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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주인 _ 뇌전(雷電)의 샤벨리아-106화 (106/135)

〈 106화 〉 106. 이슈발랑퀘

* * *

[ 106. 이슈발랑퀘 ]

다그닥.

히이이잉 ­

내 투탁거림을 받으며 페르티안과 도착한 곳은 어느 허름한 골목가였다. 화려한 크리스티네 중앙로와 다른 푸근하면서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거리는 사람냄새가 물씬 났고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외침과 초급학교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그런 곳이었다.

끼익.

“내리자.”

“응..? 가자는데가 여기야?”

녀석은 내게 보여 줄 것이 있다며 아침부터 재촉해 날 여기로 데려왔고, 사람들도 흔하게 볼 수 없는 화려한 귀족의 마차와 함께 고위장교복으로 보이는 화려한 푸른제복을 입은 페르티안이 내리자 신기한 구경이 난 듯 모여 들며 웅성거렸다.

‘뭐지?’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말에 데이트는 물 건너갔구나 했지만, 그러면 어떤가? 옷이 중요한가, 누구와 함께 오랫동안 같이 있는다는 게 중요하지.

하지만 날 데려온 곳은 정말 상상치 못한 곳이었기에 난 의아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차에서 내렸고 그 순간, 거리에서 숨을 헛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자 당황스러운 것은 나였다.

꾸욱 꾸욱.

“응?”

“야, 뭐야?”

“뭐가?”

옷깃을 잡아당기는 내게 페르티안은 뭐냐는 듯 쳐다보았고, 나는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거리에 기가 죽으며 녀석에게 속삭였다.

“왜들 저러는데? 니가 시킨 거야?”

“뭐..?”

“아.. 아닌가?”

페르티안은 ‘샤벨리아 너 지금 진심이야?’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난 오히려 공인으로써 자각이 없는 녀석이 걱정되었다.

‘정말 얼굴에 뭐가 묻었나? 하긴 아침 미트볼이 맛있긴 했지..’

재빨리 혀로 이빨을 훑은 나는 페르티안에게 내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였다.

“야, 빨리 내 얼굴 봐봐, 아까 먹은 데미타스 소스 묻었는지 보라고.”

“샤벨리아..”

“아씨.. 새꺄! 좀 진지하게 보라고!!”

이빨을 깨물며 내가 성질을 내자 페르티안은 꽤 골치 아프단 듯 자기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는가 싶더니 안쓰럽단 표정과 함께 내 양어깨를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이래야 샤벨리아지.”

“뭐..?이게 뒤지..”

이 새끼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욱한 내가 페르티안에게 달려들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거리를 흔들 엄청난 함성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가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샤벨리아님이다!!”

“뭐.. 뭐야..?”

상상 이상으로 날 반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난 깜짝 놀라 눈을 깜박이며 마른침을 삼켰고, 굳은 내 모습에 페르티안은 귀엽단 듯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내게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이제 알겠어? 왜 사람들이 숨죽였는지?”

제국 내 탑을 다투는 최고의 미소녀이자 전쟁영웅인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꿈같은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들의 거리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흥분을 넘어 열광을 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샤벨리아님!!”

“샤벨리아님!! 악수 좀!!”

순간적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인파에 나와 페르티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사람들에 밀려 마차까지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난감하던 그때였다.

삐이익! 삐익!!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푸른 제복을 입은 젊은 병사 수십 명이 인파를 가르며 우리에게 다가와 사람들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고, 담당자로 보이는 젊은 장교 하나가 페르티안에게 경례를 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다, 백작님. 저희가 늦었습니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은 있나요?”

“예, 모두 백작님과 샤벨리아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

도착할 때까지 비밀로 부치겠다는 페르티안의 말이 있었기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런 날 발견한 젊은 장교는 순간 얼굴을 붉히더니 말을 더듬으며 귀청 떨어지게 경례를 부쳤다.

“추... 충성!!! 마.. 만나 뵙게 되어 여.. 영광입니다!!!”

“어, 그래.”

군기가 바짝 든 녀석의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지은 난 어깨를 툭 쳤고, 녀석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선 그런 날 멍하니 쳐다보았다.

“야, 야.”

“아.. 죄.. 죄송합니다다. 이.. 이리로 가시죠.”

어딘가 고장 난 듯 버벅이는 녀석의 모습에 내가 페르티안을 돌아보며 ‘왜 저래’라며 입을 벙긋거리자 페르티안은 더 말하기도 귀찮단 듯 눈을 지그시 감으며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어서 따라가란 듯 손짓 했다.

‘우씨..’

그렇게 젊은 장교를 따라간 곳엔 허름한 목조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학교단지가 있었는데 입구엔 ‘프러겔 초급 8 사관학교’라 적혀 있었다.

“사관.. 학교?”

내 간판을 보며 중얼거리자 페르티안은 미소와 함께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내가 운영하는 학교야.”

“뭐..?”

“토르디에르에서 돌아온 뒤 우연히 폐쇄 되려던 이곳을 발견해 구입했어.”

