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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별의 서막 (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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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별의 서막

당가의 대장로 당오현이 앞장섰다.

“가자! 익히 말했듯 잊지 마라, 이십여 장 뒤다. 바람 방향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다시 한 번 섬뜩한 경고를 한 후 당오현은 마도칠문의 일부와 마교의 주력 중 일부가 진격을 해온다는 흥문현 어귀를 향해 신법을 전개했다.

타닷. 휘리리릭.

당가의 정예 고수들이 당오현의 뒤를 따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법을 펼쳤다.

“걱정 마십시오, 대장로님. 다 알려 놓았습니다.”

방건이 큰 소리로 답하며 그 뒤를 따랐다.

“아미타불! 드디어 제자들의 피 값을 받아낼 수 있게 되었군요.”

“감사합니다, 현천상제시여! 마찬가지입니다, 신니. 우리 청성도 놈들에게 받아낼 빚이 적지 않지요.”

아직 본산의 뒷정리도 완벽히 끝나지 않았지만 청성의 새로운 장문인 서금도장은 거의 모든 힘을 휘몰아 달려 내려왔다.

어차피 마교가 승리를 거둬 북진을 한다면 청성의 본산이 이번에는 완전히 불에 타 소실되어 버릴 테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부디 많은 빚을 갚으시길, 아미타불.”

“원시천존이시여 부디 아미를 살펴주소서.”

서로를 향해 축원을 한 아미의 보상신니와 청성의 서금도장도 당오현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

도마종과 권마종의 눈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쳤다.

“그만 가 볼까?”

“좋지.”

지존인 신마가 자신들을 믿고 맡겼다.

더 기다리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세력을 나누어야 하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눠봐야 어차피 놈들도 우리가 나눈 세력에 따라 나뉘어져 올 텐데?”

“하긴! 나누든 나누지 않든 어차피 싸움은 필연, 그냥 직진하기로 하지.”

“좋아!”

두 손이 모두 성한 권마종이 한 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앞을 향해 뚝 떨어졌다.

“진겨-억!”

“진격하라! 놈들을 짓밟는 거다-아!”

축융궁주와 혈마궁주가 고함을 버럭 질렀다.

그 뒤를 따라 외원의 일천오백 명과 광마인 이백 명, 그리고 광서성과 귀주 어림에서 긁어모은 흑도 떨거지 이천 명이 희희낙락 웃으며 뒤를 따랐다.

***

다음 날 아침.

겨울에도 따뜻한 동부 분지에 속하는 호주평원에 평화롭게 태양이 떠올랐다.

칠십 년이라고 하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금 마교가 주축이 되는 세력과 정파무림이 주축이 되는 무인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크흐흐. 이거, 좀이 쑤시는구먼.”

“푸흐흐. 신교의 숙원을 풀 시간이야.”

“가볼까?”

“좋지.”

권마종과 도마종의 눈에서 얼음가루가 풀풀 날릴 만큼 냉혹한 살기가 넘실댔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짓쳐들고 싶었지만 신마가 1로를 책임지라 하였으니 채신머리없이 행동하기가 조금 그랬다.

“가라, 신교의 전사들이여.”

“저 냄새나는 정파의 애송이들을 깡그리 짓밟아라!”

“우와아아!”

“죽여라-아!”

권마종과 도마종의 외침에 호응이라도 하려는 듯 이천에 이르는 흑도 연합의 고수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신법을 펼쳤다.

신교의 전사들!

단순한 그 한마디가 심장에 불을 지핀 것이다.

***

“크흐흣. 부나방들이 오는구나.”

가만히 마교의 진격을 지켜보고 있던 당가의 대장로 당오현이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벼락처럼 크게 외쳤다.

“가라, 사천의 명문 당가의 정예여! 마교 놈들에게 어째서 당가의 이름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인지 똑똑히 알려주도록 해라!”

“이야아-하!”

“하아압!”

타닷. 타다닷. 스스슷.

당오현의 외침에 호응해 고함을 지르며 당가의 고수 오백여 명이 일제히 신법을 전개했다.

