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섬광의 주인 _ 뇌전(雷電)의 샤벨리아-81화 (81/135)

〈 81화 〉 81. 불완전한 혁명

* * *

[ 81. 불완전한 혁명 ]

스윽 ­

위잉 위잉 위잉

강렬하게 회전하는 마력과 붉게 피어오르는 내 마나하트가 주변의 땅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식은땀과 함께 조용히 노려보던 두 씰은 교차해 땅을 박차 내게 쇄도해 들어왔다.

타앗 ­

“한 발자국도 허용 못한다! 제국의 개!!”

“개라..”

채앵 – 채앵 – 채앵 ­!!

내 허벅지와 목을 각각 노리며 들어온 녀석들의 샤벨을 튕겨 올린 나는 몸을 회전해 녀석 중 하나의 허리에 발차기를 먹여 주었다.

퍼억 ­!

“끄윽..!!”

“꺼져.”

콰아아앙 ­!!!

녀석은 언덕아래 진창으로 날려 버린 나는 내 위력에 놀란 다른 하나에게 달려들어선 샤벨을 내질렀다.

“큭..!”

키이이잉 – 치이잉 ­

아슬아슬하게 내 샤벨을 비켜 막은 녀석은 바닥을 짚어 몸을 숙이는가 싶더니 내게 발을 내질렀다.

부우웅 ­

‘..!’

“그것도 발차기라고 한 거냐?”

콰악 ­

놀라 쳐다보는 녀석의 얼굴을 손을 잡아 쥔 나는 그대로 바닥아래로 내리꽂았다.

콰아아앙 ­!!

우득 ­!!

관절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진창 바닥에 녀석을 박아버린 그때, 아래로 떨어졌던 또 다른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왔다.

“윌리엄!!”

“이성을 잃다니, 어리석은..”

서걱 ­

“끄.. 윽..”

그대로 몸을 돌린 난 빠르게 샤벨을 횡으로 베었고, 놀란 눈과 함께 나를 바라보던 녀석의 목이 조금씩 이탈해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아래로 떨어졌다.

투욱.

휘리릭 – 타악.

“끝이다.”

키이잉 ­! 쩌적 ­

비틀거리는 녀석의 몸을 응시하며 샤벨을 돌려 잡은 나는 그대로 마나하트에 검을 박았고, 녀석의 마나하트는 푸른 파열음과 함께 내 검에 쪼개지는가 싶더니 이내 깊숙이 박혀지며 기능을 정지했다.

“후우.. 이제 끝났..”

파앙 – 티잉 ­!!

‘..!’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연대기를 잡으려는 순간, 플린트 락 소리와 함께 총탄하나가 내 발아래에 박혔다.

“아주 맹랑한 씰이군, 감히 이 헌팅턴 백작의 노획물에 손을 데려하다니.”

스윽.

풍채좋은 붉은제복의 고위 장교하나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플린트 락 권총을 어깨에 기대고는 갈색 콧수염을 만지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굳은 얼굴로 허리를 펴서는 녀석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죽고 싶냐?”

“뭐라? 하하하하!!”

내 말에 헌팅턴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허벅지를 내리치며 껄껄껄 웃었고, 언짢은 듯 쳐다보는 내게 비어 있는 플린트 락 권총을 들어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어이, 씰 아가씨. 나라면 뒤를 보겠어.”

“뭐..? 무슨 얼토당토..”

‘..!’

뚱딴지와 같은 녀석의 말에 조소를 흘리던 그때, 뒤에서 느껴오는 섬뜩한 기운에 나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시이이잉 ­

날카로운 샤벨 두 개가 마치 가위로 썰 듯 내 목을 향해 교차해 횡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말도 안 되는.. 내가 분명..”

“해치웠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

진흙으로 엉망이 된 쌍둥이 씰은 아까의 타격은 없었단 듯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윽.

“미친..”

샤벨을 들고 자세를 잡는 쌍둥이를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헌팅턴은 나를 포위한 병사들 위 언덕에 걸터앉고는 내게 소리쳤다.

“네 검이 아무리 뛰어난다 한들 내 씰들을 쓰러트릴 순 없을 거다.”

분명 마나하트가 쪼개지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하나는 진창에 목이 꺾여 쓰러트렸건만 두 녀석은 멀쩡한 모습으로 날 응시하고 있었다. 더구나 마나하트가 부서졌던 녀석의 심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영롱한 푸른빛을 내며 멀쩡해 있었다.

‘환상도 아니고, 내 실수도 아니면 대체 뭐지..?’

샤벨을 다시 돌려잡으며 녀석들과 신경전을 벌이던 그때, 누가 먼저라 할 새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과감하게 녀석들의 품으로 뛰어들어가 한 놈의 오른쪽 어깨에 샤벨을 박아 넣고는 상처에 힘이 느슨해진 손목을 내리쳐 적의 샤벨을 받아 잡고는 턱부터 머리까지 그대로 찔러 넣었다.

“하나.”

철퍽 ­

시이잉 ­

뒤 따라온 다른 녀석의 샤벨을 피한 나는 손을 뻗어 녀석의 목을 움켜쥐고는 다리를 걸어선 진창 바닥에 그대로 내다 꽂았다.

