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화운장로가 어깨를 살짝 으쓱해 보였다.
“그거야 아직 모르겠다만, 뭐 누가 상대가 되든 상관이 있겠냐?”
“상관웅 공자와 비슷한 또래의 후기지수들을 많이 대동했다고 들었소이다. 아마 그 중 하나가 아니겠소?”
“내 걱정이 그거라니까? 상관웅과 비슷한 또래들이라고 해 봐야 오십보백보일 텐데, 저 녀석이 이번에도 너무 무식하게 짓밟을까 봐 그게 걱정이라고.”
“허허허, 설마요…….”
우려가 가득 담긴 두 사람의 시선이 용무린에게로 향했다. 용무린은 싱겁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을 생각이니까요.”
제갈영령의 일까지 처리해야만 하는데 공연히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너는 오늘도 제갈세가의 여식과 시간을 보낼 셈이냐?”
“……!”
허를 찌르는 질문.
일각대사마저 용무린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이었던지 용무린의 입에서는 대답 대신에 반문이 튀어 나가고 말았다.
“안 되나요?”
반문이 옹색하다 느껴졌는지 화운장로는 계속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짚어 나갔다.
“어쩔 속셈인데? 상관웅 그 망할 놈과의 혼사를 막으려는 생각인 것 까지는 알겠다만, 설마하니 네가 지금 당장 혼사를 치르려는 것은 아니질 않느냐?”
“마공을 익히고 있던 의문의 무리들로부터의 위협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소이다, 용 시주. 가문의 안전을 이유로 소림과 개방의 고수들이 아직은 비룡문에 있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룡문에 있을 수는 없지 않겠소이까?”
잠자코 듣고 있던 일각대사마저 나섰다.
말인 즉은 용무린 네가 지금 당장 제갈영령을 책임질 마음이 정말 있는 것인가? 비룡문에 쏟아지던 의문의 위협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이 순간에? 라는 것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이지?’
새삼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여인의 달콤함에 취해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되었었던 모양이로군그래.’
감히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할 힘을 되찾은 후에야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도 지킬 수가 있는 거다.
가문을 위협하고 있는 미지의 세력에 대한 처리를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사랑 놀음만 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라는 자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제가 정신이 살짝 어떻게 되었었나 보네요.”
용무린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천천히 숙여 보였다.
“깨우쳐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마지막으로 만나 미래를 기약하는 것으로 정리를 해야겠어요.”
“잘 생각했다. 상관웅 같은 놈과의 혼사를 깨는 것이야 나 역시도 찬성하는 바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문과 가문끼리의 정혼 약조를 깨는 일이 아니더냐? 깨자마자 네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허허허. 선배님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용 시주. 정녕 사모하는 사이라면 상대의 이름이 세인들의 입 초사에 오르내리도록 만들지 않는 것이 또한 아껴주는 일 아니겠소이까?”
피식.
용무린은 그저 풀썩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나 하시죠.”
“그래, 날이 날이니만큼 든든히 먹자꾸나.”
“허허허, 선배께선 언제나 든든히 드시지 않습니까?”
“핑계를 대려면 그럴 듯하게 대세요. 오늘 밤에 비무가 있는 사람이 저지 장로님이에요?”
“내가 뭘 어쨌다고 자꾸 그러는 게냐? 거지 치고 나만큼 적게 먹는 놈 있음 나와 보라고 그래라 인석아.”
세 사람은 그렇게 아웅다웅 식사를 위해 움직였다.
***
내원으로 향한 입구.
연인이 언제나 오려는지 노심초사 기다리던 제갈영령의 눈이 동그래졌다. 외원 저 멀리에서부터 용무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용가가.”
제갈영령이 한 달음에 달려 나갔다.
“령매.”
용무린이 환한 미소로 맞으며 제갈영령의 손을 잡았다.
“식사는요?”
“응, 방금 먹었어.”
