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6화
“아……”
갑자기 가슴이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영흥성원의 고위층 하나인 교주급의 고위층이!
그의 한쪽 팔이 어느새 부러져 땅에 떨어졌다!
“이 손은 그대가 모래시계를 파괴하려고 한 것에 대한 대가일세!”
흙보살이 냉혹한 목소리를 냈다.
“만약 무모한 짓을 또 하려고 하면 죽여 버릴 것이다!”
“씁……”
무리들은 냉기를 들이마셨다.
그들은 흙보살이 언제 영흥성원의 고위층의 팔을 잘라버렸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특히나 그 고위층은…… 교주급의 최강자다!
“흙보살은 역시 깊이를 알 수 없는가!”
북기학관, 둔갑학관, 영계학관의 고위층들은 마음이 한결같이 무거웠다.
흙보살은 거의 공격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도 흙보살이 공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영흥제국과 거의 모든 학관의 고위층은 흙보살을 꺼려한다.
심지어 사석에서도 이런 말이 있었다.
천찬학관이 영흥제국에 멸망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흙보살의 존재 때문이다!
운청휘가 이 장면을 보고 바로 웃을 뻔했다.
“지능 하고는, 감히 흙보살 앞에서 농간을 부리려고 했다니……”
흙보살은 선제의 환생이어서 운청휘여도 흙보살의 구체적인 무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운청휘는 이전에 흙보살과 붙었다.
아무런 생각으로 분신을 만들었고 성인에 견줄 전투였었다.
그의 본체의 무위는…… 이미 범인의 범략을 초월한 것이다.
범인의 범략을 초월했다는 것은 오로지 선의 존재다!
하늘의 태양의 마지막 부분까지 어둠에 삼켜지고 마지막 모래 한 톨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둠 속의 군중들은 전부 침묵에 잠겼다.
이 순간이 되어 그들 모두는 무엇이 더 정확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운청휘가 이겼어!”
어둠 속에 누군가 입을 열었다.
고요했고, 죽은 듯 고요했으나 심지어 침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위가 높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때 생기 없는 눈빛으로 나침반 안에 있는 운청휘를 바라봤다.
가만히 서 있는데, 긴 흑발이 허리까지 내려왔고 양쪽 가슴까지 내려왔다.
붉은 장포는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으나, 이때 모든 사람들은 이상하게 눈에 띄었다.
신비로운 부적이 새겨진 장검도 마치 신비한 마력을 갖춘 듯 운청휘를 신과 같이 높이 띄웠다.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막안연이 패배했다!
막안연이 패배했다는 것은 그들 모두가……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소검(萧黔) 대인, 도착하셨나요?
영흥성원의 고위층 안에서 누군가 은밀히 전송 옥석을 꺼내 말했다.
-뭐라고요, 도착하려면 일각의 반이나 걸린다니요……
영흥성원의 고위층은 안색이 매우 나빠졌다.
그들의 무위로는 성인급의 귀곡자의 손에서 일각의 반을 버티는 것은 어렵다.
심지어 일각의 반은커녕 잠시도 불가능하다!
“지금, 안연이 우리를 위해 시간을 끌어주길 바래야한다.”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이 중얼거렸다.
“응?”
그러나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의 안색이 또 변했다.
그들 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의 안색도 조금씩 변했다.
일식이 어둠으로 덮인 하늘에서 광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식이 곧 지나간다는 징조다.
다만 다시 나타난 빛은 혈색이 서려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 이것은 혈홍색의 빛이야.
운청휘와 흙보살이 이 혈홍색의 빛을 보고 안색이 변했는데……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이 핏빛을 추산하기 시작했다!
운청휘는 ‘팔괘육효현결’을 사용했다.
흙보살의 눈에는 별의 도안이 나타났고 팔괘처럼 또는 나침반과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갔다.
영흥성원의 고위층은 식은땀을 흘렸는데 운청휘는 아직 귀곡자에게 공격하라고 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그들의 마음에는 또 악독한 생각이 났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안에 운청휘가 귀곡자에게 공격을 지시하지 않으면…… 그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시간이 지나갔다.
하늘의 태양이 이미 다시 나타났고 하늘은 맑게 개어 더는 어둠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드러난 태양은 핏빛 태양이었다.
마치 피를 감싼 핏빛 태양과 같았다.
이상하게도 시선을 거슬리게 하는 것 같았다.
“푸……”
‘팔괘육효현결’을 사용하던 운청휘가 입에서 갑자기 피를 뿜었다.
“공자!”
위경륜, 백택이 이것을 보고 운청휘에게 달려갔다.
귀곡자는 아무런 말없이 운청휘 곁으로 날아왔다.
“큰 지장은 없어요. 그저 공법의 반작용 때문일 뿐.”
운청휘가 손사래를 쳤는데,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운청휘는 충만하게 흙보살을 바라봤다.
잠시 후 흙보살이 추산을 멈췄는데 눈에는 운청휘와 같이 무거워졌다.
-동포!
-운 동포!
운청휘와 흙보살은 거의 같은 시간에 상대방에게 전음을 보냈다.
-기운이 부활한 것이군요?
-기운은 이미 전부 부활했어요!
두 사람은 이어서 거의 같은 시간에 전음을 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또 침묵에 잠겼다.
-이것은 좋은 일이 아니오!
바로 흙보살이 말했는데, 이번엔 오직 흙보살만 입을 열었다.
-기운이 부활한 것인데요?
운청휘가 또 물었다.
-그렇소. 기운이 전부 부활했으니, 다른 세계로 통하는 통로도 전부 열렸다는 것이오…… 오늘 이후로 다른 세계의 고수들이 끊임없이 투영의 방식으로 천성대륙으로 들어오겠죠!
