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78. 불완전한 혁명
* * *
[ 78. 불완전한 혁명 ]
슈우우웅
콰아아앙 !!
붉은 기운과 함께 코르치에나 입구에 떨어진 카트리나는 산산이 조각난 지면에서 몸을 일으키며 놀라 자신을 쳐다보는 연합왕국을 선홍빛 눈동자로 고고히 쳐다보았다.
스릉
“누구냐?!”
그녀의 기세에 움츠려들던 그때, 젊은 귀족으로 보이는 장교하나가 샤벨을 빼 들며 그녀에게 외쳤다. 그러자 칠흑과도 같은 검은 긴머리를 새침하게 뒤로 넘긴 그녀가 매력적인 붉은 입술을 열며 말했다.
“하켄.. 제국, 마벨후작 휘하 올 라운드 넘버 포틴. 카트리나 폰 브라운슈파이크 볼펜뷔텔 사무엘이다. 자신 있는 놈 먼저 덤벼라.”
“오.. 올 라운드?!”
황금빛 자수가 곳곳에 놓여 순백의 외투를 걸친 그녀는 허리춤에 매달린 샤벨을 뽑으며 천천히 수비군을 향해 걸어갔다.
“두.. 두려워 마라! 올 라운드라 해도 결국 씰일 뿐이다!! 발사!!”
파바바방
“흥..”
사격대열을 이룬 전열보병들이 플린트 락을 들어 일제히 발사했지만 카트리나의 입가엔 조소만 가득할 뿐이었다.
티디디딩
수많은 총탄을 샤벨을 휘둘러 튕겨 날린 나는 지면을 박차 녀석들에게 달려갔다.
“모두 죽여주마!!”
그렇게 샤벨을 들어 귀족장교를 베려던 그때, 그의 옆으로 화려한 붉은 제복을 입은 인영 하나가 튀어나오며, 샤벨을 휘둘러 나를 막아섰다.
키이이잉 !!
‘..!’
“누구냐.”
그들의 공격에 뒤로 물러선 내가 묻자, 연보라 머리카락을 단정히 묶어 올린 미소녀가 나를 경계하며 말했다.
“위대한 연합왕국, 왕립 근위대 소속 펨브로큰 기사단. 메이틀랜드 대위다. 네놈들의 야욕은 여기까지다, 올 라운드!”
“흥! 조그마한 섬 몇 개가 연합한 주제에 위대한은 얼어 죽을. 그런 호칭은 가소롭다 하는 것이다!”
콧대 높은 녀석들의 모습에 울컥한 나는 샤벨을 쥐고는 그대로 박차 달렸고, 메이틀랜드는 그런 나를 응시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이다.”
쇄도하는 나를 기다렸단 듯 그녀가 신호하자, 그녀와 같은 붉은 제복의 씰들이 튀어나오며 나를 공격해 들어왔다.
“가소로운..”
채애앵 !
‘..!’
녀석들이 아무리 은밀하다 해도 결국, 나와 같은 마법생명체일 뿐이었다. 인간이 아닌 이상 마력의 기척마저 숨길 씰 따윈 없다. 나는 일직선으로 달려가던 발을 틀어 내게 달려들던 씰 두 명에게 샤벨을 날렸다.
제법 훈련이 잘된 씰들인지 내 기습적인 일격을 막아선 그들이었지만, 그것만 전부면 심심하지 않는가? 나는 내 검을 막은 씰을 뒤로 밀어붙이며, 옆에 있던 씰의 멱살을 잡아 끌어 당기며 말했다.
“싸움이 뭔지 보여주마.”
놀란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을 끌고는 나는 붉은 기운 폭주시키며 설원의 눈을 과격하게 튀기며 감히 내 검을 막은 녀석을 근처 커다란 나무에 때려 박았다.
콰아앙 !
“크허억..!”
콰직 – 끼이이이 쿵 !!
충격에 부딪힌 나무는 금이 가는가 싶더니, 햐안 눈을 흩뿌리며 천천히 뒤로 넘어갔고, 검을 막은 채 부딪힌 녀석은 붉은 피와 함께 잡았던 샤벨을 떨어트렸다.
