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135. 오리지널
* * *
[ 135. 오리지널 ]
콰득 !!
“!!!”
“큭..!!”
녀석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마나 하트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깊게 들어와 박혔다.
“하하하! 뭡니까?! 그 꼴사나움은? 같이 죽고 싶으신 겁니까?!”
데브의 순간가속을 받아 키탈파의 앞을 가로막은 나는 그대로 알페카의 손에 당해 버렸고, 놈은 키탈파 대신 자기 공격받은 내가 통쾌하단 듯 천사와 같은 얼굴로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 했다.
철컥
“멍청한 놈.”
‘..!’
나를 비웃는 녀석에게 조소를 흘린 난 왼손에 들린 플린트 락 권총을 녀석의 복부에 대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파앙 !
퍽
“커흑..!!”
위력이 큰 총에 비해 작은 녀석의 몸은 순간 크게 들썩이며 비틀거렸고, 난 균형을 잃은 녀석의 목을 향해 자비 없이 이슈발랑퀘를 그대로 찔러 넣었다.
서걱
‘..!’
“내가 괜히 네 공격을 맞았을거로 생각했어?”
“커억.. 컥..”
당황해 크게 흔들리는 녀석의 눈동자를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알페카, 네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거만이 땅을 들썩이는구나.”
“커윽.. 커억..”
“네가 불멸인 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이 튼튼하게 태어난 것일 뿐, 특별한 건 없어.”
파지지직 !!
‘!!’
써늘히 타오르는 분노와 함께 하얗게 타오르는 무시무시한 전격이 나와 녀석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놔.. 이거.. 놔!!”
퍽! 퍽!!
“...”
죽음을 직감한 걸까, 녀석은 마지막 발악인 듯 황금빛 뇌전을 터트리며 내게 저항하듯 자신을 잡은 내 손을 작은 팔로 내리치며 살려 발버둥 치지만, 나는 녀석을 잡은 손을 강하게 움켜쥐며 강렬한 내 기운 속에 묶어 두었다.
“남들보다 강하고, 남들보다 튼튼한 건 너보다 약한 이들을 지키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봐주라 준 축복이거늘.. 넌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인양 우리의 기대를 져 버리는 구나.”
“하지.. 마.. 하지 마!”
자식의 일탈은 부모의 책임이고, 그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다치고 평화로운 세상이 무너진다면, 내 아이가 얼마나 훌륭하든 몇십 년, 아니 몇백 년 살아온 존재라 해도 혼이 나야하면 혼이나고, 벌을 받아야 한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 아이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어른은 아니니까.
그저 내 미련과 욕심으로 이 악(?)을 방관한다면, 기회에 편승하는 이기적인 선(?)일뿐. 포기보다 나쁜 악은 없으니까 말이다.
“살려는 희망은 버려라, 알페카.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
“으윽.. 시.. 싫어.. 살려 줘, 어머니.. 아니 엄마, 나 살려 줘요!! 네?!!”
재생하고 또 재생하는 녀석의 몸과 마나 하트 따윈 한 톨의 조각도 남지 않게 소멸시키면 될 일이다. 망가진 육체와 상처는 고칠 수 있지만, 비뚤어지고 뒤틀려진 녀석의 내면은 더 이상 구제할 것이 아니었다.
기대에 어긋난 힘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우우웅
밝게 빛나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힘이 블루아 루즈 전체를 비추고 그 가운데 알페카를 속박한 내가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절망에 빠진 녀석을 응시하며 난 이슈발랑퀘를 잡은 손을 강하게 움켜쥐며 독하게 다잡은 마음 그대로 녀석의 마나 하트를 향해 내질렀다.
“끝이다, 알페카.”
“시.. 싫어!!!”
그렇게 밝게 빛나오르는 빛의 검이 녀석의 몸을 파훼시키려던 그때였다.
타아앙 !!
‘..!’
순간 나와 녀석 사이로 빠르게 날아온 붉은 탄환이 우리 중심에서 엄청난 마력량과 함께 폭발했다.
콰아아앙 !!!
“큭..!”
잡작스런 기습에 인상을 찡그리며 땅에 착지한 내가 탄환이 날아온 곳을 돌아보자, 붉은 머리카락과 함께 아름답게 빛나는 녹색 눈동자 한 쌍이 나와 알페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철컥 – 팅
“플룩스, 그를 죽이는 건 허락 못해요.”
마력총을 돌려 탄피를 날린 주베네하말리는 미소와 함께 자기 허리춤에서 짧은 총신의 특이한 플린트 락을 꺼내는가 싶더니, 내게 조준한 그녀의 총이 일순 엄청난 마력응집과 함께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우우웅 !
‘..!’
“키탈파, 데브! 내 뒤로 와!!”
비유우우웅 – 파아앙 !!!
위력적인 붉은 섬광이 주변의 건물들을 먼지처럼 날려 버리며, 나를 향해 날아왔고 난 이슈발랑퀘를 지면에 박고는 밝게 빛나오르는 황금빛 눈동자를 일렁이며 권능을 일으켰다.
“Absolútus(압솔루투스) protéctĭo(프로텍티오)!”
피이잉
쿠우우웅 !!
내 절대결계와 부딪힌 주베의 붉은 섬광은 마치 거대한 방벽에 부딪힌 물줄기처럼 우리를 중심으로 여러 줄기가 되어 튕기는가 싶더니, 블루아 루즈 이곳저곳으로 날아가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광 !!!
“큭..”
마력피탄으로 도시는 화염과 함께 폭발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가 울려 퍼졌다.
“어떻게 너희들이..”
