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86화 (86/254)

직영 주점 (4)

라니의 일러스트를 본 뒤.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모두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상당히 다양한 술집을 다녀본 경험이 이럴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긍정적인 부분도 상당히 많았지만,

반면에 부정적인 의견도 없진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라니의 일러스트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상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막상 인테리어를 끝내면 지금 같은 느낌이 나지 않을 수 있을 수 있다.

그건 라니를 비롯해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라니의 디자인은 통과됐다.

어렵다는 것과 불가능하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노력도 하지 않고 최고의 결과물을 바랄 수는 없지.

그 외에도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닥종이 인형으로 다양한 요정을 만들어서 진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형 TV에 술을 빚는 영상을 틀자고 했다.

따로 촬영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오저당은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찍어 놓은 퀄리티 좋은 영상 클립이 상당히 많이 있는 편이다.

두 가지 모두 그 자리에서 결정되었는데 오줌 싸는 요정 스타일로 입구에 작은 분수를 만들자는 말까지 나왔다.

그 이야기를 들은 향이는 결사반대를 외쳤다.

[안돼! 절대 안 돼요!]

자신의 얼굴을 한 발가벗은 동상이 중요 부위를 내놓고 오줌을 싸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싫었던 것 같았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탓일까.

다들 서슴없이 생각나는대로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종종 괜찮은 생각이 나오면 황 이사는 그걸 따로 메모해놨다.

“로데오 거리에 들어가는 주점은 소담 소주의 캐릭터 위주로 꾸몄으면 해.”

“맞아. 멕시코 느낌의 인테리어와 캐릭터를 같이 넣으면 이질감이 들 것 같아.”

“나중에 2호점 내면 거기는 멕시코 컨셉으로 꾸며도 좋을 것 같아요.”

나도 그 결정에 동의했다.

2호점은 아직 예정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게 가장 바람직해 보였다.

“황 이사님은 지금 정리하시는 거 추려서 내일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

“인테리어 업체도 알아볼까요?”

“아니요. 삼촌이 어반 스카이 인테리어를 하셨던 업체를 소개해줬어요. 혹시 모르니 비교 견적 정도만 뽑아주세요.”

원래 아는 곳이 더 무섭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인테리어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개를 받은 이유는 그곳이 조명 하나는 기가 막혔다.

어반 스카이가 대표적인 예였다.

1호점의 경우에는 요소요소에 적절한 조명이 들어간 탓에 밤에는 상당히 화려해 보이나 정작 낮에는 평범해진다.

그걸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조명인 것 같았다.

“와···. 순식간에 한 병이 사라졌네. 도대체 누가 다 마신 거야?”

라니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은 나는 고개를 돌려 호세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거의 대화에 끼지 않은 이는 녀석이 유일했다.

호세는 지금껏 맛보지 못했던 완성된 돈 레오넬에 완전히 푹 빠진 것 같았다.

“역시 테킬라가 최고입니다!”

*

한 단계씩 나아가는 동안.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사이에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다. 돈 레오넬은 추가로 미국에 5만 병이 보내졌다.

하지만 며칠도 안 돼서 다시 품절됐다.

스타 마케팅 외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술이라 소문난 덕분이다.

35달러에 돈 레오넬 정도 수준을 가진 테킬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판매량은 일반 소비자에게서만 나오지는 않았다. 발 빠른 바텐더들은 돈 레오넬을 가지고 고급 칵테일을 만들었다.

그곳을 통해 소비되는 돈 레오넬의 양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바뀐 점도 있었다.

기존에 돈 레오넬은 심양의 뉴욕 지사를 통해 납품되었는데 이제는 OGD USA에서 곧장 바크모로 보내지고 있었다.

돈 레오넬은 심양과 독점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기에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슈미트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고 페레즈는 문제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잠시 소파에 앉아서 페레즈의 보고서를 보고 있자 문을 열고 수호가 들어왔다.

어느덧 3월이 된 터라 꽃이 피는 시기가 다가왔기에 요즘 녀석은 이른 새벽부터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여기 혼자 앉아서 뭐 하고 있냐?”

“잠시 쉬는 중이야.”