무서운 속도로 신법을 전개하는 당가의 정예들.

불과 오백 명 남짓한 숫자였지만 당가 정예들의 기세는 이미 전면에서 짓쳐드는 이천여 명을 압도했다.

씨이익.

대장로 당오현의 입가에 걸린 살벌한 미소가 점점 더 짙어만 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몰려오는 놈들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

‘사천의 명문 당가가 어째서 정사마를 막론하고 경외의 대상인지 보여주도록 하지.’

지금 앞으로 내달려 오는 놈들이 마교 본산의 고수들인지 아니면 북상하며 모인 어중이떠중이들인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예봉을 단숨에 꺾어 주겠어.’

놈들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단숨에 거꾸러뜨리면 당가의 위엄을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마침내 당오현이 원하던 간격이 되었다.

투웅. 씨시시시-싯!

당오현의 손에서 한 줌의 암기가 뿌려졌다.

손가락 한 마디밖에 안 되는 미세한 침, 하지만 칠점사의 독이 묻어 있어 그 위력만큼은 강기의 무공에 못지않은 위력을 지닌 암기였다.

“차아아-핫!”

“하아압!”

당오현의 공격이 신호라도 되는 듯 당가의 정예 오백여 명이 일제히 암기를 꺼내 흩뿌렸다.

씨이이잇. 씨시시싯. 패애애액.

만천화우가 따로 없다.

실로 엄청난 양의 암기 소나기가 하늘을 뒤덮을 듯 떨어져 내렸다. 미세한 침 하나하나가 모두 살상력을 가졌다. 그 이름도 유명한 당가의 팔대 암기 중 하나, 폭우천심사인 것이다.

“우와악! 당가다!”

“암기다. 피해엣!”

밀려들던 이천여 명 사이에 혼란이 일었다.

암기를 피하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피하려다 서로 얽혀 쓰러지는 사람과 겁을 집어 먹은 나머지 뒤를 향해 뛰는 사람들까지 복잡하게 뒤엉켜 요란법석을 떨었다.

“이야아핫!”

“차아아!”

몇몇 고수들은 그래도 이름이 꽤 있는 흑도 고수들이었던 모양인지 저마다 무기를 꺼내 전면을 틀어막았다.

스릉. 패애액. 따라라랑.

제법 방어를 했다.

물론 그래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디 한두 개나 되어야 막고 피하고 자시고 할 일이다.

암기에 어째서 폭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겠는가? 결국 몇 개를 놓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 끝이었다. 이내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크아악!”

“커헉!”

“끄으으윽!”

한 번에 삼 할 가까운 흑도 고수들이 비참한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마교의 깃발 아래 뭉쳐 든 흑도의 고수들이었지만 사람이 너무나 쉽게 그리고 많이 죽어나가니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멍청이들아! 이대로 다 죽고 싶어?”

“최대한 빨리 뛰어 나가! 악착같이 한 놈이라도 잡고 늘어지란 말이야!”

그래도 경험이 좀 있는 놈들의 외침에 혼란이 가라앉을 때였다.

휘릭. 휘스슷. 타다닷.

놀랍게도 당가의 정예들은 한 번의 공격을 끝으로 뒤를 향해 신법을 전개했다. 빠른 속도로 후퇴를 했다.

“어? 왜 저러지?”

“뭐지?”

“왜 갑자기 뒤로 물러나?”

“이 좋은 공격 기회를 두고 물러나는 이유가…… 커흑!”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내부터 시작해 갑자기 당가와 맞서던 고수들이 태풍에 넘어가는 허수아비라도 되는 듯 일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커억. 수, 숨이 안 쉬어져-어.”

“우와악! 내, 내 목이 타 들어가는 것 같아!”

“어헉! 모,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아!”

한 수의 교환에 던져진 것은 암기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삼 할 가까운 흑도의 고수들이 거의 동시에 거꾸러졌다. 피를 토했다. 패대기쳐진 개구리마냥 꿈틀대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실로 무서운 일!

어째서 사천의 당가를 그동안 정파 무림이 도외시해 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 아니겠는가?

오싹! 부르르.

