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결자해지 (34/104)

3.결자해지

“우오오!”

“그런 기연이!”

“매화자들이 떠드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은 전부 사실이었군요.”

“맞아! 역시 절벽에서 떨어져야만 해.”

“아무렴. 기연은 뭐니 뭐니 해도 절벽과 동굴이지!”

다섯 조장들은 용무린의 허술한 핑계에 열광했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뭐, 뭐야? 어떻게 이딴 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있지?’

조금 황당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어차피 목적은 이들에게 가문이나 문파의 절기를 되돌려주는 것이었으니까.

“하여간 그때 내가 그 비급들을 다 외워뒀다. 어때? 한 번 배워볼래?”

“배우겠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다섯 조장이 일제히 부복했다.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좋았어.”

용무린은 품속에서 밤새 직접 써내려간 종이 뭉치 다섯 개를 꺼내 내밀었다. 펼쳐서 확인한 후 다섯 조장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현허는 이거. 당건은 이거. 그리고 남궁유룡은…….”

“이, 이것은……?”

“허억!”

“서, 설마…….”

받아 든 것을 확인한 다섯 조장의 눈이 격렬히 떨렸다.

하나 같이 자신들 가문이나 문파의 절기들, 그것도 이미 유실된 지 오래된 절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

“……!”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70년 전 벌어졌던 신마대전 당시 갑작스레 죽어나간 많은 수의 어른들로 인해 끊겼던 무공의 연결고리가 이렇게 이어질 줄이야!

주르륵.

현허의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아, 왜 울고 그래?’

용무린은 현허의 눈물을 보며 더욱 미안해졌다.

오늘날 점창이 유명무실하게 된 이유는 신마 진무량 시절 자신이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이었으니까.

쿵.

현허가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점창의 선조들께 아룁니다. 신마대전 이후 사라졌던 분광십팔검이 다시 돌아왔나이다. 점창은 이제, 점창은 이제 다시 해를 떨어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크흑.”

그랬다. 분광십팔검이야말로 점창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사일검법을 비롯한 몇몇 절대무공으로 가는 연결고리, 분광십팔검의 분실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던 것이다.

쿵.

그 곁에 서 있던 당건 역시 무릎을 꿇었다. 격동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당가의 선조들께 고합니다. 구환살이 돌아왔나이다.”

당건이 격동하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구환살이 당문의 절대절기인 만천화우를 배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연결고리였기 때문이었다.

구환살 없이는 만천화우를 익힐 수가 없었다.

당가에 만천화우의 비급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 누구도 펼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나머지 셋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궁유룡은 운룡장이 자신들의 앞마당인 합비에 자리를 잡고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보면서도 제왕검형을 잃었기에 감히 나설 수 없었다.

제왕검형의 비급이야 남아 있긴 했지만 그 수준이 너무 높아 비급만으로는 익힐 수 없었던 것이다.

제왕검형을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창궁무애검법을 익혀야만 가능했는데 바로 오늘 그 창궁무애검법의 모든 것이 자신의 손에 돌아왔다.

툭. 투둑.

남궁유룡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떨어지는 눈물을 느끼지도 못하는 듯 용무린이 건넨 종이를 품에 소중히 안을 뿐이었다.

팽도옥은 오호단문도법으로 갈 수 있는 철혈도법을 받았다. 황보패는 천왕신권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만 하는 벽력삼권을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총순찰.”

“팽가의 적자 도옥. 총순찰의 은혜에 목숨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저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일 줄이야.

‘거참, 왠지 뿌듯하고 그러네.’

마음의 짐이 훨씬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공연히 멋쩍어진 용무린은 다섯 조장들을 일으켜 세웠다.

“아, 뭐해? 빨리 일어나!”

“감사합니다, 총순찰.”

천천히 일어나는 다섯 사람을 보며 용무린은 다그쳤다.

“지금 당장 들어가서 내가 준 것들을 깡그리 외워. 다 외우기 전에는 내 코빼기도 볼 생각 하지 마.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충!”

“알겠습니다, 총순찰.”

씨익.

“그런 후에 한 사람씩 나를 찾아와. 내가 생각하는 ‘과거 직접 몸으로 겪어 봐서 잘 아는’ 그 무공들의 장단점과 정확한 초식의 운용방식 그리고 변초들의 활용과 진실한 위력에 대해 알려주도록 할게.”