콰아앙 ­!!

“큭..!”

팅 – 휘리릭 타악.

“확실히 끝내주마.”

허리춤에 있던 작은 단도를 꺼내 잡은 나는 그것을 거꾸로 잡고는 목이 잡혀 버둥거리는 녀석의 마나하트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

콰직 ­!

“커흑..”

쪼개져 빛이 사라지는 마나하트와 함께 절명한 녀석의 눈동자 동공이 커지는 것을 확인 내가 일어서던 그때였다.

콰득 ­

‘..!’

“커헉..”

가슴 한 켠을 뚫고 나오는 은빛 샤벨에 놀란 놀란 내가 뒤를 돌아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까 머리가 꿰뚫린 녀석이 차가운 눈빛과 함께 내게 샤벨을 내지른 모습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거짓.. 말..”

티잉 ­!

기운을 담아 나를 찌른 녀석의 샤벨을 내리쳐 검을 부러트리곤 믿을 수 없단 표정과 함께 나를 응시하는 녀석을 경계했다.

움찔.

‘..!’

하지만 놀라운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나하트가 쪼개져 있던 녀석의 손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회복되는 마나하트와 함께 다시금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이제 좀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지나?!”

“...”

당황한 내 모습에 헌팅턴은 아주 만족스럽단 듯 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불가사의한 녀석들의 모습에 입술을 질끈 깨물 뿐이었다.

‘뭐지? 어떠한 마력의 기척도 없었건만 소생이라니.. 설마 마르쇼스처럼 회복력이 좋은 씰인가..?’

그렇게 녀석들을 바라보던 그때, 한 녀석의 마나하트가 은은히 빛나며 내게 당했던 다른 녀석의 마나하트가 동시에 재생되어 메워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쌍둥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나..?’

두 개이지만 하나인 마나하트, 아무래도 저 둘의 마나하트를 동시에 부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각은 동이 트기 전까지였다.

“빌어먹을.. 이전 몸이라면 저 두 개를 부수것쯤은 일도 아니었을텓데..”

궁지에 몰리면 변명과 함께 불만이 터져오르는 것은 어느 생명체나 똑같은 것일까, 나는 내 의지만큼이나 따라주지 않는 지금의 육체에 애꿎은 탓을 하며 샤벨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 육체는 껍데기이건만 넌 그것에 너무 집착하는구나. ]

‘..!’

머릿속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것은 이전 내 목소리였다.

[ 길은 언제나 열려 있어 샤벨리아. 다만 네가 보지 못하는 것뿐, 이번 한 번은 내가 좀 도와주지. ]

피이이잉 ­

그와 함께 강렬한 마력회전과 함께 마나하트가 붉게 빛나오르던 그때, 육체에 대한 제어권을 잃은 듯 모든 것과 단절된 나는 내 의지와 다르게 육체가 누군가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나지만 내가 아닌 느낌. 마치 인형이 된 듯 내 팔이 내 다리가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린 듯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시야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붉은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빛줄기는 뭐지..?’

난생처음 보는 빛줄기에 당황하던 난 이내 그것이 씰들이 내재하는 마력기둥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소문은 믿을게 못 되는군. 대륙을 떨게 한 올 라운드의 실력이 이정도밖에 안 된다니 말이야.”

그렇게 나를 내려다보며 조소를 흘린 헌팅턴은 단도로 상처를 내 피를 흘리며 자기 씰에게 명령했다.

“죽여라! 내 폐하께 저 녀석의 목을 전승 선물로 가져가겠다!!”

그의 명령에 쌍둥이 씰들의 마나하트가 붉게 빛나 오르더니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디야.. 어디로..’

“훗..”

녀석들을 놓쳐 당황하던 그때, 조소를 흘리던 내 입가에서 멋대로 말이 흘러나왔다.

“가소롭구나, 아주 가소로워..”

‘뭐라고..?’

그렇게 말한 내 몸은 순간적으로 빛나오르며 다가오는 두 붉은 기둥을 양손을 뻗어 잡아 움켜쥐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꿇어.”

콰아아앙!!

잘못 본 것일까, 사라졌던 쌍둥이가 괴로운 듯 마나하트를 움켜쥐며 모습을 들어내는 싶더니 붉은 기둥을 비틀어 잡은 내 손길에 따라 양 무릎이 꺾이며 진창바닥으로 꿇려지는 것이었다.

“끄으윽..”

“으윽..”

“무.. 무슨 일이냐?!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이냐?!!”

놀라 소리치는 헌팅턴을 바라보며 내 입은 또다시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문이 믿을게 못 된다해서 보여줬건만 꽤 시끄러운 인간이구나.”

그러곤 아름답게 올라가는 미소와 함께 목을 비틀듯 잡아 쥔 붉은 기둥을 일순 비틀어 꺾자 쌍둥이들의 마나하트가 동시에 파열돼 터지며 양옆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

가공할 힘,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건만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내 육체를 빼앗은 녀석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생각인지 흩날리는 붉은 마력별빛 사이로 발을 내디디며 믿을 수 없단득 놀라 손을 떠는 헌팅턴을 향해 말했다.

“왜 그래? 웃어. 아까처럼 웃어 보라고."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