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70. 진홍(?)의 카트리나
* * *
[ 70. 진홍(?)의 카트리나 ]
시이잉 – 시이잉
“하하, 이게 보여 준다는 네 힘이냐?”
“치잇..”
한계치를 넘은 마르쇼스의 검격을 가뿐히 피한 슈트렐리츠는 크게 베어지는 그의 샤벨을 머리 위로 흘려 노내는가 싶더니 양손을 펼치며 작게 중얼거렸다.
“네차크(Netreth).”
‘..!’
날렵하고 검신이 짧은 예리한 샤벨 두 개가 그의 손에 전송이 되는가 싶더니 무방비로 들어난 그의 가슴팍을 교차해 찌르며 그가 속삭였다.
“레티티아.”
콰직 !!
“커헉!!!”
콰드드득!!
마검인 듯 순간적으로 마르쇼스의 몸을 헤집으며 커진 그의 샤벨들은 마르쇼스의 등을 뚫고 뻗어지더니 그를 허공에 매단 듯 멈춰 섰다.
“커흑..”
투둑.
아무리 재생력이 좋은 마르쇼스라 하더라도 파괴력있는 그의 공격에 속절없는지 붉은 피와 함께 들고 있던 샤벨을 떨어트렸다.
“자존심도.. 품위도 없는 하등품 주제에 내게 검을 들이밀다니, 어이가 없군.”
고고한 흰색 제복에 그의 피가 묻는 것이 싫단 듯한 걸음 떨어진 그는 자기 샤벨에 꽂힌 마르쇼스를 감상하듯 조롱섞인 말을 내뱉었다.
“하드.. 등품이라 미안하군.. 오리지널. 근데.. 넌 목숨이 두 개냐?”
“뭐..?”
마르쇼스의 물음에 의아한 듯 되묻던 그때, 붉은 그의 눈동자로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기 목을 향해 샤벨을 휘두르는 카트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
카아앙 !!
“크으윽!!”
“눈 좋아해?”
“뭐..?”
파아앙 !!
순간적으로 자기 검을 막은 슈트렐리츠를 바라보며 조소를 흘리던 카트리나는 그대로 붉은 기운이 넘실대는 샤벨을 휘둘러 그를 설원 저 멀리에 던져 버렸다.
콰아앙!!
터져오르는 눈과 함께 흙더미가 터졌고, 카트리나는 동시에 발을 박차 슈트렐리츠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감히 날 내던..”
‘..!’
“어이, 버텨봐.”
채채채채챙 !!
무표정한 얼굴과 함께 그의 앞에 나타난 카트리나는 샤벨을 휘두르며 그를 난도질을 할 듯 거칠게 찌르기 시작했다.
카앙
카트리나의 찌르기를 보이지 않는 속도로 막아 내던 슈트렐리츠는 재밌단 듯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에 전송된 대검을 휘둘러 그녀를 뒤로 날려 버렸다.
츠즈즈
“칫..”
“대단해. 정말 감명받았어.”
마치 중력을 무시하듯 바닥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금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잡은 카트리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량품이라..”
금이 간 그녀의 마나하트를 발견한 것일까, 슈트렐리츠의 눈빛은 호기심과 함께 손을 내리더니 중얼거렸다.
“예소드(Iesod).”
‘..!’
송곳 같이 날카로운 샤벨하나가 그의 손에 전송되더니 슈트렐리츠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봐, 불량품. 찌르기란 이런 거다.”
“이 자식! 누굴 보고 불량품이라..”
채재재재재쟁
‘...!’
일격 하나하나가 살의가 담겨져 있는 듯 그 무수한 찌르기 중 대충 흘려 버릴 공격 따윈 없었다. 검의 천재, 정말 그런 것이 있다면 바로 그가 아닐까. 카트리나는 필사적으로 그의 샤벨을 막아 튕겨보지만 그의 속도는 더욱 배가 되어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스쳐 지나가며 생채기를 늘리고 있었다.
피슛
“큭..”
“마무리다.”
“뭐..?”
순간적으로 뒤로 잠시 빠지던 그는 아까와는 다른 범상치 않은 기운을 터트리며 나의 가슴으로 검을 찔러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내 마나하트였지만 말이었다.
‘..!’
“감히 날..”
콰앙
“우습게 봐?!”
“응..?”
설원을 강하게 내려치며 발을 박은 난 강한 회전과 함께 옆으로 튕겨 녀석의 찌르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다시금 땅을 박차 녀석의 목을 다리로 감싸고는 빙그르르 돌아선 그대로 설원에 꽂아버렸다.
콰아아앙 !!
“커헉..”
지면에 내려쳐진 그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는지 슈트렐리츠는 괴로운 표정과 함께 몸을 비틀었지만 난 내 허벅지 사이에 있는 녀석의 목을 강하게 조이며 왼손에 들린 샤벨을 등 뒤로 돌려 오른손으로 받고는 그대로 녀석의 왼쪽 허벅지를 박아 버렸다.
서걱
“끄아아악!!”
“어때? 따끔하지? 이걸로 검에 힘이 실리진 못할 거다, 오리지널.”
“체술이라니.. 정말 재밌는 애구나.”
완전히 제압되었건만, 녀석은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흘리더니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마르쿠트(Malchut).”
피이잉
“무슨..”
퍼버버버버벅
잘못 본 것일까? 순간 녀석의 눈과 몸 전체가 빛나 오르더니 강렬한 빛줄기가 폭발하듯 터져 번지기 시작했다.
“다.. 단검..?”