쿵. 쿵쿵쿵. 쿵.

다섯 조장이 동시에 고개를 바닥에 찍었다. 한 목소리로 외쳤다.

“충!”

마치 가문이나 사문의 큰 어른을 대하는 듯 보였다.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나직하게 나무랐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분광십팔검을 돌려주시는 것으로도 모자라 가르침까지 주시는데 어찌 총순찰을 허투루 대할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결코 과례가 아닙니다.”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현허에 이어 남궁유룡과 당건까지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휴우. 알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빨리 들어가서 깡그리 머릿속에 담아. 움직여!”

“충!”

똑 소리 나게 대답한 다섯 조장이 안으로 움직였다.

‘어쩐지 혹이 주렁주렁 달린 느낌이네.’

멀어져가는 다섯 조장에게서 죽을 때까지 자신을 쫓아다닐 것만 같은 기세가 느껴졌다.

피식.

용무린은 풀썩 웃고 말았다.

귀찮기는 했지만 어쩐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

폭풍전야라고나 할까?

부맹주 옥풍을 비롯한 세력의 움직임이 잠잠했다.

백마사의 배후가 누구라고 선포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는 듯 자신들의 방에서 칩거했다.

‘곧 뭔가가 터질 거라는 거네?’

불사신기의 탄주로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들 앞에서 호위당주의 목숨을 거두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조용하다는 것은 노리는 것이 따로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 움직여라 어서.’

화운장로가 눈에 불을 켜고 맹의 내외부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뭔가 움직임이 있게 된다면 즉시 알게 될 거다.

‘그때까지 나는 빚이나 갚고 있자.’

용무린은 현허를 시작으로 다섯 조장들의 수련 공간을 차례차례 방문했다.

“이봐, 현허. 빛마저 쪼갤 수 있다는 분광십팔검이 어디 팔과 손목 힘만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

“죄송합니다, 총순찰님. 그렇지 않아도 허리와 어깨의 회전력까지 이용했는데 원하는 속도가 나오지 않아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아무리 검 집에서 빨리 뽑아 휘둘러봐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거스르지 못해. 해결책은 단 하나야. 의지와 내공을 하나로 이어! 의지가 이는 순간 내공이 튀어나와야만 해. 알아들어? 근육으로 휘두르는 게 아냐. 의지와 내공이라고.”

잠시 묵상하던 현허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감사합니다, 총순찰님. 다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 하아아!”

버언쩍.

현허의 검이 빛마저 쪼갤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허공을 찢어내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통의 명문 점창의 분광십팔검법이 다시금 나래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씨익.

기분 좋게 웃어 보인 용무린은 바로 자리를 옮겼다.

남궁유룡을 찾아 잔소리를 퍼부었다.

“거기서 힘을 빼! 어휴, 이런 바보. 누가 내공을 빼라고 했냐? 손에 힘을 빼라고 했지?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래야 바람인 듯 구름인 듯 자유로운 창궁무애검법이 된다고.”

“……알겠습니다. 차아앗!”

촤아아. 스아악. 사아악. 촤라라락.

가르침을 잠시 묵상한 남궁유룡의 검이 하늘을 노닐 듯 자유롭게 움직여갔다.

“바로 그거야. 갈 길을 정확히 가고 있어. 그렇지. 그곳에서는 강하게!”

버언쩍. 쉬가악!

남궁유룡의 검이 창공을 노닐 듯 자유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총순찰!”

용무린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한 사람의 무공을 잡아주고 나면 즉시 다른 사람을 찾아 시어머니처럼 참견을 했다.

“야, 당건. 구환살이 왜 구환살이냐? 하나하나가 실체이자 곧 환영이야. 비검 아홉 개 동시에 던지고 끝나면 그게 구환살이 될 거라고 생각해? 하나를 던져도 구환살이고 아홉 개를 동시에 던져도 구환살이야. 그 차이를 모르겠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당건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크아압!”

스슷.

당건의 손에서 비검 한 자루가 떠올랐다.

느릿하게 날아오른 비검은 당건의 손을 떠나자마자 흔들 하는가 싶더니 이내 두 개로 보였다. 진정한 구환살의 시작이었다.

파악!

표적에 박힌 비검은 하나였지만 구멍은 두 개가 뚫렸다.

이환살 성공!

구환살로 가는 바른 길에 드디어 들어선 것이다.

“보십시오, 총순찰. 드디어 성공을…….”

