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83. 불완전한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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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 불완전한 혁명 ]
제국과 연합왕국이 치열해지던 그때, 셀롱스크 또한 격렬한 전쟁터로 변하고 있었다.
쿠구궁
후두둑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프러겔의 포격에 집이 흔들리고 먼지가 떨어져 내리던 그때, 창이 나 있는 2층 집 안으로 부관들과 함께 침공해 오는 프러겔 군을 살피는 미엘폴스카가 보였다.
“사령관님, 프러겔 군이 동쪽 시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전갈입니다.”
“콜록.. 콜록.. 동쪽? 적의 기병도 있었나?”
“예?”
“기병말이야, 기병을 봤냐고.”
그의 물음에 전령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못 봤던 거 같습니다.”
“콜록.. 없었단 말이지..?”
“예.”
전령의 보고에 알겠단 듯 고개를 끄덕인 미엘폴스카는 시종에게 미온수를 받아 목을 축여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곁에 있던 부관을 불렀다.
“튜스.”
“예, 사령관.”
페르티갈 로슈비치 왕립사관학교 출신인 젊은 장교 튜스는 다소 덩치가 있고 살집이 있는 유순한 인상의 남자였다. 뛰어난 용병술과 대담한 성격을 가진 그였지만,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선한 인상탓에 그다지 신뢰를 받지 못하던 그를 미엘폴스카가 알아보고 데리고 온 것이었다.
“콜록.. 1개 연대를 줄 테니, 당장 서쪽입구를 지켜라.”
“예..? 동쪽이 아니라 서쪽 말입니까?”
튜스의 물음에 미엘폴스카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
“지휘관이 세타 강 전투의 영웅인 페르티안 남작이라고 들었다, 아마 그라면 우릴 교란해 반대쪽을 칠 것이다.”
“그의 씰인 샤벨리아가 동쪽에 있다 들었습니다, 저와 병력이 빠지면 사령관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미엘폴스카는 작게 웃음을 흘리며 걱정 말란 듯 대답했다.
“슈트렐리츠가 그녀를 막을 것이다. 아무래도 프러겔의 신성은 아주 대담한 기동전을 이번 전투에 보여 줄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군을 이동시키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튜스는 지체할 시간이 없단 듯 몸을 돌려 나갔고, 미엘폴스카는 그의 출정에 걱정이 없단 듯 망원경을 펼쳐 프러겔 군이 공격하고 있다는 동쪽을 살피기 시작했다.
***
비유우우웅
콰과과광!!!
“끄아아악!!”
“비켜! 비켜! 비켜!!”
황금빛 뇌전 줄기와 함께 공화국의 씰들을 베어 넘긴 샤벨리아가 빠르게 지면을 타듯 동쪽의 수비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프.. 프러겔의 마녀다! 쏴라!!”
파바바방
금발을 휘날리며 접근하는 그녀의 모습에 놀란 공화국 전열보병들이 플린트 락을 발사해 보지만, 샤벨리아의 샤벨에 튕긴 총탄들은 설원에 박히며 무력화되었고 작고 날렵한 그녀가 화사하면서 진한 미소와 함께 그들의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
“죽어라! 마녀!!”
진지 안으로 들어온 그녀를 막기 위해 보병들이 샤벨을 빼 들어 달려들어 보지만, 예리하면서 간결한 그녀의 검술에 베어 넘겨지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씨.. 씰.. 우리 씰은 어디 있단 말이냐?!!”
부하들을 썰어 넘기며 다가오는 샤벨리아의 모습에 놀란 수비군 지휜관이 주변을 돌아보며 외쳐보지만, 이미 그녀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더 이상 예비로 두고 있는 씰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히이익!!”
화려한 복장과 수많은 근위대에 가려진 지휘관을 발견한 샤벨리아는 아름답지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도약해 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공포에 질린 지휘관은 말고삐를 당겨 도망치려 했다.
피잉
슈우우웅
‘..!’
그러던 그때, 청명한 하늘 위에서 거대한 대검 하나가 엄청난 속도와 함께 샤벨리아를 향해 내려 떨어졌다.
콰과광 !!
“누구냐?!”
몸을 회전해 대검을 피한 샤벨리아가 경계를 하며 소리치자, 설원위에 박혀진 대검위로 나타난 베이지 머리칼 미소년, 슈트렐리츠가 미소와 함께 쇄도하며 중얼거렸다.
“비나.”
‘..!’
채애앵 !! 채재재재쟁 !!!
조금 전까지 무기도 없던 그의 손으로 화려한 문양의 샤벨 하나가 전송되더니 매서운 검술과 함께 샤벨리아를 밀어붙이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피슉
“큭..!”
피슈
날카로운 찌르기와 함께 그녀의 몸위로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녀의 샤벨을 들어 올려 막아선 그는 비어 있던 왼손으로 자기 또 다른 무기를 소환했다.
“티파레트.”
‘!!’
콰아아앙 !!!
붉은 섬광과 함께 터진 폭발은 순간적으로 샤벨리아와 슈트렐리츠를 감쌌고, 검은 폭렬이 바람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자 폭렬하는 그의 붉은 샤벨을 검집으로 들어 막은 샤벨리아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너..”
“흐음..”