‘맙소사. 한 번의 접전에 저 많은 숫자가 쓰러졌어.’

‘세상에. 저래서 우리 보고 일제히 이십여 장이나 뒤로 물러나라고 했던 것이구나.’

같은 편인 아미와 청성의 고수들마저 한기를 느껴야만 했다. 그만큼 당가의 하독 솜씨는 은밀했으며 뿌려진 독은 지독했던 것이다.

애초에 경고를 했었던 이십여 장 안쪽에 남겨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상상조차 안 될 정도였다.

“크흐흣! 지금이다, 쳐라!”

“반저-언!”

대장로 당오현의 일갈에 누군가가 반전을 외쳤다.

그러자,

타닷. 휘스슷. 파아-아!

뒤를 향해 신법을 전개하던 당가의 정예들이 일제히 신법의 방향을 바꾸었다. 비참한 비명을 쏟아내며 쓰러져가는 적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쐐애애액. 쉬리리릭.

암기를 뿌리기엔 아까운 놈들이라 생각했는지 사방에서 쇳조각 백 개를 연이어 붙여 만들어 낸 백승편을 휘둘렀고 또 더러는 당문의 일절로 알려진 삼양신장과 적련신장을 펼쳐 공격했다.

“크아악!”

“끄윽!”

검편에 가까운 쇳조각 백 개가 이어진 백승편의 위력도 놀라웠다. 한 번 스치거나 휘감기기만 해도 살이 쩍쩍 갈라졌다.

“이까짓 것! 차앗!”

따앙. 쉬리릭. 스걱.

“커헉!”

흑도의 고수들 중에서도 제법 이름이 있던 인물 하나가 백승편을 보기 좋게 쳐냈지만 이내 짧은 비명과 함께 목이 둥실 떠올랐다.

검으로 쳐내도 그 검을 휘감겨 넘어와 베어 버리니 방어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크크큭. 당가에 있는 것은 암기와 독이 전부가 아니야!”

“장법 또한 일절임을 보여 주마-앗!”

파앙. 파파팡. 퍼엉.

“크아악!”

“커헉!”

그렇듯 이천에 달하는 흑도의 고수들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한 식경 남짓한 시간에 겨우 수백 어림으로 줄어들었다.

***

당가의 활약에도 마교의 주력은 겁을 먹지 않았다.

“흐음. 역시 당가라 이건가?”

“독에는 불이 쥐약이었지?”

가늘게 눈을 뜨고 있던 권마종과 도마종이 뒤를 향해 벼락처럼 외쳤다.

“축융궁은 무얼 하고 있느냐?”

“당장 나서라! 저 시건방진 당가 놈들을 싹 쓸어버려라!”

“푸흐흐. 어째서 축융궁이 오궁이원이전을 설명할 때 항상 선두에 놓이는 것인지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권마종과 도마종의 뒤에 얌전히 서 있던 축융궁주 적군양이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가라, 축융의 아이들아! 당가의 독 따위, 깡그리 태워 재로 만들어 버려라!”

“하아아!”

“차앗!”

축융궁주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축융궁 소속 일천의 마인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염화대진 출!”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축융궁도들이 일제히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씩을 꺼내 던져낸 것이다.

퍼엉. 퍼퍼퍼펑.

화르륵. 화르륵. 화르르르르륵.

던져진 주머니들은 특수한 기름에 섞인 염초였던 모양이었다. 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불이 붙더니 작은 풀 따위를 태우며 덩치를 키웠다.

“크하하핫. 당가의 잡졸들아! 너희들이 자랑하는 독을 뿌려 보거라.”

“마음껏 독을 뿌려봐!”

화르르륵. 화르르륵.

축융궁의 근간을 이루는 축융이화공을 따라 회오리치듯 마인들을 휘감고 타오르는 불꽃들은 어째서 축융궁도에게 독이 통하지 않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세상에!

화염을 몸에 휘감아두는 용화술이라니!

치익. 치이익.

지금껏 흑도의 고수들 목숨을 몇 호흡 만에 빼앗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극독이었지만 축융이화공을 따라 회오리치는 화염에 맥없이 타버렸다.

