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7화
“본선은 스스로를 1만 년간 봉인했는데, 마침내 기운이 전부 회복한 날이 왔구나!”
“하하하하하……”
해맑고 위엄이 넘치는 웃음소리가 팔괘성반 아래서 울렸다.
***
천성대륙, 영주, 숨은 가문 영가의 본거지.
비경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르는 핏빛이 나타나더니 머리를 풀어헤치고 칼을 들고 살벌한 기를 풍기는 실질화에 가까운 그림자가 대지 아래서 하늘로 솟구쳤다.
“저…… 저것은 제3비경이다!”
“세상에나, 제3비경의 봉신 노인께서 깨어나셨어!”
영가의 고위층도 제3비경의 하늘을 뚫은 핏빛을 보자 격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가 족장은 단번에 제3비경에게 날아갔고 빠르게 허공에 무릎을 꿇었다.
“영가의 현 족장, 살신 노조를 뵈옵니다!”
“천성대륙의 기운이 전부 부활했으니, 주상께서 나를 먼저 부활시키라고 명령하셨네!”
혈기가 하늘을 찌르는 그림자가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영가 족장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영가 족장을 보며 말했다.
“성대륙의 현재 정세를 고에게 말하거라.”
“네, 살신 선조님!”
***
천성대륙, 천성성지.
성주가 천성성지의 모든 고위층을 소집했고 말했다.
“기운이 이미 전부 부활했으니, 성지도 세상에 나가야 하네!”
거의 같은 시간.
천성대륙, 무수한 전승이 오래된 가문, 종파 모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미 오래전 죽었다고 여겨지거나 혹은 이미 선계로 1천, 1만 년 전에 승천한 인물들이 전부 각종 방식을 통해 강림한 것이다.
***
영흥제국, 막주, 막주성, 천찬학관)
영흥성원의 지원군이 도착하고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은 전부 잠잠한 기세에서 벗어나 광란적으로 변했다.
“소검대인, 안연을 위해 공도를 주관하시고 저희 영흥성원을 위해 공도를 주관하시길 바랍니다!”
“천찬학관의 운청휘가 날뛰며 안하무인하여 안연에게 무리들이 보는 앞에서 나침반에서 무릎을 꿇고 기어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소검대인, 운청휘의 이번 행동은 이미 안연을 우롱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우리 영흥성원을 우롱한 것입니다!”
“소검대인께서 안연을, 우리 영흥성원을 위해 나서주소서!”
소검대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40여 세의 중년인으로 보였다.
바로 인황경 3단계 성인급의 고수였다.
소검 곁에는 역시나 성인의 중년인이 두 명 있었다.
소검 뒤의 허공에도 수십 명의 인황이 있었는데, 누구는 인황 1단계이고 누구는 인황 2단계 교주였다.
소검은 영흥성원의 고위층의 보고를 받았다.
시선은 나침반 위에 있던 막안연에게 향했고 입을 열어 물었다.
“안연, 그런 일이 있었는가?”
“소검 아저씨,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막안연이 후배의 예를 올리고 말했다.
말을 끝내고 막안연은 시위하는 눈빛으로 운청휘를 봤는데 그녀의 ‘시위’에는 악취가 배어 있었다.
“운청휘, 그대의 죄를 알겠는가?”
소검의 시선이 운청휘에게로 이동했다.
묻는 동시에 성인의 위압이 하늘을 덮듯이 운청휘를 향했다.
“죄를 아냐고? 그대는 내가 어떤 죄가 있는지 말해보라!”
운청휘는 위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선을 줄곧 소검을 보며 은은하게 말했다.
“안연을 욕되게 하고 영흥성원을 욕되게 했는데, 이 두 가지 죄명으로 그대는 죽을죄를 지은 것인데?”
소검이 하늘을 덮은 성인의 기세에서 또 살기가 넘쳤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고? 하하하……”
운청휘는 크게 웃었는데, 그는 이상하게도 너무도 웃겼다.
고작 성인 따위가 감히 운청휘 앞에서 늑대 행세를 하다니, 생사도 모르면서 운청휘에게 죽을죄가 있다고 하다니.
“동포, 그대도 봤겠죠. 이런 일이 그대에게 왔다면 참을 수 없겠죠?”
