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84화 (384/430)

제384화

“절반은 제 스스로를, 나머지 절반은 제 스승님의 명령입니다.”

마찰녀가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그곳은…… 이미 세상에 나오기로 결정한 것인가?”

흙보살이 또 물었다.

“성지는 지금 세 진영으로 나뉘었는데, 세상에 나오기로 하는 진영, 계속 숨어야 한다는 진영, 나머지는 중립의 진영입니다.”

마찰녀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계속 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을 대표하고 계시죠.”

“그러나 지금 진영 안에서 세상에 나오기로 하는 진영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데…… 성주(圣主)께서도 나오는 것을 주장하고 계시죠!”

“그대의 스승이 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찌 그대를 나오게 한 거지?”

흙보살이 물었다.

“세상에 나오자고 주장하는 제2성자가 이미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죠!”

마찰녀가 말했다.

성자란 천성성지 성주의 아들을 말한다.

제2성자, 그러니까 성주 서열 2위의 아들이다.

“스승님께서는 제게 제2성자가 외부 세계에서 무엇을 하는지 조사하라 명하셨습니다.”

“애석하게도 제가 성지에서 나온 지 3개월이 되었으나, 제2성자의 소식을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흙보살이 말을 듣고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잠시 후, 흙보살이 운청휘를 다시 바라보는데 손가락으로 공간 반지에서 갑자기 비석 하나를 날려 보냈다.

비석은 회백색에 빽빽한 상고부적이 새겨져 있는데 부적 중앙에는 크게 ‘진(震)’이라고 쓰여 있었다.

비석이 황폐하고 삭막한 기를 풍기는데 단번에 이것은 상고 시대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운청휘는 단번에 이것이 그가 꿈에도 그리던 세 번째 봉마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봉마비는 모두 여덟개다.

봉마비에는 모두 다른 ‘글자’가 있었다.

예를 들어 운청휘가 얻은 첫 번째, 두 번째 봉마비는 각각 ‘건’과 ‘곤’이 새겨져 있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이렇게 여덟 번째까지.

위에 새겨진 글자는 각각 ‘진’, ‘손’, ‘감’, ‘이’, ‘간’, ‘태’다.

그 중 건은 하늘을!

곤은 땅을!

진은 번개!

손은 바람!

감은 물!

이는 불!

간은 산!

태는 못!

운청휘가 세 번째 봉마비를 알아봄과 동시에 속으로 흙보살이 왜 갑자기 그것을 꺼냈는지 의혹이 생겼다.

운청휘가 흙보살에 대한 이해로는.

자신이 천찬학관을 도와 백원대회의 종합 1위를 차지하기 전에 흙보살은 세 번째 봉마비를 그에게 미리 건네지 않을 것이다.

미리 주지도 않을 것인데 왜 지금 그것을 내놓은 걸까?

“운 동포, 그대는 이미 이것이 세 번째 봉마비라는 것을 알았겠지!”

“이어서 진도, 기도대회에서 그대가 1위를 차지하면…… 노부는 세 번째 봉마비를 미리 건네겠네!”

흙보살이 운청휘를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제게 그것을 미리 주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운청휘는 의외라고 여겼는데, 이것은 결코 그가 알고 있는 ‘인과’를 운운하던 흙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미리 주지 않는다면 무도와 찬명술 시합은 그대가 승산이 없으며……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네!”

흙보살이 쓴웃음을 지며 말했다.

“성지 쪽에서 이미 세상에 나왔으니, 그들은 천찬학관이 백원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네!”

“왜 허락하지 않는 것이죠?”

운청휘가 물었다.

“천찬학관이 백원대회의 종합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곧…… 나 흙보살이 성지에 되돌아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네.”

흙보살의 눈에 드물게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운 동포, 잠시 비켜줄 수 있나요. 내가 귀곡자에게 묻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흙보살이 갑자기 또 말했다.

“그러죠!”

운청휘도 시원스레 대답하고 대전을 나섰다.

운청휘는 기분이 좋았다.

흙보살이 말하는 대로 그가 진도와 기도의 시합에서 1위를 차지한다면.

흙보살은 세 번째 봉마비를 그에게 넘길 것이다.

“봉마비를 빌어 인왕경에 도달하면 내가 지금 가진 마종을 이용해서 단번에 인황경에 도달할 것이야……”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말한 것은 반절 인황이 아니라 단번에 인황경까지 도달한다는 것이다.

운청휘는 자신이 있었다. 그때가 되면 반드시 인황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영라 반지는 3개의 인황경 마종과 수백 개의 반절 인황의 마종이 있기 때문이다.

“기령, 조금만 버텨줘. 그때가 되면 내가 너를 위해 영흥황실을 멸망시킬 테니!”

운청휘의 눈에는 또 살기가 번뜩였다.

그리고 운청휘는 속으로 또 이염죽을 생각했는데, 흙보살의 말에 따르면 이염죽은 ‘그곳’에 있다.

그리고 운청휘가 지금 이미 ‘그곳’은 천성성지라는 것을 알아냈다.

대전을 떠나고 운청휘가 숙소로 돌아갔다.

그는 영흥제국에 온 동안 줄곧 흙보살의 거처에서 머물렀다.

운청휘가 전송 옥석으로 위경륜에게 연락했다.

-경륜, 내가 돌아왔으니, 내 숙소로 좀 와주게!

운청휘가 숙소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위경륜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공자, 다행이에요. 마, 마침내 돌아오셨군요!”

위경륜이 격동된 표정으로 말했다.