씨익.
나는 그런 녀석의 목에 샤벨을 돌려 잡아 박아주고는 내 손에 잡혀 바둥거리는 나머지의 안면에 주먹을 먹여주었다.
퍼억!
코피와 함께 휘청이는 씰의 멱살을 다시 잡은 나는 거칠게 내 쪽으로 당기고는 그대로 머리로 박아버렸다.
“윽..!”
살짝 눈이 풀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난 내 앞에 무릎 꿇린 그녀의 목에 아까 박아넣어 던 샤벨을 회수해 망설임 없이 찔러 넣었다.
“커흑.. 커억..”
“...”
붉은 피가 흰색 외투를 화려하게 적시고, 나를 쫓아 뒤따라온 메이틀랜드와 그녀의 기사단은 무자비한 내 공격에 놀란 듯 놀란 눈동자와 함께 말을 잇지 못했다.
“덤벼, 올 라운드가 왜 올 라운드인지 보여주마.”
피, 그리고 흩어지는 마력들이 내게 흡수되며 내 마나하트는 어느 때보다 격렬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짐승이군요, 당신에게 명예와 기사도를 바란 내 잘못입니다.”
“짐승이라..”
고고한 척 나를 깔아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화가 난 걸까, 나는 목에 박아 넣었던 샤벨을 거칠게 빼서는 그대로 메이틀랜드를 향해 달려갔다.
“단장님, 위험합니다!”
범상치 않은 내 기운에 놀란 기사단원이 그녀에게 소리치지만, 메이틀랜드는 전혀 두렵지 않단 듯 도도히 샤벨을 쥐며 작게 중얼거렸다.
“카운터.”
피잉
‘..!’
그녀의 샤벨과 내 샤벨이 부딪치던 순간, 빛나오르는 연보랏빛 기운과 함께 내 가슴을 뚫고 수정과도 같은 거대한 검이 등을 통과해 솟아올랐다.
“커흑..!”
‘제.. 제길..’
털썩.
나를 꿰뚫었던 연보라 수정이 사라지자, 나는 붉은 피를 토하며 설원 아래로 떨어졌고, 메이틀랜드는 자기 샤벨에 묻은 피를 털며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올 라운드, 당신의 오만의 대가입니다. 각오하시죠.”
“큭.. 재수 없는 년..”
충격이 컸던 것일까, 내 피로 붉어지는 차가운 설원 위로 메이틀랜드는 청순한 외모와 다른 냉혹한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며 샤벨을 쥔 채 걸어오기 시작했다.
***
피유우우우
콰아앙 !!
“돌격!!”
카트리나가 항구입구를 헤집던 그때, 마벨은 부대의 주력을 이끌고 엠블롱 언덕을 공략하고 있었다.
콰아앙!!
“후작, 뒤로 물러서십시오! 적의 포격이 맹렬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병사들을 독려해 공격하시오.”
나이젤 후작의 주력이 있는 항구가 아닌 언덕에 주력병력을 밀어 넣은 마벨은 제국의 연대기를 쥐고는 보병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카트브라 남작이 호위하며 말려보지만, 마벨은 날아오는 포격에도 샤벨을 빼든채 외쳤다.
“착검!”
그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보병들이 일제히 플린트 락에 검을 장착했고, 그들의 표정엔 두려움과 공포심이 가득했다.
“두려워 마라! 우리의 수는 적의 두 배다!! 일제히 쇄도해 공격한다면 점령하지 못할 언덕은 없다!!”
두두두두
그의 외침과 함께 따라온 군악대가 사기를 올리려 드럼을 치며 병사들을 고양했다.
“내가 연대기와 함께 앞장서겠다. 모두 제국의 병사로써 그 의무를 다하라!! 올 하일 하켄!! 올 하일 클라비스 4세!!”
“올 하일 하켄!! 올 하일 클라비스 4세!! 와아아아!!”
