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섬광의 주인 _ 뇌전(雷電)의 샤벨리아-124화 (124/135)

〈 124화 〉 124. 어둠의 성좌

* * *

[ 124. 어둠의 성좌 ]

“플.룩.스!!!”

콰아앙!!

분노에 일그러진 클로비스가 일순 자리를 박차고 샤벨을 휘두르며 쇄도해 들어왔다.

채재쟁 – 카아앙 ­!!

키이잉 ­

서슬 퍼런 살기가 휘몰아치며 샤벨리아를 몰아쳤지만,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빠르게 클로비스의 검격을 막고는 멈춰 세웠다. 그러자 엄청난 풍압과 함께 두 신기 사이에서 주홍빛 마찰빛이 터져오르며 서로가 움직이지 못하게 샤벨을 잡은 손만이 미세하게 떨릴 뿐이었다.

“감히 날 막겠단 것이냐?”

“아니, 도망칠건데?”

“뭐..?”

샤벨리아의 황당한 대답에 클로비스가 잠시 벙찐 표정을 짓던 그때였다.

“킨라라!!”

“아, 네네!!”

피이잉 ­

클로비스의 샤벨을 뒤롤 밀어 떨어트린 샤벨리아가 킨라라를 향해 외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는가 싶더니 급히 전이마법을 발동시켰다.

“이놈들..!! 내가 도망치게 놔줄 듯싶으냐?!!”

도망치려는 것을 눈치챈 클로비스가 푸른 눈을 빛내던 그때, 샤벨리아가 빠르게 그녀에게 쇄도해서는 머리를 뒤로 젖히는가 싶더니 그대로 머리를 박아버렸다.

쿠웅 ­!

‘..!’

씨익.

무식한 그녀의 박치기에 클로비스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몸을 휘청였고, 사악한 미소를 지은 샤벨리아는 그녀를 발판 삼아 발로 디뎌 밀 듯 다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콰아앙 ­!!!

“저.. 저런 무식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마치 강아지처럼 칭찬해 달란 듯 달려오는 샤벨리아의 모습에 페르티안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그때였다.

휘익 ­

“너 있다가 보자.”

“응..? 으엑!!!!”

순식간에 그를 지나치던 샤벨리아는 마치 짐짝을 들 듯 그의 목깃을 그대로 움켜쥐고는 포탈로 직행했다.

“후나후프!!”

‘..!’

그렇게 전이마법이 발동된 포탈로 향하던 그 순간, 먼지 속에서 칠흑과도 같은 검은 샤벨이 샤벨리아를 향해 날아왔다.

“칫..! 성가신 것!!”

카아앙 ­!!

“에잇!!”

“으아아악!! 샤.. 샤벨리아!!!”

이슈발랑퀘를 휘둘러 후나후프를 날린 샤벨리아는 손에 잡고 있던 페르티안을 포탈로 던지며 킨라라에게 말했다.

“킨라라! 넌 데브랑 먼저 가 있어!”

“네! 아.. 알겠어요!! 데브, 어서 가죠.”

“응!”

샤벨리아의 말에 킨라라는 주먹을 귀엽게 쥐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브와 함께 포탈로 사라졌고, 싸움으로 흥분된 샤벨리아의 곁엔 자기 창을 회수한 키탈파만이 남아 있었다.

“키탈파.”

“네, 플룩스.”

“알레나는 내가 맡을 테니 프레데리카를 도와줘. 아무래도 그 고집덩어리 고전하는 것 같으니까.”

“네!”

샤벨리아의 명령에 키탈파는 오랜만에 보는 플룩스에 가슴에 벅찬지 상큼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렵하고 건물벽을 디뎌 프레데리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두게 놔둘 성싶으냐?!!”

순간적으로 키탈파의 앞을 잡으며 가로막은 클로비스의 모습에 당황하던 그때, 어느새 날아온 샤벨리아가 샤벨을 잡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는 멱살을 잡아 그대로 땅으로 엎어치듯 날려 버렸다.

“네 상대는 나야!!”

부우웅 ­

“큭..!”

“어서가! 키탈파!!”

끄덕 ­

샤벨리아의 도움으로 위험을 피한 키탈파는 다시 빠른 움직임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샤벨리아에게 날려 떨어지던 클로비스는 마치 고양이처럼 민첩한 모습으로 가볍게 몸을 회전해 땅에 착지하고는 샤벨을 고쳐잡고는 으르렁 거렸다.

“감히 불완전한 씰 주제에 창조자를 거역할 셈이냐?!”

“불완전? 흥! 너도 나처럼 씰이잖아!!”

카아앙 ­!!

잘난 듯 말하는 클로비스의 태도가 그녀를 거슬렸는지 샤벨리아의 이마에 혈관하나 불뚝 오르더니 순식간에 클로비스의 앞에 나타나 샤벨을 휘둘렀다.

“알레나, 그만 아버지인척 연기하지? 들을수록 역겹고, 아주 아주.. 거슬리니까!”

키캉 ­!!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샤벨과 함께 뒤로 날려 버린 샤벨리아는 이슈발랑퀘를 마치 검집에 넣듯 자세를 잡더니 백색 뇌전과 함께 기운을 응축했다.

콰지직 ­!! 쿠궁 ­!!!

“마나 하트째 절단해 주마!!”

파지직 ­!!

그러곤 엄청난 빛줄기와 함께 뒤로 밀려 자세가 흐트러진 클로비스를 그대로 덮쳤고, 정신을 차렸을 때엔 이슈발랑퀘를 빼든 샤벨리아가 그녀를 지나쳐 멈춰 서 있었다.