흙보살이 전음을 전했다.
기운이 전부 부활했다. 천성대륙에는 앞으로 끊임없이 상상을 초월할 기이한 만남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천화, 상고 선부, 절세 법보, 하늘을 거스르는 공법……
이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타나는 시기가 좋지 않다!
지금의 운청휘는 아직 천성대륙 최절정의 고수와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다른 세계의 강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흙보살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흙보살이 강하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나, 그는 아직 무적이 되지 못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천성성지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기를 좀 봐, 태양이 또 정상으로 회복됐어……”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재차 허공의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다시 원래의 빛으로 변했는데, 빛과 온도가 온 대륙에 전해졌다.
“방금 무슨 일이지? 왜 핏빛이 나타난 걸까?”
“누가 알겠나. 일식 이후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겠지……”
무리들이 의견을 밝혔으나, 누구도 까닭을 알지 못했다.
운청휘는 흙보살과의 전음을 끝내고 막안연 앞으로 걸어가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승부는 갈렸으니, 우리의 약속을 이행해야지!”
막안연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우…… 운청휘, 우리 다시 상의하자. 내…… 내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약속을 보상하겠어!”
막안연은 간청했다.
“그대는 내가 패배하면 나를 영흥성원의 문지기로 쓰려고 하지 않았던가!”
운청휘가 냉소했다.
“운청휘, 나…… 나는 제2성자의 사람인데, 정말로 나와 대립하려는 것인가?”
막안연은 협상이 통하지 않자 위협하는 어조로 바뀌었다.
짝!
막안연의 소리가 떨어지자 얼굴은 화끈거리는 뺨을 맞았다.
마찰녀가 때린 것이다!
“꿇어, 그리고 기어서 나가!”
“안 그러면 죽는다!”
마찰녀가 차갑게 말했다.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은 안색이 좋지 않으나, 누구도 나설 수 없었다.
다른 학관의 사람들은 그저 연극을 지켜보는 자세였다.
그들은 운청휘가 막안연을 나침반에서 기어 나오게 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막안연은 영흥성원에서도 내로라하는 생도이다!
영흥성원은 모든 것을 걸고 키울 가치가 있다.
만약 막안연이 정말로 운청휘의 협박에 못 이겨 기어서 나간다면 막안연 배후에 있는 영흥성원은…… 운청휘 뒤에 있는 천찬학관과 적이 되는 것이다!
두 호랑이가 싸우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
“건방지구나!”
“대담하구나!
갑자기 먼 하늘에서 분노의 폭발성이 들렸다.
영흥성원의 지원군이 도착했는데, 우두머리는 성인급의 고수 세 명이다.
***
천성대륙, 영흥제국, 사주(沙洲), 군성문.
구름 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 꼭대기에 분노의 기를 내뿜은 그림자가 눈을 감고 수련중이다.
운청휘가 이곳에 있다면 반드시 알아봤을 것인데, 이 그림자는 군성문의 문주 임천옥이다.
인왕경 무위다!
운청휘는 당초 혈살군에서 영주로 향할 때 임천옥의 습격을 받았다.
예고도 없이 하늘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나오더니 눈을 감고 수련하던 임천옥을 덮었다.
“임천옥!”
이어서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눈을 감고 수련하던 그림자의 귓가에 울렸다.
눈을 감고 수련하던 임천옥은 속으로 몹시 놀라 황급히 두 눈을 뜨고 허공 위를 쳐다봤다!
갑자기 그윽한 진동이 임천옥의 눈에 나타났다.
“무…… 무림(巫林)선조!”
무림선조!
만약 임천옥의 이 말이 외부 세계에 전해지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무림은 1만 년 전의 인물이자 군성문의 창시자다.
다만 무림도 1만 년 전에 이미 선계로 날아갔을 뿐.
***
천성대륙, 영흥제국, 황성, 황궁 깊은 곳.
용포를 입고 기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신과 같은 중년인이 갑자기 수련 중 눈을 떴다.
그리고 용포를 입은 중년 남자가 눈을 뜨는 순간 하늘의 위엄보다 공포가 무수히 많은 기세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기만 놓고 판단하면 용포를 입은 중년 남자는 이미 범인의 범략을 초월했다.
“초…… 초대 선황, 사…… 살아계셨군요!”
믿을 수 없다는 말투였다.
초대 선황, 말 그대로 영흥제국의 1대 황제인데 영흥제국의 창시자다!
1만 년 전의 인물이다.
그러나 1만 년 전 이미 선계로 승천했다.
“황릉을 열어라, 짐의 그림자를 맞이하여 다시 천성대륙에 강림하리라!”
용포를 입은 중년 남자가 의식 속에서 갑자기 위엄이 넘치는 소리가 한없이 울렸다.
***
천성대륙, 상고전장 깊은 곳, 진법으로 뒤덮인 구역 안.
이곳에는 숨은 문파인 귀은종(归隐宗) 이 있었다.
수천 년 전 천성대륙을 귀은종이 거의 대륙 전체를 제패할 뻔했다.
귀은종은 비경 안에 선령의 기가 가득했다.
손에 먼지를 털고 흰옷을 입고 기골이 장대한 노인이 이때 팔괘성반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팔괘성반 주위로 무수한 진법이 나열되어 있었다.
만약 운청휘가 이곳에 있었다면 반드시 알아봤을 텐데, 이 진법들은 모두 봉인진법이다.
수련 중이던 노인이 눈을 번쩍 뜨자 그림자가 빠르게 허공으로 날아가 아래쪽에 있는 팔괘성반을 경악하듯 바라봤다.
“귀…… 귀은 진선, 그…… 그대도 부활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