 진짜 약조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단진자가 숨을 들이켰다.
“네놈은 진짜라고 하지 않아도 나는 진짜라고 생각했다!”
운청휘가 말할 때 이미 단진자에게 걸어갔다.
운청휘는 단진자를 죽이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몇 번이고 운청휘를 건드리다니, 그게 누구든 이 세상에서 편하게 살 수 없다.
“후…… 후배여, 지…… 진정하시게!”
“나…… 나는 연단협회의 부회장이야.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단협회가 그대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네!”
“그대가 두려워하지 않아도, 그…… 그대도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생각해야 하네!”
단진자가 물러서며 위협 반, 타협 반의 어조로 말했다.
“미련하구나, 이럴 때도 나를 위협하려고 하다니.”
운청휘가 마침내 인내심을 다 써버려서 단진자를 직접 잡았다.
단진자는 운청휘가 공격하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고 운청휘의 공격을 억지로 맞받아쳤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운청휘에게 닿기도 전에 운청휘의 손은 이미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영흥황실의 소등도 내가 죽였는데, 연단협회의 부회장인 네놈 따위가 뭔데!”
운청휘가 냉소하더니 단진자의 몸에 마종을 넣었다.
마종을 빼내고 모두가 보는 가운데 단진자의 육신을 폭발시켰다.
무리들은 재차 조용해졌다.
백택, 진중은 침을 삼키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강한 반절 인황이 오늘 연달아 둘씩이나 운청휘에게 죽었다.
“천찬학관에 이렇게 두려운 생도가 있었다니……”
한참 뒤, 진중이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쥐죽은 듯한 무리들도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모두 들끓었다.
“저 사내 너무 무서워!”
“연달아 두 개의 현천급 상품의 절정 품질의 인왕단을 연제했을 뿐 아니라 백원대회의 단도에서 1위를 차지했어!”
“게…… 게다가 반절 인황을 연달아 둘이나 죽였어!”
“붉은 장포의 사내는 하늘을 거스르는 자야. 단도 1위인 것은 물론이고 지금 보여준 무위로 백원대회의 무도 시합에서 10위…… 아니, 5위 안에 들지도 모르네!”
“역시나 세상사는 다 돌고 도는 것이네. 백원대회에서 줄곧 꼴지였던 천찬학관이 이번에는 저 사내 덕분에 기사회생하겠어!”
“이상해, 저 사내가 이렇게나 강한데 누구도 그의 이름을 모르다니?”
“천찬학관에는 유명한 생도가 없는데, 저 자의 신분도 한동안 밝혀지지 않겠지!”
운청휘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졌다.
반절 인황인 진중도 운청휘에게 다가가 쉼호흡을 하며 겨우 말했다.
“소인 진중, 임검학원(临剑学院)의 원장인데 젋은 형제의 이름을 알 수 있겠나!”
진중에 대한 인상이 좋았고, 그의 신분도 숨길 필요가 없으니 바로 말했다.
“천찬학관의 운청휘다!”
“운청휘?”
진중이 기억을 뒤적거렸지만, 결국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이 이름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운…… 젊은 형제여 걱정하지 마시게. 나 진중은 그대의 신분을 절대 누설하지 않겠네!”
진중이 또 황급히 말했다.
그는 원래 운청휘를 ‘운 형’이라고 부르려고 했으나, 운청휘의 나이가 너무 젊어서 ‘운 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임시로 ‘운 젊은 형제’라고 바꿨다.
“그저 이름일 뿐. 알려져도 상관없습니다.”
운청휘다 담담하게 웃었는데, 그는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가면을 쓴 목적은 신분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다.
가면 안에 마찰녀의 공격이 봉인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운청휘를 위협하는 인황이 나타난다면 그 공격으로 상대를 죽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운 선배, 원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지금 당장 그를 찾아가라네요. 이곳의 일은 원장께서 사람을 파견해 수습할 것입니다.”
백택이 입을 열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도 마침 흙보살을 찾아가려던 참이었다.
“먼저 가보겠어요, 나중에 뵙죠!”
운청휘가 진중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중에 보세!”
진중도 인사했다.
운청휘와 백택의 그림자가 허공으로 날아가더니 흙보살의 저택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도중에 마찰녀가 갑자기 나타났고 백택을 놀라게 했다.
소리도 없이 그의 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황의 최강자만이 가능한 것이다.
“운제!”
마찰녀가 나타나고 운청휘를 향해 절을 했다.
“저…… 저사람 운 선배께 절을 하다니!”
백택은 믿을 수 없었다.
“나와 함께 가지. 흙보살을 만나게 해주겠다.”
운청휘가 마찰녀에게 말했다.
“네, 운제!”
마찰녀가 명령을 받았다.
일각 후 세 사람은 흙보살의 저택 상공에 도착했다.
운청휘가 신식을 내보내기 귀찮았는데, 어차피 그의 신식은 흙보살을 발견할 수 없다.
운청휘는 바로 저택 중심의 대전으로 날아갔다.
운청휘는 흙보살과 몇 번이나 이 대전에서 만났기 때문에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운청휘가 대전에 도착할 때 눈을 감고 앉아 있는 흙보살을 발견했다.
“운 동포, 무사히 돌아온 것을 축하하오!”
흙보살이 눈을 뜨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운청휘를 봤다.
“마찬가지로 축하드립니다. 당신도 곧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군요!”
운청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곧 말인가요?”
흙보살의 눈에 의혹이 나타났다.
“내가 곧 천찬학관을 위해 백원대회 종합 1위를 하면 그대는 돌아갈 수 있겠죠!”
운청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흙보살은 어이가 없었는데 운청휘의 말은 그런 뜻이었구나.
“참,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제가 동포에게 한 사람을 소개하고 싶군요.”
운청휘가 말을 하자 마찰녀가 흙보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귀곡자?”
흙보살은 의외였는데 자신의 집에서 귀곡자를 보게 된 것이다.
“사숙을 뵈옵니다!”
마찰녀는 흙보살을 향해 후배의 예를 올렸다.
마찰녀의 천성대륙에서의 이름은 귀곡자로 그의 스승 장지동이 지어준 것이다.
장지동은 흙보살의 사제이기도하다.
그리하여 마찰녀는 흙보살을 사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흙보살의 몸에서 예기치 않은 큰 기가 풍겼는데, 그의 두 눈에서는 나열된 별 모양의 그림들이 빼곡하게 나오더니 팔괘도와 같았다.
흙보살은 찬명술을 쓴 것이다!
잠시 후, 흙보살이 다시 마찰녀를 봤다.
“그대도 운 형제를 죽이려는 행동에 가세했었구려.”
“사숙께 아뢰옵니다. 소인은 이미 운제께 충성을 맹세하기로 했습니다!”
마찰녀가 말했다.
운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로 했다는 말을 할 때 눈에서는 어떠한 굴욕도 없이 숨길 수 없는 영광이 떠올랐다.
선계의 생령들에게 있어서.
운청휘에게 충성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엄청난 영광이다.
“그렇군. 축하하오. 아주 잘된 일이오!”
흙보살은 우선 의외였으나, 이후 귀곡자를 축하했다.
흙보살은 운청휘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는데, 귀곡자가 운청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역시 우연한 만남이다.
“그런데 그대가 이번에 나타난 것은 그대의 의지인가, 아니면 그곳의 의지인가?”
흙보살이 은은하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