당건이 기뻐 날뛰었다. 휙 돌아보았지만 이미 용무린은 그 자리에 없었다.

팽도옥을 찾은 용무린은 답답한지 직접 시범도 보였다.

“자, 봐봐. 하아앗!”

패애애액. 쉬가가각.

도갑을 벗어난 풍뢰가 폭풍처럼 사위를 갈랐다.

풍뢰의 끝에 걸린 소나무들이 피를 흩뿌리듯 처참하게 쓰러져 갔다.

“봤어? 내가 아는 철혈도법이야. 물론 완벽하게 같지는 않지. 나 역시 팽가의 도법을 배워본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적어도 비급이 말하고 있는 정수는 엇비슷하게 재현해 냈을 거야. 비급에 담겨 있던 무리를 고스란히 녹여 냈으니까 말이야.”

“다시 해보겠습니다. 차아앗!”

패애액. 쉬가가가각.

철혈의 의지가 담기기 시작한 팽가의 도법이 사위를 통째 휘감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그 모습을 보며 용무린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내 수련 좀 하자.’

불사신기 수련 욕심에 용무린은 바쁜 걸음으로 숙소로 복귀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바로 수련에 빠져 들 수는 없었다. 선객들이 있었던 것이다.

‘누구지?’

눈빛이나 기세들로 보아 적은 아니다.

그 중 선두에 있던 노 도장의 입이 불쑥 열렸다.

“용무린 총 순찰님?”

“그렇소만……?”

“점창의 백엽이라고 하오. 미력하지만 집법당의 당주로 있소이다.”

“……!”

용무린은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눈앞에 선 다섯 사람을 바라보았다.

백엽은 잘 벼려진 검 같았고 그 옆의 중년인은 팔이 길고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잔뜩 박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암기를 다룰 듯 보였다.

그 옆에 선 장년인의 솥뚜껑만 한 주먹은 누가 봐도 황보세가의 인물 같았고 그 곁의 인물은 날카로운 한 자루의 도가 서 있는 듯 보였다.

‘다섯 조장 사문의 어른들이로구나.’

그제야 이들이 내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생각에 옳다는 듯 점창의 백엽이 고개를 깊이 숙여 보였다.

“먼저 점창에 크나큰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바이오.”

뒤이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진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남궁세가를 대신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총순찰.”

“사천당가를 대신해서 당유현이 감사를…….”

“황보세가의 이름으로…….”

“하북팽가 역시…….”

용무린은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왜들 이러세요? 그만해요, 그만.”

“은혜를 모르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닙니다, 총순찰.”

“맞습니다. 하찮은 동물도 은혜에 보답을 할 줄 아는데 하물며 우리가 어찌…….”

“우리의 인사를 받아 주시오, 총순찰.”

“받아주지 않는다면 당유현은 오늘 이 자리에서 혀를 물고 죽고 말겠소.”

역시 사천당가의 입이 가장 독했다.

인사를 받아 주지 않는다면 혀를 깨물고 죽겠다니!

다소 멋쩍었지만 용무린은 재빨리 포권을 취해 보였다. 허리를 깊이 숙이며 외쳤다.

“받아줄게요. 됐죠? 제발 그만들 해요.”

애초에 짓밟고 빼앗았던 사람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돌려주는 무공인데 저와 같은 인사치레를 받자니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

“허허허. 이토록 깨끗할 수가……. 그만큼 큰 은혜를 베풀면 목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감사 인사조차 귀찮아하다니! 이 말코보다 총순찰께서 더욱 도에 가깝습니다그려.”

‘그런 게 아닌데…….’

계속되는 금칠에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용무린은 잽싸게 말을 돌렸다.

“그런데 다들 어쩐 일이세요?”

눈치를 보아하니 인사만 하러 온 것 같지는 않아서 던진 질문이다.

“정주 인근 동백산의 절벽 아래 동굴에서 기연을 얻었다고 들었소이다.”

“우리 가문의 어떤 어른이었는지 알 수 있겠소이까?”

“정확한 위치 역시 알고 싶소이다.”

“칠십 년도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가문과 무림을 위해 애쓰시다 비명횡사 하신 분 아니겠습니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유해를 모셔 제대로 장례를 치러드리고 싶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자 요구였다.