푸스스. 푸스스스.

힘없이 독기가 사라졌다. 작열하는 화기와 열기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축융궁도들 중 당가의 독으로 인해 쓰러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저것!”

당가의 대장로 당오현의 눈이 부릅떠졌다.

과거 자신이 청년이던 시절 당가의 어른들에게 들었던 숙적에 대한 경고가 떠올랐던 것이다.

“불을 물처럼 다루는 축융이화공! 대처법은……?”

재빨리 기억을 더듬어 대처법을 떠올린 당오현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뒤로 빠져라! 화염의 범위를 벗어나!”

목숨으로 찾아낸 선조의 대처법은 간단했다.

속이 터지는 일이지만 화염은 독을 태운다. 그러니 어떤 방법으로도 태울 수 없는 당가의 암기로 놈들을 상대하라는 것이었다.

“반전!”

“절혼진으로 맞선다!”

타다닷. 스슷.

당가의 정예들이 일제히 사인 일조를 이뤘다.

십자 형태로 자리를 잡더니 방어와 공격을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퍼붓기 시작했다.

피잇. 패액.

선두의 일인이 공격을 퍼 부으면 좌우의 이인이 방어를 전담했고 음양이 회전하듯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후방의 일인이 전투에 가담하는 방식이었다.

암기술로 유명한 당가의 독특한 진법 중의 하나였는데 축융궁의 염화대진을 상대하고 있으면서도 쉬이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크악!”

“허어억!”

당가의 고수와 축융궁도가 비슷한 속도로 쓰러졌다.

놀랍게도 백중세를 이룬 것이다.

***

계속되는 관측과 첩보로 인해 마교의 주력이 동부 분지에 속하는 호주평원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벽력도가와 화산 그리고 종남의 고수들이 전력을 다해 신법을 전개하고 있었다.

“빨리! 조금만 더 빨리!”

“놈들이 뭉쳐 있어! 늦으면 늦는 만큼 우리 정파 무림의 정기가 스러진단 말이다!”

삼협의 수로 쪽을 지키던 무림맹 1로도 돛을 활짝 펼쳤다. 힘껏 노를 저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수로를 거슬러 호주평원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에 따라 사천을 내어주느냐 아니냐가 결정이 된다.’

호주평원에 몰려 있는 마교의 주력은 그만큼 막강했고 고수 층이 두터웠다.

***

비슷한 시간 아미산.

“어쩌면 장문인께서 화를 내실지도 모르나 이럴 수밖에 없음이니…….”

아미파의 장로 보연의 눈이 결연한 빛을 발했다.

영은, 영선이 주축이 되어 새로이 편성된 아미파의 이차 전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 아니겠는가? 나아가 맞서 싸워라, 아미여! 그것만이 금정을 수호하며 마교의 손아래 신음할 양민들을 구하는 길일 것이다.”

“명!”

아미파의 이차 파견 전력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가라!”

휘슷. 타다다닷.

닷새 거리에 자리한 호주평원을 향해 내달리는 아미파의 고수들 선두에는 영은과 영선 등의 일대 제자들과 함께 며칠 전 극적으로 복귀한 속가제자 백리소옥도 있었다.

***

쿵쿵쿵쿵쿵.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용무린의 눈이 부릅떠졌다.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기만 하던 심장이 돌연 터질 듯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가야 해. 늦으면…… 늦으면 안 돼!’

허탈하고 귀찮기만 하던 남쪽을 향한 발길에 갑자기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었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다지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란 말인가?

휘이이이-. 스파아아앙!

공간을 단축이라도 하듯 용무린의 신법이 다시금 놀라운 속도로 전개되었다.

***

권마종과 도마종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쯧쯧쯧. 두 배나 되는 숫자임에도 저 꼴이라니!”

“예전에 고이격 궁주가 정말 화끈한 사내였지.”

권마종이 혀를 찼다. 도마종은 슬그머니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울컥.

뒤에 시립해 있던 당대 축융궁주 적군양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뜬금없이 전대 궁주인 고이격의 이름을 들먹이니 자존심이 팍 상한 것이다.

