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71. 진홍(?)의 카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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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 진홍(?)의 카트리나 ]
“꽤 놀란 얼굴이네?”
“...”
그도 그럴 것이 예전 내 모습을 한 녀석이 내가 했던 말투, 내가 무심코했던 작은 버릇 하나까지 내 앞에서 완벽히 재연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나와 같은 반응을 할 것이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 널 해치려 온 게 아니니까.”
“...”
“난 지금 어느 누구보다 널 걱정하고, 네가 이 위험에서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야.”
“널 뭘 믿고.”
“하하, 역시나 그렇게 말이 나오나?”
‘역시나..?’
마치 날 잘 안다는 녀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무언가 숨기는 듯한 녀석의 모습이 내 의구심을 깊게 만들고 있었다.
“샤벨리아, 넌 전적으로 날 믿어야 해.”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왜냐하면, 넌 우리의 미래이니까.”
“미래..?”
네 물음에 녀석은 내게 가까이 오더니 금이 간 마나하트를 검지로 훑어 내리며 말했다.
“기억을 지키는 파수꾼을 보고 왔겠지?”
“어떻게 그걸 알지..?”
“알다마다.. 그를 만났기에 네가 지금의 날 만날 수 있는 거니까.”
“뭐..?”
혼란스런 내 표정에 녀석은 싱긋 웃으며 걱정할 것 없단 태평스런 표정으로 날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가 과거를 뜻한다면, 난 너를 안내하는 현재야.”
‘..!’
“아직은 모르겠지, 하지만 넌 알게 될 거야. 내 말의 의미와 너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지.”
그와 함께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동자가 순간 애틋하게 변했다면 거짓말일까, 나는 조금씩 손마디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고 그와 동시에 녀석이 말했다.
“곧 움직일 수 있게 될 거야. 하지만 두려워 마. 이 힘은 오롯이 널 위해 쓰여지고, 너만이 사용할 테니까.”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야. 과거의 파수꾼이 이동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정지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
놀란 내 모습에 재밌단 듯 ‘쿡’하며 웃음을 터트린 녀석은 만나 즐거웠단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오래 기다렸어, 이렇게 우리가 만나기를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지? 그리고 네 정체가 뭔데?!”
모르겠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지 할 말만 하고 사라지고 보내고 정말이지 지들 마음대로였다.
“곧 만나게 될 거야.”
“만나?”
“그래, 우리의 정점에 선 자가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대체 무슨 말인가, 나는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알 수 없는 말만 해대는 녀석의 이야기에 모르겠단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녀석은 옅은 미소와 함께 흐려지며 말했다.
“걱정 하지마, 우린 또 만날 거야. 네가 이 힘을 다시 사용하는 그때 말이지.”
“뭐..? 야! 이렇게 사라지면 안 되지?!! 야!!”
내 외침에도 녀석은 미소와 함께 더욱 옅어졌고, 녀석의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정지되었던 세계가 일순 마법처럼 풀렸다.
“급할 거 없어,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멍한 것도 잠시, 멈춰 있던 슈트렐리츠의 샤벨이 다시금 내 마나하트로 날아왔고 난 피할 수 없단 듯 인상을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멈칫.
‘응..?’
그렇게 날카로운 샤벨의 검 끝이 내 마나하트를 파고들려던 그때였다. 무언가 놀란 듯 나를 공격하던 슈트렐리츠의 표정이 굳는가 싶더니 내리 찌르던 검을 멈췄던 것이었다.
“아버지..?”
“뭐..?”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무엇도 그를 동요하지 못했건만, 그는 꽤 혼란스런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꽤 평정심이 흔들리고 있는지 손에 쥔 샤벨이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그렇게 말한 녀석은 내게서 떨어지더니, 황망하단 듯 날 바라보며 눈을 껌벅이는 것이었다.
‘왜 저러지..?’
녀석의 혼란 덕분에 위험을 넘긴 난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슈트렐리츠를 바라보았지만 녀석은 꽤 심적 동요가 큰지 좀처럼 진정하질 못했다.
“정말.. 아버지십니까..?”
‘아버지..?’
사무친 그리움과 미움이 섞인 애증어린 눈빛, 그는 그렇게 날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치미를 떼실 생각이십니까?”
“뭔가 오해를..”
“정말 당신이란 분은 끝까지 저희를 시험하는군요.”
진짜 이것들이 단체로 사람 열화통 삼키게 할 셈인가? 왜 이리 지들 할 말만 한단 말인가? 뭔가 오해를 하는 녀석에게 말을 하려던 그때, 한층 진지해진 슈트렐리츠가 내게 말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라지만, 마나하트를 온전히 정지시킬 수 있는 분은.. 이 세계에 단 한분 밖에 없죠.”
‘정지라고..?’
녀석의 말에 아까 마나하트가 빛나며 순간적으로 주변으로 퍼져나가던 그때를 기억해 냈다.
“왜 오신 겁니까? 당신에게 있어 이 세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세계가 아니었습니까?”
‘뭐..?’
