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168화 (168/254)

인기 급상승 (5)

서준석 부장과 두 명의 직원.

그들의 존재감은 확실히 대단했다.

옥주윤 사원과 재무 부서를 꾸린 그들은 오저당의 재정 상황을 완전히 해부했다.

그때부터는 영수증과의 싸움이었다.

기간은 지금부터 2년 전까지.

모든 영수증을 정리한 서준석 부장은 새어나가는 돈을 하나씩 찾아냈다.

크고 작은 구멍을 메꾸니 생각보다 큰돈이 보존되었다.

“허얼··· 매달 고정 지출을 사백만 원이나 줄일 수 있다고요?”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간을 주시면 조금 더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전문가는 다르네요.”

하지만 진짜 성과는 따로 있었다.

서준석 부장은 지자체와 정부에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과 고용 보조금 등을 검토해서 오저당에 하나씩 적용했다.

그렇게 절감되는 비용도 상당했다.

“작년에도 빈집정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신청을 안 하셨더군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능하면 정해진 금액 내에서 계획하에 지출하는 습관을 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찔리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오저당을 운영하면서 충동적으로 지르는 일이 꽤 많았다. 가능하면 직원들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준석 부장이 직원 복지에 돈을 쓰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예산을 잡고 그 범위 내에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많은 회사들이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정작 필요할 때 쓸 자금이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다고 조언을 해줬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번에 소담을 출고하며 얻은 수익과 기존 보유금을 합쳐서 다음 달에 OGD USA으로 출자금을 보냈으면 합니다.”

“파사데나 증류소 계약은 이번에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건가요?”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가계약으로 2억 가까이 물려 있으니 일단 그것부터 정리해놔야 할 것 같습니다.”

서준석 부장은 그 말을 하면서 내게 서류를 내밀어서 결재를 부탁했다.

방금 이야기한 외환 송금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 서류였다.

원래는 황 이사를 거쳐서 와야 정상이나 재무 관련 문제는 다이렉트로 처리했다.

돈이 오가는 업무 사항은 항상 이렇게 사인을 받아서 증빙 자료를 만드는 것도 오저당의 달라진 점이었다.

내가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아서 구글 전자 결재 시스템까지 도입했을 정도였다.

이제는 해외에 나가서도 호텔 방에 앉아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사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태백 시내에 전세를 구하는 중인데 아직 마땅한 곳이 없네요.”

“저번에 말했던 태백 시내의 빌라를 사서 사옥으로 쓰는 것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럴 돈이면 차라리 오풍리 마을 입구 쪽에 새로 짓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오래된 빌라를 비싸게 살 바에 땅값이 저렴한 오풍리에 새로 짓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서준석 부장은 애초에 사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그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거는 아니니 나중에 조금 더 논의해보죠.”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서준석 부장은 결재받은 서류를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재무 부서가 추가된 이후에 사무실은 북적거렸다.

처음에는 언제 사람을 채우나 싶을 정도로 조금 휑했는데 이제 더는 책상을 넣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여기서 몇 사람만 더 늘어나면 2층에 있는 공간도 사무실로 써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휴게실로 쓰는 중이나 애초에 그럴 용도로 2층까지 올렸던 거라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지이잉!

잠시 그런 생각할 무렵.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액정을 보니 이옥주 지점장이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그녀는 곧장 본론부터 꺼냈다.

[지난주 매출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잠시만요. 일단 그것부터 확인하고 이야기하는 게 빠를 것 같네요.”

[그렇게 하시죠.]

이옥주 지점장이 기다리는 사이.

나는 빠르게 그녀가 보낸 보고서를 훑어본 뒤에 말을 이어갔다.

“소담 매출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요.”

[요즘 오저당 너튜브를 보고 오는 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구지노 배우의 마지막 편 조회수도 상당했잖아요.]

“역대 최고 수치였죠.”

마지막 편의 조회수는 넘사벽이었다.

기존에 오저당에서 올렸던 어떤 영상보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영상 공개 3일 만에 백만 조회수를 찍을 거란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구지노는 우리와 했던 협업 덕분에 기자들과 인터뷰까지 했다.

우리 쪽에도 취재 요청이 들어왔는데 황 이사가 나를 대신해서 인터뷰했다.

누군가 우리를 취재한다는 것은 굉장히 낯선 일이었다.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때도 없던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오히려 우리가 직접 기사를 작성해서 뿌려야 했던 입장이었다.

어쨌든 홍보 효과는 대단했다.

어지간한 광고보다 낫다며 황 이사도 인정했을 정도였다. 당연히 그만큼 판매량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예상보다 로데오점의 매출이 높은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술값 때문이 아닐까.

주점에서 파는 술은 가격이 다르다.

천오백 원도 안 되는 소주가 술집에서는 4천 원에서 5천 원까지도 받는다.

일종의 자리세와 비슷한 개념이랄까.

로데오점의 차별성은 거기 있었다.

우리가 만든 직영 매장에서는 돈 레오넬을 제외한 오저당이 빚는 모든 술을 소비자가 그대로 받고 있는 중이었다.

“소담이나 벽향주를 지금 가격 그대로 유지해도 문제없을 것 같나요?”

[어차피 수익은 칵테일과 안주 쪽에서 나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판촉물 판매가 꽤 쏠쏠합니다.]

“그러게요.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팔리네요.”

로데오점의 한쪽 구석에서는 오저당이 만든 여러 판촉물을 판매 중이었다.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싶었는데 로데오점만한 곳이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판매하는 수익도 꽤 도움이 되고 있기에 적자를 걱정했던 로데오점은 오히려 흑자를 유지 중이다.

물론, 가장 큰 수익을 안겨 주는 것은 칵테일 종류인 것은 아직 변함없었다.

