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9화
“설, 스승님께 인사드리렴!”
“후배 능설, 선배님을 뵈옵니다!”
능설은 흙보살 앞에 무릎을 꿇고 연거푸 머리를 세 번 조아렸다.
마치 생명의 은인을 마주한 듯한 정중함이다.
“아니야, 6번 더 해야지!”
능설이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끝내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화약운이 갑자기 또 말했다.
능설도 망설이지 않고 펑! 펑! 펑! 펑! 펑! 펑!
또 연거푸 여섯 번 머리를 조아렸다.
총 9번!
이상한 것은 흙보살이 쓴웃음을 지었으나 말리지 않고 능설이 절을 하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스승님, 제가 이번에 막주성에 온 것은 스승님을 뵈러 온 것 외에 능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막주성에 있기 때문이죠.”
화약운은 흙보살에게 그녀가 이곳에 온 목적을 흙보살에게 말했다.
능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흙보살에게 말했다.
“어?”
흙보살은 능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듣고 눈에 의외라는 기색이었다.
“운 동포에겐 행운이구나……”
흙보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스승님, 제가 먼저 상황을 알아본 뒤에 다시 뵈러 오겠습니다!”
국사 화약운이 흙보살에게 예의를 갖추고 말했다.
“가시게!”
흙보살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약운은 능설을 데리고 영흥성원 쪽으로 갔다.
원장 소라해가 황급히 달려와 화약운을 맞이했다.
“라해, 무도 결승의 상황은 어떠한가.”
화약운이 무심코 물었다.
“국사께 아뢰옵니다. 전체적으로 우리 영흥성원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1위는 잠시 천찬학관의 운이 좋은 생도에게 빼앗겼네요!”
소라해가 간단하게 말했다.
“운청휘인가?”
화약운이 물었다.
그녀 뒤에 있던 능설은 이 이름을 듣고 몸이 살짝 떨렸다.
“국사께서 그 치의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소라해가 약간 의외였다.
그가 알기로 국사는 창 밖의 일은 신경 쓰지 않았는데, 큰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황상이라고 해도…… 국사를 만날 수 없었다.
뜻밖에도 국사가 운청휘를 알고 있다니.
그가 의아해 하는 사이 소라해가 곧 또 말했다.
“일단 현재 1위는 운청휘입니다.”
“그러나 곧 그는 1위를 내놓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생명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소라해는 그가 운청휘를 ‘그 치’라고 부를 때 화약운과 능설이 미간을 찌푸린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운청휘는 생명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니, 사방의 기온이 더욱 바닥으로 떨어졌다.
“쉬……”
소라해가 직접 숨을 들이켰는데 그의 인황경 꼭대기의 무위가 이때 등을 찌르는 느낌이 났다.
“제가 무례했습니다. 국사 용서해주소서!”
소라해가 황급히 무릎을 꿇고 화약운에게 용서를 구했는데,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작은 세계를 끝내고 모든 참가자들을 내보내게!”
화약운이 의심의 여지 없이 말했다.
선녀가 인간 세계에 내려온 듯한 절세미녀의 몸에서 이런 위엄이 나오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거역할 수 없었다!
“자…… 작은 세계의 계령은 이미 막안연이 연화시켜서…… 그, 그녀의 허락 없이 외부 세계의 사람이 들어갈 수도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올 수도 없습니다!”
소라해가 우물쭈물 말했다.
그는 이미 은연중에 국사가 운청휘가 위험에 빠진 것을 듣고 태도가 변한 것을 느꼈다.
화약운이 말을 듣고 안색이 침울해졌는데, 황급히 고개를 돌려 능설을 위로했다.
“설, 안심하렴. 절대로 운청휘에게 이변이 생기지 않게 할 테니!”
“소라해, 열심히 기도하게. 운청휘가 털끝 하나라도 다치면 그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니까!”
화약운은 능설을 데리고 거대한 나침반 앞으로 걸어갔고 갑자기 하얗고 가녀린 손바닥을 나침반 위에 올렸다.
갑자기, 한줄기 금빛이 피어나와 흙보살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나침반 위로 영상이 떠올랐다.
마치 기억 수정이 보여주는 영상과 같았다.
영상 속에 붉은 장포를 입고 등에 신비로운 부적이 새긴 장검을 맨 젊은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두 손바닥으로 수정처럼 투명한 구슬을 누르고 있었다.
구슬 안에 있는 힘을 흡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운청휘!”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붉은 장포를 입은 젊은이를 알아봤다.
“그의 두 손바닥 사이에 있는 구슬이 바로 마종인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추측했다.
“대단한 힘이구만. 한 세계를 사이에 두고도 마종 위로 짙어지는 힘을 볼 수 있다니!”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운청휘 손에는…… 인황경 4단계의 마종이 있는 거야!”
무리들 중에 인황이 있었는데, 그들은 식견이 뛰어나 운청휘가 연화시키는 마종이 인황경 4단계의 마종임을 알아차렸다.
“둘째 황자의 시녀 역시 봉변을 당했어!”
“만약 그들의 점수만 뺏었다면, 둘째 황자가 운청휘를 용서하지 못할 리 없겠지만…… 그러나 지금 둘째 황자는 운청휘를 죽여야만 하지!”
“운청휘도 충동적인걸. 고작 작은 이익을 위해 둘째 황자 같은 큰 분에게 죄를 범했으니!”
