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227화 (227/254)

더도 덜도 말고 5년 (2)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술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수호.

사무직을 관리하는 황동선 이사

그리고 설비를 담당하는 조택훈 이사까지 세 명의 이사를 불러들였다.

이렇게 세 명이 오저당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들은 나의 계획에 대해 미리 알아야 하고 적어도 우리끼리는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5년 이내에 국내 1위를 찍겠다고?”

회의실에 가장 먼저 들어온 수호는 내가 했던 말을 제대로 들은 건지 물었다.

미리 말하지 않았던 거라 아무래도 조금 놀랐던 것 같았다.

“불가능한 것 같아?”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긴 할 것 같아. 하지만 5년이란 시간이 어쩌면 그리 길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지.”

“지금까지 해오던 그대로 기세를 몰아서 계속 가면 어렵진 않을 거야.”

이미 밑바탕은 모두 준비됐다.

어디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제품.

그리고 수년째 쌓아온 직원들의 경험.

거기에 마니아층이 되어준 고객들까지.

모든 것이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과정은 꽤 고되겠지만, 저도 5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황동선 이사도 내 편을 들어줬다.

아부를 하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지금껏 쌓아온 통계와 성장세를 보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라 본 것이다.

현재 업계 1위의 매출은 2조다.

반면에 오저당은 6천억 남짓이다.

예를 들어 굿밤이란 맥주 브랜드 하나로 보면 수십 배의 차이까지 벌어지나 우리에게는 그것만 있진 않았다.

벽향주와 소담을 비롯해 오풍주와 ASAP 그리고 굿밤과 감저까지 추가됐다.

우리의 라인업은 꽤 다양해졌고 술 자체의 퀄리티는 오히려 더 좋았다.

황 이사는 그걸 지적했다.

“매출만으로 놓고 보면 세 배 정도만 성장하면 가능합니다.”

“세 배가 쉬운 일은 아니죠.”

“솔직히 규모가 아닌 실적의 영역인 영업 이익이나 당기순이익만 놓고 보면 더 쉽습니다.”

수호가 어렵지 않겠냐는 말을 하자 황 이사는 다른 데이터를 꺼내 들었다.

올 초에 내가 부탁해서 만들었던 표였는데 지금 말한 내용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업계 1위 업체인 로하트의 영업 이익은 2천억 내외인데 오저당은 지난해 천억을 찍었다.

OGD 멕시코에서 보낸 250억의 배당금까지 포함한 덕분에 가능한 수치였다.

“이렇게 보면 두 배네요.”

“어떤 관점에서 보냐의 차이죠.”

“로하트를 완전히 넘어섰다고 말하려면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해야겠네요.”

“정확히는 영업이익보단 당기순이익이 더 중요하긴 하죠.”

아무리 매출과 영업이익이 많아도 우리 손에 남는 것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여기 있는 이들 중에 그 정도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매번 재무를 책임지는 서준석 부장에게 지적받고 있었다.

연말마다 성과급 잔치를 하고 기숙사 등의 복지에 쓰는 돈이 너무 많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필요성은 그 역시 안다.

좋은 퀄리티의 인력을 고용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항상 못 이기는 척을 하며 결국 내 의견을 따라오는 편이었다.

그것도 서준석 부장의 역할이다.

나가는 돈을 최대한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종의 악역을 떠맡은 그는 자신의 임무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미 우리가 거의 따라잡은 거라고 봐도 되지 않아?”

수호는 넓게 보자고 제안했다.

그룹 전체를 놓고 비교하면 어떨까.

스코틀랜드는 아직 적자이나 미국과 멕시코를 넣게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현재 멕시코의 매출은 5천억.

영업 이익은 천억을 넘어서고 있다.

거기서 배당금으로 우리가 받아온 250억은 제외해야 하지만, 그래도 500억 정도의 차이로 좁힐 수 있다.

거기에 미국의 성적도 꽤 괜찮았다.

아직 버번 증류소의 매출은 크지 않으나 돈 레오넬을 수입하며 버는 돈이 꽤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을 합치면 매출의 차이는 많이 줄어든다. 확실히 오저당이 그사이에 많이 크긴 한 것 같았다.

“해외 법인은 제외해야지. 우리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잖아. 순수하게 국내 수치로만 보자고.”

“너는 힘든 길로 골라 가는 재주가 있어.”

“정면 돌파해야 나중에 성취감도 있지 않겠어?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는 수치에 감저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잖아.”

그것까지 포함할 경우.

격차는 훨씬 더 좁혀들 수 있다.

우리가 놓고 이야기하는 수치는 작년의 매출과 영업 이익이었다.

감저의 매출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설비는 풀가동 되고 있는 중이다.

매월 50만 병씩 빚을 수 있는 이 상태 그대로 유지되면 연말에 800억 정도의 매출이 잡힐 것이라 예상되었다.

“감저는 지금 당장 생산 설비를 더 늘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오저당 전체의 설비를 책임지는 조택훈 이사는 감저 이야기가 나오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두 배쯤 되는 양을 빚어도 감저는 충분히 소화가 가능합니다.”

황동선 이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두 이사가 동시에 증설을 거론하자 수호는 꽤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술이 시작부터 대박을 터트리고 있으니 그럴만했다.

