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87화 (387/430)

제387화

“노부는 지금 1위를 둔갑학관의 종여의에게 주겠다!”

이때 기도 결승 종료까지 2각 정도 남았다.

자리에는 두 사람의 연기사가 남았다.

하나는 붉은 장포의 가면을 쓴 사내, 하나는 누더기를 입고 고행자처럼 보이는 청년.

운청휘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모든 시선이 고행자의 청년에게 쏠렸다.

“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간을 찌푸렸는데, 고행자의 청년이 갑자기 기로를 흔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기로 안에 무엇이 살아있는 것인가?”

누군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했다.

기로가 진동하는 모습이 마치 기로 안에 물건이 빠져나오려는 것 같았으니까.

심판 등승은 이것을 보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는데,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기 때문에 더 놀란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등승의 말은 다 끝나기도 전에 고행자 청년의 기로가 갑자기 ‘쾅’하고 폭발했다.

1척의 곡도가 허공에 떠올라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천급 상품, 게다가 대천급에 무한 근접했어……”

등승은 곡도의 품급을 알아내고 충격에 찬 말투로 말했다.

“뭐, 고행자 청년이 소천급 상품을 연제했어?”

사람들도 믿을 수 없었다.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 학관을 대표하는가?”

등승이 물었다.

“탁발역(拓跋亦), 영흥성원을 대표합니다!”

누더기를 걸친 고행자 차림의 청년이 말했다.

탁발역이 등승을 대하는 태도는 모든 참가자들 가운데 오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은연중에 자신을 등승과 동일한 위치에 놓고 있다.

“탁발역?”

등승이 이 이름을 듣고 눈에 놀람이 가득했다.

“그곳에서 온 사람인가?”

등승의 두 눈은 고행자 청년 탁발역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맞소!”

탁발역이 고개를 끄덕였다.

“탁발역?”

줄곧 눈을 감던 운청휘가 마침내 눈을 떠서 고행자 청년을 봤다.

흙보살이 어제 탁발성을 가진 참가자를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노부는 영흥성원의 탁발역이 이번 기도 결승 우승을 차지했다고 선포……”

“멈춰!”

운청휘가 저지했다.

그가 저지해야만 했는데, 등승이 말한 것은 잠시 1위가 아닌 최종 결과이기 때문이다.

“심판, 내가 아직 시작도 안했거늘 무엇이 급한 거요!”

운청휘가 은은하게 말했다.

“가면 쓴 사내가 고의로 판을 깨려는 것인가?”

“그러나 지금 시합 종료까지 고작 2각이 남았는데, 온전한 법보를 연제할 수 없어!”

“시간이 충분해도 사내가 탁발역의 법보를 뛰어넘는 것을 연제할 수 없어!”

무리들이 야유를 보냈는데, 운청휘가 무위를 믿고 고의로 판을 깨려는 것이라고 여겼다.

심지어 탁발역도 운청휘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 재료는 등승이 나서도 예외는 없이 소천급 상품의 법보만 연제할 수 있지.”

“탁발역의 말이 맞네. 노부가 나서도 고작 소천급 상품의 법보를 연제할 수 있다네!”

등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탁발역의 연기 수준이 등승과 같은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이 쇳덩어리로는 최대 소천급 상품의 법보만 연제할 수 있다.

이것은 등승이 무수히 많은 실험을 거쳤다.

“그것은 네놈들 이야기지!”

운청휘가 말하며 한 손으로 때렸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쇳덩어리가 납작해졌다.

땅이 깊게 꺼졌다.

갑자기 운청휘가 또 납작해진 쇳덩어리를 때렸다.

우르릉……또 귀를 찢는 굉음이 났다.

운청휘의 반경 20리에 있는 대지가 또 깊게 함몰되었다.

펑! 펑! 펑! 펑!

운청휘가 연달아 공격하자 귀를 찢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대지가 진동하고 포연이 자욱했다.

사람들은 운청휘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운청휘가 쇳덩어리를 압축하여 불순물을 제거한 것이다!

그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운청휘가 공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맨주먹으로…… 무력을 동원하여 불순물을 제거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단순히 무력으로는…… 군웅들을 깔볼 수 있어!”

“저 자의 무력이 강해도 그렇지 어떻게 효과가 망치보다 뛰어날 수 있겠나!”

무리들이 수군거릴 때.

심판 등승, 고행자 청년 탁발역, 둔갑학관의 종여의, 영흥성원의 조극사, 둔갑학관의 금비수 원찬…… 모두가 허공으로 올라왔다.

함몰된 대지 안에 있는 운청휘를 봤다.

그들의 눈은 전부 놀랐는데, 귀신을 본 듯한 놀라움이다.

이때 쇳덩어리가 이미 운청휘에 의해 성인 주먹만 한 크기가 되었다.

단순히 불순물만 제거했다면.

운청휘가 그들 모두보다 몇 배나 뛰어나다.

“설마…… 기로도 없이 연기를 한다고?”

금비수 원찬은 멍해진 듯 말했다.

그가 본 것은 운청휘가 주먹만 한 쇳덩이를 잡아 손바닥에서 타오른 화염으로 불태우기 때문이다.

딸깍……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등승 등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래쪽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은 쇳덩이가 융화되어 땅에 떨어지는 쇳물 소리였다.

