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118. 서쪽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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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8. 서쪽의 빛 ]
연합의 공격에 잘 버티는 마벨의 제국군이었지만, 사방에서 치고 빠지는 적의 교활함에 병사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부우웅 – 콰직 !!
“끄아악!!”
“씨.. 씰이다!! 적의 씰이다!!!”
게다가 아군의 진형으로 돌파해 들어온 적의 씰들이 있었는지 병사들의 패닉은 가속화 되었고 그렇게 진형 내 배틀라인들이 무너지며 보병들이 공포에 후퇴하던 그때였다.
“18연대!!”
패닉 속에서 샤벨을 빼든 카트브라 남작이 외치자, 은색 수로 화려하게 치장된 마벨의 제18 제국근위대가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그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 준비!”
처척.
그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플린트 락을 들어 조준한 수많은 총구가 침입한 적의 씰을 향해 향했고, 도륙되어 엉망이 된 아군의 시체에도 그들은 동요하지 않은 채 남작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우리가 각하의 마지막 보루다! 1열 발사!!”
파바바방
수많은 플린트 락의 불꽃이 멈추기도 전 남작은 틈을 주지 않겠단 듯 계속해 명령을 하달했다.
“멈추지 마라! 2열 발사!!”
파바바방
페르티안의 순차사격을 받아들인 것인지 그들의 연사사격은 꽤 효과적이었고,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상대였을 때 해당하는 것, 그들의 공격을 가뿐히 피한 적의 씰들은 무시무시한 광풍과 함께 근위대의 총탄을 튕겨 날리며 병사들을 지휘하는 카트브라 남작을 향해 달려왔다.
부우웅
“큭..”
거대한 대검의 그림자와 함께 떨어져 내려오는 적의 무기에 남작이 짧은 탄식과 함께 입술을 깨물던 그때였다.
“혈무(血?).”
피잉
‘..!’
순간 흩어진 붉은 마력이 남작을 덮치려던 두 씰을 감쌌고, 검은색 외투와 함께 흰색 제복을 입은 검은 머리칼의 미소녀 하나가 샤벨과 함께 그들을 덮쳤다.
채재재재쟁
콰아앙!!
일순 예리한 핏빛 검기와 함께 튀어 날아오르던 기운은 화려하게 터져 올랐고, 가라앉는 핏빛 안개 속에서 진홍색 붉은 눈동자 두 개 빛나며 먹잇감을 쫓든 그들을 쇄도하기 시작했다.
채앵 – 챙!!
“큭..”
샤벨보다 두터운 대검이건만 침입해 온 메이드복의 두 씰은 검은 머리칼의 미소녀의 검격에 밀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카아앙 !!
츠즈즈
금발 머리칼의 두 씰을 뒤로 물린 미소녀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니들.. 꽤 익숙한 냄새를 풍기고 있구나.”
“...”
처음엔 착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마주한순간 난 그녀들의 마스터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이름을 피식 웃음과 함께 내뱉은 난 경계하는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하켄 제국 올 라운드 넘버 포틴, 카트리나 폰 브라운 슈파이크 볼펜뷔텔 사무엘이다. 네놈들은 누구냐?”
그러자 두 쌍둥이 자매는 검을 교차하며 입을 열었다.
“베르니아 공국, 피엔체스코 후작가의 사용인 비토리아 데 가르디오르..”
“마르티나 데 가르디오르입니다.”
“역시..”
베르니아라 할 때부터 불길하더니, 역시나 녀석의 씰들이었다. 그녀들의 마나 하트에서 풍기는 느끼한(?) 녀석의 피 냄새를 맡았을 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가 싶더니 아무래도 내 감이 틀리진 않았다.
“니들이 멀쩡하다는 건, 숯댕이 버터 놈도 아까의 폭발에서 살아 있다는 거겠지?”
숯댕이 버터가 어떻게 놈인지 알아들었는지, 내 물음에 두 쌍둥이는 불쾌하단 듯 동시에 인상을 찡그리더니 대검을 고쳐 들며 으르렁거렸다.
“마스터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 없군요.”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황제의 파수견.”
타앗.
꽤 가르디오르를 따르는지 그녀들은 무거운 대검을 마치 가벼운 막대기 휘두르듯 가공할 위세와 함께 내게 쇄도해 달려들었다.
채앵 – 챙!!
검을 맞붙을 때마다 묵직하게 울리는 그녀들의 무기는 확실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게 가르디오르의 씰들을 막아서던 그때였다. 산맥 쪽에서 붉은 신호탄 하나가 높게 오르는가 싶더니 나를 공격하던 그녀들이 일순 거리를 벌리며 뒤로 빠지는 것이었다.
‘뭐지..?’
갑작스러운 후퇴에 눈을 깜빡이던 그때, 또다시 대포가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천지가 울리기 시작했다.
“설마..?!”
마스터와 씰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위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한 자리에 계속 맴돈다는 것은 그의 마스터가 노리는 목표물이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었다.
“마벨!!”
“응..?”
순간적으로 몸을 돌린 난 뭐냐는 듯 바라보는 녀석을 근처 마구간 물통으로 잡아 던지고는 샤벨을 검집에 넣고는 기운을 응축시켰다.
“가르디오르..!!”
