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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주인 _ 뇌전(雷電)의 샤벨리아-109화 (109/135)

〈 109화 〉 109. 이슈발랑퀘

* * *

[ 109. 이슈발랑퀘 ]

“아무리 신기를 쥐었다 한들 달라질 건 없다!”

타앗!

불타오르는 자기 샤벨을 돌려 잡은 홀슈타인이 땅을 박차고는 빠르게 샤벨리아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시이잉.

“...”

빠르게 날아오는 그의 샤벨을 힐끔 눈동자를 돌려보던 샤벨리아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떨어지는 그의 공격을 마치 어린아이의 검을 받듯 샤벨을 휘둘러 막아섰다.

카아아앙!!

‘..!’

“이 무슨..”

공격이 가로막혀 떨리는 자기 샤벨을 믿을 수 없단 듯 바라보는 홀슈타인을 물끄럼 쳐다보던 샤벨리아의 붉은 입술이 미소가 지어지며 작게 벙긋거렸다.

“홀팅.”

‘..!’

내가 무엇을 중얼거린 거지?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녀석의 표정이 혼란을 넘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그런 녀석을 응시하며 멋대로 말을 계속해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왜 그랬어?”

“설마..”

그의 뜨거운 불길보다 강렬한 샤벨리아의 황금빛 안광이 강렬하게 빛나며 그를 추궁하듯 응시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프.. 플룩스..”

공포에 질린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바뀌어 샤벨리아를 바라보고, 모든 진실을 꿰뚫듯 빛나 오르는 그녀의 눈동자가 홀슈타인을 질식 시킬 듯 침식하던 그때였다.

“샤벨리아!!”

삐이이잉 ­

강렬한 이명 소리와 함께 날아갔던 아슈트로가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빠른 속도와 함께 샤벨을 휘두르며 날아들었다.

“아슈.”

‘..!’

삐이이잉 ­

마치 친동생을 부르듯 낮게 중얼거리던 샤벨리아가 일순 사라지는가 싶더니 가볍게 아슈트로의 목을 낚아채 중간에 모습을 들어내더니 그대로 용서 없이 대지에 그를 내리찍어 짓누르며 말했다.

콰아아앙!!!

“끄아아악!!”

“아슈, 내가 이러라고 알려 준 검이 아닐 텐데?”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 일까? 아슈트로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샤벨리아의 시선에 홀슈타인과 마찬가지로 놀란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플룩.. 스..?”

“네게서 지독한 피 냄새가 나는구나, 아슈.”

콰과과광!!!

“으아아악!!!”

그를 으깨버릴 듯 자비 없는 황금빛 기운이 아슈트로를 짓누르며 점점 커져가자 그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발버둥을 쳤다.

“나쁜 아이는 벌을 받아야지?”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플룩스!! 으아아악!!”

하지만 샤벨리아는 손을 모아 비는 그를 용서해 줄 생각이 없는지 그를 더욱 지면 아래로 짓눌러 압박하며 고통을 가하기 시작했다.

철컥 ­

“응..?”

“아슈트로한테서 떨어져! 마녀!!”

타아앙 ­

마력총을 돌려 잡은 주베가 총을 쏘아 공격하자, 그런 그녀를 돌아본 샤벨리아는 잡고 있던 이슈발랑퀘를 잠시 허공에 던져 떠오르게 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Cessátĭo (케사티오).”

피이잉 ­

‘..!’

이 무슨 장난 일까? 맹렬한 속도로 샤벨리아를 덮치던 주베의 마력 탄의 궤적이 거짓말 같이 그녀 앞에서 멈춰 서는 것이 아닌가?

“마.. 말도 안 돼..”

자기 마력 탄을 멈춰 세운 샤벨리아의 권능에 놀란 주베가 잡았던 마력총을 떨구던 그때, 그런 그녀를 씁쓸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샤벨리아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변함없이 넌 합리적이구나, 주베.”

“뭐..?”

딱 ­

“Repercússus (레페르쿠스스).”

티이잉 ­

‘..!’

마치 물리의 법칙을 어기듯 샤벨리아 앞에 멈춰 섰던 주베의 마력 탄은 아까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함께 다시금 주베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제.. 젠장! 쉴드!!”

피이잉 ­

슈우웅 ­

콰아아아앙!!

“꺄아아악!!”

급하게 생성시킨 그녀의 쉴드가 부서지는가 싶더니 강렬한 폭발과 함께 주베를 저 멀리 날려 버렸다.

스릉 ­

“...”

충격에 고개를 숙인 홀슈타인과 기절한 아슈트로,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주베의 모습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국의 엘리트 씰들은 긴장한 얼굴로 일제히 샤벨을 빼 들며 샤벨리아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절한 아슈트로의 목을 놓아준 샤벨리아가 황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그런 그들에게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죽어라! 프러겔의 마녀!!”

샤벨리아의 말에 엘리트 씰 셋이 동시해 땅을 박차며 그녀를 향해 쇄도했고, 그런 그들을 안타깝단 듯 조용히 응시하던 샤벨리아는 나직이 속삭였다.

“씰로스.”

피이잉 ­

‘..!’

샤벨이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순식간에 빛을 잃은 그들의 마나하트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깔끔히 부서져 허공에 흩날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샤벨리아를 스치듯 그들의 육체 또한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

그러자 경악스런 그녀의 권능에 놀란 걸까, 제국의 엘리트 씰들은 일순 표정이 굳어지며 누구하나 공격하기를 주저하며 나서기를 꺼려하던 그때, 허공에서 고고히 돌고 있는 자기 순백색 샤벨을 들어 올린 샤벨리아가 그들을 향해 말했다.

