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150화 (150/254)

테킬라 웨이브 (5)

파티를 다녀온 다음 날.

오저당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우리 SNS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 쌍둥이와 류미진 대리에게 그날 찍은 사진을 전달해줬기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배우들.

얼굴만 보면 알만한 스타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나와 수호를 보고 합성이 아니냐고 묻는 직원들도 있었다.

[와··· 사장님 개부럽습니다.]

[미리 말해주셨으면 안토니오 사인 하나 받아달라고 부탁했을 텐데요.]

[그러니까 말 좀 해주시지.]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보내주신 사진들 모두 초상권은 해결된 건가요?]

나는 여러 질문 중에서 일에 관련된 것들만 가볍게 정리해서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오저당의 공식 별스타 계정에 어제 찍은 사진이 하나둘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번에 모두 풀진 않았다.

류미진 대리는 그걸 세 차례 나눠서 올리길 원해고 나도 그러자고 동의했다.

이번에 내부 영상 촬영은 금지라 찍지 못했기에 너튜브의 경우에는 입구 부근에서 찍은 것만 숏으로 올렸다.

당연히 그에 따른 반응이 곧장 나왔다.

그걸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직원들처럼 믿지 못하다가 배우들의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그제야 인정(?)을 해줬다.

### : 우리나라 전통주가 할리우드 파티에 등장하다니 믿기지 않네요.

ㄴ### : K-주류의 힘을 보여줘!

ㄴ### : 하아~ 국뽕 지겹지 않냐? 이젠 개나 소나 다 K 붙여서 난리네.

### : 테킬라는 영화 속에서만 봤는데 도대체 무슨 맛이야?

ㄴ### : 위스키보다 저렴한 술이니 이번 기회에 사서 마셔보는 걸 추천.

ㄴ### : 오저당의 돈 레오넬은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이 없다고 합니다.

### : 저번에 우연히 기사를 봤는데 지난해 오저당 4/4분기 수출액만 250만 달러가 넘었다고 하더라.

### : 다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ㄴ### : 그럼 뭐가 중헌디?

ㄴ### : 오저당이 멕시코의 증류소를 인수해서 테킬라를 런칭한다잖아.

### : 와··· 오저당이 이제는 해외로 쭉쭉 뻗어나가는구나. 해외 증류소까지 인수할 정도면 떼돈 벌고 있는 거 아니야?

거실에서 일을 하다가 안으로 들어오자 어느새 일어난 수호가 엉클어진 머리를 한 채로 침대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1시였으나 게으르다고 녀석을 탓할 수는 없었다.

어제 새벽까지 쉴 틈도 없이 일해서 다들 녹초가 되어 늦잠을 잤다.

“일어났냐?”

“제대로 자지도 못했어. 와··· 새벽부터 무슨 깨톡 소리가 끊이질 않는 거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코를 엄청 골던데.”

“네가 잘못 들은 거겠지.”

“전화 통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거든, 라니가 증인인데 전화해서 물어볼까?”

그쯤 되자 수호도 더는 시치미 떼지 못했다.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만 일어나서 씻어.”

“조금만 더 누워있으면 안 되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늦잠을 자겠어.”

하긴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 시간까지 자겠어. 오저당에서 일한 뒤부터 우리는 새벽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요즘 나는 새벽에 술을 확인하러 나가지 않는데도 아침 6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까 잠결에 얼핏 들어보니 호르헤랑 통화하던데 무슨 일 있어?”

“생산 좀 늘려달라고 전화한 거야.”

“갑자기 요청하는 건데 가능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현재 상황으로는 월간 생산량이 5만 병까지만 가능하다고 수호에게 알려줬다. 설비는 10만 병까지 가능하게 준비를 해놨지만, 아가베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이 어려웠다.

생산되는 양은 한정적이고 테킬라의 인기는 계속 상승 중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품귀 현상이 일어났을 정도다.

대부분의 아가베 농장은 대형 테킬라 증류소 같은 곳에서 선점을 해놓았다.

그나마 호세 가문의 영향력이 작지 않은 편이라 그 인맥을 통해 술을 빚을 아가베를 꾸준하게 확보하는 중이다.

