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68. 진홍(?)의 카트리나 수정(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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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 진홍(?)의 카트리나 ]
피유우우
“으.. 응..?”
“깼나?”
느긋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녀석과 달리 그의 위로 날아가는 마력 탄들은 굉장히 괴리감이 있는 풍경이었다.
“뭐.. 뭐야?”
“뭐긴, 니 마스터지.”
내 물음에 피식 웃으며 그렇게 대답한 녀석은 태연한 표정으로 내 배를 감싸고는 말을 몰고 있었다.
화끈.
“으아.. 내.. 내려 줘! 당장 날 내려달라고!!”
“카트리나, 내 품에 안겨 기뻐 발버둥 치는 건 알겠지만, 지금은 잠시 진정해 줬으면 좋겠군.”
“뭐..?”
“이랴!!”
의아한 듯 올려다보는 내게 재수 없는 윙크를 날린 녀석은 나를 감싼 팔에 더욱 힘을 주더니, 말고삐를 잡아 더욱 빠르게 말을 몰기 시작했다.
콰아앙 !!
‘..!’
소수의 호위대와 엘로이즈만을 대동한 그는 군대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포격을 뚫고는 그대로 지엘로니츠로 입성했다.
히이이잉
“워! 워워!!!”
수비대 사령부가 있는 중앙광장에 도착한 그가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자, 흙투성이 모습의 장교하나가 놀란 얼굴과 함께 달려와서는 그에게 절도 있게 발을 붙이곤 장교모를 잡아 예를 표했다.
척.
“클로비스 4세 만세. 동부방면 제국군 소속 지엘로니츠 수비대 책임자, 키슈볼츠 폰 묄레켄 대령입니다. 제국의 영웅인 마벨 원수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클로비스 4세 만세. 대령, 시간이 없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빠르게 보고하게.”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적의 포격은 외곽을 넘어 시가지 안으로도 떨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지엘로니츠 곳곳은 폭발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아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벨은 자신들을 노린 기습이 지엘로니츠와 연관되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격받는 줄은 몰랐는지 어느 때보다 그의 표정은 심각해져 있었다.
“현재 도시를 포격하는 적은 지엘로니츠 동쪽 고원을 점령한 적의 포병대로 정규군으로 보이는 공화국군 보병연대가 보호하고 있습니다.”
“뭐?! 적이 고원을 점령할 때까지 뭐 하고 있었나?!”
마벨의 질책에 키슈볼츠 대령은 면목이 없단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고원 수비대가 필사적으로 항전했지만 모두 전멸하고, 응전한 수비대도 밀려 겨우 도시만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지엘로니츠 곳곳을 포대진지로 만든 수비대들은 키슈볼츠 대령보다 더한 흙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적에게 항전하듯 포를 쏘아대며 시가지 진입을 막고 있었다.
“적의 정체는?”
“구(?) 페르티갈 로슈비치 군복을 입은 정규군으로 공화국 결사대로 불리는 5야전군입니다.”
‘..!’
후방에 침투한 적이 다른 군대도 아니고 공화국이 자랑하는 정예군이라니, 마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선이 어떻길래 적의 엘리트 부대가 아군의 후방을 침투하게 놔둔 거지?!”
“화..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페르티갈 로슈비치 왕정파가 맡은 전선을 돌파해 들어온 듯싶습니다.”
하켄이 아니었으면 진작 생명줄이 끊겼을 왕국 군이었다. 제국이 담당한 전선에 비해 적은 전선을 맡겼건만, 그마저도 뚫리며 이제는 앞에 있는 적과 뒤에 있는 적 모두 상대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 되었다.
“미할리츠 후작은 이 사실을 아는가?”
“적을 발견한순간부터 전령을 사령부가 있는 베르도슈치로 보내고 있으나, 아직 돌아온 자가 없습니다.”
‘제법이군, 지엘로니츠 모든 길을 차단했어..’
지휘관이 누군지 몰라도 꽤 머리회전이 좋은 자인 것 같았다. 미할리츠가 후방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지금, 자기 부대와 이곳 지엘로니츠 수비대로 어떻게든 적의 엘리트 부대를 막아야 했다.
“현시간부로 지엘로니츠 수비대는 내게 통합되어 명령을 받는다.”
“알겠습니다.”
“대령, 첫 명령이다. 1시간이면 아군 지원군이 도착한다. 그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엘로니츠로 들어오려는 적을 막게.”
척.
“명령 받았습니다.”
마벨의 명령에 절도 있게 발을 붙인 그는 포격이 떨어지는 전장으로 달려가서는 부하장교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병사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지원군이 왔다는 희망일까, 수비대는 경상자 중상자 할 것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자는 누구라 할 것없이 플린트락을 쥐고는 키슈볼츠 대령의 명령에 따라 중요 건물들을 점거하며 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제 내려도 되지?”
“훗.. 가만히 있길래 내 품이 좋아서 있는 줄 알았는데?”