‘대충 그럴 듯한 핑계거리 생각해 내느라 이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

용무린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신마 진무량 시절 철혈의 의지로 자신을 향해 몰려들었던 무인들의 면면이 하나씩 떠올랐다.

“신풍일검 영허도장, 창궁검주 남궁무극, 일수추혼 당무염, 일수삼비 황보석중, 벽력도객 팽오.”

하나같이 초절정의 고수로 각 문파나 가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허어! 그 어르신께서…….”

“선친께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제 어린 시절 석년의 조부께서 들려주셨던 이름입니다. 그분께서 살아계셨다면 오늘날 황보세가는 결코 쇠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런 사람들의 이름을 들먹였으니 다섯 사람의 마음은 더욱 달아올랐다. 어떻게 해서든 동백산 절벽과 동굴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려 했다.

없는 곳을 알려줄 수는 없기에 용무린은 딱 잘라 마무리를 지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터라 유해랄 것도 없었습니다. 익히 짐작들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마공에 당한 분들의 끝이 어떻다는 것을…….”

“허어.”

“흐음…….”

알 것 같다는 듯 다섯 사람들의 고개가 깊이 끄덕여졌다.

기본적으로 마공을 익혔거나 마공에 당해 죽은 사람들의 부패 속도는 그만큼 남달랐다.

“남아 있는 것은 그저 흔적뿐, 그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거두어 돌려드렸으니 다섯 분 모두 편히 잠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용무린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던 다섯 사람들이 드디어 작별을 고했다.

“점창은 용무린 총순찰의 후의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어떤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점창은 용무린 총순찰의 뒤에 설 것이외다.”

“사천당가 역시 마찬가지오이다. 지금 이 시간부터 용무린 총순찰의 친구는 당가의 친구이고 용무린 총순찰의 적은 당가의 적이외다.”

“황보세가는…….”

“남궁세가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맹세가 이어졌다.

용무린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불편해졌다.

‘다들 왜들 이래? 내버려 둬 쫌. 나는 그냥 내 힘으로 정복할 거라니까?’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불사신기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 때려 부수고 짓밟아야지만 정복인 것인가? 저렇게 몽땅 진심으로 내 편이 되기만 해도 정복한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을까?’

끝도 없이 이어져 오던 피를 통한 무림 정복에의 의지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용무린이었다.

***

드디어 철수탈혼 운위영이 무림맹에 복귀를 했다. 그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부맹주 천리검향 옥풍과 총관 사마중극이 운위영을 찾았다.

“……해서 우리가 중지를 모았소.”

“맞습니다, 운 호법님. 무능한 현 무림맹주의 독단을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운 호법이 우리를 이끌어 주시오. 내 힘껏 돕겠소.”

“준비는 모두 끝나 있습니다, 운 호법님. 남은 것은 오직 운 호법님의 결심뿐입니다.”

복귀하자마자 쏟아지는 놀라운 요구!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운위영은 짐짓 고민을 하는 체했다.

“상황이야 잘 알고 있지만 무림맹주와 같은 중책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는지…….”

“운 호법님께서는 감당하시고도 남습니다. 지금까지 공평무사하게 처리를 해오셨지 않습니까?!”

“운호법이야말로 무림맹주의 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외다.”

부맹주 천리검향 옥풍과 총관 사마중극이 다시 한 번 보채고 나섰다. 운위영은 그제야 못이기는 체 자신의 결심을 내비쳤다.

“두 분께서 계속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저도 더는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할 수가 없군요. 좋습니다. 무능하기만 한 무림맹주를 끌어내린 후 무림맹을 정상화 하는 일에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장한 결심이오, 운 호법.”

“이제는 맹주님이라 불러야지요. 하하하.”

“그러한가? 하하하하하.”

사마중극과 옥풍이 호탕하게 웃었다.

“우리와 생각이 같은 분들은 충분하겠습니까?”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좋소이다, 운 호법. 아니, 운 맹주.”

“여섯 분의 호법 중 종남과 청성이 이미 우리와 한 배를 탔습니다. 거기에 더해 다섯 무력 단체 중 오행단, 대정단, 진무단이 있습니다.”

“의천단과 풍운단은 그러면 여전히 무능한 맹주만 추종하고 있다는 뜻이군요.”

“은근히 뜻을 내비쳤어도 계속해서 그 모양이니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맹주님. 의천단과 풍운단은 아직도 호남성에 있으니까요.”

