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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12화 (1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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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난 뒤.

지철이 형이 사진을 보내왔다.

고맙게도 형은 아는 지인을 통해 벽향주의 제품 페이지까지 만들어줬다.

우리 실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쪽으로는 나와 수호 모두 재능이 전혀 없는 편이었다. 우리는 그 대신에 약소하나마 거마비를 챙겨드렸다.

그런 배려 덕분에 일은 쉽게 풀렸다.

우체국 쇼핑몰의 제품 소개도 바꾸고 포털 사이트에 오저당 스토어도 열었다.

그런 덕분에 우리 쪽에서 직접 벽향주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전화 주문은 다 좋은데 응대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당연히 택배사와도 계약했다.

도매를 제외하고 스토어 쪽에서도 하루에 수십 병을 한정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그 정도 수량이 되니 택배 차량이 하루에 한 번씩 물건을 싣고자 오풍리에 왔다.

상당히 큰 변화였다.

다들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왕에 오는 길에 오풍리로 와야할 택배도 가져웠다. 심지어 오풍리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도 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신선함이 생명인 신선 제품도 택배로 살 수 있게 됐다.

택배차에 벽향주를 실어준 뒤.

잠시 쉬는 시간 동안 나는 양조장에 앉아 요정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요즘 나의 취미 생활 중의 하나였다.

앙증맞은 녀석들의 행동은 콩트나 다를 것이 없었기에 생각보다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녀석들이었다.

[어이 주모! 여기 한 잔 더 따라주시오.]

[캬아아, 술맛 좋다!]

[에헤야 디야~! 풍악을 울려라.]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복 등의 전통 복장을 한 요정들은 양조장에서 절대 벗어나질 않았다.

그만큼 녀석들은 우리가 만든 벽향주에 빠져 살았다.

그런다고 내게 손해가 나진 않았다.

요정들이 술을 퍼마신다고 숙성 중인 벽향주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양을 빚어도 생산되는 양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요정의 효과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하여 알아낸 것이다.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했고 또 한 가지는 숙성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한 달을 숙성했는데 맛은 반년 정도 숙성한 것과 거의 엇비슷할 정도였다.

계산상으로는 1년을 숙성시키면 5년에서 6년 숙성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정말 미친 수준의 가성비였다.

사람들이 벽향주가 달라졌다 여기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도찬아, 이모님이 전 부쳐오셨다.”

그때 밖에서 수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양조장 밖으로 나가자 넓은 쟁반을 든 녀석이 보였다. 입가에 기름기가 흐르는 것이 이미 맛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모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모님은 어디 계셔?”

“이것만 주고 바쁘다고 가셨어.”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드렸네. 반찬도 그렇고 항상 이렇게 얻어먹어서 어쩌냐.”

“공짜가 어딨어. 주말에 일손 부족하다고 하셔서 우리도 가서 도와드렸잖아.”

시골에서 처음 살아보지만,

이곳에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한다.

마을 공통의 일은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우리도 그런 활동에서 빠질 수는 없었다.

이 마을의 유일한 20대다.

힘쓰는 일을 우리가 맡는다고 불평할 수도 없었다. 마을 분들 대부분이 환갑을 넘어서신 어르신이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우리도 이장님과 마을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집안에 냉장고를 열면 마을에서 재배하는 온갖 싱싱한 채소가 가득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고생한다며 이것저것 가져다주신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 식단은 육식에서 채식 위주로 바뀌었다.

나야 뭐 식비가 굳으니 쌩유지!

이제 막 제대한 남자 둘이 같이 사니 식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있었다.

초반에는 삼시 세끼 고기만 처먹었더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수호는 먹을 생각밖에 없었다.

먹깨비 같은 놈!

“날도 구린 것이 비가 올 것 같은데 여기에 막걸리만 있으면 딱이지 않냐?”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어.”

“지금 초가 슈퍼에 가서 사 올까?”

“그게 아니라, 우리 조금 더 열심히 일해보자.”