“그러면 되었어요, 용가가. 오늘은 등룡각엘 가요.”
“등룡각?”
용무린의 눈에 호기심의 빛이 돌았다.
등룡각은 제갈공명이 손수 지은 곳으로 제갈공명이 그곳에 우뚝 서 천하를 내려다보며 천하경영의 신산귀계를 완성했다는 전설이 전해져오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예, 어서 가요 용가가. 등룡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정말 일품이거든요.”
“내가 거길 가도 돼?”
“당연하죠. 가요, 어서.”
제갈영령이 담뿍 웃으며 용무린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래, 그곳에서 이야기 하는 편이 더 낫겠다.’
제갈영령의 손에 이끌려 용무린은 융중산 정상에 세워진 등룡각으로 향했다.
융중산 정상에 자리한 등룡각.
‘과연 천하가 내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듯하구나.’
등룡각에 오른 용무린은 어째서 제갈공명이 이곳에 등룡각을 세웠는지 알 수 있을 듯했다. 등룡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에는 그만한 풍광이 엿보였다.
“어때요?”
“정말 멋진 곳이야, 령매.”
잠시 제갈영령과 함께 경치를 감상하던 용무린의 입이 불쑥 열렸다.
“령매.”
“네?”
“나를 믿어?”
무슨 의미에서 던진 질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지켜보던 제갈영령의 고개가 천천히 그러나 크게 끄덕여졌다.
“……네, 믿어요.”
용무린은 제갈영령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시간이 필요해. 사실 우리 비룡문은 미지의 적으로부터 위험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야.”
용무린은 천천히 비룡문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마공을 익히고 있는 미지의 적의 등장과 그 적들이 비룡문을 노리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누구도 감히 어쩌지 못할 힘을 얻게 되기까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자신의 각오까지 다 밝혔다.
“기다려 줄 수 있어? 내가 그놈들을 모두 박살낸 후 비룡문의 이름으로 된 정식 매파를 보내 올 때까지?”
“물론이죠.”
무슨 그런 당연한 것을 물어보느냐는 듯 제갈영령의 입에서 즉답이 튀어 나왔다.
“용가가께서 제게 용기를 북돋아 주셨던 그때, 자공의 연환계와 방통의 연환계를 예로 들어 제갈세가가 나아갈 길을 알려주셨던 바로 그때부터 제 마음은 오롯이 용가가의 것이었어요.”
제갈영령이 활짝 웃어 보였다.
“아무 염려하지 마시고 세상을 질타하고 오세요. 저는 언제나 용가가의 사람이니까요.”
“령매.”
“저는 이대로 내려갈게요. 어차피 한동안 뵙지 못할 터, 그리움 참는 연습도 해야 하니까요.”
여인이지만 정말 똑 부러지는 성격이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
환한 미소와 함께 그대로 몸을 돌리는 제갈영령을 용무린은 잡을 수가 없었다. 제갈영령은 그대로 등룡각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길, 여인만도 못하구나.’
당장에라도 뛰어 내려가 제갈영령을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을 용무린은 애써 억눌렀다. 지금은 그녀의 말대로 세상을 질타할 때이지 애정놀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거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령매.’
아직까지 꼬리도 잡지 못했지만, 그놈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과는 무관하게 최소 몇 년만이라도 확보하게 되면 비룡문은 그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할 아성을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전한 무공들로 인해 우리 비룡문은 완전한 무림의 명문세가로 거듭날 수 있을 거야.’
용무린은 제갈영령에게로 향하던 생각을 다시 세상으로 돌렸다.
‘그런 후 하나씩 하나씩 정복해 나가는 거지. 이 무림이라는 곳 전체를…….’
전생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생엔 기필코 이룰 것이다.
무후가 세상을 내려다보던 기상을 함께 느껴보려는 듯 용무린은 등룡각 끝으로 나아갔다.
“어라?”