“크흠. 무력단체들의 합류가 든든하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맹주를 끌어 내리거나 추천한 후 힘을 실어 줄 권한이 없질 않습니까?”

염려할 것 없다는 듯 부맹주 천리검향 옥풍이 은근히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수뇌부의 6할이 우리 사람이외다, 맹주.”

“여기서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행동을 개시해 풍연호를 끌어내리는가 하는 것뿐입니다, 맹주. 서로간의 피해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니까요.”

“그렇소이다. 무능력한 사람이지만 지난 세월 그가 맹주의 자리에 있으면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적지 않을 터, 시간을 끌어 그들을 결집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될 것이외다.”

지금 당장 시작하자는 뜻이었다.

잠시 침묵에 빠져 있던 철수탈혼 운위영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여러분들의 의견이 정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저 운위영, 이 기회에 무림맹의 정기를 다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밤, 우리 함께 역사를 이룹시다.”

“오오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맹주.”

옥풍과 총관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미 운위영이 맹주가 된 듯 호칭까지 바꿔 불렀다.

하지만 문득 용무린이 떠올랐는지 잔뜩 굳은 얼굴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무능력자를 압박해 끌어내리는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맹주님께서는 용무린이라는 애송이가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해주십시오.”

“용무린?!”

호기심이 돈다는 듯 운위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마중극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맹주님의 가문인 운룡장과 함께 신주오가의 일원인 비룡문의 장자로서 무공에 입문한 지 이제 겨우 1년도 아니 되는 애송이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애송이만 보면 머리가 아파서 상대하기가 영…….”

사마중극이 말꼬리를 늘였다.

곁에 있던 옥풍 역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머저리들 같으니. 그딴 애송이 하나 간단히 처리하지 못해서 내게 떠밀어?’

마음 같아서는 실컷 비웃어주고 싶었지만 운위영은 짐짓 믿음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따위 애송이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시답잖은 맹주가 보는 앞에서 그 애송이의 머리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오오오. 역시 맹주시오.”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합니다, 맹주님.”

옥풍과 사마중극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뜻을 함께 하는 분들에게 연락을 취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맹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동지들을 모아 곧 연락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옥풍과 사마중극이 즉시 움직였다.

씨이익.

철수탈혼 운위영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상관세가는 쓸데없는 짓을 하다 그분께 손해만 입혔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오늘 무림맹의 맹주가 되어 그분이 오실 길을 닦을 것이다.’

그랬다. 사마중극과 사람들 앞에 복면을 쓰고 나타나 혈적을 불던 사내의 정체는 바로 운위영이었던 것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운위영은 하늘에 올라 신이 되실 분을 대신해 이 땅을 다스릴 사람은 자신일 것이라 확신했다.

***

“맹주! 시작됐습니다.”

화운장로가 다급한 목소리로 상황을 알렸다.

“드디어!”

비천검제 풍연호의 입에서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무영!”

“충!”

“총순찰에게 건네받은 명단은 이미 숙지하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맹주님.”

“가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잡아들여라.”

“반항하면 어떻게 합니까?”

“놈들은 마교 대법이 아닌 자의로 타락한 무리들이다. 반항하면 베어라.”

“충!”

똑 소리 나는 대답과 함께 무영이 밖으로 사라졌다.

맹주 직속 호위대를 이끌고 변절자들을 체포하기 시작할 것이다.

“화운장로. 의천단과 풍운단에 신호를 주십시오. 그런 후 천안각주 팽추영과 함께 총순찰을 찾아 이곳으로 와 주시면 됩니다.”

“그때까지 정말 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씨익.

풍연호가 환하게 웃었다.

“총순찰에게 받은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최소한 총순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버틸 수는 있을 것입니다.”

“비장의 무기라……. 믿겠소. 꼭 버티시오, 맹주. 꼭 버텨 주셔야 하오.”

“알겠습니다, 화운장로.”

“시간이 급하니 그러면 이만…….”

후욱.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운장로는 창밖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시간이 없다.’

스파아앙.

화운장로는 전력을 다해 신법을 펼쳤다.

마음이 너무 급했다.

만반의 준비를 해두긴 했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어떤 돌발 상황이나 피해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의로 기생충 짓을 하는 놈들, 그 누구보다 그놈들을 먼저 처리해야만 해.’

용무린의 소검탄주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던 수뇌부를 이 기회에 발본색원해야만 한다. 욕심에 눈이 먼 놈들이 공을 세우려는 조바심에 애꿎은 인명을 살상하기 전에 막는 것이 최선이었다.

