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성산지약
“비켜봐라 인석아. 어디 그 녀석 상세 좀 보자.”
개방의 화운장로가 백리소옥 곁으로 다가 앉았다. 슬그머니 용무린의 맥문을 쥐었다.
“에잉, 쯧쯧쯧. 심맥이 미약해. 군데군데 끊겼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백리소옥의 얼굴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본인 역시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지만 용무린의 상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림의 일각대사가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화운장로에게 내밀었다.
“이걸 한번 써 보시지요.”
“뭔데? 으응? 이건?”
화운장로의 눈이 대뜸 동그래졌다.
대환단이나 소환단과 같은 영약은 아니었지만, 이 역시 소림이 자랑하는 뛰어난 약이었기 때문이었다.
일각대사가 손사래를 쳤다.
“별 것 아닙니다. 저와 함께 파견되어 온 제자들 몫으로 챙겨온 것일 뿐입니다.”
소생환.
소림의 대표적인 내상 치료 단약으로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며 제대로 운공을 하게 될 시 무려 10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귀한 단약이다.
“후훗. 이 녀석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일세그려.”
“선재, 선재라……. 무림의 미래가 밝음을 알려 준 소협이 아닙니까? 내공이 약함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요여립과 혈견사흉에 맞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긴…….”
동감이라는 듯 화운장로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삼재검법과 비슷한 투로, 그것은 곧 이 아이가 특별한 무공을 배웠다는 말이 아니라 십팔반무예의 기본만 따라 움직였다는 뜻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여립과 혈견사흉의 대부분을 거꾸러뜨렸지요.”
“맞아. 정식으로 수련을 시작한 것이 이제 겨우 100여일이나 되나?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지. 너무나 대단한 거야.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 천재지.”
“특이한 것은 천잠사에 매달린 소검의 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내공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생각되어지는데, 손속이 너무 맵습니다. 그 점은 차후 우리 무림의 선배들이 잘 이끌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후훗. 동감이네. 하지만 말이네, 나는 되레 그 과감한 결단력이 더 마음에 든다네. 강호 칠악 중 하나인 염라옥수와 하북의 골칫덩이 혈견사흉 같은 놈들은 솔직히 이 세상에 있어봐야 해만 끼치는 놈들 아닌가?”
“휴우, 선배님의 그 괄괄한 성정은 세월이 지나도 어딜 가지 않는군요.”
“클클클. 당연한 것 아니겠나?”
화운장로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람이 갑자기 확 변하면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뜻이라네.”
“하지만 후배의 말뜻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는 익히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제 아무리 악인이라 하여도 회심의 기회 정도는 주어야 옳다는 것이 바로 불가의 자비이니까요. 아미타불…….”
“그래, 그래.”
화운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받아든 소생환의 껍질을 벗겼다. 조심스럽게 용무린의 입 속에 단약을 밀어 넣었다. 천돌혈을 눌러 삼키게 만들었다.
“자, 어디 그러면 이 거지가 손을 조금 써 볼까?”
화운장로가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옥현귀진현공의 힘을 서서히 이끌어 내었다.
“허허허. 선배야말로 용 시주가 정말 마음에 드신 모양이십니다, 그려. 직접 추궁과혈을 펼쳐 주시다니요.”
피식.
살짝 웃어 보인 화운장로의 손가락이 용무린의 몸 위를 가볍게 두들겨 나갔다.
타닷. 타라라락.
그때마다 실처럼 가느다랗게 뿜어진 옥현귀진현공의 내공이 소생환의 기운과 함께 용무린의 전신대혈을 질풍노도처럼 누볐다.
***
반짝.
이틀 내내 감겨만 있던 용무린의 눈이 떠졌다.
“어? 여긴 어디야?”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던 용무린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요여립과 막굉에게 입은 상처들이 아우성을 쳤기 때문이었다.
“아으, 쓰라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속이 너무 후련했다.
부족한 내공이 너무나 아쉽기는 하지만 육체는 점점 더 과거의 막강함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내 방이로구나. 누가 데려와 뉘인 모양이네. 아버지와 두 분 의숙께서 또 많이 놀라셨겠지?”
말씀도 드리지 않고 염라옥수와 혈견사흉의 뒤를 쫓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요여립과 막굉은 절정의 고수, 심려가 컸을 수밖에 없으리라.
“시건방진 흑도의 잡졸들 같으니…….”
용무린의 생각이 신밀에서 벌였던 전투로 이어졌다.
“내공만 과거와 엇비슷했다면 한 수에 피 떡이 될 놈들이 감히 날 비웃어?”
겨우 이기기는 했지만 결국 한계 또한 드러낸 전투였다.
‘동시에 절정의 무인 둘, 그 정도라면 양패구상이고 그 숫자를 넘는다면 내가 죽는다.’
아직도 이류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불사신기의 내공이 아쉽기만 한 용무린이었다.
“휴우,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약이니까 조급해하지 말자. 그래도 겨우 석 달 남짓한 연공으로 이류의 내공이라면 빠른 셈이잖아?”
좌공과 함께 동공까지 사용할 수 있는 불사신기의 공능이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자, 내상은 어떤지 한번 보자.”
용무린은 그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불사신기의 내공을 살짝 끌어 올렸다. 두 번째 단계에 안착한 호신의 힘이 단전에서 치솟았다. 구결에 따라 전신으로 쫙 퍼졌다. 전신대혈과 세맥들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탐색했다.
“응? 이 이질적인 기운은 뭐지?”
용무린의 고개가 갸우뚱하고 기울었다.
단전에 생소한 기운 한 가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바로 소생환과 화운장로의 옥현귀진현공이 하나가 된 기운이었다.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추궁과혈 덕에 다행히 소생환의 기운을 모두 다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참, 칠채보왕단의 약력은 분명히 내가 다 흡수했었는데? 이건 대체 뭐지? 누가 좋은 영약이라도 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밖에는 없었다.
