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좋은 날
‘어쩐다?’
용무린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이곳을 나서는 대로 운룡장을 향해 가려 했었지만 천수신장 공손위 가족이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고민은 짧았다.
‘집으로 먼저 가자.’
운룡장이야 화운장로만 혼자 보내도 되고 또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에 시간을 봐서 직접 방문을 해도 되는 문제였지만 천수신장 공손위의 가족은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모셔가야 되는 분들이었다.
‘게다가 이런 분들을 모시는데 딸랑 서신 한 장만 쥐여 보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잖아?’
용무린은 화운장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운룡장에는 장로님 혼자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당연히 그래야지. 알겠다. 염려하지 마라. 가서 확실하게 처리해 놓겠다.”
“이번에는 변명도 하지 못하도록 탈탈 털어버리세요 탈탈.”
“그래. 그러면 다음에 보자꾸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화운장로가 돌아섰다.
“맹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총순찰. 상관세가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운룡장은 아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총순찰.”
당유현과 남궁헌도 떠나갔다.
용무린의 조치에 따라 한 발 먼저 떠나간 의천단과 풍운단의 뒤를 쫓을 생각인 것이다.
“자, 그러면 우리도 준비를 해 볼까요?”
“알겠네.”
공손위와 아들 내외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만들어 두었던 농기구들을 헐값에 내다 팔았고 챙길 것은 작은 도구 하나까지 꼼꼼하게 점검해 짐을 꾸렸으며 집과 땅을 내놓았다.
그 사이 용무린은 정주 시가지로 나가 근사한 마차를 두 개 사왔다. 그 마차에 세간살이와 대장간의 도구들을 빈틈없이 쟁여 넣었다.
물론 비룡문에 전서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룡문으로 향하는 길은 순조로웠다.
아버지 용대명으로부터 마중을 나오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 받았고 중간 중간에 개방으로부터 아이들을 꽤 많이 구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들었다.
‘크크큭.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깨나 속 좀 끓일걸?’
깨나가 아니었다. 막대한 지장을 안겼다.
그냥 동남동녀 구하는 것이야 쉬운 일이지만 역천자가 요구하는 것은 마기에 가까운 음기가 가장 충만한 자시 생의 동남동녀였기 때문이었다.
조사하기도 가려내기도 쉽지 않은 자시 생 동남동녀를 백 수십여 명이나 되찾았으니 서너 달은 족히 시간을 번 셈이었다.
무한의 지척인 효감현 인근에 다다랐을 때 반가운 얼굴이 용무린을 맞았다.
“무린아!”
“허허허. 왔느냐?”
추뢰검사 교진운과 소요일영 유백이 마중을 나왔다.
“두 분 의숙을 뵙습니다.”
용무린은 활짝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공손위의 가족들을 소개했다.
“인사 나누시지요. 이분께서는 이번에 비룡문의 가족이 되신 천수신장 공손위 어르신입니다. 어르신, 비룡문의 두 기둥이십니다. 추뢰검사 교진운 대협과 소요일영 유백 대협이십니다.”
“대협은 무슨!”
“네 입에서 기둥 소리 들으니 심히 낯이 간지럽구나.”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창피하다. 알았지?”
교진운과 유백이 정색을 했다. 손사래를 쳤다.
“하하하. 제 이름이 아무리 높아도 두 분께서는 제게 언제까지나 기둥이고 대협이십니다.”
용무린이 기분 좋게 웃었다.
눈에 띄게 환해진 얼굴로 교진운과 유백이 포권을 취했다. 공손위와 그 가족을 환대했다.
“비룡문의 교진운입니다. 미력하지만 비룡무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비룡문의 유백입니다. 과분하게도 비룡문의 무공교두를 맡고 있습니다.”
공손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룡문에서도 최고위직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저렇게 소탈할 수가 없었던 거다.
‘잘 왔구나. 잘 왔어.’
막연하게 스며들던 일말의 걱정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공손위 역시 활짝 웃었다.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천수신장이라는 과한 허명을 얻고 있는 늙은이외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부탁은 저희가 드려야지요. 그렇지 않아도 자꾸만 상하는 검 때문에 정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었는데 이젠 한시름 놓아도 될 듯합니다.”
“하하하. 맞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교진운과 유백이 되레 더 깊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공손위와 아들 내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자아, 문주님께서 목이 빠질 정도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가시지요.”
“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비룡문으로 이동했다.
비룡문의 정문에는 용대명이 나와 있었다.
천수신장의 영입이라는 기쁜 소식에 두 아우인 용대승 용대연까지 나와 용무린을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용무린의 모습이 보였다.
“아들아!”
용대명은 냅다 뛰었다.
“혀, 형님. 체통을 좀…….”
“문주님. 식솔들이 웃습니다. 제발 좀…….”
용대승과 용대연이 타박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체통이고 뭐고 한 달음에 거리를 좁힌 용대명은 용무린을 대뜸 껴안았다.
“왔느냐, 아들!”
“아버지!”