“그래서 나는 동포의 체면을 생각해 천찬학관에서 단 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연한, 시작하세요.”
운청휘의 현재 무위로는 비록 한손으로 성인을 죽일 수는 없으나 장시간의 싸움 끝에 성인을 죽일 수는 있다!
소검은 고작 성인인데 운청휘 앞에서 늑대처럼 행세하여 운청휘에게 죽을 죄가 있다고 하다니…… 이것은 노인이 비상을 먹는 것처럼 살기 싫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마찰녀가 이때 이곳에 있었다.
소검 같은 성인은 마찰녀가 한손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마찰녀는 마수였고 본래 같은 계급에서 무적인데 여기에 마도 최절정의 공법인 ‘마살음라진공’을 수련했다.
얼마 전 선령으로 육신을 수련하기까지 했다.
지금의 마찰녀는 인황경 4단계 고수도 죽일 수 있었다.
소검 같은 성인을 죽이는 것은 어린애 장난과 같다.
운청휘의 말이 떨어지자 마찰녀가 움직였고 공포스러운 영역의 힘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단번에 반경 10여 만 리를 덮었다.
“같은 성인인데 감히 우리에게 영역의 힘을 쓴다고?”
소검과 옆에 있던 두 성인은 거의 동시에 냉소를 지었다.
그러나 곧 그들의 냉소는 굳어졌다.
그들의 영역의 힘은 마찰녀의 영역의 힘에 접촉하자 함흥차사처럼 순식간에 동화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귀곡자의 영역의 힘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진 것인가!”
성인 세 명조차 귀곡자의 영역 앞에서 속수무책의 보통 사람이 되었다.
영흥성원의 다른 사람들은 더욱이 반항도 하지 못했고 전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영역의 힘의 압력에 중상을 입었다.
“아! 아! 아!”
갑자기 세 명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성인 셋이 감내하는 영역의 힘이 가장 무거웠으며, 다른 사람들이 받아내는 것의 합계를 초과했다.
“푸! 푸! 푸!”
연달아 세 번 세 성인은 입에서 피를 울컥 뿜어냈다.
그리고 그들의 몸은 통제되지 않은 채 하늘 높이 날아가 운청휘 앞으로 던져졌다.
“꿇어라!”
마찰녀는 말함과 동시에 이미 영역의 힘으로 소검 등 세 성인을 운청휘 앞에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렇게 남에게 죄를 단정하는 것을 좋아하니 나도 그대에게 죄를 내려주마.”
운청휘가 은은하게 말하며 손에는 어느새 수정처럼 투명한 마종이 떠올랐다.
“그대들의 죄는 이목구비가 난잡하여 다른 이들의 눈을 혹사시킨 죄로다!”
솨! 솨! 솨!
연달아 세 개의 마종이 소검과 다른 두 성인의 몸에 들어갔다.
다시 마종을 낚아채고 운청휘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들을 날려버렸다.
곧이어 냉혹한 시선으로 손에서 끊임없이 마종을 던져 영흥성원의 모든 인황에게 마종을 심었다.
이 인황은 인황경 1단계와 인황경 2단계인 교주를 포함하고 있다.
“마종이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순순히 찾아와주니 고맙기 그지없구나!”
운청휘의 인황 마종은 이미 소진되었고 남은 것은 교주급의 마종 4개였다.
이론상 교주급 마종 4개면 운청휘는 반절 인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반절 인황…… 인황까지 가기에는 부족하다!
지금, 이런 마종들이 있으니 인황에 도달하는 것은 꿈도 아니다!
성인 마종 3개!
교주 마종 17개!
인황 마종 38개!
가치로 말하면 이번 수확은 거의 운청휘가 여지껏 수확한 마종의 숫자를 초과한다.
구경꾼들은 이 유례없는 일에 놀라버렸다.
영흥성원은 당대 최강의 학관이자 명실상부 제1학부이다!
인재가 넘쳐나고 강자가 무수히 많으며 배후에는 거대한 영흥제국이 있다!
영흥성원은 이번 전투에 무수한 고수를 출동시켰는데 인황 수십, 교주 수십, 성인도 3명이었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면 이런 규모의 대오는…… 거의 천성대륙 절반을 쓸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하필 이런 규모의 대오가 지금 그들 앞에 있는…… 귀곡자 한 사람에게 제압당한 것이다!
