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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주인 _ 뇌전(雷電)의 샤벨리아-107화 (107/135)

〈 107화 〉 107. 이슈발랑퀘

* * *

[ 107. 이슈발랑퀘 ]

타다다닥 ­

푸른 초원 위로 빠르게 달리고 있는 핑크색 머리칼의 킨라라가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는 전보다 많아진 제국의 추격자들이 포기하지 않은 채 집요히 그녀를 쫓고 있었다.

“Matúrĭtas (마투리타스).”

피잉 ­

시이잉 – 콰아앙!!

‘..!’

시동어에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마법진에 빛나는가 싶더니 일순 땅을 박차는 그녀의 발이 폭발하듯 흙먼지를 날리더니 엄청난 속력과 함께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킨라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의 도망에 미간을 찌푸리던 홀슈타인은 자기 옆에 있던 아슈트로돌아보며 말했다.

“곧 프러겔의 수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잡아.”

끄덕.

홀슈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슈트로는 순간 눈동자를 빛내더니 샤벨을 잡은 상태로 모습이 사라졌다.

삐이이잉 ­

그와 함께 엄청난 이명 소리가 울리더니 아까의 킨라라와 비교할 수 없는 소닉붐을 일으키며 바람을 날렸다.

시이잉 ­

‘!!’

아슈트로의 신속을 느낀걸까, 빠르게 다가오는 살기에 흠칫 놀란 킨라라는 몸을 틀어 발을 멈추는가 싶더니 땅을 짚으며 중얼거렸다.

“Exsúlto (엑스술토).”

콰아앙!!

엄청난 압력과 함께 순간적으로 땅을 도약한 그녀는 땅에 있는 추격자들이 작게 보일 정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츠즈즈즈!!!

“칫.”

그녀를 놓친 아슈트로가 혀를 차던 그때, 홀슈타인 뒤에서 도약해 허리춤에서 플린트 락 길이의 마력총을 꺼낸 주베네하말리가 총을 한 바퀴 돌려 장전하더니 저 멀리 날아가는 킨라라를 조준하며 중얼거렸다.

“도망도 이것으로 끝이야, 킨라라.”

삐유우웅 – 번쩍!!!

그녀의 총구에서 빛을 발하며 날아간 빛줄기가 엄청난 반동과 함께 하늘로 날아갔고, 마치 공기를 관통하는 레일 건마냥 주변 구름들을 동그랗게 파쇄하며 빠르게 킨라라에게 접근했다.

‘..!’

“Dēfénsĭo(데펜시오)!!”

콰아아앙!!!

“꺄아아악!!!”

주베의 공격에 놀란 킨라라가 황급히 손을 펼쳐 쉴드를 펼쳐보지만, 엄청난 폭발과 함께 날아간 킨라라는 숲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쿠우웅!! 츠즈즈즈!!

나뭇가지 꺾이며 거칠게 땅에 냉동댕이 쳐진 킨라라는 온몸이 흙투성이가 됐지만 자기 품에 있는 흰색 십자가만은 놓지 않고 꽈악 쥐었다.

비유우웅 ­

떨어진 충격에 비틀거리며 일어서던 그때였다. 숲을 가로지르며 설치된 마력석들이 순간 빛을 발하며 킨라라의 앞으로 강력한결계를 만들었다.

‘..!’

“설마..”

적국 씰을 방비하기 위해 설치한 프러겔군의 대(?)씰용 결계진이었다. 제국에 등록이 안 된 씰들이 있다면 바로 이 결계진에 들어온 순간 마력이 억제되며 평범한 인간마냥 아무 힘도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씰들에게 허용되는 것, 오리지널인 킨라라에게 있어 이 정도의 결계는 무거운 추가 몸에 달린 정도의 페널티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왜일까, 그녀의 얼굴위로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강력한 결계가 있다는 것은 프러겔의 수도 크리스티네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흰색 십자가를 가슴품에 꼬옥 쥔 킨라라는 가까워지는 추격자들에게서 몸을 돌려선 다리에 손을 대고는 나직이 시동어를 읊조렸다.

“Velócĭtas (웰로키타스).”

피잉 ­

콰앙!!

순간 적으로 빛나던 그녀의 다리는 다시금 빠른 속도와 함께 숲을 달리기 시작했고, 저 멀리 숲이 끝나는 빛이 그녀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

척.

“감쏴­ 합니다다!!”

“그래.”

졸업생도들은 은색 견장과 함께 임관식을 가졌고, 나는 페르티안과 함께 단상 아래로 다가와 경례하는 녀석들의 어깨에 견장을 달아주고 있었다.

고위장교들을 배출하는 제국사관학교도 아닌 일반 평민들의 초급사관학교 졸업식이건만 학교 밖은 페르티안과 내 덕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고, 제국 내 크고 작은 신문사에서 온 듯한 많은 기자들은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삽화가를 대동해 우리의 모습을 그리며 취재에 열심이었다.

