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73화 (73/254)

스프라이트 컬렉션 (sprite collection) (3)

스프라이트 컬렉션이 결정되자,

그 사실은 직원들에게도 공개되었다.

민화 스타일로 그려진 귀여운 요정 캐릭터가 신제품 라벨에 들어간다는 것을 확인한 직원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오저당에서 일하고 계시는 아주머니와 젊은 여성층은 중성적인 느낌의 꽃미남 스타일을 가진 향이가 들어간 디자인을 선호했다.

반면에 남자들은 조금 더 마초적인 분위기가 나는 멕시코의 판초를 선호했다.

[흥! 이 사람들 인물 볼 줄 모르네.]

직원들이 선호도를 밝힐 때마다.

향이는 옆에서 지켜보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요정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소담 출시는 5월쯤은 되어야겠지?”

창밖에서 바쁘게 공사하고 있는 연화 건설 직원들을 지켜보며 커피를 마시던 수호는 곁에 서 있던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거야.”

연화 건설의 신 사장님이 말한 예상대로면 적어도 3월 말은 되어야 완공된다고 했다.

원래 예정보다 조금 더 늦어진 것인데 올해는 유독 폭설이 자주 내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공사가 멈추는 날이 제법 길었다.

“더 빨리는 안 될까?”

“3월 중에 완공되어도 증류주 설비를 들여놓고 소담을 빚어서 숙성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그 정도는 되어야 나올 거야.”

“하필 퍼플 라벨 출시 일정이랑 맞물리네. 그것도 5월 초에 끌루소로 납품하잖아.”

“어차피 그건 해외로만 나가는 거니 런칭한다고 우리가 따로 준비할 거는 없잖아.”

유럽 쪽은 우리가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었다. 끌루소가 가져가서 알아서 팔고 있는 상황이었다. 독점 개념으로 가져가고 있는 대신 판매에 필요한 마케팅도 그들 몫이다.

오히려 나는 돈 레오넬이 더 걱정이었다.

“테킬라까지 겹치지 않으려면 돈 레오넬은 예정대로 2월 중에 아무리 늦어도 3월에는 출시해야 해.”

그것마저 시기가 겹치면 정말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업무량이 될 것이 분명했다.

OGD 멕시코는 생산 위주로 구성되었다.

거기서 마케팅까지 자체적으로 구성해서 움직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당연히 이쪽에서 커버해줘야 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번에 돈 리오넬로 바뀌며 새롭게 디자인한 라벨과 보틀 디자인을 보고 꽤 만족했다는 것이다.

요즘 호르헤는 우리가 선정한 보틀을 구하고 라벨을 인쇄하기 위해 꽤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여기서 보틀을 멕시코까지 보내는 것은 완전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다.

“가능하겠어?”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아예 불가능한 일정은 아니었다.

최종 블렌딩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돈 레오넬의 원액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큰 문제 없이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내가 원하는 일정으로 출시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그거는 곧장 우리나라에 수입할 거야?”

“아니, 샘플로 일부 받는 것을 제외하면 초기 생산 물량은 미국으로 보낼 거야.”

“바크모에서 안 받아주면 어쩌려고.”

“카를로스는 내 제안을 거절 못할 거야.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마.”

바크모의 오너인 카를로스와 테킬라를 놓고 내기를 한 것에 대해서 아직 다른 직원들은 모르나 수호에게는 이야기를 해준 상태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실장급 이상은 앞으로 오저당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대부분 공유하고 있는 중이다.

“친구로서 말해주는 건데 너는 절대 카지노 같은 곳에 가지 마.”

“나도 절제심이라는 게 있거든. 그리고 정선에도 카지노가 있는데 내가 언제 한 번이라도 간 적이 있냐?”

“그런 놈이 맨날 내기를 해?”

수호는 심양에 오풍주를 밀어 넣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냐며 지적했다.

하지만 그건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요정이 빚는 술이라는 자부심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런 조건을 걸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쟤도 참 재능이 대단한 거 같아.”

“누구 말하는 거야?”

