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155화 (155/254)

직영 주점 (1)

1시간 만에 품절이라···.

가볍게 볼 만한 내용은 아니다.

신생 브랜드는 프로모션을 크게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지금의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카를로스가 할리우드 스타들과 진행한 마케팅이 먹혔다는 뜻이었다.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가 투자한 두 곳의 증류소가 괜히 TOP 10 이내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카를로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끄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 같았다.

“깜짝 놀랐지 않습니까. 텅텅 비어 있어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았습니다.”

“하하. 너무 진지하길래 장난 좀 쳤지.”

“다른 매장 상황은 어떤가요?”

여기 매장만 유별난 것일 수도 있다.

내 질문을 받은 카를로스는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전산상으로 남은 수량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LA만큼 할리우드의 최신 트렌드가 빨리 전달되는 곳은 없기에 이곳처럼 품절이 된 매장은 별로 없었다.

돈 레오넬의 구매자들 상당수가 박스 단위로 샀다는 것도 주목해야 했다.

“박스 단위로 사 가는 사람들은 파티에 사용할 용도로 산 거겠죠?”

“아무래도 그렇지. 나도 파티에 쓸 용도로 천 병을 빼놔서 다행이네.”

“천 병씩이나요?”

“파티 한 번 할 때마다 수십 병은 쓰니 준비해놔야지. 잠깐 반짝하는 게 아니라 트렌드가 유지되려면 아직 멀었어.”

카를로스의 말이 맞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잠시 반짝인 뒤에 사라질 수도 있다.

당연히 그렇게 놔둘 생각은 없었고 그건 1년 동안 돈 레오넬의 독점 판매 권한을 가진 카를로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줄 거라 생각하진 못했다. 나는 진심을 담아서 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한동안 덕담을 주고받고 있자 페레즈는 앞으로 판매될 양부터 확인했다.

“나머지 물량은 내일 푸실 생각인가요?”

“이 친구는 누군가?”

“아! 오저당의 미국 법인을 신청했는데 거기서 일을 봐줄 페레즈라고 합니다. 앞으로 실무와 관련된 연락은 이쪽으로 하시면 됩니다.”

나는 옆에 있는 페레즈를 소개해줬다.

카를로스는 잠시 페레즈를 훑어보더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흑인이라 인종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딱 봐도 재미없는 친구 같군.”

“그래도 슈미트가 추천해서 입사한 직원이니 일은 잘할 겁니다.”

“그건 같이 일을 해봐야 알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페레즈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무표정하게 자신이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죽하면 향이가 페레즈를 보고 로봇이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

[바늘로 찔러도 피도 안 나올 것 같아요.]

진짜 그런 짓을 할까 봐 노심초사했으나 향이는 이내 바크모 안으로 들어가 다양한 술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맛볼 수는 없으나 바크모에 올 때마다 저랬다.

“지점마다 재고량이 다르지만, 남은 수량은 주당 150병씩 팔 생각이야.”

“길어야 3주에서 4주 정도네요.”

“그러니 어서 추가로 보내줘야지.”

“2주 뒤에 숙성이 끝나는 5만 병을 곧장 선적해서 보내드릴게요.”

이미 생산되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카를로스였으나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걸로는 부족해. 분위기를 탔을 때 최대한 많이 팔아야지.”

“현재 멕시코의 설비로 10만 병까지 생산이 가능하지만, 갑자기 대량으로 아가베를 사들이려니 쉽지 않습니다.”

“그것만 해결되면 되는 건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카를로스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스페인어로 누군가와 통화하던 그는 내게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전해줬다.

“테킬라에 있는 내 증류소에서 아가베를 토스할 테니 그걸 받아서 술을 빚어.”

어려운 일을 쉽게 푸는 것.

그것도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카를로스는 내가 가진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가베만 확보되어도 돈 레오넬의 생산량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것이다.

인력도 부족하나 급한 대로 일용직을 고용하면 되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걸 주셔도 되는 겁니까?”

“몇 년 전에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어서 비상용으로 조금 넉넉하게 사들였거든.”

규모의 차이가 확실히 있었다.

카를로스의 테킬라 증류소 두 곳에서 빚는 양은 연간 백만 상자가 넘는다.

보통 한 상자를 9리터 기준으로 잡기에 적어도 천이백만 병이 넘는 테킬라를 생산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OGD 멕시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생산량이 우리보다 20배 이상 많으니 아가베 보유량도 차원이 달랐다.