순간적으로 빛나오르던 빛줄기는 고급스럽게 세공된 수십 개의 단검들이었고, 그것들이 지나간 내 몸은 붉은 핏자국들이 비에 맞은 듯 여기저기에서 터져 흘러나왔다.
“커윽..”
털썩.
“위험했어, 날 이 정도까지 몰아붙이다니.”
힘없이 옆으로 쓰러진 나를 두고고고히 일어난 슈트렐리츠는 다시금 샤벨 하나를 손에 전송시키더니, 피를 흘리며 움찔거리는 내 목에 검을 겨누었다.
“이름이 뭐지?”
“...”
“훗.. 꽤 고집쎈 아가씨군.”
화가 난 눈동자로 쳐다보는 내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은 그는 더는 괴롭히지 않겠단 듯 샤벨을 돌려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
“명예로운 싸움이었다. 그 예우로 고통 없이 죽여주지.”
“지랄.. 하고 있네..”
아까의 공격이 꽤 치명상이었는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다행이라면 마나하트가 무사하단 것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조차 녀석의 자비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번엔 말끔히 부서 주겠단 듯 샤벨을 들던 그때였다.
피잉
붉게 달아올라 있던 내 마나하트가 일순 빛을 발산하더니 순간적으로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뻗어갔다.
“무슨..”
세상 전체를 정지시키듯 모든 것을 멈춘 그때, 놀라 눈을 껌벅 거리는 내 앞으로 익숙한 모습의 한 인영이 내려앉았다. 그때 과거의 저편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었다.
“안녕.”
‘..!’
“아, 나 자신에게 인사는 좀 그런가? 카트.. 아니 샤벨리아.”
***
“참혹하군요.”
“...”
고통스러운 밤은 지나가고, 밝은 여명이 돌아온 류스텐빌 광장 위엔 누군가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카로이 백작과 바실례스의 사체가 놓여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끔찍해 광장에 모인 프러겔 장교 그 누구하나 인상을 찡그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들판에 버리세요.”
“예..?”
“말하지 않았습니까, 들판에 던져 짐승의 밥으로 주세요.”
하지만 감흥도 없단 듯 그들의 사체를 내려다보던 페르티안은 몸을 돌리며 그렇게 명령했고, 그 말에 발슈테인과 폰, 그리고 다른 장교 모두 놀라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전후 상황을 수습하던 그때였다.
“준작!!”
저 멀리 굉장히 화가 난 듯 몰트겐 후작이 붉어진 얼굴로 그를 불러 세우고는 비켜서는 장교들 사이를 지나쳐 페르티안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곤 꽤 불쾌하단 듯 그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아까 동문을 지원 하라지 않았는가?!!”
“...”
“왜? 명령을 거부한 거지?! 사령관의 말이 우스운겐가?!!”
동문에서 꽤 고군분투를 했는지 그를 호위하던 셉텐트리오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무사하지 않았습니까?”
“뭐..? 자네 지금 뭐라했어?!!”
“그 당시 동문으로 지원했다면, 카로이 백작과 그의 아들은 류스텐빌 외곽에 있던 올만군과 합류 했을 겁니다. 게다가 후작님 곁엔 자랑스런 씰들이 일곱이나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평소 판단으로 볼 때, 제 판단이 더..”
페르티안의 비아냥에 알카이드 위시한 셉텐트리오들은 얼굴이 순간 굳어지는가 싶더니, 일부는 불쾌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타악!
“이 농부찌끄레기가 감히 뚫린 입이라고 어디 망발을 지껄여!!”
분개한 몰트겐이 그의 멱살을 잡으며 그를 벽에 몰아붙였고, 페르티안은 자기 멱살을 틀어뒨 그를 냉소어린 조소와 함께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그 농부찌끄레기 덕분에 전쟁에 이긴 후작님은 뭡니까?”
“이.. 이..”
“어디 한번 말해 보시죠. 미천한 저는 고귀하신 후작님의 생각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페르티안님!”
선을 넘는 그의 발언에 보다 못한 발슈테인이 그를 말리듯 소리를 쳤지만,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눈동자는 죽은 사람처럼 무미건조할 뿐이었다.
탁
“제장할.. 자네도.. 나도 지친거로 생각하고 이번 일은 묻어두지.”
그의 눈빛을 조용히 바라보던 몰트겐은 화를 가라앉히듯 눈을 감아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잡아 쥐었던 멱살을 놓아주고는 몸을 돌렸다. 이에 셉텐트리오들은 이번 페르티안의 발언에 굉장히 실망했단 듯 그를 쳐다보고는 마스터를 따라 떠났다.
“경솔하셨습니다.”
“...”
“페르티안님의 사정을 배려한 후작이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다른 귀족이었다면..”
“알아요. 하지만..”
꽈악.
공허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치기어린 사춘기시절의 자신이 되어 버린 듯 누군가를 공격하고 목적 없이 차오르는 이 화를 풀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전쟁에선 이겼건만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쓸쓸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 발슈테인은 더 이상 그를 책망하지 않고는 작은 한 숨과 함께 고개 숙여 처량하게 쪼그려 앉아 있는 그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 급보입니다!!”
그러던 그때였다. 전령병 하나가 급히 말을 몰아 광장에 멈추서선 멍하니 고개를 드는 그에게 보고했다. 언젠가 올거로 생각했지만, 그게 오늘 일줄은 몰랐단 듯 갑작스럽게 말이었다.
“뭐냐?”
“루트비히 남작께서.. 위독하다는 전갈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