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161화 (161/254)

꿩 대신 닭 (1)

<오저당 : 로데오점>

주점의 인기는 상당했다.

정식으로 오픈한 이후부터.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방문한 이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너튜브에서 홍보한 영상을 보고 찾아온 손님이었다.

구독자만 오는 것은 아니었다.

돈 레오넬을 마시기 위해 수소문해서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제법 많았다.

할리우드에서 유행이 시작된 테킬라가 어떤 술인지 궁금해하는 주당들이었다.

실제로 매출을 자세히 보면 돈 레오넬로 만든 칵테일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

당연히 술만 파는 것보다 칵테일이 훨씬 많은 수익이 남으니 아주 바람직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직원 회식 당시에 왔던 손님들이 그때 고마웠다는 댓글과 사연을 우리 너튜브에 남겼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는 것이다.

작은 해프닝에 불과했지만,

그런 작은 미담이 하나씩 쌓일 때.

소비자들이 우리를 향해 내리는 평가가 상승하고 그게 선호도의 차이를 만든다.

괜히 갓뚜기 같은 단어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지. 하지만 그런 쪽으로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숨기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매년 보육원에 후원 중인 것과 우리 회사에 그쪽 출신 직원이 많다는 것은 알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남의 불행을 가지고 이득을 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런 내용은 너튜브에 노출되지 않도록 매번 주의를 기울였다.

“휴··· 적자는 안 나오겠다.”

임원 회의에서 지금까지 올린 매출을 보여주자 수호는 다행이라 여겼다.

오히려 첫 달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흑자가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삼촌 이야기로는 오픈 초기에는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계속 장작을 넣어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로데오점의 성공은 더 빠르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여러 방안 중에 하나로 다음달에 오는 구지노를 뽑았다.

“구지노 배우 쪽 매니저와 촬영 논의는 마쳤나요?”

이번 질문은 황동선 이사를 향한 것이다.

구지노의 매니저와 한국에서의 촬영 문제를 조율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촬영 편수부터 찍을 내용까지 모든 내용을 미리 짜서 협의해야만 했다.

황동선 이사와 마케팅 부서의 직원들은 구지노가 오저당 너튜브에 출연하겠다고 정한 이후부터 무척 바쁘게 움직였다.

4월에 예정되어 있는 구지노의 방문은 마케팅 부서의 상반기 일정 중에 가장 중요했다.

[오저당 X 구지노]

타이틀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오저당과 강원도 위주로 관광지를 선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에 양조장 체험과 우리가 빚은 술을 같이 마시는 것을 넣는 것까지 조율하는 중이다.

촬영지 섭외는 생각보다 쉬웠다.

그 과정에서 삼척 관광과에서 근무하는 소정우 주무관님의 도움이 상당했다.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할리우드 스타와 삼척 여행.

거기까지만 말했는데도 관광과 전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해주었다.

이미 우리를 통해 국내 관광객 유치에 어느 정도 효과를 봤으니 이제는 해외도 조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촬영 내용에 대한 협의는 모두 끝냈는데 아직 스케줄이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것도 아직 안 나온 건가요?”

“유럽 일정을 먼저 마치고 오는 데 몇 가지 일정이 불투명하답니다. 그래도 4월 둘째 주 중에는 입국할 것 같습니다.”

많아야 며칠 정도의 오차라고 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테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만, 숙소가 문제였다.

구지노가 아직 국내 인지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할리우드 배우는 그림자처럼 동행하는 이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호텔 예약은 어떻게 하죠?”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근처에 있는 펜션 하나만 잡아주면 된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이번에 올 때는 매니저 한 명만 동행한답니다.”

예상외로 단출한 구성이었다.

하긴 데뷔 전에 혼자 한국 여행도 했었던 구지노라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오디션 일정 외에는 오저당에서 머물고자 오는 거라 사람들을 대거 이끌고 오는 것도 이상하긴 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나는 최근 들어 고민 중이던 사항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우주와 유성이는 영상 제작만 전담하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죠?”

“갑자기 그건 왜?”

“1년 동안 지켜봤는데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지.”

16개월 전에 입사한 쌍둥이.

두 형제는 수호와 호세 다음으로 우리 오저당에서 가장 오랜 시간 술을 빚었다.

당연히 실력도 상당히 많이 올라왔으나 아직은 영상 쪽의 재능이 더 아까웠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부족해서 빼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장 실습을 종료하고 직원으로 합류한 학생들도 있고 여름이 지나면 저번처럼 다시 학생을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미 쌍둥이는 2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며 실력을 입증해냈으니 제대로 해볼 수 있게 밀어주고 싶었다.

“나랑 호세를 제외하면 그나마 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조금 애매해.”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저는 사장님 의견에 찬성합니다.”

황 이사는 기간을 지적했다.

쌍둥이가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으나 어차피 다른 직원들에 비해 길어야 1년에서 짧으면 몇 개월 차이다.

그 정도의 차이라면 다른 직원을 새롭게 끌어올린다고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거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매번 품평회 우승 같은 커다란 이슈가 있을 수 없다. 반면에 너튜브는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한 홍보 수단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광고를 하지 않는 오저당의 술을 고객들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다.

따져보면 주류 상사의 프로모션 외에는 너튜브가 유일하다고 봐도 되었다.

수호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OGD USA와 멕시코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나는 두 곳의 지사를 거론했다.

그곳에 대한 지원도 해줘야 한다.

추후에 따로 직원을 뽑아서 자체적인 홍보를 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아직 글로벌 채널로 발돋움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해외에서도 많이 보고 있다.