인간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창조된 우리건만, 녀석들은 그런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단 듯 불에 탄 시체들의 냄새가 가득한 도시의 지붕 위에서 나와 아이들을 싸늘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벌레 몇 마리가 죽은 듯 아무런 감흥이 없단 표정으로 말이었다.
꽈악.
“네놈들!!”
파지지직
순간 분노에 치민 내가 다시금 강렬한 뇌전과 함께 순백의 스파크를 일으키자, 뒤에 있던 키탈파가 샤벨을 든 내 손목을 움켜쥐며 말했다.
“플룩스, 그만 가야 해요.”
“저것들이.. 저것들이 사람들을..”
“기분은 이해하지만 이이상은 알레나의 뜻대로 되는 거예요.”
으득.
마음 같아선 그대로 녀석들을 쓸어 버리고 싶지만, 키탈파의 말이 맞았다. 씰로 생각되는 마력체들이 어느새 우리 주위로 몇 겹을 에워싸며 우리를 포위해 오고 있었다.
“알았어, 계획대로 실행해.”
“네.”
내 말에 안도의 미소를 지은 키탈파는 울먹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데브를 돌아보며 말했다.
“야, 겁쟁아! 그만 울고, 빨리 우릴 이동시켜!”
“나 겁쟁이 아니야! 울지 않았어!! 그 말 취소해!!”
“아.. 알았으니까, 빨리 이동시켜!”
겁쟁이란 말에 양 볼을 부푼 데브가 키탈파에게 달려들며 귀여운 주먹으로 투닥거리며 때리자, 키탈파는 알겠다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데브는 ‘흥’하며 녹색과 푸른색의 오드아이를 빛내며 나와 키탈파를 전이 시켰다.
***
콰아앙 !! 콰앙!!
“무슈! 에스티올군이 지키고 있떤 강 북쪽이 마벨의 후사르로 인해 무너졌습니다!!”
에스티올 성도 페르폴라에서 머지않은 바스티오 반도를 가로지르는 에띠다 강을 따라 방어 라인을 설치했던 연합군은 야밤 기습적으로 간이다리를 설치해 도하에 성공한 마벨의 정예 후사르에 패닉에 빠지며 북쪽 전선이 붕괴되는 사고를 맞았다.
“피엔체스코 후작은?”
베르니아군을 도와 강 남쪽을 지키고 있던 라인슈볼츠는 귀앵의 보고에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페르난도 공작을 대신해 연합군 사령관이 된 피엔체스코 후작을 찾았다.
“강 중심에서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얼른 가자, 시간이 없다.”
“네, 무슈.”
소수의 근위기병만을 데리고 제국과 포격전을 이어가고 있는 본대에 도착한 라인슈볼츠는 고위장교들과 무너진 북쪽 전선을 두고 다급히 회의 중이었던 피엔체스코 후작에게 걸어가 입을 열었다.
“사령관.”
“음.. 라인슈볼츠, 남쪽방어는 어떻게 하고 귀공이..”
“지금,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모든 군대를 강에서 철수해 살리모에르 협곡으로 집중시켜야 합니다.”
그러자 에스티올의 귀족들과 베르니아의 장군들이 성토를 내며 라인슈볼츠에게 소리쳤다.
쾅 !
“협곡이라니?!이곳을 포기하면 곧 성도요!!”
“아직 중앙과 남쪽 전선이 건재하니, 군대를 재정비해 구멍이 난 북쪽을..”
“무슨 수로 말입니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일순 모든 이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고, 그는 답답하단 듯 붉어진 얼굴로 전선이 그려져 있는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북쪽에 도하한 제국군이 재정비가 끝난다면 팽팽한 지금과 달리 이곳 중앙은 순식간에 무너질겁니다. 그것을 저들도 알기에 이곳 중앙이 쉽게 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저리 포격을 맹렬히 퍼붓는 것 아닙니까?!”
“으음..”
“크읗..”
확실히 조금이라도 군을 움직일라 치면, 마치 도하하겠단 듯 군대를 전진시켜 강으로 접근하는데 연합군에게 있어서 그런 제국군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꽤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살리모에르는 성도로 가기 위한 좁은 협곡입니다, 이곳에 가르디오르 공의 포병대가 진지를 쌓아 잘만 틀어막는다면 아무리 마벨이라 해도 쉽사리 성도를 밟을 순 없을 겁니다.”
그의 말에 연합군의 장군들이 천막 구석에 앉아 있던 가르디오르를 쳐다보자, 비토리아와 마르티나에게 시중을 받으며 와인을 음미하던 주세페는 갑자기 왜 자신을 쳐다보냐며 눈을 깜박였다.
“응..? 뭡니까?”
“하아..”
그러자 피엔체스코 후작은 전쟁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들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라인슈볼츠를 돌아보며 물었다.
“정말, 협곡이면 저들을 막을 수 있겠소?”
“네, 그게 페르폴라를 지킬 유일한 길입니다.”
“흐음..”
라인슈볼츠의 말에 피엔체스코는 고민스런 표정과 함께 성도 페르폴라에서 머지않은 카스티용 항구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 프러겔에서 출발한 셰이엔 공작의 군대가 수일내로 카스티용 항에 도착한다는 전서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프러겔 군이 오기까지 마벨의 제국군을 저지할 수만 있다면 아직 이 전쟁에 희망은 있었다.
“라인슈볼츠, 귀공도 알고 있겠지만 살리모에르는 우리 연합군에 있어 최후의 방어선이오. 여기서마저 패퇴한다면 귀공 또한 책임을 면치 못 할 것이오.”
그러자 라인슈볼츠는 그런 것 따윈 염두도 안했단 듯 야망 넘치는 젊은 눈동자를 빛내며 이렇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마벨에게 통곡의 벽이 뭔지 보여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