“저 시건방진 당가 놈들을 단숨에 꺾어 보이지요!”

휘슷.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적군양의 신형이 전장을 향해 쏘아졌다.

버언쩍. 화르륵.

적군양의 등 뒤로 활활 타오르는 검은 불꽃 형상의 후광이 맺혔다.

“이야아아-하!”

적군양의 외침과 함께 등 뒤에 맺혔던 검은 불꽃 형상의 후광이 두 주먹으로 빨려드는가 싶더니 이내 폭발하듯 앞으로 쏟아졌다.

이른 바 축융재래의 초식!

쿠와아아아앙.

압축되고 압축된 화염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십여 장의 공간을 통째 휩쓸었다.

휘웅. 쐐애애액.

“우와악!”

당가 직계 한 명이 백승편을 바람개비라도 되듯 휘돌려 방어를 해 보았지만 화염은 눈 깜박할 사이 사내를 집어 삼켰고,

퍼엉. 파파파팡.

“크아악!”

적련신장을 펼쳐 축융마공의 화기에 대항을 하던 직계를 휘감아 살을 녹여 내었으며,

“죽어엇!”

씨잇. 씨시싯.

축용궁의 마인들을 향해 자모표를 연신 던져내던 사내도 지져버렸다.

“크아악! 뜨, 뜨거워.”

놀랍게도 축융마공에 휘말린 부위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재로 변했다.

“이노-옴!”

아끼던 당가의 직계 셋을 한꺼번에 잃은 대장로 당오현의 눈이 뒤집혔다. 그대로 몸을 날렸다. 축융궁주를 향해 짓쳐들며 내공을 응축했다.

투우우-웅! 쌔애애액!

구환살이 전력을 다해 뿜어졌다. 언뜻 보면 한 덩어리로 보이는 구환살이 묵직한 파공음을 흘리며 축융궁주를 향해 파고들었다.

“크흐흣!”

비릿하게 웃어 보인 축융궁주가 두 팔을 활짝 펼쳤다.

화아아악.

축융마공의 오초식 겁화천화를 따라 피어 오른 검은 화염이 전면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투확.

구환살이 검은 화염의 중심에 꽂혔다.

투화악. 투콰콰콰-악!

역시 구환살!

하나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홉 번이나 충격파를 일으켰다.

그때마다 곧이라도 꺼질 듯 축융마공의 검은 화염이 출렁였지만 기대처럼 꺼지지는 않았다. 잘 버텨낸 축융궁주가 되레 반격에 나섰다.

“크아아압! 축융심화!”

버언쩍! 콰르르르!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검은 불꽃이라니!

흔히 볼 수 있는 강기의 무공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초식이었다.

“크아악!”

“와아악!”

불꽃의 흔들림에 따라 축융마공의 힘이 일렁이는 경로에 자리한 당가의 무인들이 활활 타올랐다. 검은 불꽃에 타 붉은 피를 터뜨리며 쓰러졌다.

‘백승편도, 삼양신장도, 적련신장이나 암기, 아니 그 무엇으로도 대적할 수 없다.’

화산이 폭발하듯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저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이 아니면 죽는다!’

대장로 당오현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오늘, 그 오랜 세월 잃어버린 것으로만 알았던 당가의 전설을 떨쳐 보이리라.’

구환살의 유실로 인해 비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 속의 절기로만 알고 익히기를 포기해야만 했던 사천당가의 꿈 만천화우.

당가의 전설을 펼칠 결심을 하는 순간 이미 당오현의 두 손과 도반삼양귀원공의 내공은 본능의 수준에서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휘우웅.

단전에서 맹렬하게 휘돈 후 치밀어 올라 두 팔을 타고 손바닥으로 밀려들었다.

척!

합장이라도 하듯 대장로 당오현의 두 손이 붙었다.

하나가 된 두 손의 중심으로 도반삼양귀원공의 모든 것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후우웅. 웅. 웅. 웅. 웅. 웅.

당오현의 주변에서 벌떼 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로 그 순간,

화르르르륵!