나는 곧장 카를로스에게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아서 호르헤한테 넘긴 뒤에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러나. 우리도 세금을 내야 하니 시세보단 조금 비쌀 거야.”

“당연히 더 얹어드려야죠.”

그것까지 바라면 도둑놈 심보지.

어쨌든 카를로스 덕분에 추가로 아가베를 확보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에 그가 보내주기로 한 양은 작지 않았는데 대충 계산하면 약 30만 병을 추가로 빚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30만 병만 나오진 않을 거다.

아직 오저당 수준은 아니지만, 멕시코도 요정의 효과를 받고 있는 중이다.

같은 양을 빚어도 10% 정도는 더 많이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오저당의 순수익이 높은 이유도 거기 있었다.

‘이제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 볼까?’

*

그로부터 나흘 뒤.

제법 길었던 미국 출장이 끝났다.

귀국하기 전에 법인 신청이 승인된 것까지 보고 왔으니 나머지는 현지에 남아 있는 페레즈의 몫이다.

며칠 동안 지켜보니 카를로스가 옆에서 계속 신경을 긁어도 페레즈는 끄떡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만 챙겼다.

그 정도면 카를로스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 같았기에 오히려 안심되었다.

이번에 돈 레오넬을 런칭하며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으나 그게 순수한 호의라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카를로스도 엄연히 사업을 하는 이였고 손해라 생각되면 언제든 손을 뗄 것이다.

그걸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같은 입장이라도 그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저당과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우리 식구들과 요정들이다.

[아··· 역시 개똥밭을 굴러도 한국이 좋아요.]

3주만에 귀국을 해서 그런가.

향이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멕시코 출장 때보다는 기간이 짧았으나 그사이에 꽤 많은 일이 벌어졌기에 체감상으로는 더 오래된 것 같았다.

출국할 때만 하더라도 내가 할리우드 배우와 함께 식사를 하고 파티에서 칵테일을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저당을 맡은 후부터 은근히 삶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것 같았다.

“좋냐? 나는 회사에 들어가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당분간 야근각이야.”

[뭐든 시켜만 주세요. 저도 도울게요.]

“됐습니다. 향이 너는 요정들이나 챙겨.”

[그런데 혹시 이모티콘 소식은 없나요?]

“어제 통화했을 때 들었는데 이모티콘 디자인 초안은 거의 완성됐다더라.”

[벌써요?]

이모티콘 이야기가 나오자.

향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캐릭터로 만든 것이라 다른 무엇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돈 레오넬에 그려 넣어진 판초 때문에 더 심해진 것 같았다.

판초의 인기는 제법 좋았다.

진열되어 있는 보틀과 라벨의 디자인만 보고 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반응을 보고 들을 때마다 향이는 은근히 질투했다.

제 딴에는 티를 안 낸다고 노력하는 것 같았으나 내 눈에는 다 보였다. 어느덧 함께한 세월이 2년이니 가능한 일이다.

요즘 향이는 누구보다 빨리 소담 소주가 출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공개 시기 때문이다.

아직 스프라이트 컬렉션에 대한 사항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었다. 돈 레오넬 외에는 제품 출시가 되지 않은 탓이다.

고작 제품 하나만 내놓고 컬렉션이라 소개하는 것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판촉물과 이모티콘도 소담 소주 출시일에 맞춰서 진행될 예정이고 버번도 나중에 컬렉션으로 넣을 생각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공항버스를 안 타고 시내로 들어가시는 거죠?]

인천 공항에서 내린 뒤.

나는 평소 타던 공항버스가 아닌 서울 시내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서울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누구요?]

“내가 누나를 미국으로 부른 탓에 퇴사하게 됐으니 삼촌한테 사과드려야 할 것 같아.”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통화했을 때는 괜찮다고 했지만,

진짜 괜찮은 거라 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것 외에도 삼촌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트렁크를 끌고 도착한 삼촌 집의 현관문을 열은 나는 낯선 느낌을 받았다. 당연히 느껴져야 할 홀아비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나 모르는 사이에 삼촌이 이사라도 간 건가 의심될 정도였다.

‘그랬다면 비밀번호가 바뀌었겠지.’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에 통화를 했을 때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삼촌에게 여자가 있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기에 사과부터 했다.

“음··· 제가 집을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려고 할 때.

주방에서 삼촌이 고개를 내밀고 나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너 뭐하냐?”