내 이야기를 듣던 수호는 농담처럼 한마디를 툭 뱉었다.

“차라리 농장을 몇 개 사들여서 직접 재배하는 게 마음 편하겠네. 멕시코는 인건비도 저렴하다고 했잖아.”

“흠··· 그것도 나쁘지 않네.”

“야!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냐.”

“아니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어.”

수호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더구나 호르헤의 가족이 아가베 농장을 하기에 전문가인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이게 올해 심어서 내년에 당장 수확이 가능한 것은 아니나 미리 투자를 해놓을 필요는 있었다. 투자 금액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이면 못 할 것도 없었다.

“숙성하는 기간이 있으니 정상적으로 유통이 가능한 거는 4월쯤 되겠네.”

“아니, 지금까지 빚어 놨던 게 있잖아. 당장 다음 주에 컨테이너에 10만 병을 실어서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어.”

호르헤가 열심히 뛰어다닌 덕분에 새롭게 디자인한 라벨을 뽑고 보틀을 제때 구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심양의 슈미트가 활약을 해줄 때가 되었다.

한동안 침대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허기짐이 느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업무상 필요한 통화를 해야했기에 공복이었던 시간이 제법 길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것 같아. 나는 점심 먹으러 나갈 건데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여기서 룸서비스 시켜서 대충 때우면 안 될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예약한 숙소가 고급은 아니라 나오는 음식의 수준도 뻔히 예상되었다.

그걸 먹을 바에는 차라리 배달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던지. 나는 나가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올 거야.”

“혹시 스테이크 썰러 가는 거야?”

“나가서 찾아봐야지.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 가서 먹으려고.”

“흐음··· 고민되네. 유나 누나도 나가서 먹기로 했어?”

나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잘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갔다. 누나도 완전히 기절한 건지 전혀 기척이 없었다.

하지만 밖에 나간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딜 나갔으면 문자라도 남겨놨을 것이다.

똑똑!

누나가 머무는 방문을 노크하자,

머지않아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두드리며 유나 누나가 문을 열어줬다.

“일어나셨네요.”

“한 시간 전쯤에 일어났지.”

“점심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약속이 있어서 나가서 먹을 건데 너희는 어떻게 할 거야?”

하여간 인싸들은 참 피곤한 것 같았다.

이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다고 들었는데 그사이에 또 누구와 친해진 걸까.

“저는 나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수호는 룸서비스로 때운다고 하네요.”

“그래? 그럼 너는 나랑 같이 나가자.”

“누굴 만나는데요? 저도 아는 사람이에요?”

누나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누구냐고 묻자 누나는 파티에서 만났던 구지노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구지노 씨요? 언제 연락처를 받은 거예요?”

“어제 내 별스타 알려줬더니 아침에 식사 같이하자고 DM으로 연락하더라.”

“저도 갑니다! 꼭 같이 가고 싶습니다!”

그때 수호가 잽싸게 튀어나왔다.

할리우드 여배우와의 식사 자리인데 그걸 포기할 녀석은 결코 아니었다. 이미 룸서비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갑자기 우리까지 끼어들면 민폐일 것 같아서 사양하려 했으나 구지노는 흔쾌히 다 함께 식사하자고 답장을 보내왔다.

그걸 본 수호는 곧장 샤워부터 하러 들어갔다.

하지만 쉽게 나가기 어려웠다.

둘 다 캐리어에 가져온 옷을 놓고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거나 대충 입고 나가자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패션 테러리스트 보듯이 바라봤다.

“여기 할리우드야. 아무렇게나 입고 다닐 수 없잖아.”

“아무도 너한테 신경 쓰지 않아.”

“구지노 씨랑 만나는 자리잖아. 어디에 파파라치가 있을지 모르는 동네야. 추레한 옷을 입고 박제 당할래?”

“나도 이번에는 수호 말에 동감해.”

“알겠어요. 어제 고생했으니 나가서 괜찮은 옷으로 한 벌씩 사줄게요.”