또한 운청휘에게 전부 무위를 빼앗겼다!
“영흥성원이 비록 강하지만 단번에 성인 3명, 교주 10여 명, 인황 수십을 잃었으니…… 엄청난 타격일 거야!”
“이번 전투 이후 영흥성원과 귀곡자, 운청휘는 확실히 적이 된 것이다…… 심지어 천찬학관도 영흥성원의 미친 복수를 당하게 되겠지!”
“오늘 이후 영흥제국 전체에 운청휘와 귀곡자의 숨을 곳이 없어!”
무리들은 요동쳤다.
다른 학관의 고위층도 놀라버린 표정으로 있었다.
물론, 다른 학관의 고위층들은 정신을 차리고는 속으로 기뻐했다.
그들은 영흥성원과 천찬학관의 충돌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안다.
운청휘는 언제나 그러하듯 영흥성원의 고위층들을 죽이지 않고 마종을 빼앗았다.
폐물이지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무위를 상실했으나 귀곡자에게 있어서 쓸모가 있었다.
운청휘의 시선은 다시 막안연에게 향했다.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있으니, 내가 세 번 숨을 뱉은 후에도 그대가 만약 무릎을 꿇고 나침반을 기어가지 않는다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막안연은 더는 위협하지 않았다!
영흥성원의 고위층들도 운청휘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전부 마종을 뺏었는데…… 하물며 막안연의 위협이 통하겠는가!
털썩!
모두가 보는 가운데 막안연이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표정은 굴욕으로 가득했는데, 절세미녀의 얼굴이 굴욕과 분노로 완전히 뒤틀렸다.
뒤이어 두 다리를 옮겨서 한 걸음씩 나침반 밖으로 이동했다.
막안연은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절세의 미녀가 어찌 이런 치욕을 받아야 하는가.
막안연은 속으로 훗날 운청휘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겠다고 맹세했고…… 운청휘뿐 아니라 운청휘의 구족을 전부 멸하겠다고!
사방의 군중들은 전부 적막하게 이 장면을 봤다.
과장하지 않고 말해서 막안연은 영흥제국 전체에 놓아도 엄청난 최절정의 젊은 천재다!
게다가 미모로 인하여 영흥제국 전체에 무수한 추종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국지색의 절세미녀도…… 이때 운청휘에 의해 무릎을 꿇고 나침반을 기어서 나가고 있다!
“오늘 이후 막안연의 살아야 하는 목표가…… 운청휘를 향한 복수로 바뀔까 두렵구나!”
“이런 치욕은 반드시 막안연의 마음에 한을 남기겠지…… 운청휘가 죽지 않는다면 막안연의 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야!”
“젠장, 운청휘가 이렇게나 냉혈한이라니. 절세미녀에게도 이렇게나 냉혹할 수 있다니!”
막안연은 한참이나 걸려서야 무릎을 꿇고 나침반 밖으로 기어나갔다.
나침반을 기어나가고 막안연은 바로 일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무릎을 꿇고 평온을 되찾으려고 했다.
시간이 흐르자 막안연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운청휘를 바라봤다.
눈빛은 차가운 한이 서렸다!
심지어 이런 한은…… 거의 뼛속까지, 영혼까지 심지어 막안연의 몸 구석구석 서렸다.
“운제, 소인이 녀석을 제압할까요?”
마찰녀가 운청휘를 보며 말했다.
사실 마찰녀의 무위여도 막안연의 눈빛에 놀라게 되었다.
“서두르지 마라. 진짜 대어를 낚으려면 아직 그녀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니까.”
운청휘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며칠 지나면 백원대회의 꽃인 무도 결승이다.
막안연은 교주의 무위로 반드시 출전할 것이다!
그리고 막안연도 운청휘가 반드시 출전할 것을 알고 있다!
막안연은 자신의 출전 외에도 수단을 동원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인물을 데려올 것이다.
이런 인물들은 운청휘에게 있어서 하나같이 보양식이다.
천성대륙의 기운이 전부 부활했으니, 운청휘에게 있어서는 상상을 초월할 기회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기운이 부활함과 동시에 다른 세계로 통하는 통로가 계속해서 열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운청휘가 지금 직면한 경쟁은 천성대륙의 절정 강자만이 아니라…… 무수한 다른 세계에서 온 강자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