부담스런 기자들의 관심에 순간순간 뿔뚝 성질이 올라와 뭐라 지랄하고 싶어 입술이 씰룩거리는 나였지만, 모처럼 페르티안이 공을 들인 행사였기에 나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280명에 대한 견장수여가 끝나자 페르티안 이 녀석, 지가 졸업하는 것도 아닌데 눈가 촉촉해져서는 졸업생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야, 우냐?”

“우.. 울긴. 그냥 머.. 먼지가 들어간 거야.”

그래, 그놈의 먼지는 항상 들어가더라. 나는 눈시울이 빨개져 눈물을 훔치는 녀석의 궁상을 모른 척 고개를 돌리며 우리를 올려다보는 이번 신임장교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귀족장교들과 달리 평민장교인 저들은 보병들과 함께 최전선에서 같이 배틀라인을 지킬 것이다. 총탄이 날아오는 평야를 샤벨 하나만을 들고 병사들을 독려하며 이끌어야 하는 저들의 운명도 참으로 고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의 길이건만, 지금 그들의 표정은 장교가 되었단 자부심과 자긍심에 눈이 빛나 더욱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꽈악.

내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저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국의 1성인 내가 더욱 분투해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내 의무이고 이 화려한 제복에 달린 훈장들이 그저 눈요기가 아니란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

대가없는 대우는 그저 민폐일 뿐이다. 저들보다 특별하단 것은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책무에 그리고 뛰어난 힘에 보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람들의 바람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전보다 무거워진 어깨에 입술을 꾸욱 다물던 그때였다. 사람들의 인파 사이로 다급한 표정의 페트시아가 일급 씰들을 대동하고는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샤벨리아님, 큰일 났습니다.”

“응? 뭔데?”

“제도 밖 결계에서 수상한 마력 생명체들을 감지했습니다.”

“뭐..?”

그 순간, 크리스티네 곳곳에서 위급상황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얼굴이 굳어진 내가 페트시아를 돌아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적의 씰이 침입한 듯싶습니다.”

***

저 멀리, 흰색 장벽으로 둘러싸인 에우로페 대륙의 최대도시인 프러겔 제국의 수도 크리스티네가 보였다. 하지만 초원을 달리는 킨라라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급박했다. 왜냐하면 자신을 따라 결계진을 넘어선 추격자들이 마력이 약해진 자신을 조금씩 따라붙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이잉 ­

카앙!! 카앙!!

어느새 옆으로 달라붙은 추격자들은 샤벨을 휘두르며 공격했고, 킨라라는 순간순간 작은 쉴드를 발현하며 크리스티네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삐이이잉 ­

‘..!’

그때, 엄청난 이명 소리와 함께 섬뜩한칼날이 킨라라의 뒤편에서 느껴졌고, 그녀는 순간 몸을 돌리며 아까와 비교 안 되는 강력한결계를 생성했다.

카아아앙!!

치지직 ­

“으윽..”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결계 중간까지 파고든 아슈트로의 검을 막아선 킨라라였지만 그의 검이 꽤 버거운지 그녀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여기로 오면 살 수 있을거로 생각했나?”

무미건조한 아슈트로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킨라라는 힘겨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나도 소.. 소문을 들었거든, 프러겔에 말도 안 되는 괴.. 괴물이 있다는 걸 말이야.”

움찔.

그녀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진걸까, 순간 눈썹을 꿈틀거린 아슈트로는 검에 엄청난 마력을 불어넣더니 그대로 킨라라를 초원 저편으로 날려 버렸다.

콰아앙!!

“꺄아아악!!!”

아슈트로의 공격에 초원 아래로 날아가 굴러떨어진 킨라라는 어느새 자기 앞으로 다가온 그를 올려다보며 품에 있던 십자가를 꽈악 쥐었다.

“내놔, 적어도 품위있게 죽고 싶다면 말이지.”

“...”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렇게 하지 않겠단 듯 킨라라가 바라보자, 아슈트로는 특유의 권태로운 눈동자로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샤벨을 들어 올렸다.

“먼저 가 있어, 곧 배반한 놈들도 보내줄 테니까.”

그렇게 샤벨을 휘두르는 아슈트로의 모습에 눈을 질끈 감던 그때였다.

카아아앙 ­!!

초원의 산뜻한 바람이 볼 옆으로 부는가 싶더니 냉병기 부딪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자기 앞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멀쩡한 자기 모습에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뜬 킨라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왜냐하면 태양을 머금은 듯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슈트로의 검을 가로막은 아름다운 미소녀 하나가 자신만만한 표정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화사하고 매혹적인 그녀의 겉모습과 달리 험한 말을 내뱉으며 말이었다.

“네가 간이 배밖으로 나왔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

파지지직 ­

카아앙!!!

‘..!’

엄청난 뇌전줄기와 함께 아슈트로를 뒤로 날려 버린 샤벨리아는 엄청난 속도로 따라 붙어 놀라 쳐다보는 그의 얼굴을 잡아 초원에 처박고는 섬뜩한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콰아앙!!!

“큭..!!”

씨익.

“2라운드 시작이다, 이 시발것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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