어제 파티에서 이룬 성과가 꽤 크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지금 분위기만 잘 이어 나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돈 레오넬의 미국 런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둘에게 옷 한 벌씩 뽑아준다고 해도 손해 보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카를로스의 부탁 때문에 어느 파티에 초대된 건지 미리 말해주지 못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쇼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나 누나는 생각보다 쇼핑에 목숨을 거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멀리서 한 번 쓰윽 살피더니 마음에 들면 그냥 샀다.

오히려 시간은 수호 쪽이 더 걸렸다.

간신히 약속 시간에 맞춰서 한적한 곳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구지노는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나 누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알아보지 못할 뻔했는데 풀메이크업을 했던 어제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청초하고 가녀린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아름다움이 퇴색되진 않았다.

확실히 연예인은 조금 다르기는 했다.

가만히 있어도 자체 발광하는 것처럼 보였다.

“쉬시는데 제가 방해한 거는 아니죠?”

“아니요. 저희도 어디 가서 식사를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현지인 추천 맛집을 와보고 좋네요.”

“여기 제 단골집인데 정말 음식 솜씨가 좋아요. 그건 장담할 수 있어요.”

우리는 자리에 앉아 곧장 식사부터 주문했다. 그 뒤부터는 어제 파티 이야기를 잠시 했는데 구지노는 기쁜 소식이 있다며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저 얼마 후에 한국에 갈 것 같아요.”

“여행을 오시는 건가요?”

“여행도 목적이긴 한데 두 달 후에 공진호 감독님 영화 오디션을 봐야 하거든요.”

“와! 축하해요.”

유나 누나는 환하게 웃으며 구지노를 향해 진심을 담아 축하 인사를 해줬다.

어제 나도 잠시 인사드린 공진호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었다.

몇 년 전에 골든글러브에서 무려 4관왕을 차지했을뿐더러 만드는 작품마다 크고 작은 상을 휩쓸고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구지노는 조연일 뿐이라며 오히려 우리의 축하가 과하다며 쩔쩔맸다.

“분량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한 편의 영화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함께 만드는 거잖아요.”

“호호,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거리가 상당한데 오디션을 한국까지 와서 봐야 하는 건가요?”

“스케줄을 조율하면 미국에서 봐도 되는데 이왕에 가는 길에 당분간 여행하면서 한국에 머무려고요. 그래서 조언을 좀 부탁드리려고 뵙자고 했어요.”

관광지와 음식 그리고 꼭 가봐야 할 곳.

그런 것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리 어려운 주제는 아니었으나 일단 구지노의 성향부터 파악해야 했다.

화려한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즈넉한 사찰을 권유할 수는 없잖아.

그때부터 우리는 식사를 하며 가볍게 한국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 한국 여행을 해보셨다고 하셨죠?”

“길게는 못했고 두 번의 여행 모두 합쳐도 3주밖에 안 돼요.”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뭐죠?”

“저는 음식이랑 자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자 수호는 자연을 좋아하면 오저당이 있는 강원도가 좋을 것 같다고 적극 추천을 해줬다.

유나 누나도 수호의 말에 동의하는지 구지노에게 너튜브에 올라가 있는 우리 영상을 몇 가지 보여줬다.

그녀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계절별로 바뀌는 계곡의 풍경에 상당히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인지 구지노는 우리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다.

“제가 한국에 가게 되면 며칠 정도 오저당에서 머물 수 있을까요?”

“음··· 오저당이 있는 곳은 시설이 좋은 숙소가 없어서 불편하실 텐데요.”

“저 그런 거 안 따져요. 데뷔 전에는 친구랑 같이 인도 여행도 다녀왔는걸요.”

그 정도면 여행 레벨 만렙이지.

오히려 오저당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할리우드 배우가 놀러 오면 그것만으로도 홍보 포인트가 된다.

갑자기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구지노가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만약에 그녀가 한국과 오저당에 방문하는 모습을 찍게 된다면 어떨까.

한국 음식을 먹을 때 우리 술도 살짝 끼워 넣으면 그것도 간접 광고가 된다.

우리만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구지노도 국내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투자자들에게 인지도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기에 오디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며 너튜브 채널 출연에 대해서 물어봤다.

“혹시 오저당에 놀러 오는 거를 찍어서 너튜브에 올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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