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404화 (404/430)

제404화

위경륜은 속으로 두 사람을 제일 존경하고 있다.

하나는 운청휘, 나머지는 흙보살이다.

흙보살의 격려는 위경륜에게 한없이 도움이 되었다.

“흙보살이 모두의 앞에서 위경륜을 칭찬했는데 위경륜의 답이 제일 근접했나보오!”

영흥성원, 둔갑학관, 북기학관, 영계학관…… 고위층들이 모두 낮은 소리로 말했다.

흙보살은 이어서 또 무리들 앞에서 막안연의 종이를 열었다.

절개를 지키는 표정이던 흙보살의 눈엔 괴이함이 가득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표정이 포착되었다.

특히나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은 이 장면을 포착하고 전부 웃었다.

“보아하니 안연의 답이 가장 정확한 게지!”

“그래서 저렇게 흙보살의 안색이 변했군!”

“우리 영흥성원은 비록 단, 기, 진 세 과목에서 천찬학관에 패배했으나, 천찬학관이 자랑하는 찬명술에서 그들을 찍어 눌렀으니…… 구겨진 체면을 되찾은 셈이지!”

흙보살은 즉시 막안연의 답을 말했다.

“일식, 구체적인 시간은 오시의 정오!”

천성대륙의 하루는 12시진으로 나뉜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시로 나뉜다.

정오, 즉 오시의 중간이다.

막안연의 대답은 오시의 정오, 바로 오시의 정중앙이다!

그러니까 오시의 시작과 오시의 끝의 중간이라는 것이다.

답은 정확했다.

운청휘의 답이 정확해봐야 막안연 정도일 것이다.

“원장, 생도의 답이 가장 정확합니까?”

막안연이 조용히 물었다.

그녀는 흙보살을 원장이라 부르고 스스로를 생도라고 말했다.

보기에는 자신을 낮추는 모양새이나 그녀는 지금 영흥성원을 대표하여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막안연의 태도는 흙보살에게 도발하는 것이었다.

“거의 정확하구나!”

흙보살이 말했는데, 막안연의 태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에 흙보살은 덧붙여 말했다.

“거의 정확해!”

“거의?”

막안연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원장, 생도의 답은 이미 더는 정확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해요. 정말로…… 거의 근접했다고 확신하나요?”

“막안연 그대는 정말로 그대의 답이 더는 정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여기나?”

줄곧 잠자코 있던 운청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렇다!”

막안연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막안연의 말이 꼭 틀린 것도 아니었다. 최소한 천성대륙의 시간 단위에서는 막안연의 답이 가장 정확했다.

예를 들어서.

10과 30의 중간에는 18, 19, 20, 21에서 22도 있다!

그러나 만약 10과 30의 정중앙이면 답은 오직 20 밖에 없다.

막안연이 말한 ‘정오’란 오시안에서 ‘10’과 ‘30’ 정중앙에 있는 ‘20’에 해당한다!

이것은 이미 가장 정확한 답이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우리 내기를 하자.”

운청휘가 담담하게 말했다.

“무엇을 걸 거냐!”

막안연이 물었다.

“그대는 그대의 대답에 자신이 있어. 이미 더는 정확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그대가 승리했다고 생각하겠군.”

운청휘가 막안연을 보며 말했다.

“내가 내기하고 싶은 것은 이 대결의 승자는 나라는 것이다!”

“정말로 내기하려는 것인가?”

막안연이 눈이 번뜩였다.

“그렇다!”

운청휘가 말했다.

“그래, 내기는 당신이 제시했으니, 내기 내용은 내가 먼저 말하겠어!”

막안연이 말했는데, 운청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만약 내가 이기면 운청휘는 모두의 앞에서 하늘에 맹세하고 나 막안연을 주인으로 모시며 견마지로를 다해라!”

“만약 그대가 패배한다면?”

운청휘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막안연이 내기를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명은 이미 다했을 것이다.

선제의 위엄은 쉽게 건드리면 안 된다!

설령 언사가 무례해도 용납할 수 없다!

“내가 패배하면 그대 마음대로 하게!”

막안연은 아무런 생각 없이 말했는데, 그녀가 보기에 그녀는 패배할 수 없다.

말이 끝나고 막안연은 귀신처럼 또 한 마디를 보충했다.

“내가 만약 진다면 그대의 부인이 되지!”

“어머나!”

무리들은 요동을 쳤는데 그들은 막안연의 내기에 놀라버렸다.

“막안연은 대담하게도 그녀가 패배하면 운청휘에게 시집간다고 말했어!”

“세상에, 운청휘가 정말로 이기면 횡재 아닌가! 막안연이 부인이 되다니!”

“막안연은 영흥제국에서도 이름난 절세미녀라네!”

“하지만 막안연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일 거요!”

무리들이 각자의 의견을 냈다.

운청휘의 눈에는 적나라한 깔봄이 드러났다.

선계를 지배하는 운제인 운청휘가 만난 미녀는 보통 사람이 평생 만날 여자보다 더 많다!

운청휘의 말 한마디면 선녀와 성녀 가릴 것 없이 줄을 설 것이다.

막안연은 확실히 자색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고작 자색이 있을 뿐.

용모가 절세이고 기세가 절세이고 무위가 절세인 선녀, 성녀에 비하면 부족했다!

“그대를 부인으로 삼는 것은 사양하지!”

운청휘가 고개를 저으며 거침없는 말투로 말했다.

“그대가 만약 패배하면 무릎을 꿇고 나침반 안에서 기어서 퇴장하길 바라오.”

운청휘는 원래 막안연을 직접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패배하면 그의 부인이 되겠다는 막안연을 보며 운청휘는 그녀가 매우 거만하다고 생각했다.