불사신기의 내공이 불길처럼 일어나자 소생환과 옥현귀진현공이 하나 된 힘은 꼬리를 말았다. 얌전히 자리를 내주고 뒤로 물러났다.
피식.
“누군지는 몰라도 고맙군.”
요여립과 막굉의 발악 때문에 입었던 심한 내상이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아직은 미약한 호신의 힘인지라 불사신기만으로는 단시일에 회복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참 고마운 일이었다.
“기억해 두겠어.”
살짝 미소 지어 보인 용무린은 즉시 운공에 들어갔다.
누구의 선의인지는 몰라도 그 선의를 최상의 결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사신기의 내공과 합일을 시켜 놓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
그 시간 백리소옥은 백리장천 앞에 앉아 있었다.
이틀 내내 요여립과 혈견사흉 둘째에게 입었던 내 외상을 다스리게 한 후 드디어 불렀던 것이다.
백리장천은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가출이라니! 이 무슨 경솔한 짓이더냐?”
“……!”
“명문가의 여식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 있다. 네 개인 혼자만의 생각으로 행한 일이 가문에 얼마나 누를 끼친 줄 아느냐? 이 아비, 운전추 그 사람을 볼 낯이 없었느니라.”
잠자코 듣고 있던 백리소옥이 고개를 꼿꼿이 세웠다.
백리장천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선대로부터 결정된 혼약, 가문의 명예도 생각하셔야 하는 가주의 입장이시니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묻겠습니다, 아버지. 과연 여식의 행복이라는 것은 가문의 명예보다 훨씬 못한 것인가요?”
“……!”
백리장천은 대답하지 못했다.
백리소옥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는 야비한 승냥이의 머리에 뱀의 심장을 지녔어요. 제 시비에게 음적이나 다름없는 짓을 하려다 걸린 것을 보거나 당시 백면서생에 불과했던 용무린 공자에게 무참히 자행한 짓을 보면 잘 알 수 있으실 것이에요. 그럼에도 제가 그런 사내와 혼인을 해야 하나요?”
백리장천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가로저어지고 있었다.
솔직히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성산지약의 일로 인해 곁에 두고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운적풍의 심성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식의 배필로는 도저히 받아줄 수 없을 만큼 마음에 전혀 들지 않았다.
‘그 망할 선대의 약속!’
하다못해 신주오가의 일원만 아니었어도 편하게 파혼을 하련만 같은 조사를 모셨던 가문인지라 함부로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 신주오가의 단합이 깨어져 버릴 수도 있단 말이지.’
절대검신 독고황 조사 이래 찬란하게 일어난 다섯 가문이었지만 역사가 너무나 짧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로 대변되는 현 무림의 중추들과 계속해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단합이 필수다.
“저를 막지는 못하실 거예요.”
“뭣이라?”
“저는 운적풍 그 파렴치한 사람과는 절대로 혼인을 할 생각이 없어요. 아니, 하지 않겠어요.”
“이 녀석. 말을 함부로 하지 말거라.”
백리장천이 짐짓 눈을 부라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백리소옥은 단호한 시선으로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제 인생의 주인이 제가 아닌 다른 누구라면, 제 선택으로 만들어 나가는 삶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명령과 압박으로 결정되는 삶이라면, 차라리 삶을 포기하겠어요.”
“감힛! 그게 지금 아비에게 할 소리냐?”
백리장천의 눈이 역 팔자를 그렸다. 분노로 인해 얼굴색도 급격히 붉어졌다.
백리소옥은 자리에서 발딱 일어섰다.
“차라리 저를 파문하세요, 아버지.”
“……!”
“아미로 가겠습니다. 아니면 혀를 깨물지요.”
백리소옥은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섰다.
그 순간 백리장천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툭 튀어 나왔다.
“용무린 그 아이 때문이냐?”
흠칫!
“……!”
이번에는 백리소옥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백리장천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개방의 화운장로께서 그러시더구나. 너와 용무린 그 아이가 참으로 잘 어울린다고 말이다. 개방의 장로가 본가와 운룡장 사이의 혼사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고……. 이 아비가 알아야 할 일이라도 있는 게냐?”
백리소옥이 다시 몸을 돌렸다.
어느새 사르르 붉어진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예, 그분을 흠모해요. 그 높은 학문과 인품과 의지로 제게 새로운 깨우침을 주셨기 때문이에요.”
“……!”
“학문과 인품과 의지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불과 석 달을 조금 넘긴 시간 만에 운적풍을 누를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단련했으며 음적들의 손에서 저를 구해냈어요. 그런데 어찌 흠모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백리장천의 눈이 질끈 감겼다.
인정한다. 용무린은 천재다. 미래가 너무나 기대가 될 정도로 탐이 난다. 석 달 조금 넘긴 시간 만에 그 정도이니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다.
‘그놈의 선대의 약속만 아니었다면 무슨 수를 쓰던지 간에 이 아비가 먼저 나서서 혼사를 추진했을 것이다. 네 나이가 비록 두 살 더 많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지 못해 한스러울 뿐이다.
한 가문의 수장이라는 지위는 자식의 행복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제가 그분을 흠모하는 것과 운적풍과의 파혼은 전혀 별개의 문제에요. 저는 제 삶의 주인이 저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자랑스러운 백리세가의 일원으로서 삶을 계속할지 아닐지는 이제 오롯이 아버지께 달렸어요.”
결국 백리장천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요여립과 혈견사흉의 손에서 네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행운은 자주 오는 법이 아니니라.”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던지 백리소옥은 백리장천의 눈을 계속해서 빤히 들여다보았다. 깊은 한숨과 함께 백리장천이 말을 이었다.