‘놈들 중 누군가는 네게 갈 것이다, 무린아. 하지만 너를 믿는다. 조금만 버텨라.’

스파앙.

화운장로의 신법이 점점 더 빨라졌다.

***

“……!”

변함없이 다섯 조장들의 수련을 돌봐주고 있던 용무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현허와 당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왔다.

용무린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시작됐다.”

“……!”

“……!”

현허와 당건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언질을 들었던 것이다.

“수련 끝 실전 시작이다. 가라. 전투 준비를 갖춘 후 특무순찰조원들을 전부 불러 모아!”

한 목소리로 대답한 현허와 당건이 신법을 펼쳤다.

“충!”

“충!”

홀로 남은 용무린의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쿵. 쿵쿵. 쿵쿵쿵.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다리던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걸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도, 고함이나 악다구니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지만 묵직하게 가라앉은 공기에는 벌써부터 피 냄새가 짙게 밴 것만 같았다.

‘맞아. 이건 살기야.’

대지를 타고 바람을 타고 넘실대는 이 살기.

나를 향해 뿜어내고 있지는 않지만 워낙 많은 수의 고수들이 살기를 뿜어내다보니 몇 번이고 겪어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거다.

‘틀림없어. 배교나 혈교와 큰 전투를 치렀을 때도 꼭 이랬어.’

신마대전 당시에도 이런 느낌을 몇 번이고 느꼈었다.

‘그럼 어디 맹주전으로 한 번 가볼……?’

거기까지 생각하던 용무린이 돌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큿. 크흐흣.”

그 전까지 느낄 수 있었던 살기가 무림맹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살기가 자신에게 집중된 칼날 같았기 때문이었다.

적이 찾아온 것이다.

스릉.

대뜸 풍뢰를 뽑아 들었다. 한 곳을 가리키며 으르렁댔다.

“뭐해? 왔으면 덤벼!”

스슷.

놀랍게도 용무린이 가리킨 방향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놈이 용무린이냐?”

차기 무림맹주로 내정된 철수탈혼 운위영이었다.

용무린의 입에서 천만 뜻밖의 소리가 쏟아졌다.

“아니?!”

“아니라고?”

운위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고개를 갸웃했다.

용무린이 풀썩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네 애비!”

스파아앙. 버언쩍.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리를 좁혔다. 잔인한 반달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시건방진!”

후우웅. 따앙. 따다다당.

과연 초절정의 고수!

상관엽도 그러했지만 운위영 역시 같았다.

비윗장을 확 긁으며 펼친 선공이었지만 너무나도 손쉽게 공격을 막아냈다.

“총순찰니-임!”

“우리가 왔습니다!”

현허와 당건을 비롯한 다섯 조장이 도착했다. 두 사람의 뒤를 이어 특무순찰조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끼어들 수 없었다.

파캉! 타타탕. 퍼퍼펑.

쉬가각. 촤아악.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번개 같은 공방에 잘못 휘말렸다가는 그대로 걸레가 될 테니까.

“저놈들을 쳐라.”

“무림맹을 좀먹는 놈들이다. 깡그리 때려잡아라.”

특무순찰조의 상대는 따로 있었다.

철수탈혼 운위영의 뒤를 따라 밀려온 운룡장의 무력단체 용호단 150명이 밀려든 것이다.

아득.

“감히 뉘더러 무림맹을 좀먹는다고 하느냐?”

“쳐라. 저놈들이야 말로 무림맹을 병들게 하는 놈들이다.”

“하아아!”

“차아앗!”

특무순찰조 50명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용호단과 격렬히 얽혔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였지만 특무순찰조원들은 잘 버텼다. 백마사의 살수를 상대하며 익혔던 2인 1조 대형을 이뤄 대응했다.

퍼펑. 주르륵.

“크흡!”

오히려 밀리는 것은 용무린이었다.

운위영이 펼쳐낸 운무대천강에 휘말려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이놈!”

스팡. 팡.

초식의 운용이나 전투감각은 자신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막강한 내공의 우위를 내세워 힘으로 짓누르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크크큭.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은 무척 답답했다.

피윳. 스각. 파파팡.

한 번의 부딪힘!

운위영은 어깨와 허리어림에서 피가 살짝 튀어 올랐을 뿐이지만…….