거만한 자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 직접 죽이는 것보다 재미있으리라.

“뭐라고?”

막안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교주의 위압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졌다.

“건방지구나. 교주 따위가 감히 공자께 위험을 가하다니!”

허공 위에서 마찰녀의 호통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다음 순간 마찰녀가 이미 운청휘 앞에 나타났고, 손을 휘둘러 막안연의 위압을 걷어버렸다.

갑자기 마찰녀의 몸에서 또 성인의 위압이 폭발했다.

‘푸’ 소리와 함께 단번에 막안연은 입에서 피를 토했다.

“서…… 성인이다!”

막안연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며칠 전 그녀와 천성성지의 제2성자가 함께 있을 때.

귀곡자가 교주에 도달했다고 들은 게 얼마 전이거늘.

귀곡자는 지금…… 뜻밖에도 성인이 된 것이다!

영흥성원의 고위층도 안색이 변했는데 그들의 고위층은 무위가 최고 높아도 교주였다.

성인에게는 대항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배후에는 영흥성원, 영흥제국이 있는 관계로 그들은 귀곡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둘 막안연 곁으로 날아왔다.

차가운 눈빛으로 마찰녀를 봤다.

“귀곡자, 그대가 찬명술 시합을 깨고 염치없이 살인을 하려는 것이냐?”

“그렇게 한다면 운청휘와 천찬학관이 황실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거라!”

“연한, 우선 물러나세요!”

운청휘가 마찰녀의 성격을 알고 있는데, 진짜로 여기서 대학살을 할 수도 있다.

천성성지도 마찰녀를 짓누를 수 없는데 고작 영흥제국 따위가.

“죽음으로 벌하는 것은 찬명술 시합이 마치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운청휘가 또 마찰녀에게 말했다.

운청휘와 흙보살의 약속은 백원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마찰녀가 대학살을 한다면 찬명술 시합의 진행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네, 운제!”

마찰녀가 명령을 받았고, ‘운제’라는 말은 오직 운청휘 한 사람에게만 들렸다.

“그대들도 물러가라!”

마찰녀가 손을 휘두르자 공포스러운 영역의 힘이 뿜어졌고, 펑펑펑펑…… 일련의 굉음이 들렸다.

막안연 앞에서 막고 있던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이 전부 잿더미처럼 나침반 밖의 지면으로 떨어졌다.

“자, 일식이 곧 나타난다. 그대는 내기할지 지금 말하게나!”

마찰녀가 내려가자 운청휘는 인내심이 폭발한 듯 말했다.

“못할 것 없지!”

막안연이 콧방귀를 뀌자 아름다운 얼굴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네놈이 지면 내게 견마지로를 다할 텐데, 나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흙보살은 나침반 모양으로 형성된 경기장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검은 철 상자가 있었는데, 상자에 운청휘의 답이 들어있었다.

흙보살의 어린 손가락이 이제 막 검은색 철 상자에 닿았다.

철 상자는 육안으로 보이는 속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이 붙은 백지처럼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이게 뭐지?”

적지 않은 살마들의 안색이 변했는데, 검은 상자가 사라지고 한 줄기 빛의 그림자가 뿜어져 나왔다.

빛의 그림자가 점점 허공으로 떠오르자 철 상자는 불에 탄 백지처럼 점점 사라졌다.

모래시계가 철 상자가 원래 있던 위치에 나타났다.

무위가 심오한 구경꾼들의 귓가에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래시계 위에 모래가 느리지만 규칙적으로 줄어들었다.

모래시계 아래에 있는 모래가 느리지만 규칙적으로 많아졌다.

하늘로 솟은 빛의 그림자가 마침내 운청휘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것은 진짜 운청휘와 달랐는데, 이 운청휘는 그저 법원의 힘으로 환화된 그림자다.

“천공의 변이는 일식이고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 한 톨이 바닥에 떨어지면 하늘은 완전히 어둠에 잠기지.”

이 말을 마치가 운청휘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운 동포는 역시 운 동포일세!”

흙보살은 놀란 듯이 말했다.

흙보살은 운청휘를 믿었는데, 운청휘가 찬명술 시합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흙보살은 운청휘가 이런 방법으로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운청휘는 구체적인 시간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 한 톨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하늘은 완전히 어둠에 잠긴다.’고 말했는데 이미 일식의 구체적인 시간을 정확하다 못해 더는 정확할 수 없는 정도로 정확했다!

“이…… 이런 방법을 생각하다니!”

막안연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막안연의 답이 각의 단위로 정확하다면

운청휘의 답은 각의 단위를 잘게 쪼갠 것만큼이나 정확한 것이다.

그리고 운청휘가 이렇게 한 것은 막안연을 조롱하기 위함이다.

막안연은 그저 일식이 시작하는 시간을 계산했다!

운청휘는 일식은 물론…… 태양이 언제 잡아먹히는 지까지 다 계산한 것이다!

주위의 무리들은 이미 멍해졌다.

“우…… 운청휘, 일식과 구체적인 시간까지 계산하다니!”

“뿐만 아니라 운청휘가 계산한 시간은 막안연보다 더 정확해!”

“정확할 뿐 아니라 운청휘는 일식날도 언제 태양이 완전히 먹어치울지도 계산했어!”

“나…… 나는 정말로 운청휘가 사람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워!”

“지금 찬명술까지 더하면 이미 단, 기, 진, 명 네 과목에서 1위야!”

들끓던 무리들은 최후에 이르자 갑자기 또 침묵했다.

운청휘는 어찌나 요사스러운지 그들은 침묵하고 잠잠할 뿐이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야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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