그런 용무린의 눈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용사비등한 필체로 만들어진 편액이었는데 그 안에는 한 수의 시가 음각되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제갈무후의 시?”
맞았다. 삼고초려 당시 제갈공명이 읊었다던 바로 그 시가 편액으로 걸려 있었다. 용무린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무후의 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鳳 翔於千 兮 非梧不棲 봉 상어천 혜 비오부서
士伏處於一方兮 非主不依 사복처어일방혜 비주부의
樂躬耕於 苗兮 吾愛吾廬 낙궁경어 묘혜 오애오려
寄傲於琴書兮 以待天時 기오어금서혜 이대천시
봉황은 하늘을 날 되 오동나무 아니면 깃들지 않는도다.
선비가 한 곳에 엎드려 있는 뜻은 주인이 아니면 섬기지 않기 때문이라. 몸소 들에 나가 밭을 가는 이유는 내가 내 집을 사랑함이요, 한 가닥 거문고와 서책으로 마음을 달래는 연유는 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림이 아니랴.
‘응? 그런데 필법이 어째 저 모양이지?’
시를 읽어 나가던 용무린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용사비등하듯 힘이 넘치는 무후의 필체 속에서 몇몇 글자들의 꼬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휙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에 취해서 쓴 글인가?”
초서체로 되어 있으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물 흐르듯 흘려 쓴데다 보통 편액은 붓으로 먼저 글을 쓴 후 조각하듯 글씨를 파낸 자리에 먹을 먹여 누천년 보존되도록 만드는 것이니까. 애초에 저렇듯 삐뚤어지게 글을 쓴 후 교정도 아니 한 채 그대로 파내지 않는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편액인 거다.
“술에 취해서 쓴 글이라……. 그게 말이 되나?”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게 느껴졌다.
천하의 무후 제갈공명이다.
그깟 술 좀 마셨기로서니 무후의 필법이 저렇게 흩뜨려진다고? 게다가 그걸 교정도 아니 한 채 그대로 음각을 했다? 어림도 없는 일인 거다.
“필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런 생각을 하던 용무린의 뇌리에 가문의 비처에서 호심결과 칠채보왕단을 찾았던 아버지 용대명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맞아. 아버지 역시도 그 두 가지를 숨겨져 있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찾아냈다고 하셨잖아. 그렇다면?”
뭔가 느낌이 팍 왔다.
용무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휙휙 그어진 문자들만 따로 떼어냈다.
모두 합해 여덟 글자.
‘이런 글귀를 남기려 하셨나? 아니면 저런 글귀?’
용무린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체 계속해서 여덟 글자를 조합했다.
‘젠장. 뭐가 이래?’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말이 되지 않는 단어의 조합일 뿐이었다.
‘간혹 말이 되는 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게 무슨 특별한 뜻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말이 되어도 너무 뜬구름 잡는 표현들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어디 파자로 한번 다 풀어 볼까?’
신마 시절을 통틀어 보아도 그런 방법을 배운 적은 없었지만 용무린은 본능적으로 그래야 함을 알았다. 그리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천에 올랐던 태양이 갸우뚱하고 기울어가는 시간.
용무린은 놀랍게도 글자들을 전부 파자로 분해해 조합을 거듭해 숨겨져 있던 하나의 글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중주천하.
“뭐야 이게? 가운데 기둥이 천하라고? 아니면 천하 한가운데에 무슨 놈의 기둥이 있다고?”
글귀를 찾아내긴 했지만 도통 파자까지 만들어 내심을 숨겨 놓은 무후의 뜻을 알 수 없었다.
“에이, 씨. 헛짓 한 건가?”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위로 쳐들었을 때였다.
“응?”
반짝!
무엇을 보았는지 용무린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팔각정. 그래 이 등룡각은 팔각정이야.”
용무린은 재빨리 자신이 뽑아 놓은 글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방향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괴이한 방향으로 휙휙 그어진 이 글자들의 꼬리…….”