“……휴우, 심사숙고해 보겠다.”
정말 크게 양보한 발언인 셈이다.
백리소옥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 옅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감사해요, 아버지.”
***
새로이 얻은 10년의 내공을 무사히 불사신기와 합일시킨 용무린의 눈이 떠졌다.
그런데,
“아버지? 의숙님들, 어, 언제…….”
당황스럽게도 용대명과 두 의숙들이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용무린을 지켜보고 있었다.
용무린은 화들짝 놀라기보다는 자책이 먼저 들었다.
‘휴우, 아직 멀었구나.’
전생에 비해 내공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감각까지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아무리 살기를 뿜어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까지 모를 수 있다니!’
살기를 드러내지 않고 다가올 능력을 지닌 자객이었다면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그때 용대명의 입이 나직하게 열렸다.
“장하구나, 아들아. 네가 가문의 천형에서 벗어난 것이 불과 백 일이 채 되지 않았구나. 한데 은원을 갚은 것으로도 모자라 백리세가 장중보옥의 목숨과 정절까지 지켜 낼 정도가 되다니…… 이 아비는 네가 무척이나 자랑스럽구나.”
낯이 간지러워진 용무린은 그저 피식 하고 살짝 웃어 보이고 말았다.
“개방의 화운장로와 소림의 일각대사님으로부터 다 들었느니라.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분명히 책망은 아니다.
하지만 용무린은 어쩐지 용대명과 두 의숙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장부로 태어나 의와 협을 행하는 것을 무어라 책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느니라. 하나, 부디 순간의 충동으로 비롯된 너무 무모한 방법은 지양해 주었으면 한다.”
자식의 안위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빤히 느껴지는데 그 앞에 무슨 대거리를 할 수 있겠는가? 용무린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그제야 안색이 풀린 두 의숙이 다투어 입을 열었다.
“혼자서 대체 어떻게 그 정도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구나. 그저 대견할 뿐이다. 혹여 내가 이 의숙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하도록 하거라. 힘을 다해 도와주겠다.”
“마찬가지다. 벌써 요여립과 막굉과 같은 자들을 상대할 정도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진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우리들의 힘을 필요로 할 때가 있을 터, 그럴 때는 주저 없이 말하거라. 있는 힘을 다해 널 돕겠다.”
진교운과 유백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용무린은 빙그레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용대명의 따뜻한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그래, 몸은 좀 어떠하냐?”
“좋습니다, 아버지. 어떤 분께서 손을 쓰셨는지는 몰라도 내상은 말끔해졌습니다.”
정신을 차린 후 불사신기로 치유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의적절한 치료가 확실히 효과를 발휘했다. 10년에 불과하지만 내공까지 훌쩍 늘어났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만 할 질문이었다.
“소림의 일각대사님께서 소림비전의 소생환을 내어주셨다. 거기에 더해 개방의 화운장로님께서 추궁과혈을 베풀어 주셨지.”
역시 생각대로였다.
‘생면부지인 내게 그 정도로 인심을 쓰다니 의왼걸?’
기물이랄 수 있는 소생환도 그렇고 추궁과혈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효과가 큰 만큼 내공의 소모가 극심해 웬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 해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두 분께 큰 은혜를 입었다. 일어서는 대로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거라.”
용무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찾아뵙고 오겠습니다.”
“잘 생각했느니…… 그래, 다녀오너라.”
용대명이 넉넉한 미소로 용무린을 보냈다.
화운장로와 일각대사를 찾아 문을 나서며 용무린은 고민에 빠졌다.
‘한 번 붙자고 할까? 말까?’
고민 끝에 용무린은 인사만 하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도움을 줬잖아?’
기껏 도와줬는데 대뜸 싸우자고 하긴 조금 그랬다.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소림의 일각대사와 개방의 화운장로를 찾는 일은 무척이나 쉬웠다. 문 밖을 나선 후 몇 걸음 떼자마자 바로 보였다. 두 사람 역시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용무린을 확인한 화운장로가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흘흘흘. 어떠냐? 몸은 좀 괜찮으냐?”
“덕분에…….”
여전히 처음 봤을 때와 같은 하대였었지만 추궁과혈 이야기를 들었던 것 때문인지 처음처럼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은 없었다.
“애써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용무린이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기분 좋게 웃어 보이던 화운장로가 손사래를 쳤다.
“감사는 무슨? 정말 고마우면 이 늙은이랑 손이나 한번 섞어보지 않으련?”
이게 웬 떡이야?
그렇지 않아도 한번 붙어보고 싶었던 차였다.
용무린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좋지요.”
“흘흘흘…….”
화운장로가 기분 좋게 웃었다.
장소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숙소 앞마당으로 결정됐다.
소림의 일각대사가 빙그레 웃으며 주변을 지켰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는 것이다.
“후학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화운장로.”
화운장로와의 비무 소식을 듣게 된 용대명이 한 걸음에 달려 나왔다. 감사 인사를 했다. 이미 화운장로의 내심을 알아차린 듯했다.
물론 진교운과 유백 역시 마찬가지였다. 용무린을 향해 진심 어린 충고를 해 주었다.
“오늘의 가르침을 잊지 말고 용맹정진 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기연,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여라.”
다들 저렇게 말하는데 어쩌랴?
용무린은 내심 한숨을 길게 쉬었다.
‘후우, 살수까지 써가며 대거리는 하지 못하겠구나.’
이것으로 용무린의 행동도 결정이 되었다.
‘어차피 내 진짜 실력은 살짝 감춰야 하니 대충 풍뢰와 비연을 손에 익숙하게 만드는 수련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화운장로가 슬쩍 한 발을 뒤로 뺀 후 태극권 추수를 하듯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흘흘흘. 준비가 되면 언제든 오거라.”
자연스러운 기도.
만년 거암이라도 되는 양 흔들림이 없다.
