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섬광의 주인 _ 뇌전(雷電)의 샤벨리아-89화 (89/135)

〈 89화 〉 89. 시계(??)제로(ZERO)

* * *

[ 89. 시계(??)제로(ZERO) ]

‘..!’

아차한 페트시아가 페르티안을 지키기 위해 땅을 박차며 달려오지만 슈트렐리츠의 검이 한 발더 빠를 뿐 이었다.

“죽어라!!”

시이잉 ­!

그렇게 그의 검이 페르티안의 목을 베려던 그 때였다.

콰과과광 ­!!!

어두운 밤하늘 위로 황금빛 섬광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커다란 낙뢰하나가 슈트렐리츠를 정확히 강타하며 내리쳤다.

“끄아아악!!!”

뇌전에 감전되어 비명을 지르는 그의 앞으로 푸른제복을 정갈히 입은 황금빛 머리카락의 작은 인영하나가 착지하는가 싶더니 화사하고 아름다운 얼굴과 달리 거친 욕설을 붉은 입술 밖으로 내뱉으며 슈트렐리츠의 복부를 그대로 걷어찼다.

“꺼져, 병신아!”

퍼어억!!

“크윽!!”

‘!!!’

발차기에 설원 저멀리 날아가는 슈트렐리츠의 모습과 함께 믿기지 못할 그녀의 등장에 페르티안과 주위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샤.. 샤벨리아..?”

“응?”

오랜만에 보는 녀석은, 그래.. 아주 조금 아주 쪼오끔 멋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눈과 마주친 순간부터 날뛰는 심장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와락 ­

“뭐.. 뭐야?!!”

“정말 샤벨리아였어! 샤벨리아라고!!”

갑작스런 녀석의 포옹에 귀밑까지 빨개진 난 너무도 당황스러워 어찌할바 모른채 어버버 거릴 뿐이었다.

“이 미.. 미친 놈이.. 아.. 안 떨어져?!”

“왜.. 왜 이제야 눈을 뜬거야?!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어.. 어..”

애절한 페르티안의 목소리에 난 녀석이 내가 잠든 사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스윽.

“얼굴이 말이 아니네.”

“흐끅..”

"윽..!"

미소와 함께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순간, 페르티안은 사령관답지 않은 예전 얼뜨기와 같은 얼굴로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에 움찔하며 놀란 나는 녀석의 콧물범벅에 엉망이 된 내 제복을 내려다 보며 으르렁거렸다.정말이지 꼭 멋있다가도 이렇게 환상을 깬다니까.

“야.”

“으.. 응?”

“코 닦아, 뒤지기 싫으면.”

“응.”

살기가 담긴 내 말에 녀석은 움찔하는가 싶더니 말 잘듣는 강아지 마냥 내게 떨어져 손수건으로 자신의 코를 닦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심하단 듯 페르티안을 바라보던 그 때, 그의 뒤에서 날카로운 살기와 함께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감지한 난 어떤 설명도없이 녀석의 목덜미를 우왁스럽게 잡아 내 뒤로 잡아끌며 샤벨을 뽑아 그대로 내리쳤다.

카아아앙 ­!!!

암습을 하듯 날아온 슈트렐리츠의 검은 내 샤벨에 튕겨 설원 위로 꽂히는가 싶더니 모습이 사라지며 천천히 걸어오는 그의 손에 전송되었다.

“확실히.. 저번과는 다르구나.”

‘저번..?’

녀석과 만난건 지난 설원 때이기에 난 녀석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페르티안을 뒤에서 다시금 죽이려고 했다는 건 용서할 수 없었다.

"너 이새끼.."

“네가 정말 샤벨..”

파지지짓 ­

‘..!’

하마터면 재회의 순간, 페르티안이 다치는 것을 볼뻔 했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어진 난 순간적으로 황금빛 섬광과 함께 빠른 잔상을 남기며 녀석에게 쇄도했고, 생각치 못한 기습에 놀란 녀석을 응시하며 난 녀석의 목을 향해 검을 힘껏 내리쳤다.

콰과과광 ­!!

“크윽..!!”

“그 검과 함께 잘라주마.”

쩌적 ­

강렬한 뇌전줄기가 그를 덮쳤고, 내 검을 가까스로 가로막은 녀석의 샤벨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금의 틈도 없이 몰아붙이는 내 검술에 녀석은 잠시 놀라는가 싶더니 검 사이로 나를 노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마.. 마루쿠트.”

피이잉 ­

순간적으로 녀석의 몸이 빛나오르는가 싶더니 강렬한 빛줄기와 함께 수십개의 단검들이 터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봤다면 몰라도 이미 본 기술에 당할 내가 아니었다.

채재재쟁 ­

‘..!’

타악 ­

콰직!!

“끄아아악!!!”

샤벨을 휘둘러 녀석의 단검들을 튕겨 쳐낸 나는 그대로 녀석의 복부에 검을 박아넣었고, 슈트렐리츠는 믿을 수 없단 표정과 함께 자신의 몸에 박힌 내 검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최선을 다해봐, 슈트렐리츠. 이정도론 네 목숨조차 부지 못할거야.”

‘..!’

자신의 이름을 아는 내가 놀라운지 녀석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고, 나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타오르는 눈동자로 녀석을 응시하며 내 권능을 개방했다. 이전과 다르게 아주 매끄럽고 위력적인 그 힘을 말이었다.