피잉 !!!
순간 터져오른 붉은 기운에 카트브라 남작 또한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영리하게도 병사들에게 빠르게 외치며 뒤로 물러섰다.
“적의 포격이 온다!! 후퇴!! 후퇴하라!!!”
검집에 넣은 샤벨을 잡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 순간, 아까와 다른 구릿빛 포탄들이 붉게 달아오르며 떨어져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폭탄들은 분출되는 기름과 함께 엄청난 화염을 분사하며 우리를 덮쳐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숨 참아!!!”
철컥
“흐아아!!”
번쩍
일순 샤벨을 뽑은 난 이글거리는 화염으로 덮인 하늘을 향해 날렸고, 순간적으로 응축되었다 터진 내 검기와 함께 강한 바람을 일으킨 공기는 가르디오르의 화염탄을 밀어내며 찢어 버렸다.
쿠구구궁 !!!
휘이잉
하지만 광역적으로 흩날리며 떨어진 가르디오르의 화염탄은 진지의 막사에 떨어져 불타올랐고, 막아 내기는 했지만 워낙 엄청난 화력이었기에 여기저기 불에 타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이 나오며 진지는 지옥을 연상케 하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제길.. 제길..”
그런 불길 속에서 가르디오르의 씰들은 푸른 물과 같은 쉴드를 회수하며 내게 걸어오고 있었다.
“이걸 노렸구나!!”
타앗
잔인하게 병사들을 죽인 그들의 방법에 분노한 내가 샤벨을 쥐고는 대지를 따라 낮게 쇄도해 들어오자 그녀들은 놀란 표정으로 무기를 들어 나를 막으려 했다.
“용서 못 해!!!”
채재재쟁
“크읏..”
“이딴식으로밖에!!”
카앙 !!
“못 싸우는 거냐?!!”
서걱
“꺄아악!!!”
푸른 리본을 한 비토리아를 완력으로 밀어낸 나는 당황해 쳐다보는 마르티나를 향해 달려들어 넘어트리며 그녀의 어깨에 샤벨을 박아 넣었다.
“아으윽..”
“아파? 불에 타 죽는 고통은 이것보다 더해. 알아?!!”
콰득
“아아악!!!”
샤벨을 비틀자, 마르티나는 비명과 함께 대검을 놓쳤고, 그 모습에 밀려났던 비토리아가 대검을 휘두르며 자기 자매를 구하려 했다.
“마르티아에게 떨어져!!”
부우웅
허리를 뒤로 꺾어 그녀의 검을 피한 나는 마르티나의 어깨에 박힌 샤벨을 포기하고는 그대로 비토리아를 덮치며 땅으로 엎어트렸다.
“꺄아악!!”
쿠웅
그러곤 빠르게 몸을 빙그르 돌려 무방비로 드러난 그녀의 왼팔을 양팔로 잡아 뒤로 꺾으며 그대로 비틀어 버렸다.
뚜득
“아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비토리아의 가는 목을 잡아 땅에 부딪힌 난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뽑으며 중얼거렸다.
“죽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마나 하트를 향해 단검을 내지르던 그때였다.
콰광 !!
‘..!’
엄청난 폭발과 함께 아큐벤스가 샤벨로 가로막은 모습으로 내 옆으로 밀려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고고한 모습을 한 슈트렐리츠가 우리 앞으로 착지하며 만신창이가 된 쌍둥이 자매의 모습에 다소 놀랐단 듯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베르니아의 쌍사자라 불리는 그녀들을 이렇게 만들다니.. 대단하군요.”
“슈트렐리츠!”
감탄도 잠시, 그에게 밀렸던 아큐벤스가 회색눈동자 주변으로 푸른 링처럼 빛을 발산하더니 그에게 달려들었다.
채쟁 채애앵
검성인 슈트렐리츠를 상대로 반박자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검술은 꽤 부드러우면서 날카로웠다. 하지만 슈트렐리츠는 그의 샤벨을 가로막아 봉쇄하며 미소와 함께 작게 중얼거렸다.
“과연 성가신 검이군. 하지만..”
‘..!’
스슥
“상대가 움직이지 전까진 네 권능은 그저 쓰레기일 뿐이야.”
아큐벤스를 공중에서 잡아 땅으로 잡아끌어내린 슈트렐리츠는 왼손으로 그의 샤벨 중 하나를 전송시키더니 진한 미소를 지어올렸다. 그러자 놀란 아큐벤스가 나를 돌아보며 외쳤다.
“각하다!! 각하를 지켜!!”
“뭐..?”
“빨리!!”
“늦었어.”
티잉
‘!!’
아큐벤스의 외침에 미소와 함께 자기 샤벨 하나를 튕겨 날린 슈트렐리츠의 차갑게 식은 눈동자는 마구간 물통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던 마벨을 향하고 있었고, 나는 녀석의 목표가 그 임을 그제야 알아챌 수 있었다.
‘안 돼.. 안 돼..!!’
피이잉
무슨 생각이었을까, 순간 머리가 하얘진 나는 강렬하게 빛나는 마나 하트와 함께 날아오는 샤벨을 멍하니 바라보는 마벨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붉고 진한 진홍빛 마력을 짙게 흩날리며 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