‘과연 개방의 장로라는 건가?’
자세만 봐도 얼추 짐작이 간다.
요여립과 막굉 두 놈이 한꺼번에 덤벼도 능히 짓누를 수 있으리라.
‘신교 오궁 소속 무력단체들의 부 단주쯤 되겠구나.’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모두 저 정도이지는 않겠지만, 꽤 대단한 무위다.
“갑니다-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무린은 앞으로 쏘아졌다.
스릉. 쐐애액.
동시에 풍뢰가 미끄러져 나오며 발도가 이뤄졌다. 마치 쾌검을 연마한 검수가 그러하듯 도를 꺼냄과 동시에 화운장로의 어깨를 쳐갔다.
“웃!”
이렇게 곧바로 짓쳐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화운장로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급히 장력을 밀어냈다. 성명절기인 연화신장이었다.
파앙. 파앙.
꽃이 피듯 둘로 나뉜 장력이 풍뢰를 막아섬과 동시에 용무린의 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멈칫. 휘릭. 후웅. 후웅.
엇박자로 진격을 멈춘 용무린이 오른쪽으로 휘돌았다. 장력은 허무하게 옆으로 흘렀다.
패액.
휘돌았던 회전력까지 머금은 풍뢰는 여전히 화운장로의 어깨를 노렸다.
“이런!”
화운장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황급히 내공을 더 이끌어 낸 후 두 손에 운집했다. 사납게 전면을 휘감았다.
따다당!
순간적으로 맑은 종소리가 세 번이나 울렸다.
직선으로 어깨를 노리던 풍뢰가 삼 연격으로 변해 목과 천령개를 동시에 공략했는데 그걸 다 막아낸 것이다.
지이잉.
‘큽!’
용무린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장법과 권법의 여타 고수들처럼 팔목에 차고 있던 쇠 팔찌 따위로 방어를 해낸 것이 아니었다. 공력을 운집시킨 적수공권으로 풍뢰에 어린 예기를 받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뢰가 몸살을 앓았다. 손아귀가 터질 듯 아렸다.
‘우라질 놈의 내공, 더럽게 세네.’
내공만큼은 화경 완숙의 경지임에 틀림없다.
장력과 부딪힌 반탄력으로 인해 풍뢰가 위로 활짝 들렸다. 가슴이 빤히 드러난 것이 그 증거다.
‘부 단주 급이란 말은 취소다. 단주 급이다.’
늙은 생강이 맵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클클클, 이젠 내 차례다 아이야.”
휘리릭. 투웅.
술에 취한 듯 비틀 몸을 흔든 화운장로의 신형이 번개처럼 안으로 파고들었다. 벼락처럼 일 권을 찔러왔다. 취팔선보에 이은 파옥권이었다.
‘젠장.’
풍뢰가 뒤로 튕기며 자세가 흩뜨려졌다. 두 손으로 잡고 무게를 실었던 터라 비연을 던져 내기에도 늦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실전에 어디 도검만 쓰라는 법이 있다더냐?’
후욱.
금계독립의 자세를 취하듯 무릎이 접혀 올라갔다.
파악. 파바바박.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졌다.
번개처럼 발을 바꾸어 뻗어낸 이연슬격에 이어 연환퇴각이 작렬했고 일 권처럼 보였던 화운장로의 파옥연환결과 상쇄된 것이다.
“클클클, 좋구나, 좋아.”
화운장로가 환하게 웃으며 짓쳐들었다.
파옥권은 어느새 용음십이수로 바뀌어져 있었다.
쉬이익.
“차아아!”
따앙. 타타탕.
그 사이 그어 내린 풍뢰와 용음십이수가 맞부딪히며 종소리를 내었다.
“크읍!”
용무린의 몸이 뒤로 쭈욱 밀렸다.
하지만 그냥 맥없이 밀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피잉.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비연이 날아올랐다. 화운장로의 허벅지 어림을 노렸다.
반짝!
화운장로의 눈가에 신광이 번득였다.
“요놈!”
쉬이익.
용음십이수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화운장로의 손이 비연을 잡아채갔다.
‘흥, 그건 어려울걸?’
튀잉.
용무린의 손가락이 천잠사를 살짝 잡아 뜯었다. 직선을 그리던 소검비연의 방향이 뒤틀렸다. 갑자기 위로 훅 치솟았다. 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휘리릭. 파악.
그림처럼 거슬러 오른 회선금나수에 의해 결국 잡혀 버리고 말았다.
“하하하. 이리 오너라!”
화운장로가 소검 비연을 확 잡아 당겼다.
피잉.
손목에 질끈 묶인 천잠사로 인해 용무린의 자세가 앞으로 휘청 기울었다.
‘우라질 놈의 영감탱이가 자꾸만 성질을 긁는구나.’
마음만 같아서는 벌써 천잠사로 회선금나수를 휘감아 끊어냈다. 아니, 그 전에 한 번 튕겼을 때 이미 배에 바람구멍 하나는 뚫었다.
‘내공만 충분하고 전생에 사용하던 감각만 오롯이 되살아났으면 말이지.’
방금 던진 소검 비연은 완전히 빗나갔다. 원하던 변화를 다 못 일으켰다. 예전 수준으로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확실히 수련이 조금 더 필요하다.
스파파파-팡!
연화장법의 절초 중 하나인 전광연화가 짓쳐들었다.
‘환장하겠네, 정말.’
맞받아 쳐야만 한다.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초식이라도 펼치고 싶은 마음에 손이 근질근질했다. 물론 펼칠 수는 없었다. 내공기반도 다른데다 약했고 전혀 정파답지 않은 독랄한 초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별 수 없다.’
“하아아!”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풍뢰가 눈부신 속도로 전면을 휘감았다. 회두망월, 고월침강, 삼환투월에 이은 태산압정의 삼재검법 아니 삼재도법 연환기였다.