제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여유 시간을 남김 없이 활용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는 오전에 벽향주와 누룩을 빚고 오후에는 숙성 중인 술을 삼양주로 만드는 작업 외에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택배를 보내기 위해 작업하는 시간이 더 많을 때가 있을 정도였다.

박스 작업을 하고 송장을 뽑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남기는 돈이 제법 되었다.

현재는 하루에 50병만 판매 중인데 포장 비용을 제외해도 도매로 파는 것보다 10만 원이나 더 많은 금액을 남겼다.

그 금액이 적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하는 말을 들은 수호는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나한테 주는 월급이 아깝냐.”

흐음··· 조금 찔리는군.

수호는 여기서 일한 지 한 달째 되는 날에 200만 원이 넘는 돈을 월급으로 받았다.

실제 일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과 숙식까지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게 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녀석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

은근히 힘을 쓸 일이 많아서 혼자 술을 빚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은 같이 일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떠받들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게 아니라 아까운 청춘을 허비하는 느낌이잖아. 이왕에 하는 거면 최선을 다해봐야지. 그래야 네가 원하는 대로 연예인을 모델로 써볼 거 아니야.”

“인정! 우리가 조금 널널하긴 했지.”

“매일마다 반나절 가까이 빈둥거리고 있는데 그게 조금이냐.”

“생산량은 이천에서 옹기가 오면 늘리기로 했잖아.”

옹기는 며칠 뒤에 올 예정이다.

주문 생산이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새로 들어오는 옹기에 술을 숙성시키면 한 달에 2천 3백 병 정도 늘어난다.

지금 추세로 보면 많이 부족했다.

여전히 벽향주를 원하는 이들은 많았다.

단순한 호기심이 전부라 할 수 없었다.

한 번 벽향주를 맛본 이들이 얼마 뒤에 다시 재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 외에 태백물산과 우체국 쇼핑몰 등을 통해 팔리는 벽향주도 꽤 많았다.

현재 상황만 보면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도 어느 정도 소진될 것 같았다.

하지만 수작업으로 만드는 벽향주라 당장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막걸리였다.

“우리 막걸리도 빚어보자.”

오저당의 핵심은 막걸리였다.

벽향주는 매출의 일부에 불과했다.

예전부터 벽향주를 마시는 마니아가 있었으나 판매되는 숫자는 많지 않았다.

인지도도 낮았고 가격대가 있으니 쉽게 구매로 전환되지 않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연히 설비도 막걸리 중심이었다.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벽향주와 달리 막걸리는 모든 준비되어 있었다.

설비가 있는 덕분에 우리가 빚기만 하면 당장 출하 가능한 양이 상당했다.

더구나 입증된 판매량도 있었다.

잠시 생산이 안 된 탓에 다소 판매량이 떨어졌을 수는 있으나 일단 만들면 팔아주겠다는 분도 있지 않은가.

매출을 올리기에는 딱이었다.

“하긴 태백 물산의 사장님이 막걸리를 부탁하신 것도 있으니···.”

“우리가 목표로 삼은 매출을 달성하려면 막걸리가 필요해. 그리고 언제까지 벽향주가 인기가 있을지 모르잖아.”

“뭘 고민해. 네가 하고 싶으면 해.”

수호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나마 막걸리 빚는 것을 경험해본 나는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

나중에 딴말을 하면 곤란하다.

생산 과정은 삼양주인 벽향주가 훨씬 복잡한 편이나 막걸리는 빨리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손이 많이 갔다.

몸은 이쪽이 훨씬 고될 것이다.

“생각보다 일이 많아질 수도 있어.”

“내가 여기서 공짜로 일해주는 것도 아니잖아.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경영의 일부분이야.”

“웬일이냐. 네가 그런 말을 다 하고?”

“나라고 핑핑 놀면서 돈 받아 가면 마음이 편한 줄 아냐. 그리고 매출이 잘 나오면 성과금도 준다고 했잖아.”

“물론이지.”

그 약속은 잊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그 조건으로 수호를 데려왔다.

나 혼자 모든 걸 꿀꺽할 생각은 없었다.