“당신이 절 막으려 한다해도 세상의 변화마저 막을 순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말한 슈트렐리츠는 자기 샤벨들을 전송시켜 회전시키더니 적개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았다.
“당신은 예전에 포기했을지 몰라도, 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
“두고 보십시오, 인간을 위한 제 계획을.. 그리고 변화할 세계를 말입니다.”
팟
‘..!’
그 말과 함께 녀석은 이전 여유가 넘치던 장난기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진지한 표정과 함께 아까와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내게 쇄도해 들어왔다.
욱신.
“윽..!”
‘빌어먹을.. 아까 다친 상처 때문에 팔이..’
눈으로는 녀석이 보이지만, 부상을 당한 내 몸은 내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빠르게 치유가 되고 있긴 했지만, 녀석의 공격을 막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들어 올려지지 않는 팔을 원망하며 슈트렐리츠의 공격을 바라보던 그때였다.
“거기서 안 떨어져?!!”
화륵
콰과과과광 !!
내 뒤로 날아온 붉은 화염줄기 수십여개가 슈트렐리츠를 강타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날아온 건지 은청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어 올린 미르파크가 무시무시한 검기를 터트리며 엄청난 풍압과 함께 뜨겁게 타오르던 화염을 좌우로 날리며 슈트렐리츠 머리 위로 떨어졌다.
카아앙 !!
키이이이잉
엄청난 마찰음과 함께 슈트렐리츠를 밀어붙인 미르파크는 싸늘한 얼굴과 함께 말했다.
“당신이 그 소문의 공화국 씰이군요.”
“이.. 하등품들이..”
슈트렐리츠는 나와 자기 싸움에 끼어든 미르파크에 불쾌하단 듯 살벌한 기운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마르쿠트(Malchut).”
피이잉
‘..!’
티디디디디딩
순간적으로 빛나오른 슈트렐리츠를 중심으로 무수한 단검들이 전송되어 미르파크를 덮쳤지만, 그녀는 빠른 손놀림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들을 튕겨 내며 내 옆으로 착지했다.
“괴물이군요.”
“카트리나! 안 다쳤어?!!”
“뭐.. 그럭저럭..”
내 옆으로 날아온 아트리아는 꼴이 엉망인 내 모습에 놀라더니 주변 눈을 녹일 정도로 화가 난 표정과 함께 슈트렐리츠에게 으르렁거렸다.
“감히 내 귀여운 카트리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죽여 버리겠어.”
‘네..? 무슨 카트리나요..?’
엄청난 소리를 태연히 자연스럽게 내뱉는 아트리아를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던 그때, 슈트렐리츠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클라비우츠가 그의 목을 향해 쌍둥이 샤벨을 날렸다.
채애앵 !!
“이걸 막다니..”
클라비우츠의 암습을 샤벨을 돌려 막은 슈트렐비츠는 나와 자신을 가로막는 그들이 불쾌함을 넘어 용서할 수 없는지 무시무시한 기운을 터트리며 하늘 위로 손을 뻗어 외쳤다.
“나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방해하다니.. 이 불손한 것들!! 케테르(Keather)!!!”
‘..!’
푸른 섬광과 함께 그의 손 위로 전송된 고풍스러운 샤벨은 예사롭지 않은 모습과 함께 살벌한 푸른 뇌전을 터트렸고, 슈트렐리츠는 그것을 양손으로 쥐고는 그대로 클라비우츠에게 쇄도했다.
“죽음으로 사죄해라, 하등품.”
파지직
나와는 다른 그의 푸른 번개는 주변을 찢을 듯 어마어마한 위세로 클라비우츠의 머리로 떨어졌고, 범상치 않은 기운에 놀란 클라비우츠가 샤벨을 교차해 보지만, 그것으론 부족해 보였다.
카아아앙 !!
‘..!’
하지만 그때, 미르피크와 마르쇼스가 그에게 달려가는가 싶더니 샤벨을 휘둘러 그의 검과 함께 슈트렐리츠의 푸른 섬광을 막았다.
“미르파크.. 마르쇼스..”
그렇게 슈트렐리츠와 세 명의 씰이 대치하던 그때,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철갑탄의 파공음이 들려왔다.
피유우우우
‘..!’
하늘을 메울 듯 날아가던 철갑탄들은 고원 포대진지 하늘 위에서 힘을 잃는가 싶더니 작은 파열음과 함께 일제히 공중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
공중에서 폭발한 철갑탄은 안에 숨겨 두었던 작은 쇠탄들을 사방으로 발사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그대로 쇠탄 소나기를 맞은 공화국 포병대는 몸과 얼굴이 뚫리며 그대로 폭사당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지원군..?”
놀란 내가 뒤를 돌아보자, 마벨을 쫓아 지엘로니츠에 도착한 제국군이 엄청난 위용과 함께 진열을 이루며 배틀라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확성마법으로 증폭된 마벨의 목소리가 설원 전체를 압도하며 들려왔다.
[ 가증스러운 공화국 놈들에게 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려 줘라! 제국의 앞엔 승리뿐이다. 하켄 대제국 만세! 클로비스 4세 만세! ]
“제국 만세!! 클로비스 4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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