타타탕.
전면으로 밀려들던 손 그림자 세 개는 막아낼 수 있었지만 결국 두 개는 놓쳤다.
퍽. 퍼억.
“큽. 크읍.”
가슴과 복부에 연거푸 장력을 얻어맞은 용무린은 주춤 주춤 네 발이나 뒤로 물러났다.
“클클클, 여기까지 하자꾸나 아이야.”
용무린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치사한 영감탱이. 두 대나 얻어맞았는데 바로 끝을 내냐? 신나게 때렸다 이거지?’
끓어오르는 성질을 사력을 다해 억눌렀다. 겉으로 표시를 내지 않았다. 숨을 몇 번 몰아쉬며 진기를 다스린 후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끝까지 무탈하게 마쳤다.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는 용대명을 보자 잘 참아낸 스스로가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화운장로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익힌 것이 삼재검법이더냐? 아니, 삼재도법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렇습니다. 삼재검법을 기본으로 하여 군더더기는 제외한 후 실전적인 움직임만 뽑아 언제 어느 자세에서도 펼칠 수 있도록 단련했습니다.”
“역시…….”
화운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지켜보던 일각대사가 칭찬을 해왔다.
“천 초를 펼칠 수 있다 하여 두려워 말고 한 초가 숙련되었음을 두려워하라 했느니……. 그 말이 참으로 옳소이다, 용 시주. 무릇 이름난 무공초식이란 것들의 처음은 삼재검법이나 마찬가지라오.”
화운장로가 그 뒷말을 이었다.
“그래, 열심히 하거라. 언제 어느 자세나 각도에서도 마음먹은 만큼 마음먹은 속도로 뿌릴 수만 있다면 어설픈 무공초식보다도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엇박자의 진과 퇴, 그리고 회전의 연환 역시 좋았소. 딱히 명문의 보법은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문파의 비전보다 더욱 위력적이었소. 앞뒤 꽉 막힌 우리 소림의 제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오. 허허허…….”
“흘흘흘, 처음에 그 엇박자의 운신과 공격에 어찌나 놀랐는지 원…….”
“허허허, 소승이 보기에도 그래 보였습니다.”
“흘흘흘, 그랬는가?”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화운장로와 일각대사의 칭찬에 용대명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고맙다, 아들아. 이 아비는 너를 믿는다. 부디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대공을 이루거라.’
화운장로가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래, 오늘의 비무로 네게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알아 낼 수 있었느냐?”
그걸 말이라고!
‘전생에 사용하던 내공의 절반 정도만 있었어도 당신은 이미 죽었어. 알아?’
생각이야 그랬지만 용무린은 심사숙고하듯 잠시 뜸을 들였다 대답했다.
“……미약한 내공과 삼재검법을 훌쩍 뛰어 넘는 무공초식의 부재인 듯합니다.”
“흘흘흘, 그렇다 아이야.”
“삼절일학이라 불리었다더니, 이제는 사절일학이라 하여도 충분하겠구나. 가히 천재로고…….”
화운장로와 일각대사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면 그 약점을 뛰어 넘을 방법은 생각해 보았느냐?”
“생각해 둔 것이 있을 듯한데 말이오.”
지금 누구 약 올리나?
무공이야 성산지약이 풀리면 내 원수인 절대검신 독고황의 검법을 차지할 생각이니 되었다. 지금은 아쉬운 대로 이렇게 임기응변해도 된다.
‘문제는 내공인데…….’
어디서 만년금구의 내단과 같은 영단 영약을 구해 먹지 않는 이상 세월이 약일 수밖에 없는 거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 아니겠습니까?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듯, 용맹정진하다 보면 내공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리라 믿습니다.”
“……!”
“……!”
화운장로와 일각대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공초식은 마침 두 분의 말씀에 깊이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저는 저만의 길을 찾을 것입니다. 빠르고 강력하지만 부드러우며 날카로운 초식, 더불어 무겁지만 표홀한 초식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절대검신 독고황의 검법을 찾기 전까지는 신마로 올라서기 전까지 사용하던 독문무공을 재해석하고 가다듬어 조금이라도 정파스럽게 만들어 쓸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
이번에야말로 성산의 기문진이 열리고 절대검신 독고황의 절기를 찾게 된다면야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장담할 수 없다.
‘그때를 위해서 준비해 놓는 것이 현명하겠지?’
그래야만 미약한 내공으로도 시건방진 놈들을 짓밟아 줄 수 있게 된다.
***
운전추는 박살이 나버린 운적풍의 머리맡에서 이를 갈고 있는 중이었다.
“내 어떻게 하든지 간에 이 피 맺힌 원한을 갚아주고야 말 것이다.”
백리세가에서 다급히 손을 썼다.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용무린의 목숨을 살려낸 어의 출신 의원을 붙여 주었다. 그 덕에 운적풍 역시 목숨을 잃지 않았다.
아드득.
“감히 운룡장의 적통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정말 무지막지하게 부서졌다.
갈비뼈는 수십 조각으로 나뉘었고 팔 다리 뼈 역시 성한 곳이 없다. 근육과 신경 그리고 가장 중요한 중요 심맥마저 망가졌다. 한마디로 폐인인 셈이다.
그때였다.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고 누군가 불쑥 들어섰다.
“어엇? 혀, 형님?”
운위영. 운전추의 바로 윗사람으로 장주인 운엽상에 이은 둘째였다.
“되었다. 일어날 것 없다.”
고개를 살짝 흔들어 보인 운위영이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운전추 손에 건넸다.
톡 쏘는 듯하며 살짝 달큰한 냄새가 그 안에서 흘러나왔다. 운전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것은 혹시?”
“그래, 조카를 고칠 영약이다.”