“아! 라니가 로데오 1호점 인테리어 공사는 언제쯤 끝나는 건지 묻더라.”

“그건 왜?”

“거기 벽화 그리러 가야 하잖아.

“아··· 맞다. 그것도 해야지.”

주점의 한쪽 벽면은 라니가 직접 파스텔 톤의 그림을 그려 넣기로 되어 있었다.

“열흘 후에 끝날 거라고 하더라.”

인테리어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삼촌은 요즘 거의 그곳에 상주하면서 모든 일을 챙겨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조카를 위한 마음이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옥주 지점장과 삼촌.

확실히 두 분 사이에 뭔가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못 속이지!

그렇지 않다면 삼촌이 저렇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리가 없어.

“제발 적자만 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손님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는 마. 아무리 우리가 홍보해도 자리를 어느 정도 잡으려면 몇 개월 걸릴 거야.”

“그래도 너튜브에 인테리어 하는 과정 찍어서 올리니 관심은 많이 보이더라.”

우리가 가진 최대의 홍보 수단은 역시 너튜브다. 그곳을 통해 오저당의 주점이 로데오에 생긴다는 것을 알렸다.

어차피 오저당의 공식 계정이라 그런 홍보 정도는 다들 이해해줬다.

한때 품절 사태가 1년 이상 반복되었던 술이라 그런지 손쉽게 벽향주 등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대부분 반가워했다.

한편으로는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주점 인테리어에 의문을 표했다.

### : 오저당 주점 말이야. 왜 요정 컨셉으로 하는 건지 아는 사람?

ㄴ### : 오저당에서 빚는 테킬라 라벨이 요정이잖아. 소문에 의하면 새로 출시되는 제품도 비슷하게 나온다더라.

ㄴ### : ㅇㅇ. 저번에 라이브 때 오저당 대표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

### : 돈 레오넬은 왜 한국으로 안 가져오는 거야? 미국 친구가 요즘 할리우드에서 엄청 핫하다고 난리던데.

ㄴ### : 그러니 못 가져오지. 거기도 품절 장난 아니라고 하잖아.

ㄴ### : 아마 벽향주 못지않게 품절 대란이 벌어질 것 같아. 내 예상으로는 적어도 1년 정도 지속될 듯.

### : 오저당은 프로 품절러네. 기왕에 빚는 거 넉넉하게 만들면 안 되나?

ㄴ### : 무턱대고 술 빚었다가 다 폐기하면 누가 책임지는데?

### : 내가 아는 요정은 여친밖에 없어. 그러니 우리 자기 취직시켜주세요!

ㄴ### : 우웩! 느끼해.

ㄴ### : 오저당이 커가는 속도를 보면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아.

한동안 수호와 함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이번에는 황 이사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계셨네요. 어서 나오세요.”

“조금만 쉬면 안 될까?”

“어르신들이 사장님만 찾아요. 그리고 방금 뷔페 차량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요청한 시간에 딱 맞춰서 왔네요.”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였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할 때가 되긴 했다.

황 이사의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오자 마당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오저당의 직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어르신도 중간중간 보였다.

“허허! 여기 술 좀 더 가져다줘.”

“낮술은 애미도 못 알아본다고 하더라. 적당히 좀 마셔.”

“이런 날이 아니면 언제 마셔보겠어. 그리고 솔직히 낮술만큼 맛있는 술이 어딨어?”

어르신들은 이미 술을 찐하게 마시고 계신 중이었다. 그리고 마당 너머에는 거대한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

뷔페 업체에서 보낸 차량인 것 같았다.

마을 어르신들과 뷔페 차량.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였다.

오늘은 오풍리에서 마을 잔치가 벌어지는 날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오저당의 신축 창고 완공식이자 고사를 치르는 날이다.

지난번에 숙성 창고를 지었을 때.

간단하게 시작했던 고사가 마을 잔치로 변질되는 것을 이미 한 차례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뷔페도 부르고 정식으로 어르신들을 모두 초대했다.

그간 공사 때문에 대형 트럭이 마을을 헤집고 다녔기에 인근 주민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땅을 팔게 되면 나한테 팔아달라는 청탁이기도 했다.