“무릎을 꿇어 내게 경의 표해라, 난 너희의 왕이자 아버지가 남기고 간 유일한 세 개의 성좌 중 하나다.”

‘..!’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게 빛나오르는 그녀의 모습에 제국의 엘리트 씰들은 자신들의 본래 목적조차 잊어 버렸는지 놀란 눈동자와 함께 믿을 수 없단 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빛의 샤벨.. 그럼 당신이..”

그들의 물음에 샤벨리아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가 바로 태양의 성좌 플룩스다.”

‘..!’

그녀의 대답과 함께 제국의 엘리트 씰들은 이야기로만 듣던 위대한 존재의 증거에 하나둘 쥐고 있던 샤벨을 초원위로 떨구며 한쪽 무릎을 꿇으려 했다.

“꿇지마라!!”

움찔.

“...”

그러던 그때였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흐트러진 얼굴의 홀슈타인이 자기 샤벨을 고쳐잡아 일어서며 샤벨리아에게 대항하듯 외쳤다.

“저자는.. 아버지의 뜻을 저버린 배신자다! 더 이상 성좌도, 대리인도 아니다!!”

화르르륵 ­

그렇게 말한 홀슈타인은 불타오르는 자기 샤벨을 들어 그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한 몸에 각성한 두 개의 인격체라니. 플룩스, 당신처럼 불완전한 존재가 정녕 우리의 왕이라 할 수 있을까?”

“홀팅..”

안쓰러운 눈빛으로 홀슈타인을 바라보던 그때, 샤벨리아의 입꼬리가 천천히 한쪽으로 씰룩 거리며 올라가는가 싶더니 순간 눈을 번뜩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시발.. 니들 내 몸 가지고, 뭔 짓거리를 하는 거야?!!”

번쩍 ­

“크으윽..!!”

눈을 아릴 정도로 강렬한 빛을 뿜던 샤벨리아는 강렬한 분노가 느껴지는 표정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홀슈타인을 향해 말했다.

“보자 보자 하니까, 아주 내가 안중에도 없지?”

“칫..”

따스하고 아늑했던 이전의 기운은 사라지고 모든 것을 태워 죽일 듯 강렬하게 타오르는 기운이 샤벨리아를 감싸며 소용돌이치자 홀슈타인은 작게 혀를 차는가 싶더니 자기 엘리트 씰에게 명령했다.

“추격을 멈춘다. 지금 부로 아슈트로와 주베를 데리고 세베랑스로 퇴각해라.”

“알겠습니다.”

홀슈타인의 명령에 엘리트 씰들은 주저 없이 기절한 아슈트로와 주베를 들처 업더니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듯한 샤벨리아가 대지가 울릴 듯 살벌한 외침을 터트리며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 니 놈들 목 전부 떨궈주마!!”

콰아앙!!

무시무시한 황금빛 섬광과 함께 모습이 사라진 그녀는 초원위를 빠르게 달리며 퇴각하는 제국의 엘리트 씰 위에서 모습을 들어내는가 싶더니 이슈발랑퀘와 또 다른 자기 애검을 양손에 잡아 휘두르며 도망치던 씰 두 명의 등을 관통해 땅에 박아버렸다.

서걱 ­!!

“끄아아악!!”

깨어 있지만 마치 잠든 듯 멍하니 방관만해야 했던 아까의 답답함을 해소하듯 나는 도망치는 제국의 엘리트 씰들을 도륙하며 기절해 실려 가는 아슈트로와 주베를 향해 도약하던 그때였다.

카아아앙!!

‘..!’

“이성적인 또 다른 당신과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날이 아닌 거 같군요.”

“뭐..? 너 지금 내 욕한 거지?”

뭔가 기분 나쁜 녀석의 말에 내가 눈썹을 움찔거리자 홀슈타인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맹렬한 화염을 크게 불태워 일으켜 나를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또 만날 날이 있을 겁니다, 플룩스!”

그렇게 홀슈타인과 살아남은 녀석의 추격자들은 숲 너머로 사라졌고, 나는 밑을 닦다 만듯한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땅에 착지해 내 샤벨들을 갈무리했다.

“칫..! 단숨에 끝내 버릴 수 있었는데..”

저벅.

“응..?”

풀리지 않는 분에 이빨을 갈며 으르렁 거리던 그때,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아까 내게 흰색 십자가를 던졌던 핑크색 머리카락의 미소녀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다가왔다.

“저어..”

“아씨! 뭔데?!”

움찔.

“히이잉..”

꽤 심약한 성격인지 내 외침에 목을 움츠린 그녀는 눈물을 찔끔거렸고, 그 모습에 순간 마음이 약해진 난 미안하단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말을 걸었다.

“너.. 너 때문에 화가 난 거 아니니까. 궁상맞게 그러지 말고 목 펴!”

“네.. 훌쩍..”

눈물이 많은 건지 아님 눈이 커서 그런 건지 귀엽게 눈물을 소매로 훔친 그녀는 내 기분을 살피듯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드레스를 잡아 한쪽 무릎을 다소곳하게 굽히며 내게 자신을 소개했다.

“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플룩스. 올 라운드 넘버 텐, 킨라라 폰 벨캠부르크예요.”

“뭐..?!”

또 다른 오리지널의 등장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보자 킨라라는 다시금 움찔거리며 겁에 질린 눈동자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

“왜.. 왜요? 제가 싫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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