“제가 들어가도 되는 거 맞나요?”

“장난하지 말고 들어와. 여기는 이옥주라고 어반스카이에서 일하던 초창기 멤버 중에 하나야.”

“처음 뵙겠습니다. 오빠한테 조카분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이옥주는 수더분한 미소를 보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에 자리에 앉자 삼촌은 주방에서 과일을 내왔다.

평소 집안에 먹을 거라고는 전혀 놔두지 않는 분이 오늘따라 이상했다.

“언제부터 집에 과일이 있었죠?”

“이거 옥주가 사 온 거야. 그러니 쓸데없는 말 말고 먹기나 해.”

“잘 먹겠습니다.”

포크를 집어 사과를 한 조각 깨물자 삼촌은 찾아온 목적이 뭔지부터 물었다.

“평소에는 그냥 삼척으로 가더니 오늘은 무슨 꿍꿍이일까?”

“유나 누나 일 때문에 죄송해서 그렇죠.”

“사과는 나 말고 여기 옥주한테 해.”

“네? 그건 무슨 말이죠?”

“3호점 지점장이 이 녀석인데 너 때문에 연기됐잖아. 어느 세월에 쓸만한 바텐더를 구하냐.”

어반스카이의 핵심은 바텐더다.

나머지는 어떻게 굴릴 수 있다고 해도 바텐더가 없이 운영할 수는 없다.

그것도 솜씨 좋은 바텐더가 필요했다.

어설프게 칵테일을 만드는 것으로는 삼촌의 기준에 통과될 리가 없었다.

3호점으로 보낼 바텐더도 무려 3개월이나 교육받았을 정도였다.

“아··· 일이 또 그렇게 되는군요.”

“호호. 어쩔 수 없죠.”

“제가 사과의 의미로 지점장님께 선물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캐리어 안에서 술병 두 개를 꺼냈다.

그걸 본 삼촌은 잽싸게 한 병을 낚아챘다.

“오! 이게 완성된 돈 레오넬이구나. 미국에서 런칭은 잘 된 거지?”

“빨리도 물어보시네요.”

“우리 둘이 한 병씩 나눠서 마시면 되겠다.”

삼촌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한 병을 품에 안고 있었다.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희소성이 있는 테킬라이기 때문이다. 이옥주는 그런 삼촌을 보며 혀를 찼다.

“안 뺏어 마실 테니 그만 좀 해요.”

“조만간 한국에도 정식으로 수입될 테니 그때 많이 챙겨드릴게요.”

“언제쯤 들어오는데?”

“글쎄요. 아직 확정된 거는 없는데 적어도 여름쯤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OGD 멕시코에 수출입 관련 직원이 고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아직은 미국 수출이 우선이라 한국 수출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 당장 마셔보자.”

삼촌은 곧장 마개를 땄다.

그러더니 병에 코를 대고 향부터 맡았다.

어차피 정식 수입이 될 거라면 오래 묵혀둘 필요는 없었다.

“예전에 초기 버전이라며 내게 맛 보여줬던 돈 레오넬과는 차이가 크네.”

“괜히 시간이랑 돈을 들여서 개량한 게 아니에요.”

“이게 얼마라고 했지?”

“미국에서는 35달러요.”

“한국도 같은 금액으로 팔 거야?”

삼촌의 질문에 나는 고개 저었다.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필연적으로 판매가가 조금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그 부분은 계산하기 전이라 어느 정도일지 대답하기 어려웠다.

삼촌도 당장 대답을 듣길 바랐던 것은 아닌지 곧장 주방에서 잔부터 챙겨왔다.

그 뒤로는 돈 레오넬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겼다. 스트레이트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칵테일까지 만들어서 마셔봤다.

당연히 칵테일은 내 담당이었다.

삼촌의 집에도 기본적인 도구 정도는 있었기에 주스 정도만 사 오면 되었다.

세 명이 테킬라 한 병을 비우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아쉽네. 이거 한국에 들어오면 우리 어반스카이에 가장 먼저 줄 수 있어?

“제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시면 충분히 가능하죠.”

“또 무슨 부탁을 하려고?”

부탁이란 단어를 꺼내자,

삼촌은 상체를 뒤로 젖히며 흘겨봤다.

하지만 일단 내 말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라 확신했다.

“오저당의 술을 위주로 파는 주점을 만들 생각인데 맡아서 운영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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