연대기를 쥐고 달려가는 마벨의 모습에 용기를 얻은 병사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언덕을 향해 뛰어갔고, 그 모습에 놀란 연합왕국의 진지에서 풍채좋은 붉은 제복의 고위장교가 샤벨을 빼 들며 외쳤다.
“겁 먹지 마라!! 지형은 우리의 편이다!! 허틀랜드의 용사답게 우리의 진가를 보여주자!! 저 들개와 같은 제국놈들에게 한 치의 땅도 줄 수 없다!! 붉은 제복의 명예를 드높여라!!”
그러자 연합왕국의 병사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플린트락에 착검을 하고는 샤벨을 빼 들어 앞으로 나서는 그를 환호하며 외쳤다.
“후사! 후사!! 용맹의 헌팅턴 만세!! 와아아아!!”
그와 함께 조금씩 속력이 붙어 언덕으로 내려가던 연합왕국의 병사들과 언덕으로 올라오던 제국의 병사들은 서로를 만나 치열한 백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죽어라!!”
파앙
“크헉..”
서로 쏘고 서로 찔러 쓰러트리는 지옥의 아비규환이었다. 하지만 투입된 씰들이 연합왕국 쪽이 많은데다 생각보다 완강한 수비군들의 저항에 제국의 전열보병들은 목숨을 잃으며 전투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작, 어서 뒤로!!”
마벨의 근처까지 쇄도해온 연합왕국의 병사들에 놀란 카트브라 남작이 샤벨을 휘둘러 보호하고는 마벨을 뒤로 밀며 후퇴하기를 종용했다.
“큭.. 기사단 모두만 투입할 수만 있었서도..”
프러겔군에 샤벨리아가 나타났단 소식에 마벨은 미할리츠 부대를 보호하기 위해 클라비우츠와 마르쇼스, 그리고 아트리아와 슈하일을 보냈다. 자기 부대가 후퇴하는 것보다 미할리츠의 부대가 행여 프러겔에 패퇴한다면 자기 퇴로가 막혔기에 많은 수의 기사단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이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엘로이즈를 항구 입구로 카트리나와 함께 보냈기에 자신이 운용할 수 있는 씰은 병사들 사이에서 적의 씰을 도륙하며 분전하는 미르파크만이 전부였다.
“저기 제국의 원수 마벨이 있다!!”
“마벨의 목엔 거대한 현상금이 있다! 죽여라!!”
제국의 연대기를 든 마벨을 발견한 연합왕국 병사들은 살기를 들어내며 그를 호위하는 근위대에게 달려들었고, 카트브라 남작은 달려드는 적의 병사들을 베어 넘기며 외쳤다.
“어서 원수를 후방으로!!”
“알겠습니다!”
“죽어라!!”
파앙
슈우웅
콱
‘..!’
그러던 그때, 근위대 뚫은 연합왕국 병사 하나가 후퇴하는 마벨을 향해 플린트 락을 발사했고, 지독한 악운의 연속인지 그 총탄은 마벨의 가슴에 박히며 그를 언덕 진창뒤로 쓰러트리게 했다.
“원수!!”
“커흑..”
“후퇴다!! 원수를 호위하며 전장을 이탈해라!!”
뿌부부부 – 부우
후퇴의 나팔소리와 함께 제국의 병사들은 언덕아래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마벨은 언덕에서 놓친 연대기를 팔을 들어 허우적 거리며 말했다.
“여.. 연대기를 주.. 주워라..”
“안 됩니다! 지금은 원수의 목숨이 더 중합니다!! 뭐 하느냐!! 어서 모셔라!!”
“아.. 안 된다.. 연대기가..”
그렇게 격렬했던 첫 백병전은 연합왕국의 승리로 들어갔고, 제국병사들을 베어 넘긴 헌팅턴 백작이 피에 절은 샤벨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우리의 승리다!! 빅토리아!!”
“와아아아!!”
파바바방
물러나는 제국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연합왕국의 병사들은 플린트 락을 하늘 위로 발사하며 기뻐했고, 언덕 아래에는 제국의 병사들 시체로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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