수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회의실에서 홍보 부서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는 라니의 모습이 보였다.

“라니? 새삼스럽게 뭘 감탄해?”

“아무리 인터넷에서 자료를 조사했다지만, 한국 특유의 민화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 외국인이 얼마나 되겠어.”

“아··· 그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실력은 아니야.”

나는 수호의 오해를 정정해줬다.

라니가 민화에 꽂힌 것은 오래된 일이다.

과거에 한국에서 슈퍼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민화로 홍보한 적이 있는데 그때쯤부터 라니는 민화에 꽂혔다.

녀석은 자신의 재능을 막 쓰는 편이었다.

라니는 최애 K-POP 아이돌에게 한복을 입혀서 민화 스타일로 그려 방에 걸어 놓기도 했고 심지어 팬클럽에 팔아서 용돈도 벌었다.

아마 미국에 있는 라니의 방에 들어가면 꽤 많은 그림이 아직 걸려 있을 것이다.

그렇게 취미로 그리던 것이 이번에 발휘된 거라고 봐야 했다. 수호는 그제야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취향이 있는 줄은 몰랐네.”

“아마 명칭은 잘 몰라도 우리보다 한복이나 전통 문양에 대해서는 더 잘 알지도 몰라.”

“괜히 벽향주의 라벨에 조각보 디자인이 채택된 게 아니구나.”

“사장님!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그때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황동선 이사가 나한테 다가오며 물었다.

“왜 그러시죠?”

“스프라이트 컬렉션 판촉물 준비 때문에 잠시 논의할 부분이 있어서요.”

“판촉물에 관련된 내용은 이사님이 나중에 정리해서 보고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유수호 이사와 황동선 이사.

두 명의 이사 체계로 양분된 후부터.

회의에 들어가는 일은 자제하는 중이다.

나와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이는 경리 업무를 보는 옥주윤 사원밖에 없었다.

멕시코에서 느낀 점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오저당에 없더라도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두 이사에게 권한을 주어야 했다.

신제품 런칭을 하면 미국과 유럽으로 얼마나 길게 출장을 다녀야 할지 모르기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관찰자가 되었다.

멀리서 지켜보며 빈틈이 없는지 살펴볼 뿐이지 직접 직원들에게 지시하진 않았다.

대신 모든 결정과 과정에 대한 보고를 두 이사에게 받고 있는 중이었다.

“류미진 대리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는데 어떠신지 여쭤보고 싶어서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가자 향이와 판초의 이미지를 출력한 종이가 가득한 테이블이 보였다. 일단, 디자인이 정해지자 신제품 출시는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판촉물을 만들 예정이다.

여직원들의 반응을 보면 저번에 만들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더 많이 나올 것 같았다.

참고로 기존의 ‘오졌다! 오저당’ 문구가 적힌 술잔도 꽤 인기를 끌었다.

술잔이 들어가는 세트만 만여 개가 넘게 팔렸고 그와 별개로 술잔만 따로 산 이들의 주문 건만 합쳐도 이천여 건에 달했다.

그로 인해 우리가 추가로 얻은 수익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홍보 효과는 상당했다.

SNS에 언급되는 양이 엄청났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산 것에 대해 자랑을 하기 바빴고 그 덕분에 품절이 된 지금도 술잔을 살 수 있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어쨌든 그때의 경험 덕분인지 몰라도 판촉물 제작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

“우선 먼저 알려드려야 할 부분은 이건 저 혼자 생각한 게 아니라 성나희 사원과 대화 중에 같이 떠올린 겁니다.”

류미진 대리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성나희 사원부터 언급을 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 공을 혼자 챙기지 않겠다는 의미였기에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후에 아이디어가 뭔지 물었다.

“일단 이것부터 봐주셨으면 합니다.”

류미진 대리는 빔프로젝터를 조작해서 벽면에 이미지를 띄웠다. 거기에는 직원들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의 대화 내용이 있었다.

화면에는 채팅보다 이모티콘이 많았다.

각자가 보유한 것들이 전부 달랐기에 정말 다양한 이미지를 단톡방에서 볼 수 있었다.