양양과 주명은 이전에 상고전장에서 돌아오고 위경륜 등에게 운청휘가 인황경 4명에게 쫓기는 중이라고 알렸다.

위경륜은 그동안 줄곧 운청휘의 안위를 걱정했다.

심지어 그는 상고전장에 가서 운청휘를 찾으려고 했으나, 흙보살이 막았을 뿐이다.

“경륜, 그대는 찬명술을 전공했으나, 무도의 무위도 꽤나 괜찮죠.”

운청휘가 위경륜을 보고 말했다.

“찬명술에 깊은 조예가 있으려면 무위의 보조를 떠날 수 없으니, 내가 오늘 그대를 반절 인황으로 만들어주죠.”

“저……저를 반절 인황으로요?”

위경륜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놀라고 기뻐서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가 반응할 때 운청휘의 손에 이미 반절 인황의 마종 하나가 위경륜의 몸에 들어갔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위경륜은 마종의 힘을 흡수할 수 없다.

그러나 위경륜 몸에는 운청휘가 심은 마종이 있으니 운청휘가 그의 몸에 넣은 마종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지 말게.”

운청휘는 위경륜이 격동하여 무릎을 꿇으려는 것을 보자 막아섰다.

“우선 앉으시오. 내가 이 마종을 연화시킬 테니.”

운청휘가 말하며 위경륜의 등을 때렸다.

운청휘가 이렇게 돕는 사람은 제천만계를 뒤져도 몇 명 되지 않는다.

운청휘는 위경륜의 충성심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위경륜이 반절 인황의 마종을 완전히 연화시키려면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운청휘의 도움 덕에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시간은 빠르게 저녁때가 되었다.

흙보살의 저택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르는 기가 나타났다.

단번에 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반절 인황의 기야!”

“누군가 반절 인황에 도달했어!”

“하하하, 대단해. 우리 천찬학관에 또 반절 인황이 생겼다니!”

이 기를 느낀 사람들은 모두 참지 못하고 격동했다.

“기가 전해진 방향이 운 공자의 거처인데!”

“설마 운 공자께서 반절 인황에?”

“가자, 가서 확인하자!”

잠시 후 수백 명이 운청휘가 거주하는 숙소 밖에 모였다.

사랑방 안에서 운청휘는 이미 이들을 발견했고 그가 말했다.

“가죠, 우리가 그들을 만나야죠.”

운청휘가 위경륜을 데리고 사랑방을 나서서 숙소 밖으로 나갔다.

“운 선배, 서…… 설마 반절 인황에?”

백택도 무리 중에서 운청휘를 보고 격동하며 달려왔다.

“내가 아니라 경륜이에요!”

운청휘가 말했다.

“위경륜? 얼마 전에 인왕을 돌파했을 텐데요?”

백택이 놀라며 말했다.

백택은 위경륜이 2개월 전 운청휘의 도움으로 인왕에 도달한 것을 알고 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반절 인황이 된 것이다.

“공자께서 나를 반절 인황으로 도달하게 하셨소!”

위경륜이 말했다.

“역시나……”

백택이 역시나 그렇다는 표정이었다.

위경륜은 이제 막 인왕경에 도달한 것이 2개월 전 이야기인데 지금 또 반절 인황이 되었으니, 반드시 운청휘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우…… 운 선배, 저…… 저도 인황에 도달하게 도와주세요!”

귀신같이 백택이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 백택의 안색은 붉어졌는데, 그는 이 요구가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청휘가 고개를 저었다.

“그대를 인황에 도달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금의 그대는 내가 그렇게 하기엔 부족해요.”

백택을 인황경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운청휘에게 인황경의 마종 하나를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운청휘는 지금 겨우 인황경 마종 3개가 있는데, 모두 자신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백택은 그와 어떤 관계도 아니며 그의 부하도 아니니 자연스레 운청휘가 마종 하나를 소비할 가치가 없다.

털썩!

백택이 갑자기 운청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운 선배, 백택은 이 순간부터 당신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백택은 이전에 운청휘의 부하가 아닌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었다.

반절 인황이 다른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것은…… 매우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경륜이 운청휘에게 충성하고 변한 것을 보니.

백택의 마음이 움직였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운청휘가 백택을 보고 단 한마디를 했다.

“인황경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그대의 활약에 달려있습니다.”

운청휘는 또 한마디를 백택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가 백택을 부하로 받아들인 것은 이전에 그가 보여준 활약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반절 인황 따위가 운청휘의 부하가 되려는 것은 기상천외한 일이다.

“경륜이 반절 인황에 도달했구나!”

허공에서 흙보살의 목소리가 전해지더니 그와 마찰녀가 허공에서 착륙했다.

“스승님!”

위경륜이 살짝 인사를 했다.

“고맙소 운 동포, 나의 제자를 잘 돌봐줘서!”

흙보살이 웃으며 운청휘를 봤다.

“운 동포, 내가 이미 잔치를 준비했으니, 가면서 얘기하죠!”

흙보살이 또 말했다.

“백택, 그대도 오게나!”

흙보살이 또 백택을 봤다.

위경륜, 백택이 모두 운청휘의 부하가 되었는데, 흙보살은 이견은커녕 도리어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행은 곧 식사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도중 운청휘는 막 흙보살과 대화를 끝낸 마찰녀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발견하는데……

운청휘는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찰녀의 안색이 이상했는데, 마치 그에게 일부러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설마 흙보살이 방금 마찰녀에게 무슨 말을 한 것인가?”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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