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별이 지다
합비 운룡장.
아드득.
“젠장, 젠장, 젠자-앙!”
운룡장주는 이를 갈며 분해했다.
든든한 울타리였던 운위영의 죽음도 믿기 어려운데 운룡표국마저 동남동녀를 호송하다가 빼도 박도 못하게 걸렸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인지 답이 나오질 않았다.
얼마 전 들이닥쳤던 풍운단을 상대할 때와는 또 달랐다. 그때는 무조건 잡아떼고 봤지만 지금은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시급합니다, 장주님.”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림맹의 무력단체가 운룡장을 향해 오고 있을 것입니다.”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서 운룡표국의 표물에 동남동녀가 숨겨져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마교의 농간이라 우겨야 할 것입니다.”
“우기자고?”
“예, 장주님.”
“후후훗!”
운룡장주의 입에서 허탈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직계식솔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한심해서였다.
‘혈루곡을 먼저 쳤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나와 주고받았던 전서와 서신이 모두 용무린 그 애송이와 무림맹의 손에 들어갔다는 뜻이라고!’
고함이라도 크게 지를 수 있으면 속이라도 후련하건만 운룡장주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마교와 손을 잡고 마공을 익히고 그들을 돕는 일련의 일들은 운룡장에서도 소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사람들만 아는 비밀 중의 비밀이었기 때문이었다.
‘별 수 없다.’
힘들지만 결국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하는 거야.’
청산이 변치 않는 한 땔감 걱정은 없는 법, 지금은 일신의 안위를 보전할 때인 것이다.
‘그 대지로 간다.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지로.’
그 대지에 숨어 아들 운적풍과 함께 다시 힘을 기를 것이다. 그분께서 회천대계를 발동할 때까지만 숨어 있으면 된다. 그때는 이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날 밤.
운룡장주는 몇몇 직계와 함께 은밀히 운룡장의 모든 패물과 땅문서와 집문서, 그리고 비급 등을 챙겼다.
달이 구름에 가린 때를 골라 운룡장을 떠났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지를 향해서였다.
‘언제고 돌아온다.’
운룡장주는 이를 갈며 맹세했다.
‘내가 돌아오는 날, 운룡장을 이렇게까지 만든 비룡문과 용무린 그리고 무림맹 놈들을 깡그리 쓸어버릴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반드시.’
자시 생 동남동녀 모으는 일이 어긋난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그렇지 마교의 능력이라면 기필코 천 명의 자시 생 동남동녀를 모을 것이다.
‘이 땅에 진정한 신의 강림이 이뤄지게 되는 거야.’
생각하기만 해도 황홀한지 운룡장주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일인지상 만인지하. 그때가 되면 우리 운룡장은 모든 사람들의 위에 서게 되리라.’
그 날을 위해 오늘의 작은 고난 쯤 웃으며 넘길 수 있다.
“가자. 시간이 촉박하다.”
“예, 장주님.”
타닷. 타다닷. 휘스스슷.
운룡장주와 직계 몇몇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
다음 날 새벽.
이제야 겨우 동녘에 푸름이 번져 올 무렵이었지만 비룡문의 대연무장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하앗!”
“차앗!”
카앙. 카앙. 카카카캉. 차차창.
간밤에 연회 따윈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듯 비룡무단의 무인들과 교진운, 유백, 그리고 일명과 일송, 벽소추와 방건까지 몰려나와 실전 비무를 벌이고 있었다.
“좋아, 오랜만에 한 바퀴 돌아볼까?”
언제나 그러했듯 용무린은 아버지 용대명을 시작으로 용대승 용대연 두 숙부님을 찾아 그동안의 수련 결과를 살폈고 조언을 해줬다.
그런 후 비룡무단과 벽소추를 다그쳤고 교진운과 유백에게까지 쫓아가 그간의 성과를 살핀다는 명목으로 실전비무를 나눴다.
식사시간.
“와하하. 소문주님이 돌아오시니 확실히 다르구만. 다들 눈탱이가 아주 그냥…….”
“크하하. 그러는 너는 뭐가 다른 줄 아냐? 네 눈도 밤탱이야 인마!”