“형님!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카 때문에 심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한데 이 영약의 이름이……?”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구나. 어서 먹이기나 해라.”
설마하니 거짓이겠는가?
아직은 말하지 못할 무슨 사정이 있겠지.
“예, 형님.”
냉큼 고개를 끄덕여 보인 운전추는 밀봉된 단약을 벗겨낸 후 운적풍의 입을 벌렸다. 천돌혈을 눌러 단약이 넘어가도록 만들었다.
이제 걱정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 운위영이 냉큼 돌아섰다.
“형님. 기왕 오신 걸음, 성산지약이나 보고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피식.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너의 임무. 잘 처리하거라. 풍아을 보호하지 못한 실책을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 장주님께는 내가 알아서 잘 말해 놓겠다.”
“가, 감사합니다, 형님.”
푸스슷.
둘째 형의 배려에 감격한 운전추가 시선을 빼앗긴 사이 운적풍의 전신에서 묵빛 기류가 일렁였다가 사라졌다. 그 기류를 확인한 운위영의 입가에 보기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곧 일어날 게다. 성산지약의 성공여부와는 상관없이 최대한 빨리 가문으로 돌아오너라.”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있지. 오면 알게 될 거다. 아! 성산에 가거든 용대명과 그 자식인 용무린의 행동을 잘 살펴라.”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니었다.
‘혹, 형님께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그 생각이 옳다는 듯 운위영이 섬뜩하도록 하얀 이를 드러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송충이가 뜬금없이 고기를 먹겠다고 나서는 것 하며, 겨우 백 일 남짓한 시간 동안 절정 고수 둘을 상대할 실력이 되어 버린 용무린이라는 애송이까지……. 너무나 수상쩍다. 절대 그들을 눈에서 놓치지 마라.”
“알겠습니다, 형님.”
운전추가 눈을 희번덕이며 대답했다.
***
고요히 가부좌를 틀고 앉은 용무린은 그리운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진천수라도!
교주 직속의 수라멸절단에 들어가게 된 후 사사한 자신만의 독문무공이었다.
‘원래는 그렇게까지 강력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미진한 곳을 자꾸만 고쳐나가다 보니 본래 사사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파괴적인 녀석이 되어 버렸지.’
아직도 기억이 선하다.
신교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서성과 광동성을 내 세상인 양 휘젓고 돌아다니던 그 시절이…….
‘신교의 지파로 뻗어나간 주제에 감히 겁도 없이 마도의 종주를 자처하던 배교와의 전쟁과 진짜 미친놈들만 모여 있던 혈교와의 전쟁은 정말 지독했었지…….’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차츰 깨닫게 되었다.
초식이라는 것을 곧이곧대로 펼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불필요한 허례와 허식을 차츰 지워나갔고 모자란 곳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채워나갔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진천수라도.’
오랜 전투를 위해서는 내공을 아껴야만 했고 도기나 도강을 되도록 뿜어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저 도 안에 휘돌려 도의 강도와 탄성 그리고 예기만 최상으로 유지하려 애를 썼다.
‘소검 비연의 탄생은 그 연장선상이었지.’
내공을 아껴야만 했지만 원거리에 있는 적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장력이나 도기 또는 도강을 날려야만 했는데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비검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다보면 장력이나 도기 도강을 날릴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어?’
전쟁 통에 원하는 만큼 소검을 들고 다닐 수 없어서 궁리 끝에 얇은 끈을 끝에 매달게 된 것이다. 즉시 회수한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배교의 대표무력단체였던 광마단의 단주 놈 목을 베어낸 후 심장을 보호하던 천잠사를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운이었어.’
처음 소검비연을 묶었던 끈은 아교풀을 먹인 것이었다.
당연히 만족할 수 없었다.
단단해지기는 했지만 원하던 만큼의 강도와 탄성을 가질 수 없었고 너무 무거워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천잠사를 손에 쥐었으니 얼마나 기뻐했겠는가? 당장에 천잠사로 대체를 했고 소검비연은 그때부터 희대의 기물이 되었다.
‘정말 노력 많이 했었지.’
천잠사로 바꾼 후 2년 동안 소검 비연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위해 정말 손가락이 문드러질 때까지 수련하고, 수련하고 또 수련을 했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비연오식.’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창안한 무공이었다.
물론 진천수라도를 해체하고 새롭게 발전시켜 봤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옛 일, 진천수라도와 비연오식 모두 완전히 새로 거듭나게 될 거야.’
개방의 화운장로에게 장담했었던 것을 그대로 이룰 것이다. 빠르고 강력하지만 부드러우며 날카롭고 무겁지만 또한 표홀해 자유로운 초식.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스물다섯의 나이에 배워 오십의 나이에 신교 교주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던 경험이 오롯이 내 안에 있다.
‘시작하자.’
용무린은 진천수라도와 비연오식을 천천히 해부하기 시작했다.
***
성산지약이 내일로 다가왔다.
행사를 주최하는 백리세가에는 희망의 기운이 물씬 넘쳤다. 신주오가의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시비들과 하인들마저 왠지 모르게 들뜬 모습이었다.
다섯 가문이 손을 잡고 나서서 무림의 악적 중 하나인 염라옥수와 혈견사흉을 처리했고 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운적풍마저 눈을 떠서 더욱 그러했다.
그러한 기대감과 기분 좋은 흥분을 뒤로한 채 화운장로와 일각대사는 백리세가를 떠났다. 염라옥수와 혈견사흉의 일이 다 처리가 되었으니 백리세가에 더는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터벅터벅 길을 걸으며 화운장로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 듯 볼멘소리를 했다.
“에잉, 옹졸한 사람들. 그깟 행사 내가 좀 보면 어때서 쫓아내누?”