남들이 보면 웃을 정도로 과한 애정표현이었지만 용무린은 기쁘기만 했다. 한 번씩 이런 애정을 받을 때마다 전생부터 지속되어왔던 모든 외로움들이 씻은 듯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하하하. 반가운 마음에 제가 주책을 좀 부렸습니다. 해량해 주시지요, 천수신장님.”
“무슨 말씀을! 가족 간의 우애가 그리 깊으니 헛걸음하지 않은 것 같아 든든하기만 합니다.”
공손위가 뜨거운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용대명이 비켜서며 손을 뻗었다.
“자, 들어가시지요. 환영 연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환영 연회요?”
공손위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하니 자신을 환영하는 연회까지 베풀어 줄 것인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사스러운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일부러 준비한 것입니다. 자, 가시지요.”
용대명은 공손위와 그의 아들 내외를 이끌고 비룡문 안으로 들어섰다.
‘경사스러운 일? 그게 뭐지?’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던 용무린은 교진운과 유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궁금하지?’
‘안 가르쳐 줄 거다, 인석아.’
재미있다는 듯 두 사람은 웃는 낯으로 안면을 몰수했다.
‘거참…….’
두근두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기분 좋게 뛰었다.
“어?”
그 이유를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령매?!”
바로 그랬다.
제갈영령. 그녀가 비룡문에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가가!’
‘령매!’
세가의 일만 생각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사주단자도 건네고 상견례도 할 겸 제갈문군이 직접 제갈영령을 데리고 와 있었다.
“하하하, 왔는가 사위!”
“아버님을 뵙습니다.”
정중히 포권을 취하고는 있었지만 용무린의 시선은 계속해서 제갈영령에게로만 향했다.
“바로 그거야, 아들. 잘 하고 있어. 다른 그 무엇보다 네가 더 우선이야, 라는 걸 그렇게 계속 보여주는 거라고!”
어머니 조연옥이 놀림 반 환영 반이 섞인 환영을 해주었다.
“어머니!”
용무린이 대뜸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뜨겁게 안아 드렸지만 솔직히 한 발 늦었다는 것은 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나쁜 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아욱. 어, 어머니.”
나직한 귀엣말과 함께 조연옥은 한 손으로는 용무린의 등을 두들기며 다른 한 손으로는 꼬집었다. 참으로 은밀하고 현란한 기술이었다.
“자자, 술을 듭시다!”
“하하하, 좋습니다.”
“와하하, 좋은 날입니다. 정말 좋은 날입니다.”
비룡문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정말 다행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용무린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체 모를 마공을 익힌 적들의 침습을 받은 지 불과 이 개월, 비록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그 피해 역시 무척 컸기에 그만큼 걱정을 했었는데 잘 극복한 듯싶었다.
“하하하, 병기당주님. 제 잔도 한 잔 받으십시오.”
“아오, 한 발 늦었네. 병기당주님 다음에는 제 잔을 받아주셔야 합니다.”
용대승 용대연 두 사람의 얼굴이 밝았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허허허, 이 늙은이가 오늘 죽는 한이 있어도 술잔을 받아야만 하겠습니다. 이토록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룡문의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오고가는 술잔에 웃음소리 드높아졌지만 용무린은 자꾸만 조바심이 났다.
‘령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 수줍은 듯 미소 띤 얼굴로 어머니 조연옥 옆에 앉아 있는 제갈영령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반짝.
같은 심정이었는지 제갈영령의 시선도 용무린에게로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가만히 웃어 보였다.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그때 조연옥이 제갈영령의 손을 잡았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저는 우리 새아가에게 줄 것이 있어서…….”
“어머니?!”
“가자, 얘야.”
눈을 찡긋 해보인 조연옥이 제갈영령의 손을 잡고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아들!”
“예, 어머니.”
“너도 따라와.”
“……왜, 왜요?”
“쓰읍! 따라오라면 따라올 것이지 무슨 말이 많니?”
하여간 어머니의 박력은 여전했다.
용무린은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찍소리 하지 않고 따라 일어섰다.
“총순찰께서도 꼼짝을 하지 못하다니! 비룡문의 최고수는 사모님이 아닌가 하외다.”
“푸하하. 맞는 말씀이외다, 병기당주님. 허명이야 문주인 내가 더 높습니다만, 저 역시 꼼짝을 하지 못합니다.”
공손위의 말에 용대명이 파안대소를 했다.
“하하하!”
“껄껄껄!”
웃음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
용무린과 제갈영령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온 조연옥은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동시에 안았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구나.”
따스한 목소리에 담긴 그 어머니의 애정이란!
“감사합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어머니.”
용무린과 제갈영령도 조연옥을 꼭 껴안았다.
한동안 그렇게 있던 조연옥이 대뜸 자신의 손가락에서 옥가락지 한 쌍을 빼내었다. 그런 후 용무린의 손에 건네며 말했다.
“작고하신 네 할머님께 받은 것이다. 이제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으니 물려줘야지. 네 손으로 직접 새아기 손에 끼워 주도록 해라.”