“푸흐흐.”
“하하하.”
여기 저기 멍들고 얻어터진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비룡무단의 무인들은 좋다고 웃어댔다.
“어이 친구. 어때? 나 많이 달라졌지?”
“그래. 이젠 어디 내놔도 얻어맞고 다니지는 않겠다.”
“크크크큭. 그 말을 기다렸다. 이젠 집에 돌아가도 부끄럽지 않겠어.”
콧구멍을 큼직한 천 조각으로 막아 넣은 벽소추가 호탕하게 웃었다. 코피를 막기 위함이었는데 그 때문에 코맹맹이 소리가 났는데도 좋아 죽었다.
“나 떠날 때 함께 떠나자.”
“언제 떠날 건데?”
“사흘 아니면 나흘 뒤?”
“그렇게 빨리? 그렇게 바쁜 거야?”
“바쁜 것보다는 운룡장의 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조금 궁금하고, 몇 가지 일을 처리한 후 찾아가 볼 곳도 있어서 그래.”
여차하면 운룡장과 상관세가에도 다녀와야겠지만 그보다는 성산을 한 번 다녀오고 싶었다. 계속해서 뇌리를 맴도는 천기자의 쪽지 때문이었다.
-때가 되면 스스로 알게 될 테지만……. 명심해라. 그리고 잊지 마라. 모든 것은 있을 자리에 그대로 다 있다. 이제 가거라. 나머지는 모두 네게 달렸다.
‘모든 것은 있을 자리에 그대로 다 있다.’
쪽지 말미에 적혀 있던 문구 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었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오랫동안 생각했다.
‘있을 자리’라고 할 만한 곳이 대체 어느 곳이겠는가?
용무린은 그곳을 바로 성산이라고 보았다.
대자연진이 파훼되고 성산의 유진까지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엘 가면 뭔가 더 있을 것만 같았다.
“알았어. 그러면 어르신들께 하직 인사 좀 미리 하고 함께 떠나자.”
“그래. 개방의 방건 조장에겐 비밀로 해라.”
“왜?”
“왜긴? 이번에도 따라 붙으면 귀찮기도 하고 신경도 쓰이니까 그러지.”
“오호! 신경이 쓰이신다? 그럴 만한 일을 하러 떠나는 모양이네?”
방건과 함께 다니다보니 벽소추의 눈치도 꽤 빨라진 모양이었다. 대뜸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짐작을 했다.
“그래서 싫다고?”
“싫긴?”
벽소추가 정색을 했다.
용무린이 피식 웃으며 말을 끝냈다.
“하여간 그렇게 알고 준비해.”
“알았다.”
벽소추가 희희낙락한 얼굴로 대답했다.
식사 후 언제나처럼 집무전에 수뇌부가 모여들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병기당의 당주가 된 공손위까지 함께 모였다.
용대명의 주제로 비룡문의 현재 상황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논의가 이뤄졌고 병기당의 신설과 위치 그리고 규모까지 토의가 되었다.
병기당은 그 중요성 때문에 내원과 외원의 경계에 만들기로 했다. 그 규모 또한 어지간한 현청의 병기창 보다 큰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오 무렵 방건이 소식을 물어왔다.
화운장로에게 온 소식이었는데, 운룡장은 텅 비어 있었다고 했다.
“운룡장이 텅 비다니요?”
“말 그대로입니다, 총순찰. 운룡장주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몇몇 직계와 방계 그리고 하인들만 남아 있는데 그들에게는 마공의 흔적이 전무하다고 합니다.”
야반도주라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김이 팍 새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마공을 익힌 흔적이 없다고 하나요?”
“예. 화운장로님께서 직접 한 사람씩 맥문을 쥐고 내공을 흘려 넣어 확인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했다면 확실한 거다.
핵심 인물과 마공을 익힌 놈들이 쏙 빠져 나갔으니 남아 있는 놈들은 빈 쭉정이들뿐이라는 뜻, 생각할수록 허탈하기만 했다.
‘병기당주님의 손자를 찾느라 풍운단을 되돌린 틈에 도주를 한 것이로구나.’