“씰로스.”

피이잉 ­

‘!!’

순간적으로 내 시야 주위로 보여지는 붉은 마력기둥들과 함께 샤벨을 쥐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그 붉은 빛 마력들이 흡수되듯 빨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주었던 생명을 거두어 가는 죽음처럼 그것은 무자비했다.

쿠웅 ­

철그덕 ­

내 뒤를 암습하기 위해 달려오던 공화국 씰들은 빛이 꺼져 버린 마나하트와 함께 나와 슈트렐리츠 주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 침착하던 슈틀렐리츠도 두려움에 섞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버지..?”

난 손에 모인 붉은 마력을 쥔 채 화사한 미소로 녀석에게 말했다.

“난..”

서걱 ­

“커흑..”

“네 아버지가 아니야.”

촤악 ­

치이이이익 ­

녀석의 복부를 헤집어 샤벨을 베어 빼자 그의 흰색 제복은 붉게 물드며 피가 솟구쳤고 경악스런 표정과 함께 내 앞에 무릎꿇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난 손에 모인 붉은 마력들을 부숴 흡수하며 말했다.

파앙 ­

“샤벨리아다.”

“크윽..”

다른 씰들과 다른 황금빛 기둥. 중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성스러운 황금빛 마력들이 감싸고 있었다. 아마도 최초의 씰인 그를 상징하는 마력일 것이었다.

“주.. 죽여라.”

복부를 쥐여 잡은 채 움직이 못하는 그는 덜덜 떨리는 고개를 들어 내게 말했고, 나는 그런 녀석을 조용히 내려다 볼 뿐이었다.

“너를 만든 그 아버지란 사람..”

움찔.

“어딜 가면 만날 수 있지?”

내 물음에 슈트렐리츠는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무리 증오스럽다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란 말인가?

“그래, 말하기 싫다는 거지? 그럼.. 죽어. 네 소원대로.”

나는 고집스럽게 버티는 녀석의 소원대로 천천히 샤벨을 들어 올렸고, 슈트렐리츠는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했는지 떨리는 몸에도 눈을 감으며 내 검을 기다렸다. 그렇게 샤벨을 들어 내리치려던 그 때였다.

“안 돼!!!”

‘..!’

막사 저편에서 상처를 입은건지 붕대를 감은 플로헤타가 검청색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나와 슈트렐리츠에게 달려오더니 부상을 입어 쓰러진 그를 감싸 안으며 내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샤.. 샤링, 안 돼요.”

“플로헤타..?”

“제발.. 그를 죽이지 마세요.”

플로헤타는 눈물과 함께 내게 애원했고, 나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하.. 누군가 했더니 플로였어? 어쩐지 검을 못쓰더라..”

"슈렐.."

슈틀렐리츠는 이전 자신을 막아선 오리지널이 플로헤타임을 깨달았는지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그녀를 거칠게 옆으로 밀치며 내게 소리쳤다.

타악­

“꺄아악!”

“샤벨리아, 어서 죽여라! 내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

하지만 플로헤타는 그런 그를 포기하지 못하는지 다시금 달려가 내게서 슈트렐리츠를 감싸고는 사정했다.

“안 돼요, 샤링!! 네? 제가 부탁할게요. 그를 살려주세요.”

“플로헤타! 내게 참견하지 말고 저리 가!!”

“제발요, 샤링! 네? 네?”

“플로..”

“부탁이에요, 그는.. 그는..”

녀석과 같은 아름다운 황금빛 기둥이 그녀에게서 보인다. 아무리 적이라 해도 자신의 형제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는 것일까, 플로헤타는 이제껏 본적없는 간절한 표정으로 내게 매달리고 있었다.

'씰에게 형제라니..'

“칫..”

마음이 약해진걸까, 나는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눈동자를 다시금 푸른색으로 되돌리며 들었던 샤벨을 내렸다. 그리곤 의아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는 슈트렐리츠에게 말했다.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가, 마음 변하기 전에.”

“정말.. 날 살려주는 건가?”

“어서 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거 아니까.”

내 말에 슈트렐리츠는 천천히 일어서서는 눈물을 닦는 플로헤타에게 옅은 미소를 보이고는 나를 지나쳐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몸을 돌려 내게 말했다.

“나를 살려줬다해서, 우리의 싸움이 변하는건 없을거다. 샤벨리아.”

“알고있어! 그러니까 빨리 꺼져버려!!!”

신경질적인 내 외침에 슈트렐리츠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이윽고 진지를 흔들던 병사들의 소리도 조금씩 잦아지기 시작했다.

“후우..”

어느정도 정리된 상황에 작게 한 숨을 내쉰 나는 눈물을 닦으며 일어서선 미안한 듯 내 주위를 힐끔거리며 서성이는 플로헤타에게 말했다.

“화 안났으니까, 그렇게 있지마.”

“샤링!”

와락

“윽..!!”

얜 아무나한테 이렇게 덥썩 덥썩 안기는건지, 난 ‘흥’하며 뚱한 얼굴로 입술을 내밀었고 이윽고 멋있는 페르티안으로 변한 녀석은 그런 내게 미소와 함께 다가와서는 잘했단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돌아와서 기뻐, 샤벨리아.”

“흐.. 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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