“둘째 황자는 인황경 꼭대기의 존재인데 어찌 운청휘가 그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주위의 소곤거리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능설의 두 눈은 영상 속의 젊은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청휘 오라버니, 역시나 청휘 오라버니야……”
능설은 격동하여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두 눈에 은연중에 눈물이 떨어졌다.
그러나 신분이 달라진 능설은 표정에 드러나던 감정을 금세 지웠다.
능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청휘 오라버니, 반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설이를 기억하나요?”
“반년 전, 오라버니는 천원왕조 전체에서도 군계일학이었지요!”
“하지만 그때의 능설은 너무 비천하여 오라버니의 뒷모습만 멀리서 바라볼 뿐……”
“심지어 오라버니를 향한 마음은 가슴속에 깊이 묻었죠!”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청휘 오라버니…… 이번에 나는 오라버니를 놓치지 않겠어요!”
***
작은 세계 안, 마종을 연화하고 있던 운청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또 염탐하는 느낌이군! 이번이 두 번째다!”
운청휘는 이전에 성진전신술로 소무위와 연락했을 때…… 누군가 염탐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 염탐은 첫 번째 염탐과는 달랐다.
첫 번째 염탐은 운청휘가 느낄 수 있듯이 상대방은 작은 세계의 힘을 빌려 염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염탐하는 느낌은…… 작은 세계 밖에서 온 것이다!
“‘영조제천(映照诸天)’인 것인가……”
운청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작은 세계 밖에서 나타난 영상은 단순한 영상이지 소리는 없다.
그러나 이 영상을 내보낸 화약운은 운청휘의 입 모양을 읽어내고 안색이 변했다.
“그가 ‘영조제천’을 알고 알아채다니!”
“응? 무슨 일이야. 운청휘의 화면이 어째서 흐려진 걸까……”
주위의 무리들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영상 속의 운청휘가 갑자기 흐려졌다.
운청휘의 앞에서 갑자기 안개가 뿜어졌고 운청휘의 구체적인 모습을 가렸다.
그저 희미하게 운청휘가 그곳에 있다는 것이 느껴질 뿐.
그러나 운청휘가 무슨 일을 하는지 완전히 볼 수 없었다.
“세상에, 이거 설마 운청휘가 남이 염탐하는 것을 알아차린 건가?”
“그럴 수도 있어. 운청휘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화약운은 귀엣말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했다.
옆에 있던 능설을 보며 말했다.
“설, 운청휘가 역시나 간단하지 않구나!”
능설이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전에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는데, 어머니께서 믿지 않았죠!”
능설은 비록 조용하게 말했지만 속은 보람찼다.
그녀는 어머니와 반년을 지내면서 어머니의 기준이 높다는 것을 알았는데, 이번이 두 번째로 어머니가 사람이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첫 번째는 영흥제국의 태자다!
-화 동포, 재차 축하하네!
흙보살의 목소리가 갑자기 화약운의 귓가에 울렸는데, 이번에 흙보살은 전음을 보냈다.
-영조제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머지않아서…… 그대의 실력을 전부 회복하겠군!
-이 모든 것이 스승님의 은혜입니다!
화약운이 공손하게 전음을 보냈다.
-화 동포, 그때 그대의 목숨을 구한 것은 예상밖의 일이었으나, 내게 있어서는 그저 겸사겸사 한 것이니,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게나.
흙보살은 쓴웃음을 지으며 전음을 보냈다.
-스승님께서 그때 겸사겸사 하셨든 제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은 생명의 은인입니다…… 하물며 스승님께서 구해주신 것은 약운 뿐이 아니니까요!
화약운이 전음으로 대답했다.
화약운이 비록 지금 있는 지위가 흙보살보다 아래는 아니지만.
흙보살 앞에서 화약운은 여전히 흙보살을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가지고 있다.
“국사, 운청휘가 무사하니 둘째 황자 쪽 상황을 보시길 건의드립니다.”
소라해가 다가와 국사 화약운에게 말했다.
화약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얗고 가녀린 손바닥은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영상을 휘둘렀다.
갑자기 사람 그림자가 영상에 스쳤다.
그림자들은 모두가 작은 세계 안에 있는 참가자들이다.
그림자는 결국 다섯 금룡 발톱이 새겨진 황포를 입은 청년에게서 멈췄다.
이 청년은 바로 둘째 황자 소무위다.
이때의 소무위는 하늘을 날고 있었고, 속도가 매우 빨랐는데…… 어찌나 빠르던지 영상은 그의 구체적인 형태도 잡지 못했다.
소무위의 뒤로 일련의 폭파가 일어나 진공, 대지가 전부 터졌다……
“둘째 황자는 역시 진노했어!”
“헛소리야. 둘째 황자가 과연 자기 밀착 시녀가 죽었다고 진노할까?”
영흥성원의 선생과 생도는 모두 냉소했다.
영상을 사이에 두고 있으나, 그들은 둘째 황자가 허공을 가르는 것을 봤다.
대지가 암석으로 형성된 거대한 파도에 갈렸는데, 진공이 둘째 황자의 순수한 육신에 의해 공간이 갈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진이 넘게 지나갔다.
둘째 황자가 이미 빠르게 날아와 끝없이 넓은 호수 위에 있었다.
작은 세계 밖의 사람들은 이 호수를 보자 모두가 들끓었다.
그들은 이 호수가 운청휘가 있는 호수라는 것을 안다.
천찬학관의 선생과 생도는 모두 이때 안색이 나빠졌는데, 그들은…… 둘째 황자가 곧 운청휘와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