의외였다. 아무리 보아도 교육자론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 페르티안의 말을 듣고선 난 왜 그가 이곳을 샀는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어릴 적 학교를 다는 것이 꿈이었거든.”

“꿈..?”

“알잖아, 나도 저들과 같은 평민출신이란 걸.”

“뭐..? 그럼..”

설마 하는 표정으로 학교를 바라보자 페르티안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프러겔 유일 평민 사관학교야.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이 나라에서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지.”

이제야 왜 그가 날 여기로 몰래 데리고 오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사관학교이지만 필요한 일반교육도 병행하고 있어. 다들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커서 그런지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그렇구나..”

나 몰래 이런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난 눈을 반짝이며 자기 학교를 바라보는 페르티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늘 첫 생도생들이 졸업하는 날이래. 학교 재정상황이 안 좋아 4년이면 졸업할 학교를 8년 만에 졸업하는 거야.”

“8년..?”

“그래, 그러니 이런 뜻깊은 날에 우리가 그들을 축하해 주어야지.”

그렇게 말한 페르티안은 학교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런 녀석의 색다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뭐.. 쪼금.. 그래 쪼금 멋있네.’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따라 들어가던 그때였다. 연병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생도생들은 긴장한 표정과 함께 샤벨을 일제히 빼 들어 코에 붙여 경의를 표했고, 학교 밖에는 갑자기 쏠린 사람들의 시선에 웅성거리며 잔치 분위기를 풍겼다.

“모두 기립!”

척 ­

의자에서 앉아 기다리던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장교모를 옆구리에 걸친 모습으로 일제히 일어서서 감격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그들을 인솔하는 졸업생 대표로 보이는 생도는 당당하게 나와 페르티안에게 다가와 샤벨을 빼 들어 대각선으로 내리며 경의를 표했다.

척.

“제국의 영웅이신 페르티안 백작님과 샤벨리아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의 말에 페르티안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페르티안은 단상 위에 있는 의자로 안내되어 올라서자 연병장에 있던 졸업생이 순간 웅성거리며 소란스러워졌다.

“조용! 조용!! 지금, 이 무슨 추태인가?!!”

그래도 대표라고 흐트러지는 생도들의 분위기를 일순 잡은 남자는 보기에도 나이가 많은 중년남자였는데, 제법 괜찮은 지휘관이 될 것 같았다.

“역시 샤벨리아야.”

“뭐..?”

뭔 말이냔 듯 내가 쳐다보자 페르티안은 ‘아냐 됐어’라며 속삭이며 정면을 응시했고, 뭔가 미심쩍은 느낌에 머리를 긁던 그때, 드럼소리와 함께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단촐하고 대단할 것 없는 졸업식이었지만, 연병장에 모인 그들 하나하나의 열망은 그 어느 생도들보다 뜨겁다면 너무 큰 과장일까?

그렇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녀석과의 데이트에 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올라가고 있었다.

***

블루아 루즈가 자랑하는 클레르몽 대성당은 그 어느 왕국의 성당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햇볕이 통과한 스테인드글라스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성스러움마저 느낄 정도로 그 깊이가 대단했다.

“놓쳤다고?”

엄숙한 성단계단 아래에 앉아 있던 클로비스가 심기 불편한 눈동자를 가면 밖으로 들어내며 자기 앞에 고개를 숙인 라스알게티를 응시했다.

“죄송합니다다, 레벨리스인 슈트렐리츠의 방해가 있어..”

쾅 ­

“그게 지금 변명이 될 것이라 말하는 것이냐?”

샤벨검집을 대리석 계단에 내리친 클로비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라스알게티는 더욱 송구하단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꼭 찾아내겠습니다. 킨라라의 마력은 형제들 중에서도 특이하니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 할 거다. 안 그럼, 네가 무사하지 못할 거다. 라스알게티.”

“알겠습니다.”

황제의 말에 라스알게티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체할 시간이 없단 듯 자기 수하들을 데리고 성당 밖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모두가 떠난 대성당에 앉아 있던 클로비스는 품에서 묵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 십자가 하나를 꺼내곤 작게 중얼거렸다.

“후나후프.”

피잉 ­

그녀의 말과 함게 빛나오른 검은 십자가는 음산하고 칠흑 같이 어두운 검은색 빛을 발산하는가 싶더니 이내 예리하고 날카로운 샤벨를 만들어냈다.

“감히 내 검을 훔쳐 도망가다니, 제법이구나. 킨라라.”

휘이잉 ­

섬뜩한 미소와 함께 검을 휘두르자 순간 공간이 잘린 듯 일순 미끄러지며 일그러졌고, 잠시 후 거대한 석벽과 대리석으로 지어진 클레르몽 성당이 깨끗하게 잘린 단면과 함께 미끄러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드르르 – 콰앙!! 쿠우웅!!!

그렇게 자기 앞으로 들어난 블루아루즈 시내를 조용히 내려다보던 황제는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함께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기대가 된단 듯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이었다.

“누구한테 가는 것이냐, 킨라라. 혹시 또 다른 내게 가는 것은 아니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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