놀랍게도 그 꼬리들은 여덟의 방위를 말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꼬리들이 나타내는 여덟의 방위에 중주천하라고 된 글귀를 놓으면…….
“바로 저 기둥이 나온단 말이지.”
용무린의 시선이 등룡각의 천정 부위로 향했다.
용마루와 함께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상량 부위가 눈에 확 들어왔다.
“마룻대.”
용마루를 비롯한 지붕 전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받들고 있는 상량의 가장 큰 기둥.
‘내가 파자로 풀어낸 것이 정말 맞는다면, 그냥 아래에서만 본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뒤나 위가 보이지 않는 저 기둥에 뭔가가 있을 거야.’
두근두근.
용무린은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확인해 볼까? 아니면 말까?”
호기심이 시키는 대로 하자면 확인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이곳은 어디까지나 제갈세가의 비처 중에 한 곳, 함부로 하기가 조금 그랬다.
“어쩌지?”
용무린의 고민이 깊어만 가는 사이 해는 잘도 뉘엿뉘엿 서산 저편으로 기울어만 갔다.
***
제갈세가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곧 있을 상관세가와 비룡문의 소가주 용무린과의 해원의 비무 때문이었다.
대연무장은 어느새 말끔히 치워졌다.
제갈세가주와 초빙된 무당의 자엽도장이 자리할 천막이 세워졌고 상관세가와 비룡문의 용무린 그리고 화운장로와 일각대사가 머물 천막도 각각 세워져 있었다.
어느새 기울어져 가는 태양.
상관세가의 고수들은 일찌감치 나와 자신들의 자리에 모두 착석을 마쳤다. 제갈문군을 비롯한 제갈세가의 고수들과 초빙된 자엽도장 역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 원 참,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이 녀석은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잠시만 더 기다려 보시지요, 선배. 설마하니 용 시주가 오늘의 일을 잊을 리야 있겠습니까? 그만한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애가 단 화운장로를 일각대사가 달랬다.
그리고 그 시각 놀랍게도 제갈문군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늦는 이유가 있겠지. 상관세가라는 이름의 허망함을 보여주겠다고 한 말을 잊지 않았을 거야. 내가 이렇게 기다라고 있으니까…….’
솔직히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기만 했던 용무린의 모습은 제갈문군으로 하여금 한 가닥 기대를 가슴에 품도록 만들었다.
물론 상관웅을 비롯한 상관세가 고수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음에도 용무린이 나타나지 않자 빈정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흥! 겁이라도 난 모양이로군그래.”
“용무린 그 겁쟁이 녀석, 도망이라도 친 것 아냐?”
“비겁한 놈!”
“천하에 이 비겁한 겁쟁이 놈의 일을 널리 알려야만 합니다.”
상관세가 고수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상관엽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앞으로 일 각! 그 시간이 지나면 본 상관세가에서는 용무린이 겁이 나 도주를…….”
끼이익.
“어라? 벌써 다들 모여 있네?”
외부로 나 있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용무린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한 것으로 알겠…….”
“하여간 성질들도 급하네, 모두.”
용무린은 계속해서 상관엽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멋쩍어진 상관엽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저놈의 애송이를 그냥!’
성질 같아서는 단숨에 머리통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어차피 잠시 후면 상관혁련의 주먹에 죽을 목숨이었으니까.
‘일초에 죽여라. 반드시.’
‘예, 숙부님.’
상관엽과 상관혁련은 살기 띤 눈빛을 서로 주고받았다.
화운장로가 성질을 버럭 냈다.
“야 이 녀석아. 대체 뭘 하다 이제야 오는 거야?”
피식.
“아, 주인공은 늦게 나타나는 거 몰라요?”
“뭐야?”
“내 상대는 누구죠?”
화운장로의 말을 싹 무시해버린 용무린의 시선이 상관세가의 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신을 향한 살기 가득한 시선들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인지 씨익 웃었다.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싸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