“놀고 있네. 좀 비키시지? 나 좀 내리게?”
녀석의 헛소리에 노골적으로 조소를 흘린 난 작은 키를 버둥이며 녀석의 말에서 내렸다.
피유우우
“위험해.”
피잉
그러던 그때, 시가지로 떨어지던 마력 탄 하나가 마벨을 향해 떨어졌고, 그것을 발견한 엘로이즈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는 손을 뻗어 연보랏빛 결계를 펼쳤다.
콰과광 !!
꽤 위력적인 폭발이었건만, 엘로이즈의 결계는 그보다 단단한 건지 아무런 흠집도 나지 않은 채 마벨과 그 주위의 장교들을 지켜내었다.
스릉.
“카트리나?”
“잠깐 나갔다 올게.”
“뭐?”
샤벨을 빼든 내가 고개를 꺾어 목을 풀자, 마벨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마나하트 속 그의 피를 순환시키며 개방된 마력과 함께 진홍빛 눈을 더욱더 붉게 빛내며 말했다.
“저 포대진지만 없으면 된다 이거지?”
“너 설마.. 기다려! 아직 적의 씰이 어디에 있는지..”
파앗
“잠깐만! 카트리나!!”
녀석의 말도 잠시 땅을 박찬 나는 쑤시는 몸을 풀 생각에 미소를 머금으며 시가지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한편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마벨은 날 잡으려던 손을 힘없이 내리더니 작은 한 숨과 함께 어떻게 되든 책임 못 진단 듯 작게 중얼거렸다.
“가더라도 옷은 바꿔입고 가야지, 카트리나..”
***
휘이잉
역시 공기는 전장의 공기가 최고였다. 시원한 바람에 흥이 올라 신나게 달리던 것도 잠시, 가슴과 배로 사정없이 들어오는 찬 바람에 의아한 듯 고개를 내리던 난 무언가 크게 잘못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뭔 바람이 이리 슝슝 들어..’
‘..!’
콱
츠즈즈즈
“세.. 세상에 마상에!!!!”
돌파편에 찢어졌던 내 제복은 바람에 너덜거릴 정도로 넝마수준이었고, 치유되어 말끔해진 가슴과 배는 찢어진 옷사이로 비쳐져 꽤 야한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순간 당황한 난 달리던 발을 땅에 박아 속도를 늦추고는 누가 볼새라 팔로 가슴을 가리고는 땅에 박힌 홍당무처럼 쪼그려 앉아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시발, 시발, 시발..’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쪽팔리는 건의기양양하며 달려가던 나를 어이가 없단 듯 봤을 마벨의 표정을 상상하자니,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대체 어쩌자고 그냥 온 거야?! 으아아아!!"
트득.
'..!'
비웃는 마벨의 표정에 비명을 지르던 그때, 얇게 찢어져 늘어난 천이 연약하게 찢어지며 더욱 벌어지기 시작했다.
'더 움직이면 좆된다..'
직감적으로 한계가 왔음을 느낀 난 찢어진 옷이 더 자극을 받지 않게 조심조심하게 일어나선 눈동자만 좌우로 굴리며 뭔가 입을 게 없는지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
역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난 설원 위에 총탄을 맞아 죽은 듯 보이는 공화국 병사의 시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거야, 역시 하늘은 있었어!!’
위험천만한순간 화장실을 발견한 기분이 바로 이 기분일까? 어떠한 금은보화보다 소중하단 듯 달려간 나는 죽은 병사에 대한 작은 묵념을 해주고는 그가 입고 있던 마젠타 빛의 공화국 제복을 주섬주섬 갈아입기 시작했다. 남자 옷이라 다소 크긴 했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아까와 비교하자면 이건 천국이었다.
“후우.. 살았네.. 하마터면 좆될뻔했어."
쿠구궁
그렇게 큰 문제를 해결한 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때, 멀지 않은 고원 위에서 공화국 대포가 불을 뿜으며 지엘로니츠를 다시금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주 신나게 쏘는구나.”
양손을 허리에 짚으며 당당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난 어느새 사악한 미소와 함께 아까 나를 공격했던 녀석들에 대한 복수를 어떻게 해 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감히 내게 피를 보게 해? 대포에 '대'자만 들어도 오줌 질질싸게 만들어 주마. 크크크.."
어떻게 하면 묵사발을 내줄까 하는 상상과 함께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휘익.
스윽.
한편, 같은 시각 자신들을 기습해 도망친 생존자들을 쫓아 고원까지 추적한 슈하일과 마르쇼스는 심각한 표정과 함께 숲을 통해 고원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들이 알아낸 정보를 마벨에게 알리러 가던 그때, 저 멀리 설원에서 낯익은 인영 하나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야야."
"왜?"
"저거.. 카트리나지?"
"응? 카트리나 라고?"