“허허허. 이번에야말로 절대검신 독고황 조사의 유진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차 있지 않습니까? 다섯 가문에서 무려 70년 동안이나 기대해 왔던 가장 큰 일이니 이해 하셔야지요, 아미타불…….”
“누가 그걸 몰라? 나는 그냥 아쉬워서 그러는 거야, 아쉬워서.”
“허허허. 압니다, 알아요. 용무린 시주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침을 내려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 아마 용 시주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쁜 녀석. 이 늙은이가 기다리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버티고 안 나오다니!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그렇지, 어디 무공 창안하는 게 일조일석에 이룰 수 있는 문제야? 나랑 좀 함께 하면서 쉬었다가 해도 되잖아!”
“허허허, 선배. 용 시주는 천재입니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천재는 범인과 다릅니다. 집중력 자체가 다르다는 말입니다. 지난 사흘 내내 자신의 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겼다고 하니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우라질, 겨우 그 정도 시간에 굉장한 수준의 무공을 창안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솔직히 그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화운장로 역시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불과 석 달 만에 절정의 무인 둘을 차례로 넘어 선 천재가 어떤 무공을 만들어낼 것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던 것이다.
‘제길, 그래서 조금 더 버티고 있다가 확인까지 하고 가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매정하게 우리를 쫓아내?’
일각대사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다 알고는 있지만 아쉽고 또 아쉬울 뿐이었다.
“하여간 성산의 일이 모두 끝나면 꼭 한 번씩 찾아오라고 말은 전했지?”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용대명 시주에게 전했으니 용무린 시주에게 틀림없이 전달이 될 것입니다.”
씨익.
그제야 화운장로의 얼굴에 미소가 되돌아왔다.
“일단 다시 한 번 붙어보고 나서 함께 강호 주유나 해야지. 그 녀석 데리고 이곳저곳 참견하고 다니면 참 재미있을 거야.”
“그때는 소림에도 꼭 한번 들러주셔야 합니다, 선배.”
“소림에? 왜?”
“일행에 반드시 포함시키고 싶은 제자가 하나 있어서 그렇습니다.”
살짝 눈을 가늘게 떴던 화운장로의 입에서 이름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왔다.
“정명?”
“허허허…….”
일각대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화운장로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혜월 장문방장의 직전제자이자 소림의 미래로 불리는 녀석이니 나쁠 것 없겠지. 좋아. 꼭 들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선배.”
“아오, 어디부터 다녀야 잘 돌아다녔다고 소문이 날까나?”
떡 줄 사람은 아직 생각지도 않는데 벌써부터 헛물을 켜는 화운장로였다.
***
탐스럽도록 둥근 달이 떠올랐다.
보름은 비록 성산지약이 있는 내일이었지만 달은 벌써부터 온누리에 밝은 빛을 뿌렸다.
은은한 달빛 아래.
반짝.
풍뢰가 서늘한 빛을 반사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 바꾼 초식을 펼쳐 보기에 앞서 풍뢰와 비연이나 완전히 손에 익혀 놓자.”
나뭇잎을 예로 들 때,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것을 그대로 절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게 몇 조각이든 말이야.”
살랑! 쉬가가각.
나뭇잎 하나가 떨어져 내릴 때 풍뢰가 엄청난 기세로 전면을 휘감았다.
푸스스.
무려 36조각으로 나뉜 나뭇잎이 바람에 흩어졌다.
“이 정도야 속도와 정확성만 신경 쓰면 어지간한 놈들은 곧잘 해내지.”
하지만 나뭇잎의 표면만 살짝 가르거나 원하는 만큼만 자르고 멈추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무늬를 새기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살랑. 파아아.
나뭇잎 하나가 갈지자로 찢어졌다.
용무린의 눈자위가 못마땅한 듯 살짝 일그러졌다.
‘역시 완전히 숙련시킬 시간이 조금 필요해.’
원하던 것은 부드러운 나선이었다.
하지만 속도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했기에 나뭇잎이 쫙쫙 찢어져 버린 것이다. 내공의 부족 문제도 한 몫 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상의 공백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풍뢰를 손에 잡았어. 다시금 내 마음을 고스란히 재현해 내도록 만들어야만 해.”
용무린의 머릿속에 일반적인 무인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높은 경지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몸과 검의 하나 됨이라하여 신검합일 아니 내 경우에는 신도합일이라고 해야 하려나?”
검이든 도이든 상관이 없다.
손에 든 것이 무엇이든 나와 진실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검이든 도이든 손을 살짝 떠난다고 하여도 내 마음처럼 움직이게 되는 법이지.”
신검합일을 먼저 이뤄야지만 어검술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다음 단계인 심검도 노려볼 수 있다.
“절대검신 독고황의 절기가 검술이었으니만큼 풍뢰와 비연과 나 사이의 감각을 최소한 전생의 수준만큼은 끌어 올려놓아야만 해.”
완전히 새로 태어난 진천수라도의 초식은 이미 마음속에 있다. 언제든 뽑아내 펼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풍뢰와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채 펼치는 것으로 만족해서야 별 의미가 없는 일이지. 그 순간부터 정체되고 퇴보하는 거야.”
내공조차 약한 현실에 내 마음을 담지 못한 초식, 내 마음대로 오롯이 펼쳐지지 않는 초식을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는 법이다.
살랑. 쉬리릭. 패애액.
나뭇잎이 떨어질 때마다 풍뢰가 화려하게 허공을 휘감았다. 그때마다 나뭇잎은 수십 조각이 되거나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살랑. 쉬가가각. 피이잇.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뭇잎의 절단면은 유려한 곡선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때때로 아예 잘리지 않고 표면에 미세한 선만 그려질 때도 있었다.
이미 한 번 올랐던 경지라고는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빠른 적응이었다.
살랑. 살랑. 피이잇. 촤촤촤촥.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락.