초창기부터 영어와 스페인어 자막 정도는 항상 넣어주고 있는 덕분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도 오저당이 이런 술을 생산하고 있다고 알리고 싶어.”

“예전에 찍어서 올린 거 있잖아.”

“그건 퀄리티가 폭망 수준이잖아. 쌍둥이가 직접 찍으면 완전히 다를 거야.”

“설마 멕시코에 출장 보내려고?”

나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슈가 있으면 한번씩 촬영을 하러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사람이 맡고 있는 일이 있으니 시간 내기 어렵잖아.”

“아직 둘 다 회화가 썩 좋지 않은데 둘만 보내도 될까?”

“어차피 거기 호르헤가 있잖아.”

“유성이는 저한테 배운 게 있어서 오히려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잘해요.”

호세가 그 부분은 정정해줬다.

유성이는 호세와 가장 친하게 지낸 덕분인지 유창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생존 회화 정도는 한다고 했다.

“본인들 의사부터 물어보는 거는 어때?”

라니는 최종 결정을 두 형제에게 맡기자고 했다. 만약에 그들의 목표가 오저당의 디스틸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나는 곧장 임원 회의에 쌍둥이를 불렀다.

일하다가 곧장 온 둘은 평소답지 않게 바짝 얼어 있는 느낌이었다. 느닷없이 임원 회의에 불려와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일단 두 형제를 자리에 앉힌 뒤에 지금까지 나눴던 이야기를 해줬다.

“어떻게 생각해?”

“그러니까 생산직에서 사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가요?”

“앞으로 영상만 만들면 되는 거 맞죠?”

“대신 시간 외 수당은 사라질 수도 있어.”

쌍둥이는 근무 시간 이후에 영상 작업을 주로 했기에 각각 백만 원이 넘는 수당을 따로 받고 있었다. 그게 아까운 게 아니라 근무 시간에 일을 하라는 의미였다.

두 형제는 무엇보다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아 보였다. 그 돈이 있기에 저축도 꽤 할 수 있었고 보육원에 있는 동생들 선물도 샀으니 이해는 되었다.

“당장 받는 수당을 생각하지 말고 멀리 봐. 나중에 오저당이 더 커지면 미디어 부서의 부서장이 될 수도 있잖아.”

그쯤에서 한 가지의 팁을 주었다.

임원 회의인데도 라니와 호세 같은 실장급이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이유는 한 분야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유성과 우주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금방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동시에 미디어 부서로 옮기겠다고 대답했다.

“대신 앞으로 촬영할 내용에 대한 기획안 먼저 작성해서 가져와야 해.”

“아이디어 노트는 예전부터 계속 적고 있어서 충분히 가능해요.”

“그리고 구지노 배우 촬영 끝나고 OGD멕시코 촬영하러 출장 가야 하니 미리 영어랑 스페인어 회화 공부해놔.”

저 표정은 기쁜 걸까?

아니면 울고 싶어 하는 걸까?

쌍둥이의 표정은 상당히 미묘했다.

해외에 나간 경험은 물론이고 비행기도 타보지 못한 탓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저희 둘만 가는 건가요?”

“내가 같이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니 일단은 둘만 간다고 생각해.”

“비행기 타는 거 별거 아니야. 기내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 벗고 타야 하는 것만 잘 기억해.”

수호는 자신이 유나 누나에게 당했던 것을 쌍둥이에게 써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속아 넘어갈 정도로 쌍둥이가 어리숙하진 않았다.

“요즘도 그런 말에 속는 사람이 있어요?”

“진짜라니까.”

“저희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에요.”

애들아 그러는 거 아니야.

여기 유 이사는 진짜 속을뻔했어.

그쯤 되자 수호는 뻘쭘하게 웃었다.

그나마 들어서기 직전에 눈치채고 신발을 벗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 같았다.

쌍둥이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그 뒤로는 판촉물과 이모티콘 등에 대한 논의를 나눴고 마침내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조택훈 공장장 차례가 되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시간이 지날수록 임원 회의를 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논의할 사항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탓에 어쩔 수 없었다.

따로 파트별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도 되지만, 업무상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전체적인 일정은 공유해야 한다.

적어도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지 임원 정도면 알고 있어야지.

그래서 아직은 매주 1회 정도는 모두 모여서 이렇게 회의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럼 소담 소주에 대한 보고부터 드릴게요.”

벽향주를 담당하고 있으나 오저당의 설비는 모두 그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소담 소주를 빚을 증류기 역시 그의 주도하에 설치되었다.

증류기의 크기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하지만 구조가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다.

소담 소주가 감압식이 아닌 상압식으로 빚기 때문에 그만큼 세팅도 간단했다.

“지금 설비를 가지고 매달 50만 병씩 생산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나요?”

“아직 공간이 남아 있으니 그곳에 숙성용 탱크만 추가하면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오저당의 생산량을 봤을 때.

50만 병은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었다.

현재 생산 중인 오풍주와 벽향주 화이트 라벨을 합친 수치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오저당을 운영하며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기왕에 만드는 거 크게 일을 벌여놔야 나중에 편하다는 것이다.

품절된 후에 다시 생산량을 늘리는 일은 이제 조금 신물이 날 정도였다.

그렇다고 투자할 돈이 없지도 않았기에 이번에는 조금 과하다 생각될 정도로 생산량 확보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면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죠?”

“미리 만들어 놓은 영귀주를 가지고 테스트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윤가람 과장 생각은 어때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소담 소주의 담당자인 윤가람 과장은 샘플로 빚은 소담 소주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량 생산으로 바뀌면 미묘하게 맛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정도는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잡아내냐가 관건이었다.

“그럼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테스트 생산을 시작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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