하얀 설원 위로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미소녀 하나. 그렇게 눈을 찌푸리며 유심히 바라보던 마르쇼스는 자기 예상이 맞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상식을 초월하는 바보,자신이 아는 씰 중에 저렇게 적진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올 멍청이는 단 두명밖에 없었다. 하나는 세타강에서 봤던 샤벨리아고, 다른 하나는 애물단지같은 카트리나였다.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 줘.."
“대박.. 진짜 혼자 온 거야?"
“아니, 왜 저러는데? 정말 아까 배때기가 뚫릴 때 머리에 돌이라도 맞았나?! 여긴 왜 오는데?!!"
"흐으으응 "
적의 군복은 언제 뺏어 입었는지 완벽하게 위장한 그녀는 사람 복장을 뒤집어 태울 심산인지, 이제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탁
"아이고 두야.."
해맑아도 너무 해맑은 그녀의 모습에 마르쇼스는 욕도 나오지 않는지 손으로 자기 이마를 '탁'친 그는 어디서 부터 그녀를 혼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엔 바보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단 것을 다시금 깨달은 마르쇼스는 심각한 얼굴로 슈하일을 돌아보며 말했다.
“잡자.”
“진심이야?”
“그럼? 저걸 그냥 보내라고?! 그리고 저기에 뭐가 있는지 너도 알잖아?"
"하아.. 잘 도망쳤는데, 어쩔 수 없군."
"카트리나, 넌 진짜.. 나중에 보자, 이 웬수덩어리야."
무엇이 그리 두려운걸까, 마르쇼스와 슈하일은 각오가 됐단 듯 달려가 지나치려는 카트리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사삭.
"응..? 마르.."
타악.
"읍..!!"
촤아악.
순간 숲에서 튀어나온 그들은 붉은 눈을 깜박이며 자신들을 바라보는 카트리나의 입을 막고는 그대로 반대편 숲으로 도망쳤다.
“으읍!! 으으읍!!!”
“조용! 조용히해!!”
“으으읍!!!!"
“아우씨! 알았어!! 알았으니까, 물지마!!”
순간 마르쇼스와 슈하일에게 납치된 난 저항할 틈도 없이 숲을 통과해 도망치기 시작했고, 영문도 모른 채 짐보따리 만 냥 들려져 가던 난 입을 막은 마르쇼스의 손가락을 깨물며 발버둥을 쳤다.
"푸하! 죽을래?! 왜 사람을 납치하고 있.."
“아우!! 진짜 이걸!! 누가 누굴 구해 줬는데?!!"
"뭘 구해 줬는데? 너 때문에 다시 달려가야 하잖아!!"
"뭘 달려가!!"
콱!
"아악!! 왜 때려?! 너 죽을래?! 너도 맞아봐!! 아니 두대 맞아!!"
마르쇼스에게 머리를 맞은 난 지랄 미친년마냥 녀석에게 달려들었고, 녀석은 자기 머리칼을 쥐어뜯는 내게 발버둥 치며 거머리처럼 붙는 날 떼어내려 했다.
"둘 다 조용해! 정말 이러다 들키겠어?!!"
보다 못한 슈하일이 우리에게 작게 소리치고는 심상치 않은 마력의 흐름을 살피기 시작했다.
"너.. 상황이 상황인지라 넘어간다만, 진짜 나중에 두고 보자? 응?"
“뭘 나중에 봐? 지금 봐! 지금 보라고!!"
"아우.. 이걸..!!"
"젠장, 모두 피해!"
마르쇼스와 으르렁거리던 것도 잠시, 순간 응축되는 거대한 마력의 파동에 놀란 슈하일이 소리를 쳤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몸을 튕겨 자리를 벗어났다.
콰과과광 !!!
‘..!’
강렬한 섬광과 함께 우리가 있던 자리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이내 엄청난 열기와 함께 맹렬한 풍압이 우리를 덮쳤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기습에 얼떨떨하던 것도 잠시, 우리의 위로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이런, 쥐 새끼가 있나 해서 와봤더니. 세 마리나 있네?”
'..!'
존재감만으로도 이런 위압감이라니, 나는 놀람과 경계의 눈빛으로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열일곱은 되었을까, 밝은 베이지 머리카락과 베이지 눈동자를 한 귀엽고 잘생긴 미소년하나가 우릴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가슴팍엔 우리와 마찬가지로 마나하트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시이잉 시시잉
‘..!’
그리고 입가에 지어지는 귀여운 미소와 함께 그의 주위로 나타난 열 자루의 가지각색의 샤벨들이 그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뭐..?”
식은땀과 함께 녀석을 노려보던 마르쇼스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 얼굴로 자기 허리춤에서 샤벨을 뽑으며 작게 중얼거렸고, 놀라 돌아보는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가 도망친지 알겠지?"
"하.. 하지만 오리지널이 있다는 얘기는 없었잖아?"
“그러게 말이다.. 왜 최초의 오리지널 씰 중 하나인라성(??)의 슈트렐리츠 가 공화국에 있는지, 꼭 한 번 녀석에게 묻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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