저만큼 앞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
용무린의 수련은 그 순간 멈추어졌다.
“아! 수련 중이었군요.”
놀라운 일이다.
백리소옥이 이 시간에 대체 왜 여길 찾아 온 것이지?
“미, 미안해요. 저는 그냥…….”
백리소옥은 허둥대며 몸을 돌렸다.
피식.
‘풍뢰가 공기 가르는 소리를 들었으면 수련 중이라는 걸 잘 알 텐데도 굳이 왔으면서 이제 와 저게 무슨 짓이람?’
수련을 멈추게 된 게 살짝 아쉬웠지만 용무린은 백리소옥을 불러 세웠다.
“할 말이 있어서 온 듯한데…….”
“아, 저, 그, 그게…….”
발걸음을 멈춘 백리소옥은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해했다.
용무린은 눈을 멀뚱멀뚱 뜬 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마음에 결정을 내렸는지 백리소옥이 용무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일이 성산지약 날이에요.”
“알고 있어.”
“끝나면 바로 가문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흐음,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의숙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다친 일로 하여 어머님과 여동생의 상심이 무척 크다고 했단 말이지.”
“아, 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용무린은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뭐야? 왜 왔는데?’
한참 재미있던 수련까지 멈추게 했으면 그만한 일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설마하니 내가 너무 좋아서, 막 보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닐 테고……. 대체 뭐지?’
백리소옥은 자신을 싫어한다.
운적풍과의 혼인을 거부하는 만큼이나 그럴 것이다.
틀림없다. 그 때문에 나를 자신의 침대에 뉘였을 뿐이고 그 후에는 두 살이나 위랍시고 막 대들고 그랬잖은가?
사르르.
백리소옥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돌았다.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아하, 그거?”
“저를 위해 위험을 무릅써 주신 점 잊지 않겠어요.”
“에이, 신경 쓰지 마. 내가 충동질한 거잖아. 나 때문에 공연히 험한 일 당하게 할 수 없었던 것뿐이야.”
“……!”
보기 좋게 붉어졌던 백리소옥의 인상이 확 변했다.
실망한 듯 살짝 화도 난 듯, 붉으락푸르락 종잡을 수 없이 자꾸 바뀌었다.
‘뭔데? 대체 왜 그러는데?’
변화무쌍한 것이 본디 여인의 마음이라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갑자기 저러는 것인지 용무린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를 정말 좋아해서 저러는 것은 분명히 아닌데 말이야.’
어디 마지막으로 한번 확인을 해 볼까?
“달도 밝은데, 우리 함께 정원이나 거닐어 볼…….”
“됐거든요?”
홱.
백리소옥이 찬바람 날 정도로 매정하게 돌아섰다.
“일 끝나거든 잘 가세요. 흥!”
“……!”
용무린은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싶은 얼굴로 백리소옥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
드디어 성산지약의 날이 밝았다.
“제수거리들은 준비 다 끝났나?”
“예, 총관어른.”
“그러면 빠뜨리지 말고 어서 말에 다 싣게나.”
“이미 다 실어 놓았습니다.”
“조사님 제사 준비는 이미 다 끝냈습니다.”
“좋아, 좋아.”
백리세가의 총관 곡운성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잽싸게 내실로 걸음을 옮겼다. 묘시 초에 일어나 목욕재계 후 기다려온 백리청우에게 알렸다.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오, 수고했네.”
“나머지 가문들에게도 연통이 갔습니다. 이제 모두들 나설 것입니다.”
“그래, 알겠네. 가세나.”
백리청우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밖으로 나섰다. 총관과 함께 백리세가 중앙에 마련된 대연무장을 향해 이동했다.
대연무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번 성산지약의 주최자인 백리세가의 주요 고수들은 물론이고 비룡문과 벽력도가 상관세가와 운룡장의 구성원들이 출발만을 기다렸다.
“어서 오십시오, 백리가주.”
“이거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도 방금 전에야 나왔습니다.”
“하하하. 하도 설레어 간밤에 저도 잠을 조금 설쳤더랬습니다.”
적당히 덕담을 주고받은 후 신주오가 연합은 드디어 성산으로 출발을 했다.
성산.
신주오가는 그곳을 성산이라 부르지만 관계가 전혀 없는 일반인들은 태행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구련산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하늘까지 닿을 듯 거대하게 늘어서 있는 암벽과 기암괴석이 웅장한 것이 특징인 구련산의 초입에 작은 구릉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예로부터 하늘로 이르는 길이라 하여 천문이라고 불렸다.
그곳이 바로 절대검신 독고황이 등선을 했다고 하는 성산인 것이다.
‘산이라고 하면 역시 십만대산인데 말이야…….’
은근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신교 주변의 산과 저울질을 하며 용무린은 구련산 천문으로 올랐다. 아무리 봐도 십만대산보다 못해 보였다.
“이번에는 정말 열릴까요?”
“어째 기분이 좋지 않아?”
“정말 그렇습니다. 올해는 어쩐지 성산의 기문진이 우리들에게 방문을 허락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오,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나같이 성산에 펼쳐져 있다는 기문진이 활짝 열리고 절대검신 독고황의 유진을 얻게 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웃기는 녀석들……. 그건 내 거야, 내 거.’
절대검신 독고황의 절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양보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용무린이었다. 정말 성산의 기문진이 열린다면 잽싸게 들어가 절대검신 독고황의 절기를 독차지해 버릴 생각이었다.
두근두근. 쿵쾅쿵쾅.
기대감 때문일까 아니면 무엇 때문일까?
성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용무린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허억! 이, 이럴 수가?”
“뭐,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서, 성산의 기문진이…….”
성산에 도착한 신주오가 연합은 망연자실해할 수밖에 없었다. 천문에 도착해 보니 이미 기문진이 깨어져 파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마귀환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