[심지어 요즘 술은 안 시키고 판촉물만 사서 나가는 이들도 있어요.]

“재미있네요. 판매 내역을 보니 역시 가장 많이 팔린 거는 술잔이고··· 인형이랑 스마트폰 케이스도 꽤 많이 팔렸네요?”

[아무래도 가성비를 따지면 실제로 사용 가능한 것들 위주로 많이 팔리더군요.]

확실히 그렇게 보이기는 했다.

그리고 이옥주 지점장은 재미있는 소식을 하나 더 알려주었다.

[어제 구지노 배우님이 오셨어요.]

“인지도가 제법 올라가서 함부로 돌아다니기 힘들 텐데 용기 있네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통역겸 가드로 보이는 남자분도 같이 오셨더라고요.]

“다행이네요.”

[그것보다 이번에 공진호 감독님 오디션 상당히 잘 본 것 같던데요.]

아··· 그러고 보니 오디션이 며칠 전이었구나. 소담 출시랑 여러 일이 맞물려서 정말 정신 차릴 틈도 없었다.

전화라도 해줄까 잠시 고민했으나 직접 결과를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이후로도 이옥주 지점장과 통화는 계속 이어졌다. 다른 것은 다 좋은데 이분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TMI도 이런 TMI가 없었는데 통화를 할 때마다 기가 쭉쭉 빨리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그게 장점이기도 했다.

사람을 대하는 게 능숙한 편이었고,

그 덕분에 로데오점에 대한 것들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깨톡, 깨깨톡!

전화를 끊으니 이번에는 카톡이 연달아 오기 시작했다. 이러니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다.

화면을 바꿔 채팅창을 들어가니 오저당 단톡방에서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다들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같았다.

소담 출시와 맞춰서 판매가 시작된 오저당에서 만든 이모티콘이었는데 향이와 판초로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그렇게 오저당의 이모티콘을 다들 애용하는 이유는 지인들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건 임원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호 : 오후쯤에 오풍주 실으러 태백물산에서 보낸 화물차가 들어온다고 하니 준비해주세요. (웃는 향이)]

[호세 : 이사님. 아직 발주서 못 받았는데 언제 들어온 건가요? (땀 흘리는 판초)]

[오원구 : (깜짝 놀라는 향이) 헉! 제가 호세 실장님에게는 깜빡하고 전달을 못 했네요. 바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마지막 카톡이 올라오자마자,

사무실에서 오원구가 달려 나갔다.

그는 올해 봄에 채용된 직원 중의 한 명인데 영업직 경력 사원으로 뽑혔다.

오원구가 맡은 일의 대부분은 주류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영업이었다.

작년까지는 주류 상사의 숫자가 십여 곳에 불과했기에 수호와 내가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나날이 우리 술을 가져가는 주류 상사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까지는 품절이 반복되었던 탓에 늘리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거래를 트는 곳이 많아졌다.

‘우리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지.’

한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보다.

다양한 곳에서 우리가 빚는 술이 팔리는 것이 전체적인 판매량 상승과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당연히 그들이 받아 가는 술 중에는 소담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처음 만든 50만 병에 달하는 소담 소주는 어느덧 소진됐다.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음 주중에 숙성이 끝나는 25만 병에 달하는 소담 소주가 병입 될 예정이다.

그 이후부터는 약간 수량을 조절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생산 속도를 조절할 생각이다.

아직 낙관하긴 어려웠다.

미국과 유럽으로 보낸 소담 소주는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다. 일정상으로 보면 내가 멕시코에 있을 무렵에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될 것이다.

참고로 멕시코로 가는 티켓은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이번 출장은 쌍둥이와 함께 떠나는 일정이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쌍둥이만 따로 움직이고 나는 프랑스로 가야 했다.

쌍둥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테킬라에서 멕시코시티까지는 호르헤가 동행해주기로 약속해놨다.

거기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직항으로 끊어놨기에 일단 타기만 하면 돌아오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쌍둥이도 이제 성인이잖아요. 다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어쭈, 비행기 좀 타보셨나 봐요.”

[그럼요. 제가 한두 번 타봤나요.]

하긴 향이도 해외 경험이 꽤 많았다.

나랑 같이 다니다 보니 멕시코부터 미국 서부와 동부를 찍고 이번에는 유럽까지 갈 예정이니 자부심을 느낄만 했다.

“아직 가볼 나라가 훨씬 더 많아. 쿠바에 가서 럼도 마셔보고 이탈리아 와이너리의 와인도 경험해봐야지.”

그건 내 꿈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술이 있다.

페루에 가면 피스코를 마셔야 하고 스위스의 글뤼바인 그리고 수단의 아라기와 네팔의 락시도 궁금했다.

스피릿만 따져도 종류가 다양하다.

죽기 전까지 다 마셔볼 수 있기나 할까.

가능하다면 도전해보고 싶었다.

당연히 술의 요정답게 향이도 나와 같은 꿈을 꾸었다.

[생각만 해도 좋네요. 이번에 가는 김에 잠깐이나마 프랑스의 와이너리 같은 곳에 들렀다가 오는 거는 어때요?]

“흐음···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아직 와이너리는 접근 금지다.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저번처럼 버번 증류소를 인수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 미국에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기 전까지는 참아야만 했다.

얌전히 술만 마시고 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왕에 갔는데 술을 빚는 것도 안 보고 올 거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향이가 왜 안 되냐고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에 라니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주우우도찬!”

평소답지 않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에도 구지노가 파리 공연 티켓을 주겠다고 했을 때 보여줐던 표정과 거의 흡사했다.

그만큼 기쁜 일이 뭐가 있을까?

쉽게 예측이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의 로또 당첨 아닌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라니는 내 눈앞에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외쳤다.

“이거 보여? 우리가 만든 이모티콘이 순위권에 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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