“겨우 이 정도뿐이더냐?”

용무린은 피를 왈칵 쏟았다.

“커헉!”

물론 그 순간에도 진천수라도와 소검비연의 초식들을 계속해서 펼쳐냈다.

촤아악. 피이이잉. 쉬리리릭.

그러나…….

“차핫!”

후웅. 후웅. 콰쾅.

무식한 힘으로 다 깨버렸다.

채 해소하지 못한 초식의 여력에 잔 상처들이 생겨났지만 그냥 무시했다. 계속해서 힘으로 밀어붙였다. 어쩌면 현재 상태의 용무린을 상대하기엔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퍼퍼퍼퍼펑.

“크흡! 헉!”

쿨럭. 쿨럭. 쿵쿵쿵.

덩어리 피를 쏟으며 용무린은 속절없이 뒤로 밀렸다.

‘이 빌어먹을 놈의 내공 격차!’

내공 수위만 비슷했다면 벌써 목을 날려도 댓 번은 날릴 수 있었거늘 힘에서 눌리니 어깨와 가슴 등등에 생채기 살짝 내는 것이 다였다.

‘상관혁련 그 머저리처럼 시간이라도 조금 주면 좋을 텐데…….’

조금, 아주 조금의 시간만 있어도 신검합일의 수라도 써 볼 것이지만 상관엽도 그러더니 운위영 역시 그 잠깐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콰아앙. 주르륵.

“큭!”

아찔한 폭음과 함께 용무린은 다시 뒤로 밀렸다.

씨이익.

하지만 용무린은 웃었다.

“웃어? 또 웃어 봐라! 또!”

스파앙.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힌 운위영이 짧게, 짧게 손을 흔들었다. 그때마다 안개를 닮은 강기 덩어리가 툭툭 잘도 튀어 나갔다.

피식.

“그럼 울까 이 새끼야아아-압!”

요구대로 다시 한 번 웃어 보인 용무린이 기를 쓰고 진천수라도법과 소검비연의 초식들을 연이어 펼쳤다.

하지만,

카아앙. 타타탕.

“크흡.”

주르륵.

이번에도 여지없이 뒤로 쭉 밀렸다.

“시건방진 애송이. 그 주둥이를 찢어주겠다. 하아-아!”

본신내공은 상관엽보다도 운위영이 높은 듯했다.

순간적으로 휘돌린 내공을 확 뿜어냈는데 안개를 닮은 기운이 파도처럼 용무린을 집어 삼켰다.

따앙. 따라랑. 따다-앙.

혹시나 싶은 용무린의 소검 탄주가 시작되었다.

불사신기를 가득히 머금은 묘한 운율의 탄주음이 운위영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

맹주전 앞 대연무장.

천리검향 옥풍과 총관을 비롯한 무림맹 수뇌부의 6할이 모여 들었다. 너나할 것 없이 무기들을 빼든 후 크게 고함을 질렀다.

“풍! 연! 호!”

“나오너라 풍연호! 너의 무능력함을 참을 수 없어서 우리가 이렇게 나섰다.”

“무림맹의 존속을 위해, 무림의 안위를 위해 우리는 너의 맹주직을 삭탈하겠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차는 선언들.

화도 나지 않는지 비천검제 풍연호는 빙그레 웃으며 창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꽤 많네.’

솔직한 감상이었다.

무림맹 수뇌부 6할에 제각각 거느린 무인들과 오행, 대정, 진무 세 무력단체의 고수들까지 함께 몰려들었으니 많을 수밖에 없었다.

“보았느냐? 여기 모인 모두가 너의 무능을 더는 참을 수 없어 한다.”

“……!”

풍연호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살기 어린 눈을 번득이며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저들 대부분이 자의가 아니라 혈고에 종속당했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세가 등등해진 천리검향 옥풍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긴말할 필요 없다. 목숨이 아깝거든 네 발로 선선히 무림맹주직에서 내려와라. 싫다면 우리가 힘으로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다.”

피식.

가볍게 웃어 보인 풍연호가 검을 뽑아들었다.

천리검향 옥풍의 눈매가 싸늘해졌다.

“결국 벌주를 마시겠다는 것이냐?”

가타부타 말도 없이 풍연호는 손가락으로 검면을 퉁기기 시작했다.

따앙. 땅. 따라라라랑.

용무린에게서 배운 묘한 운율의 검명이 연무장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