과거 상관세가의 태상장로였던 상관엽조차 배우지 못했던 축융마공의 여섯 번째 초식 축융심화의 불꽃이 당오현을 집어 삼켰다.

“대장로니-임! 커헉!”

당가의 직계 중 하나가 당오현을 애타게 부르다가 축융마공에 휩싸여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반짝!

검은 불꽃에 갇혀 있던 대장로 당오현의 눈이 번쩍 떠졌다. 꺼지지 않는 투지의 빛을 쏟았다.

지글 지글. 화아악.

당오현을 휘감은 채 살을 태우고 녹이던 축융심화의 검은 불꽃이 곧이라도 꺼질 것처럼 뒤로 확 밀려나갔다.

‘하나이자 아홉인 것이 바로 구환살. 그 깨달음을 확장하면 하나의 강기를 만 개의 강기로도 바꿀 수 있음이니 그것이 바로 당가의 모든 것이라!’

마지막으로 요결을 담금질한 당오현이 크게 외쳤다.

“만! 천! 화! 우!”

외침과 함께 굳게 맞붙어 있던 당오현의 두 손이 활짝 펼쳐졌다.

휘오우우우웅-! 파아아아-!

거창한 하나의 빛 덩이가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가늘게 쪼개어지기 시작했다.

그랬다. 만천화우는 바로 강기의 무공.

그것도 우모침처럼 가느다란 강기의 침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로 압축하고 또 압축해 침 하나하나가 구환살 못지않은 파괴력을 지닌 무공인 것이다.

투화아아-악!

당오현의 몸에 붙어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 타오르던 축융심화의 검은 불꽃이 당오현의 몸에서 완전히 쓸려 나갔다. 만천화우의 기세에 밀려 훅 꺼져 버렸다.

피시시시시시싯.

뒤이어 퍼지는 죽음의 노래!

빗소리인 듯, 아니 오백 명의 당가 정예가 일제히 우모침을 던진 듯 미세한 공기 갈라지는 소리가 끝도 없이 일어나 밀려갔다.

“피해!”

“뒤로 빠져-어!”

“어딜 빠져?! 뒈져라-앗!”

쌔애액. 퍼억.

“크아악!”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축융마궁의 마인들과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달려들어 암기를 던지고 백승편을 휘두르는 당가의 무인들!

승패는 그 짧은 순간에 크게 갈렸다.

숫자는 축융마궁의 마인들이 두 배나 많았지만 지금 남은 숫자는 거의 같았던 것이다.

놀랍게도 뒤로 빠지는 그 짧은 순간 죽음을 무릅쓰고 파고든 당가 무인들의 독기에 절반 가까운 마인들이 목숨을 잃은 거다.

‘빌어먹을!’

축융궁주 적군양도 죽음을 각오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펼쳐내지 않았던 필살의 무공을 동귀어진이라도 하듯 펼쳐내었다.

“축! 융! 겁! 화! 만! 리! 타-안!”

버언쩍. 화르르르륵!

후광처럼 맺혔던 불꽃이 적군양의 몸속으로 빨려들더니 이내 하늘과 땅을 동시에 태워버리겠다는 듯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씨잇. 씨시시시시싯.

그 위로 만천화우의 강기가 소나기가 되어 쏟아졌다.

투화아아아-악!

축융겁화 안에서부터 실로 끔찍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쏟아지는 만천화우의 소나기에 나오는 족족 갈아 없어진다고 해야 할까? 결국 튀어 나오지 못했다. 고개를 들이밀기가 무섭게 사라졌다.

“으아아아!”

“하아아앗!”

축융궁주 적군양과 대장로 당오현이 거의 동시에 악을 썼다. 마지막 힘을 끌어 모아 밀어냈다.

투화아악! 씨시시시싯.

창과 방패와도 같은 싸움이었지만 오래지 않아 당가의 전설인 만천화우의 승리로 점점 기울었다.

낙숫물이 만년거암을 뚫듯 농축되고 극도로 압축한 강기의 침이 셀 수 없을 만큼 쏟아져 갉아 대니 축융마공도 더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피시시시시싯. 퍼퍼퍽.