묘한 눈빛을 빛내며 샤벨리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슈트렐리츠는 그녀를 뒤로 밀쳐 물러서며 말했다.
“내가 아는 씰인가?”
그의 물음에 샤벨리아는 코웃음을 치며 샤벨을 들어 그를 겨냥하며 말했다.
“나처럼 금발을 한 씰을 많이 아나보지?”
“아닌데.. 뭔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탐색하며 바라보던 그때, 샤벨리아가 땅을 박차서는 강렬한 뇌전과 함께 그를 찢어버릴 듯 공격해 왔다.
콰지지직 !!
샤벨을 교차해 그녀의 공격을 막은 슈트렐리츠는 샤벨리아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속삭였다.
“누구냐?”
“뭐?”
“빨리 말해, 아무리 인간들의 눈을 속일 순 있어도 나까지는 속이진 못한다.”
카아앙 !!
츠즈즈
그를 뒤로 밀쳐 날린 샤벨리아는 황금빛 검기를 샤벨위로 터트리며 교차한 샤벨을 내려 자신을 바라보는 슈트렐리츠에게 소리쳤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1성 샤벨리아 폰 퓌러슈타트다.”
“거짓말.”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내 검이 알려줄 거다!”
파앗
순간적으로 사라진 그녀의 몸이 시야에 없어지나 싶더니 날카로운 살기와 함께 그의 목 언저리에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카아앙 !!
‘..!’
간단히 샤벨리아의 검을 들어 막은 슈트렐리츠는 자기 옆에서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조금은 감이 잡혔단 듯 친근하면서 묘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검으로 나와 싸울 수 있는 씰이 얼마 안 된단 건 너도 알잖아?”
“이 자식이..!”
채앵 ! 채애앵 !!
몸을 돌려 샤벨을 휘둘러보지만, 슈트렐리츠는 가볍게 샤벨리아의 검을 튕기며 말했다.
“새로운 놀이야? 아님, 없던 취미가 생긴 건가?”
“닥쳐!!”
맹렬하게 공격하는 그녀의 공격을 깔끔하게 흘려넘긴 슈트렐리츠는 순간적으로 샤벨리아의 샤벨을 피해 몸을 숙이더니 손을 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네차크.”
‘..!’
짧은 검신의 샤벨 두 개가 그의 손에 전송되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반월을 그려 그녀의 양손목을 그어 버렸다.
피슛 !
“꺄아악!!”
챙그랑
“언제까지 연극할 수 있는지 볼까?”
그렇게 말한 슈트렐리츠는 샤벨을 떨어트리곤 뒤로 물러서는 그녀에게 거리를 주지 않겠단 듯 바짝 붙고는 그대로 오른쪽 옆구리에 샤벨을 박아 넣었다.
“아아악!!”
고통에 몸이 꺾이던 것도 잠시, 슈트렐리츠는 다른 손에 들려 있던 샤벨을 돌려 잡고는 그대로 그녀의 뒷목을 향해 내리 찔렀다.
“끝이다.”
그 말과 함께 날카로운 샤벨이 떨어지던 그때, 아름다운 연녹색 빛줄기와 함께 검 하나가 그의 샤벨을 막아섰다.
카아앙 !
“누구냐?”
채쟁 챙 !!
잠시 검을 나누며 샤벨리아에게 떨어진 슈트렐리츠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비틀거리는 샤벨리아를 보호하듯 앞에선 페트시아를 경계했다.
“신성 프러겔왕국, 제3성 페트시아 폰 퓌러슈타트다.”
“퓌러슈타트? 너도 그 남작의 씰인가 보군.”
페르티안의 명성은 이곳 페르티갈 로슈비치에도 전해져 있었기에 슈트렐리츠는 흥미롭단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대단하군, 일개 남작이 수준 높은 씰 하나에.. 오리지널이라.”
‘..!’
그의 말에 잠시 흠칫 놀라는 페르시아였지만, 슈트렐리츠는 상관없단 듯 그녀의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샤벨리아를 향해 말했다.
“재밌는 장난이지만, 이제 슬슬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죽을지 몰라.”
그러곤 날카로운 샤벨 하나를 전송시키는 슈트렐리츠였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대치하던 그때, 저 멀리 서쪽에서 시끄러운 총탄소리와 함께 어수선한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고 그 소리에 잠시 고개를 돌리던 그의 앞으로 동그란 무언가가 날아왔다.
서걱
“흥! 어디 되지도 않는 기습을..”
피이잉
‘..!’
번쩍 !!
샤벨을 휘둘러 자신에게 날아온 그것을 자르자 일순 빛을 뿜더니 강렬한 빛줄기와 함께 그의 시야를 마비시켰다.
“이 녀석들!!!”
분노한 슈트렐리츠의 외침도 잠시, 페트시아는 출혈이 심한 샤벨리아를 부축하고는 아군이 있는 뒤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의 옆으로 흰 터번과 푸른 제복을 입은 아티뤼크가 나타나 샤벨리아의 반대편을 부축하며 빠르게 전선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피해를 예상한 건 아니지만, 상관없었다. 마스터의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그들의 오리지널을 묶어두는덴 성공했으니까 말이다. 지금까진, 그래 지금까지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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