짜증은 났지만 그 덕에 천수신장을 얻었다.
남는 장사인 셈이다.
“그래서 어떻게 처리하신다고 하죠?”
“현재 남아 있는 인원은 모두 마공과는 무관하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운룡표국은 해체, 운룡장은 삼십 년 봉문 시키는 선에서 정리하신다고 합니다.”
“후우. 별 수 없죠. 일 저지른 놈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증거랍시고 내밀어 봤자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일 테고…….”
아쉬웠지만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봉문 기간 중 일 년에 한 차례씩 무림맹의 이름으로 감찰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답니다.”
“알겠습니다.”
주요 인사들을 놓치긴 했지만 운룡장은 이제 끝났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아쉽지만 그 정도면 되었다는 듯 용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구하는 것은 어떻게 되어 가나요?”
“백스물다섯 명을 구하는 것을 끝으로 더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총순찰. 아무래도 놈들이 더 은밀한 방법을 택한 듯합니다.”
“이야, 그래도 성과가 꽤 있었네요. 백스물다섯 명이라니! 흉측한 대법에 희생될 아이들 목숨도 구하고 놈들 일도 망치고……. 좋은데요?”
“맞습니다, 총순찰. 대체 무슨 수작을 벌이려고 동남동녀를 그만큼 많이 납치해가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깨나 일정에 상당히 큰 차질이 있을 겁니다. 푸흐흐.”
말끝에 방건이 생각만 해도 즐겁다는 듯 웃었다.
“하여간 당분간만이라도 검문과 검색에 더 신경을 써달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깊이 숙여 보인 방건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섰다.
‘훼방을 제대로 놓았으니 그동안 나는 내실이나 더 다져놓아야겠다.’
비룡문은 이제 걱정할 것도 없다.
소림과 개방의 고수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비룡문 자체의 전력 역시 전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쑤욱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밤을 지배할 힘이나 더 확장시켜 좋아야지.’
흑야방의 노백인과 독사 등을 앞세워 더 큰일을 벌일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했다.
‘낮과 밤을 송두리째 내 통제 하에 두는 거야!’
용무린의 무림 정복에의 꿈은 언제나 이렇게 현재진행형이었다.
***
서산 저편으로 어느새 해가 졌다.
일 장 남짓의 산꼭대기에 앉아 휘영청 떠오른 달과 수도 없이 반짝이는 별들을 지켜보고 있는 한 도인이 있었다. 남존 무당파의 전대 태상장로로서 현진이라는 도호보다 천기자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진 기인이었다.
반짝!
천공을 가르는 유성이 환하게 빛나던 별 하나를 스쳤다.
유성에 스친 별의 빛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천기자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뒤틀린 천기가 바로 잡히지도 아니하였는데 벌써 때가 되어가는 것인가?”
천기자의 얼굴에 가득 어린 것은 바로 안타까움과 우려였다. 가물거리기 시작한 별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자신, 이대로 스러지게 되면 이 세상은 완전해진 역천자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 또한 하늘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는 노릇, 하나 나는 하늘의 뜻이 결코 역천자의 완전한 옹립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
무려 150여 세가 넘어서야 자신의 별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증거일 터, 역천자의 입에 세상을 던져 넣는 것이 진정 하늘의 뜻이라면 자신은 벌써 귀천을 했어야 하리라.
천기자의 그러한 믿음을 증명이라도 해주려는 것일까?
별들로 가득한 하늘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자신의 별이 빛을 잃기가 무섭게 새로운 별 하나가 떠오르더니 환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드, 드디어!”
천기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천기의 발현이었기 때문이었다.
“껍질이 깨어지기 시작했구나!”
이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 번 깨어지기 시작한 껍질은 다시 되돌아가지 않는다. 언제고 완전히 깨어질 것이고 죽음까지 거슬러 세상을 구하고자 했던 자신과 친우들의 희생은 역천자의 멸절로 보답을 받게 되리라.
“하하하! 되었다, 되었어!”
화아악.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천기자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눈부신 광채가 피어올랐다. 천공을 꿰뚫을 듯 구름 위까지 뻗었다.