축융마공에 기어이 구멍이 생겼다.

그 실낱같은 구멍을 뚫고 들어간 만천화우의 힘이 축융궁주 적군양의 몸에 몇 개 틀어박혔다.

“커헉!”

짧은 비명과 함께 적군양의 입술을 비집고 검게 죽어가는 핏덩이가 밀려나왔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눈으로 비틀 흔들렸다.

그 모습을 대장로 당오현이 똑똑히 보았다.

어찌 기쁘지 않을 것인가?

씨익.

당오현의 입술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크흐흐. 드디어…….’

단전이 텅 비다 못해 정신까지 아득해질 정도였지만 마교의 궁주 하나를 자신의 손으로 거꾸러뜨릴 수 있다는 희열에 살이 떨릴 만큼 기뻤다.

‘비, 빌어먹을!’

반대로 축융궁주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마교의 애를 그토록 먹인 용무린이나 하다못해 소림, 무당의 장문인도 아닌 사천당가의 대장로 따위에게 수세에 몰리다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너무나 분해서 이대로 곱게 죽어줄 수가 없었다.

‘함께 죽자, 이 영감탱이야-아!’

그동안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던 만천화우라는 절기 따위에 이런 꼬락서니가 된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자신에게는 최소한 상대와 함께 죽을 능력 정도는 있었다.

“크아아아-압!”

축융궁주 적군양이 악을 쓰듯 단전을 쥐어짰다. 동귀어진을 위해 축융마공을 끌어 올릴 때였다.

휘슷. 퍼어억.

“커억!”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당가의 대장로 당오현의 가슴 어림이 갑자기 훅 꺼져 들어갔다.

퍼어어엉.

그러더니 등 뒤에 사람 머리만 한 구멍이 뻥 뚫렸다.

놀랍게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추측하기 힘든 수준의 공격을 받았던 것이다.

휘슷. 타닷.

그 앞에 깃털처럼 내려앉는 두 노인!

“미안하네만, 축융궁주라는 지위가 함부로 내팽개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서 말이야.”

두 노인 중 쭉 내밀었던 주먹을 슬그머니 거둬들이며 권마종이 미안한 얼굴을 해보였다. 당오현의 가슴을 뚫고 등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은 바로 권마종의 절기 붕산와류권이었던 거다.

“으아아아!”

투화아아악. 화르르르.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할 길이 아예 사라진 적군양이 마지막으로 끌어 모은 축융마공으로 당오현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당오현의 살이 봄눈 녹듯 타들어갔다.

풀썩. 쿡.

그제야 당오현의 무릎 하나가 땅에 박혔다.

화르륵. 화르륵. 화르르륵.

검은 화염 속에 붉게 타들어가던 당오현은 고통을 무시해 버렸다. 고개를 들어 축융마궁의 궁주를 쏘아 보았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되레 웃었다.

“크흐흐. 보았느냐? 당가의 절기는 마교의 오궁을 넘어섰다. 너희 오마종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 아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절명한 당오현.

화르르륵. 지글. 지글.

축융마공도 그의 입가에 맺힌 짙은 미소와 자부심을 지워 없앨 수는 없었다.

‘어쩌면 힘든 싸움이 되겠군.’

‘모두 이자와 같다면 가시밭길이 될 거야.’

서로 눈을 마주친 권마종과 도마종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사실상 이기고도 죽어가는 당오현은 당당하기만 한데 겨우 살아난 축융궁주가 광기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죽어! 죽어엇!”

화르륵. 화르르르륵.

적군양은 그야말로 미친 듯 당가의 고수들을 향해 축융마공을 뿌리고 있었다. 당가의 고수들을 태워죽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는 듯 날뛰었다.

“당오현 대장로-오!”

“이런 비겁한 놈들! 다 죽여 버릴 테다-아!”

아미장문 보상신니와 청성의 서금도장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고 있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사실 당가의 전투는 언제나 이것이 문제인 거다.

독으로 인해 당가의 무인을 제외한다면 함께 싸울 고수들이 없다는 것! 바로 그러한 악조건 때문에 당오현이 이기고도 권마종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 정파의 견해!