심장에서부터 뜨거운 무엇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예, 어머니.”
목에 메어와 겨우 대답한 후 반지를 받아들었다. 제갈영령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제갈영령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무슨 소리! 내가 더 고맙다, 새아가.”
조연옥이 제갈영령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등을 토닥였다.
“술 따윈 그만 마셔라. 얼마 만에 만나는 아이들인데 눈치들도 없지, 무슨 술과 원수가 졌다고 그렇게들 퍼 먹이는 것인지 원…….”
조연옥은 슬그머니 돌아섰다.
밖으로 나서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간 밀린 이야기나 나누어라. 뭐, 혼사는 아직 치르기 전이다만 손주를 먼저 봐도 엄만 대환영이다.”
“어머니!”
“……!”
화들짝 놀란 용무린이 고함을 질렀다. 제갈영령의 볼이 발갛게 변했다. 물론 조연옥은 신경도 안 썼다.
“호호홍. 좋은 시간 보내. 하-안-참 후에 올게!”
탁.
마지막까지 하고픈 말을 다한 후 사라졌다.
‘어휴. 어머니도 참…….’
원래 멍석을 깔아주면 잘 못하는 법이다.
반지를 끼워줄 때까지만 해도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과 발갛게 물들이는 두 볼이 너무나 어여뻐 당장에라도 입맞춤을 하고 싶었지만 김이 팍 샜다. 눈만 마주쳐도 공연히 엄한 생각이 떠올라 어색했다.
“커험. 커흐흠.”
괜히 헛기침만 했다.
그런 용무린이 재미있었는지 제갈영령이 배시시 웃었다.
“처음이에요. 가가께서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것은요.”
“커, 커험. 내가 뭘?”
아닌 척해 보았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동그랗게 뜬 눈만 바라보아도 시선은 자연스레 입술로 향했고 심장이 쿵쾅 댔다. 어서 빨리 저 어여쁜 입술을 훔치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내가 자꾸 왜 이러지? 쑥맥 같잖아?’
웃기는 일이었다.
전생에 분명 꽤 질펀하게 놀아 본 경험이…….
‘진짜 그런 경험이 있긴 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젠 그것조차 의심스러웠다.
전생이 진짜 신마 진무량이었다면 질펀하게 놀았던 기억까지 모두 사실일 테지만 반대로 절대검신 독고황이라고 한다면 쑥맥이었을 테니까.
‘이젠 이 비밀까지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갈영령에게까지 비밀을 감추고 있긴 싫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이었지만 그녀에게만은 알려주고 싶었다.
“내게는 비밀이 한 가지 있어…….”
“비밀이요?”
“응.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아버지나 어머니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이야.”
“……!”
제갈영령이 자세를 바로 했다. 눈을 반짝이며 용무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백리세가에서 운적풍이란 애송이에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눈을 떴을 때 말이야…….”
용무린은 믿기 힘든 비밀을 천천히 털어 놓기 시작했다.
제갈영령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놀라운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래서 지금은 혼란 상태야. 소림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내가 신마 진무량인지 절대검신 독고황인지 헷갈리고 혼란스러워.”
잠자코 생각에 잠겨 있던 제갈영령이 명쾌한 해답을 내려 주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죠?”
“……?!”
“가가께서는 현재 용무린이에요. 과거가 무엇이든 현재는 비룡문의 소주인임과 동시에 저의 지아비이며 무림맹의 총순찰이세요. 중요한 것은 그것 아닐까요?”
답답하게 가슴에 얹혀 있던 것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오도암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되찾았을 때 얻었던 깨달음이 새삼 떠올랐다.
-그래, 내가 절대검신 독고황이든 아니면 신마 진무량이든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어?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의 나! 내가 바로 비룡문의 용무린이라는 것이야. 나는 나만의 길을 갈 거야!
“소림의 장문방장이신 법정 스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해요. 가가의 마음이 이르는 대로 하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랬지. 분명 그랬어.”
“무림 정복? 가가의 마음이 그리 이른다면 하세요. 제가 단언하건대 그 무림정복은 피로 점철된 마교의 무림정복과는 사뭇 많이 다를 거예요.”
이렇게 후련할 수가!
‘그래 많이 다를 거야. 암, 다르고말고.’
다 때려 부수고 깡그리 죽여야만 정복이 아니라는 게 더 확실해졌다.
“령매!”
용무린이 뜨거운 목소리로 제갈영령을 불렀다. 슬그머니 손을 잡았다.
“가가!”
제갈영령이 얼굴을 곱게 물들였다.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용무린의 눈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바스락 바스락, 살금살금.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해 엄마? 새언니랑 오빠랑 지금 첫날밤을 보내는 거야?”
“쉿, 조용히 해 이것아. 산통 다 깨고 싶어?”
그러더니 문에 발라진 창호지에 작은 구멍 두 개가 뻥뻥 뚫렸다. 그 사이로 조연옥과 용설화의 눈이 들이 밀어졌다.
‘휴우, 하필이면…….’
용무린은 내심 긴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