“프.. 플룩스..”

푸슛 ­!!

“커억..!!”

화려한 검은제복이 날카로운 선과 함께 잘리는가 싶더니 일순 붉은 피와 함께 깊고 큰 상처가 클로비스 가슴팍 위로 솟아 터졌다.

땡그랑 ­

털썩.

“커흑.. 컥..”

주르륵 ­

샤벨리아의 일격에 클로비스는 괴로운지 가슴팍을 움켜잡고는 무릎을 꿇었고, 상처로 터진 붉은 피는 바닥을 적시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샤벨을 들어 완벽하진 않지만 자기 검격을 막은 클로비스였기에 샤벨리아는 수가 보인단 듯 조소를 흘리며 다가가 그녀를 머리채를 잡아 젖히며 말했다.

“이봐 알레나, 엄살은 그만떨지? 너도 씰이라면 이 정도 상처는..”

‘!!’

잘못 본 것일까? 창백한 그녀의 얼굴 아래로 드러난 가슴골엔 있어야 할 마나 하트가 없었다.

“마나 하트가..”

“폐하!!!”

시이잉 ­

‘..!’

키이잉!!

어디서 나타난 걸까, 클로비스와 샤벨리아 사이로 난입한 라스알게티가 많은 출혈로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호하며 뒤로 떨어진 샤벨리아를 경계했다.

“투과하는 검기라.. 역시 네 검은 성가셔, 라스알게티.”

“플룩스.. 각성하셨군요.”

씨익.

개구진 얼굴로 아름답게 미소 짓는 샤벨리아의 모습에 검을 잡은 라스알게티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어서 그 반역자를 내게 넘겨. 안 그럼 내 자비는 없을 거야.”

꿀꺽.

샤벨리아의 경고에 라스알게티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물러설 수 없단 듯 검은 잡지 않은 손을 바닥에 짚으며 말했다.

“반역자는 폐하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플룩스.”

“뭐..?”

피이잉­

“아차..”

순간 라스알케티의 손에 발동된 마법은 화려한 빛줄기와 함께 하늘 위에서 붉게 터져 올랐고, 그 신호를 눈치챈 샤벨리아는 방심했단 표정으로 그녀와 클로비스를 노려보았다.

“형제들이 곧 올 겁니다. 아무리 빛의 성좌라 해도 모두를 상대하기엔 벅차겠죠.”

“으으.. 라스알게티..”

형제라면 클로비스 수하에 있는 올 라운드일터, 샤벨리아는 한 방 먹었단 표정과 함께 이슈발랑퀘를 회수하며 물었다.

“설마 알레나가 인간일 줄이야, 대체 뭘 꾸미는 거지?”

“꾸미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쓸 수 있는 분께 주었을 뿐입니다.”

‘쓸모없는 거라고..?’

묘한 라스알게티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던 그때, 라스알게티를 놓친 프레데리카와 키탈파가 베텔기우스의 검을 피해 그녀 곁으로 착지했다.

“플룩스 님..”

“그.. 그래, 나야.”

변화를 눈치챈 프레데리카가 샤벨리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녀는 그런 프레데리카의 뜨거운 눈을 견디지 못하겠단 듯 난처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렸고 그녀들을 쫓아온 베텔기우스도 프레데리카 못지않은 놀란 눈동자로 샤벨리아를 응시했다.

“플룩스.. 내 프리티마셰를 내.. 놔라..”

그러던 그때, 상처로 인해 창백한 안색이 된 클로비스가 샤벨리아를 노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자기 중상은 상관없단 듯 손을 뻗어 애원하듯 쳐다보자 샤벨리아는 미간을 찡그리며 경멸스런 눈동자와 함께 차갑게 말했다.

“프리티마셰는 죽었어. 더 이상 죽은 그녀를 모독하지 마!”

하지만 클로비스는 인정할 수 없단 표정과 함께 그런 샤벨리아를 증오스러운 눈동자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리 내 의지를 이었다 해도 가짜는 가짜! 네 까짓게 나와 그녀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울컥.

“이게..”

클로비스의 외침에 울컥한 샤벨리아가 이슈발랑퀘를 다시 꺼내려 하자, 키탈파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속삭였다.

“플룩스, 형제들이 오고 있어요. 어서 자리를..”

“칫..!”

확실히 키탈파 말대로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나와 클로비스 근처로 모여 들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되었기에 난 가증스럽고 얄밉게 쳐다보는 클로비스를 죽일 듯 째려보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알레나, 다음은 없을 거야. 그러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훗.. 다음이라? 참으로 어리석고 약해빠진 소리를 하는군. 그래서 너는 안 된다는 거다, 플룩스.”

“알레나..”

울컥한 내가 다시 분노를 터트리며 몸을 돌리려 하자, 키탈파는 내 손목을 강하게 붙잡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지 마세요, 당신을 붙잡아 두려는 얄팍한 수니까요.”

“...”

“게다가 프리티.. 아니 페르티안님은 당신이 온전히 돌아오길 바라십니다.”

“으.. 응.”

차분한 키탈파의 말에 거꾸로 솟던 피가 다시 차분히 내려앉음을 느낀 난 ‘너 운 좋은 줄 알아’란 표정과 함께 짧은 코웃음을 녀석에게 날리곤 프레데리카, 키탈파와 함께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이 찝찝한 기분은 뭘까, 불안 하고 초조한 감정이 날 감싼다.

그를 뺏길 것만 같은 두려움과 공포가 어느 때보다 강해진 나를 무참히 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칼도 힘도 아닌 내 가슴속을 파고는 녀석에 대한 내 마음이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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