당오현의 죽음으로 무너져 내리는 당가의 전열은 마교의 무인들에게 드높은 사기로 다가왔다.

“가라, 신교의 전사들이여!”

“저 가증스러운 정파 나부랭이들을 싹 쓸어버려라!”

“우와아아아!”

“공겨-억!”

마교의 마인들이 일제히 앞을 향해 신법을 펼쳤다.

혈마공 일천 명에 외원 소속 고수 일천 오백 명, 그리고 광마인 이백 명이라고 하는 무지막지한 숫자가 동시에 살기를 피워 올린 것이다.

격돌! 격돌! 격돌!

하지만 당가의 전열은 이미 무너졌고 한 발 늦게 짓쳐든 아미와 청성의 힘은 이미 혈교의 힘에 깨어진 적이 있지 않던가?

저 혈교마저 결국 무너뜨렸던 마교의 힘 앞에 아미와 청성의 고수들은 속절없이 뒤로 밀려야만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쫓지 않겠다. 살아서 돌아가라.’

그나마 부끄러움을 아는 권마종과 도마종이 나서지 않았기에 전멸을 면할 수 있었다.

“크아악!”

“커헉!”

당가와 아미 청성의 무인들은 숱한 피와 주검을 남긴 채 피눈물을 흘리며 뒤로 밀려야만 했다.

***

칠십 년 만에 펼쳐진 정마대전의 전초전이 마교의 승리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빠르게 전해졌다.

“달려라! 지금 이 순간에도 아미와 당가, 청성의 동도들이 주살당하고 있음이다.”

“잠을 줄여서라도 신법을 펼친다.”

“최대한 빨리 호주평원을 향해 노를 저어라!”

“돛을 활짝 펴라! 시간이 없다!”

벽력도가와 화산과 종남 그리고 수로를 통해 이동하는 무림맹 1로의 의천단과 대정단 그리고 검룡당의 검수 사백 명이 잠시도 쉬지 않고 거리를 좁혔다.

***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빠르게 접근하는 고수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미의 이차 파견대였다.

“모두 전력을 다해 신법을 펼쳐라.”

“마교에 의해 장문인과 아미의 자매들이 주살당하고 있다고 한다.”

“구해야만 한다. 최대한 빨리 신법을 펼쳐-어!”

아미 장로 보연의 명을 받아 전장에 진입하는 선두에 백리소옥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장문인! 제발 보중하세요. 제발요.’

사부 보현마저도 잃은 마당이다.

거기에 더해 정신적인 지주라 할 수 있는 장문인까지 잃는다면 그 뒤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금정을 받겠노라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고 해도 아미의 전설인 난피풍검법을 오롯이 되살려 무림에 우뚝 설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였겠지만 최소한 사부인 보현을 잃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나는 할 수 있었을 거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미파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아미의 무공을 빨아들였으니까.’

정말이지 놀라운 재능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쩜 그리도 아미의 무공을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인지, 장문인인 보상신니는 백리소옥을 두고 아미일보 금정이라 추켜세우며 속가제자였음에도 언제나 직전제자처럼 아꼈다.

‘그냥 머리를 깎을 것을…….’

사내에게 공연히 마음을 빼앗겨 이렇듯 또 다른 후회를 왜 남겨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을 향해 마음을 열지 않는 사내였는데 말이다.

***

쿵. 쿵. 쿵. 쿵. 쿵.

용무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건 마치 아버지나 비룡문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잖아?’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비룡문이나 만금상단은 수만 명에 이르는 군사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거냐?’

용무린은 신법을 멈추고 고개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

변함없이 무정하게 빛나는 별들을 노려보았다.

전생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천기를 읽어서라도 이 불안함의 이유를 알고 싶어서였다.

반짝. 반짝. 반짝.

별빛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움큼을 남기고 껍질은 완전히 깨어지질 않았으며 당연히 원하던 천기 역시 보이지 않았다.

‘부디 별 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용무린은 사천성 남단을 향해 다시 전력으로 신법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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