“바닥에 떨어진 용액은 모두 쇳덩어리의 불순물이다……”

“이미 농축되어 주먹만 한 쇳덩이만 남았는데, 불순물마저 없애버리다니……”

등승은 믿을 수 없었다.

탁발역, 종여의, 조극사, 금비수 원찬…… 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다만 멍하니 있을 뿐 흐릿하게 이 장면을 봤다.

연기사로서, 게다가 절정 연기사로서 그들의 연기에 대한 인식이…… 이 순간 운청휘로 인해 전복된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시간이 지나갔다.

지면에서 수백 방울의 용액이 떨어졌는데, 어른 주먹 크기의 쇳덩어리가 농축되어 아기 주먹 크기가 되었다.

이때 쇳덩어리는 은빛이 온유하여 마치 은색의 강철처럼 보였다.

“이…… 이 쇳덩어리는 현천급 법보를 연제해도 손색이 없어!”

등승 심판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탁발역 등은 침묵을 지켰다.

운청휘의 손놀림은 그들이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영흥성원의 대표 조극사가 갑자기 말했다.

“저 쇳덩어리의 농축 정도가 저의 상상을 벗어났는데 심지어 정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다만 아기 손바닥 크기가 되었는데 어떤 법보를 연제할 수 있는 거죠?”

종여의, 금비수 원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기로 보기엔 확실히 작아서 온전한 법보를 연제시키는 것은 부족합니다!”

“아니, 그대들은 틀렸네!”

탁발역이 갑자기 말을 이어갔다.

“이 시합은 규정된 시간 내에 연제한 법보의 등급이지, 법보의 크기가 아니잖아……”

“아기 주먹만 한 정철은 확실히 단검, 단도도 연제시킬 수 없으나, 단비라면?”

조극사, 종여의, 금비수 원찬의 안색이 변했다.

“단비? 설마 저 자가 비수를 연제하려는 것인가?”

“확실히 우리가 잊고 있었네. 만약 비수를 연제한다면 저 정철이면 충분하네!”

“그렇다는 것은 저 사내가 이기는 것이 아닌가?”

“이기는 것이라? 그건 아닐 거야!”

탁발역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눈에 자신감이 스쳤다.

탁발역이 연제한 법보는 소천급 상품이다.

가면의 사내가 쇳덩어리를 농축시킨 것은 탁발역을 이길 뿐 아니라…… 완전히 탁발역을 크게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저 사내가 소천급 상품을 초과할 법보를 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탁발역이 절대적으로 자신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하는 이유는 가면 사내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탁발역이 소천급 상품의 법보를 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탁발역은 오직 소천급 상품의 법보만 연제할 수 있었다.

그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저 사내가 어떻게 소천급 상품을 초과하는 법보를 연제시킬 수 있겠나?

“나의 연기 수준은 성지의 같은 또래들 중에서도 절정에 속한다네. 세속에서 나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없다네.”

탁발역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응? 가면 쓴 사내가 올라왔다!”

종여의가 갑자기 말했다.

그들은 운청휘의 그림자가 지면위로 떠오르는 것을 봤다.

운청휘의 손에는 아기 주먹 크기의 은빛으로 반짝이는 은색 철제의 쇳덩어리가 있었다.

“마지막 단계는 결국 기로를 빌려야 할 거야.”

금비수 원찬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심판 등승을 포함하여 곁에 있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상식으로, 연기사는 기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연단사가 단로를 빌어 연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상한데? 저 생도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탁발역, 종여의 일행은 안색이 또 변했는데, 무슨 일인지 몰라서 화가 난 표정이었다.

가면 사내의 그림자가 지하에서 지면과 평평한 고도로 올라갔고 그림자가 멈춘 것이 아니라…… 계속 올라갔다!

몇 번 호흡 하고.

사내는 이미 2천 리 상공까지 올라갔다.

“기로를 가지고 있지 않아!”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설마 정말로 기로 없이 연기를 하려는 것이냐?”

“기로를 쓰지 않는다고 해도 상공에 날아갈 이유가 없잖아!”

종여의, 조극사, 금비수 원찬도 말을 이어갔다.

“응기성병(凝气成兵)을 하려는 것이냐?”

그들 몇의 눈빛은 재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운청휘가 한 손을 허공에 대고 다음 순간 투명한 장검이 나왔다.

이 장검은 진짜 장검이 아니라 법원의 힘으로 환화시킨 장검이다.

응기성병은 무슨 고급 수단이 아니다.

어떤 선천생령이든 응기성병을 할 수 있다. 다만 선천생령이 응기성병을 하려면 오행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붉은 장포의 가면 사내는 법원의 힘을 빌렸다.

휴——

갑자기 아래쪽 지면에 있던 사람들이 검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상공에 있는 붉은 두루마기 가면 남자가 갑자기 법원의 힘으로 환화시킨장검으로 검기를 뿜어내 은빛 쇳덩이를 찔렀다.

삽시간에 꼿꼿한 자국이 나타났다.

멀리서 보기에는 비수의 칼날과 같았다.

휴! 휴! 휴!

사내가 또 은빛의 쇳덩어리를 이어 붙여 검기를 10여 번 휘둘렀다.

10여 번의 검기가 지나가고.

은빛의 부드러운 쇳덩어리에 비수의 형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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