복학까지 잠시 미루고 여기서 일하고 있으니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마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문제가 하나 있어.”

“그게 뭔데?”

“기존 그대로 내놓고 싶진 않아.”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예전에 작은할아버지가 만드시던 막걸리는 도매가가 천 원도 안 돼. 하지만 지난해 쌀값이 엄청나게 올랐잖아.”

요즘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쌀 도매가격이 꽤 많이 오른 상태다.

최근에 조금 떨어지긴 했으나 작년에 워낙 많이 올랐기에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막걸리 가격을 올리는 업체가 상당히 많아졌다.

“가격만 조금 올리면 되는 거 아니야? 술맛은 그대로인데 포장재만 바꾸고 비싸게 받으면 누가 사.”

아니, 맛은 보장 가능해.

우리에게는 요정이 함께하잖아.

그렇다고 쉽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막걸리의 숙성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술 자체에 영양 성분이 많아 숙성 중에 맛이 쉽게 변질될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는 막걸리를 빚었는데,

식초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100일 가까이 숙성시키는 고급 막걸리가 아예 없지는 않다. 그렇게 만든 13도짜리 막걸리는 2만 원에 팔렸다.

내가 마셔본 것 중에 가장 비싼 막걸리는 무려 도매가가 11만 원인 18도짜리다.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었다.

막걸리도 점차 고급화되고 있다.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 덕분이다.

어느 사이에 막걸리는 6도라는 법칙도 이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도수를 낮춰서 많이 파는 전략을 택한 양조장도 있었고 아예 도수를 높여 고급화 전략을 택하는 곳도 있었다.

확실히 세상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

옛날이라면 시도도 못 했을 방법이다.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전의 막걸리는 6도에서 12도까지 꽤 다양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전쟁이 터진 후에 식량난으로 인해 6도로 제한 조치가 떨어졌다.

물론, 그 제한은 사라졌다.

하지만 6도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소주와 경쟁해보려 일부 업체가 도수를 올린 적도 있으나 오히려 판매량이 꺾이며 포기하고 말았다.

내 설명을 들은 수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얼··· 11만 원? 금으로 술을 빚었데?”

“글쎄다. 그렇게 소비자가로 책정한 이유가 있겠지.”

“그게 팔리기는 해?”

“어느 정도 수요가 있으니 생산하는 거 아니겠어?”

매출은 알 수 없지만,

아예 안 팔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막걸리는 직접 마시기 보다는 애주가에게 선물로 주는 편이다.

내가 사기는 아깝고 받는 것은 꽤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템이랄까. 물론, 수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11만 원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가격이야.”

“나도 그 정도까지 바라는 건 아니야.”

“어느 정도를 예상하는데?”

“숙성 기간은 한 달, 도수는 10도 내외로 잡고 가격은 벽향주보다 싸야겠지.”

오저당은 앞으로 저가의 막걸리가 아닌 고급화 전략으로 갔으면 했다.

당장은 매출이 떨어질 수 있으나 앞으로 퀄리티를 높여서 승부 볼 생각이었다.

가격은 조금 더 고민해야 하겠지만, 완전히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요정이 함께해주면 충분히 가능했다.

대신 예전의 병처럼 밋밋한 게 아니라 아예 새롭게 디자인도 바꿀 생각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잖아.

편하게 집어서 마실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니 어느 정도 신경은 써야 했다.

벽향주 같은 전통주와 달리 탁주는 종량세로 바뀌었으니 포장재와 양질의 재료를 써도 세금에 대한 부담은 없다.

어차피 세금은 술을 빚는 양과 알코올 도수에 따라붙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들은 다 재끼고 새로 만들면 언제 그걸 다 준비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

“당장 고급화를 하자는 거는 아니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 그전까지는 기존의 막걸리를 빚어야지.”

“좋아! 그러면 이제 뭘 해야 하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알려주자,

수호는 벌써 과도한 열의를 보였다.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녀석이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짚어주었다.

“당연히··· 막걸리 빚는 것부터 배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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