평균 연령이 상당히 젊은 오저당이라 이모티콘도 깨발랄한 것들이 제법 많았다.

나도 들어가 있는 곳이라 그리 놀라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걸 본 나는 류 대리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곧장 알아챘다.

“요정 컬렉션에 들어가는 캐릭터로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서 팔자는 건가요?”

향이는 내 말을 듣자 크게 환호했다.

자신과 판초가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상상만 해도 좋은 것 같았다.

녀석의 반응과 별개로 나도 류미진 대리와 성나희 사원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다고 여겼다.

“맞습니다. 역시 한 번에 알아보시네요.”

“그런데 대놓고 홍보를 하면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나요?”

“그건 하수나 쓰는 방법이죠.”

황동선 이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이모티콘에 오저당이나 술에 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넣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오저당에서 만든 일반 이모티콘 형태로 내놓고 그 이후에 제품 출시가 되면 관련 이벤트를 열어도 된다고 설명을 해줬다.

대신 그는 술자리에 관련된 건배 관련 이미지나 퇴근 후에 술을 마시자며 친구에게 보내는 모습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 이후부터 나는 류미진 대리와 황동선 이사의 설명을 경청했다. 홍보 부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장단점에 대해 내게 알려줬다.

그리 어려운 것은 없었기에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승인을 해줬다.

“좋네요. 진행해 보도록 하죠.”

“저···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내 질문에 황동선 이사는 라니를 바라봤다.

녀석은 뾰로통한 표정을 한 채로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황 이사를 보자 대답을 해줬다.

“라니 실장에게 업무가 너무 과도하게 몰리는 게 문제죠. 이게 일반 디자인과 다른 거라 제가 생각해도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아하! 무슨 말인지 이해됐다.

라벨 스타일이 확정된 이후에도 라니는 최종 디자인을 뽑기 위해 상당히 긴 시간을 야근까지 하면서 일을 해야만 했다.

라벨에 들어가는 폰트와 크기.

그리고 요정의 자세와 배경까지.

완성본이 나오기 전까지 아주 미세한 차이 하나 때문에 수없이 수정 지옥을 거치는 것이 디자인이었다.

“이번에 디자인 쪽으로 사람을 뽑죠. 가능하면 이모티콘 제작을 해봤던 사람이면 더 좋겠네요.”

“그런 인재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최대한 심사숙고해서 뽑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채용 공고 내면서 저번에 의논했던 영업직도 뽑아주세요.”

황 이사는 알겠다며 대답했다.

인사 채용은 이사들에게 맡긴 상태다.

어차피 그들 아래에서 일할 사람이기에 나는 마지막 단계에서 체크만 하면 된다.

완전히 맡기지 않는 이유는 우리 오저당은 정직원만 뽑기 때문이다.

그쯤 되자 라니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드디어 자신 아래에 디자인 관련 직원이 배치된다는 것만 생각해도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좋기만 한 일이라 볼 수는 없다.

인력이 추가된다는 것은 그만큼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일이 없으면 어떻게라도 만들어낸다.

내가 아니더라도 황 이사가 그렇게 할 것이다. 어쩌면 라니가 맡게 되는 실질적인 업무량은 크게 줄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나눈 뒤.

회의실에서 나와서 탕비실로 향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시게 되는 것 같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녹차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밖으로 나오자 호세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누굴 찾는 거야?”

“사장님이요. 유 이사님이 사무실에 계신다고 했는데 안 보이셔서 어디 계시나 했네요.”

“무슨 일이길래?”

“멕시코에서 연락이 왔는데 숙성 마무리되어 돈 레오넬 샘플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드디어 마무리되었구나.

안 그래도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OGD 멕시코와의 연락은 라니보다는 그쪽 사정을 잘 아는 호세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샘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맛이 어떤지 궁금했기에 호르헤에게 들은 게 없는지 호세에게 물었다.

그러자 호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들은 바를 내게도 전달해줬다.

“저희가 멕시코에서 블렌딩했던 것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죽여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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