“자미원이 천강성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으니 더 무엇을 바랄까? 부질없이 며칠 더 살 필요조차 없느니, 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불살라 역천자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리라!”
애초에 벌려 했던 시간 1년.
자미원에 천강성의 빛이 돌아왔으니 필요한 것은 오직 별의 주인인 순천자가 껍질을 완전히 깰 시간뿐, 며칠 남지 않은 자신의 목숨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
천기자는 즉시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 올렸다.
“선천두모 대범천존 원명음부조중생…….”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발목잡기가 시작되었다.
선천과 후천의 모든 기, 그리고 며칠 남지 않은 생명력까지 한꺼번에 태워 하늘에 올리는 제사!
‘친구여. 나는 이렇게 임무를 완수했네.’
역천자의 발목을 잡아 시간을 버는 일은 자신의 몫, 순천자의 길을 택해 다시 돌아온 친구의 껍질에 금이 가도록 깨달음을 남기고 혹여 실패할 일에 대한 후사 준비를 맡은 것이 혜월이었다.
자신과 혜월 모두 훌륭히 제 몫을 해냈다.
‘이제 남은 것은 모두 순천자로 돌아온 친구의 몫, 부디 역천자를 소멸시켜 두 번 다시 이 땅에 돌아올 수 없도록 해 주시게나…….’
간절한 바람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하늘은 무정하기만 했다.
휘이잉.
차가운 바람만 불어올 뿐 대답이 없었다.
“도중출미진 구겁소진 제난해제…….”
무당에서조차 이제는 아는 이가 거의 없는 주문의 영창이 높아짐에 따라 선천과 후천의 모든 것이 하나 된 빛은 오래도록 구름을 꿰뚫었다.
그러던 어느 한 순간,
반짝!
밤하늘 위로 유성 하나가 번개처럼 천기자의 별을 스쳐 지나갔다. 천기자의 별이 가물가물 하더니 이내 완전히 힘을 잃었다.
“귀명…… 대, 대성원…… 명. 도, 도모처-언…….”
뚝.
끊임없이 이어지던 주문영창이 힘없이 끊겼다.
선천과 후천의 모든 기와 생명력까지 한꺼번에 불사른 천기자의 몸이 싸늘히 식어갔다.
***
“우와악! 천기자-아!”
우르릉.
불회곡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연공실이 곧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뒤흔들렸다.
“신마시여!”
음양자가 납작 엎드렸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얼굴로 고개를 조아렸다.
“크으으! 네놈이 마지막까지 내 발목을 잡는구나! 규천마력을 이렇게 흔들어 놓다니! 하나로 합쳐지려던 불사신기가 다시 분리됐다! 자칫 불사신기에 규천마력이 녹아 없어질 뻔했어!”
실로 놀랍기 짝이 없는 말!
연공실 안의 신마라는 존재는 지금 규천마력과 불사신기를 하나로 합일 시키고 있었다는 말인가?
“음양자!”
“충!”
“자시 생 동남동녀 일천의 생혈은 어떻게 되었느냐?”
“죽여주시옵소서 신마시여. 이제 겨우 7할 남짓이 되었을 뿐입니다.”
“아직도!”
우르릉!
신마가 역정을 내자 불회곡 전체가 덜덜 떨렸다. 몸살을 앓았다.
“시, 신마시여. 용서를……. 용무린이라는 애송이가 관과 군을 동시에 움직이는 바람에 손실이 많을 수밖에 없었나이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신마의 목소리가 살짝 누그러졌다.
“……천기자가 죽었다. 이젠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다. 관이나 군 따위 신경 쓸 것 없다. 천 명의 자시 생 동남동녀의 생혈만 구해 오너라. 단숨에 하늘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충!”
청석에 피가 나도록 이마를 찧어 보인 음양자가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 수하들을 불러 특명을 내렸다. 모든 일에 앞서 자시 생 동남동녀 천 명을 모아오라는 명령이었다.
관이나 군 따위도 무시하라는 명령!
더는 몸을 사릴 필요도 없다는 특명에 전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고수들이 각 지역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관이나 군이 앞을 가로막아도 힘으로 깨고 복귀할 수준의 고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