“주 사장님. 여기 와서 어서 한잔해!”

“내 잔도 받아야지.”

“나날이 번창하셔서 다행이에요.”

밖으로 나온 나를 발견하자마자,

다들 내게 술잔을 들이밀며 한 잔씩 따라주기 시작했다. 아까도 거절하기 어려워 한두 잔씩 마셨더니 벌써 오풍주 두 병 이상은 마신 것 같았다.

대부분 오저당으로 인해서 약간이나마 이득을 보고 계시는 분들이었다.

오저당에 오는 이들은 단순하게 여기만 들렸다가 나가는 편은 아니었다.

마을에는 식당이 두 곳이나 생겼고 하나뿐인 초가 슈퍼에 들어오는 물건의 양도 제법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인근 마을에 있는 민박이나 펜션 같은 곳에도 꽤 영향을 주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고사도 지내야 하는데 술은 그만 주세요. 이러다가 애 잡겠어요.”

그런 나를 구해준 것은 이장님이었다.

오저당의 사장 없이 치르는 고사가 될 것 같다는 말에 다들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끝도 없는 도는 술잔의 루프에서 빠져나와 이번에는 집이 아닌 새롭게 완공된 창고로 도망쳐야 했다.

250평이나 되는 3층 창고.

그 앞에 선 나는 감개무량했다.

오저당의 그리 길지 않은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들인 보람이 있기는 했다.

총금액으로 따지면 가계약을 맺어 놓은 파사데나 버번 증류소가 더 비싸다.

하지만 현재까지 들어간 돈이 2억에 불과해서 실감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창고 안으로 들어서니 나 외에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이곳을 세운 연화 건설의 신정배 사장이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점검하면서 사진 몇 장 찍어서 남기려고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라 했다.

몇 개월이나 시간을 들여서 올린 건물이라 나름 정이 많이 들은 것 같았다.

나도 술을 숙성해서 내보내기에 어느 정도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기한을 맞춰주시느라 주말도 없이 일해주신 거는 정말 고맙습니다.”

“공짜로 한 것도 아닌데요. 정말 고마우시면 나중에 창고를 지을 때 다른 곳 말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과연 그럴 일이 있을까요?”

신정배 사장은 사람 일은 알 수 없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우리가 처음에 숙성 창고를 지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큰 곳이 더 필요할 줄은 몰랐지.

“주 사장님도 혹시 몰라서 이 주변 땅을 사들이는 거 아닌가요?”

“그건 또 어디서 들으신 거예요?”

“저희 어머니도 여기 오풍리 마을에 사시는 데 설마 모르시겠어요?”

“하하! 그렇네요. 저희 때문에 땅값이 계속 올라가서 더 비싸지기 전에 묶어 놓으려고요.”

오저당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근의 땅값은 계속 치솟고 있었다.

처음에 내가 여기 왔을 당시와 비교하면 시세가 평균 1.5배는 높아진 것 같았다.

오저당과 붙어있거나 인접한 곳에 있는 땅은 그보다 훨씬 더 비싸졌다.

“이제 이곳도 술로 가득 채워지겠죠?”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이미 여기 들어올 옹기랑 증류기 설비 모두 주문을 마친 상태거든요.”

“하루빨리 마셔보고 싶네요. 저번에 맛 보여주신 후부터 계속 생각나거든요.”

예전에 신정배 사장이 어머님 댁에서 하루 머물 무렵에 모처럼 같이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중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소담 소주를 조금 내줬던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신정배 사장은 막걸리에서 소담 소주로 갈아탄 것으로 보였다.

항상 나를 볼 때마다 소담 소주 이야기만 하고 있을 정도였다. 어쩌면 완공일이 조금 당겨진 것도 그 때문은 아니었을까.

“최대한 빨리 빚어 볼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예정된 스케줄을 물어봐도 될까요?”

“음··· 글쎄요.”

일정을 알려준다고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소담 소주를 빚은 후에 숙성하는 기간은 한 달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증류기를 설치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두 달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했다. 그나마 미리 보틀이나 라벨 디자인은 다 끝내 놓은 상태라 술만 빚으면 된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적어도 5월 초부터는 판매가 시작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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