당연히 나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이게 한순간만 유행을 끌고 사그라들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제대로 대응만 해도 스테디셀러는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하죠. 추가 설비는 기존에 마련해 놓으신 설계대로 가면 되겠죠?”

“네, 그렇게만 진행해도 지금의 두 배인 매달 100만 병씩 생산 가능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진행하죠.”

이 문제는 따로 회의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감저를 빚는 설비를 준비할 때부터 증설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감저를 숙성시키는 저장고만 추가해도 생산량이 크게 오를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업계 1위로 올라설지 고민해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고 그게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맞는 세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우리는 한동안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오저당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둔 바가 제법 많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이디어를 줄기차게 내놓았다.

그중에는 신제품 출시도 있었다.

이번에 내놓은 감저 이후에 런칭이 예정된 제품이 아직 없는 상태다.

적어도 한두 제품 이상은 차후 스케줄로 잡혀 있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이례적인 상황이긴 했다.

‘확실히 신제품이 효과가 있긴 하지.’

효과는 이미 입증된 상태다.

오저당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매출이 급성장하는 패턴을 자주 겪었다.

“지금은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죠. 마이크로 증류소의 브랜드도 있으니 그걸 키우는 것도 좋구요.”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라인업은 충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기존의 브랜드를 더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되었다.

라인업에 제품 하나가 더 늘어날 때마다 많은 공간과 인력이 소비된다.

여분의 땅은 모두 단지에 포함됐고 이미 그곳도 거의 다 채워진 상태다.

여기서 더 공간적인 확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가 되었다.

만약에 제2의 맥주 공장을 만들어야 하면 무조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우리의 결론은 해외 시장 개척이었다.

그것만 성공해도 업계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렇게 희망 회로를 돌리는 이유는 두 곳의 시장 덕분이다.

이번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RJ의 팬덤 규모가 크고 소비력이 높은 중국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주문량이 상당했다.

여기서 주목할 곳이 중국이다.

엄청난 인구를 가진 그들의 소비력은 정말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였다.

지금까지 오저당이 무척이나 바라던 시장이기도 했다.

2년 전부터 오풍주와 벽향주가 일본 시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중국은 쉽게 뚫어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체적으로 소화해내는 백주(白酒) 시장만 140조 원이 넘어서는 곳이다.

중국의 성인 인구가 감저 한 병씩만 마셔도 10억 병 정도는 소비된다.

거기에 인도 하나만 더 해도 전 세계 인구의 1/3이란 기적의 숫자가 나온다.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시려고요?”

“아니요. 그럴 생각은 없어요.”

현지 법인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괜히 거길 기어들어 가 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이미 국내 기업 대부분이 탈중국 한 이유가 있었다.

생각지 못한 사건과 사고도 잦았고, 거액을 투자했다가 뒤통수 맞는 일도 매우 많은 곳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중국인과 공산당은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중국 시장에 들어가냐고?

사람은 미워해도 돈은 미워할 수 없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나이스한 것은 현지 회사와 손을 잡고 일을 하는 것이다.

단기 계약을 맺고 현찰 거래를 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가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회사도 마침 있었다.

“어느 곳인데요?”

“미국과 멕시코 법인과 거래를 하는 곳인데 수출입을 제법 크게 하더군요.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으니 일단 그곳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혹시 궈상(國商)그룹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나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 이사가 거론한 궈상은 멕시코에서 돈 레오넬을 수입해서 중국에 판매하고 미국에는 중국 술을 수출하고 있었다.

더구나 자체적인 주류 판매 스토어도 백여 곳이나 가지고 있기도 했다.

중국에서 유통하는 회사치고 그 정도 숫자는 그리 큰 것도 아니었으나 직접 소화 가능한 양이 적은 편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에 돈 레오넬을 가져가서 판매한 양만 40만 병에 달할 정도다.

미국과 유럽에 판매하는 양도 부족해서 얼마 주지 못했는데도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그곳에서도 이번에 감저 수입을 하고 싶다고 접근한 건가요?”

수호의 질문을 받은 황 이사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으니 중국의 시장 트렌드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소주 인기가 바닥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1.5%도 안 되죠. RJ의 팬덤이 소모하는 양이 많아도 자리 잡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황 이사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중국에서는 백주와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높고 최근 트렌드도 스피릿과 저 알코올 과일주로 쏠리고 있었다.

요즘은 와인조차 점차 하락 중이다.

과거에는 호주 와인을 그렇게 많이 마시더니 관세를 매기며 무역 보복을 하는 사이에 점유율을 많이 내줬다.

그 덕분에 한때 호주 와인의 수출량이 97% 가까이 떨어진 것은 꽤 유명하다.

아직도 그때 일로 인해 호주의 와이너리가 꽤 고생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 시장에서 감저로 승부를 볼 생각은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진짜 목표는 감저와 함께 밀어 넣을 굿밤이랑 ASAP입니다.”

수파싯이 관리하는 동남아 거래처의 말에 의하면 굿밤과 ASAP를 마신 중국 여행자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고 했다.

그런 탓인지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판매되는 양도 계속 우상향 중이었다.

그것만 믿고 시장을 개척할 수 없는 일이나 어차피 감저라는 미끼가 있으니 이번 기회에 유통을 해볼 생각이었다.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황 이사는 아까와는 확실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 그게 좋겠네요.”

“중국 시장에서 앞으로 5천억 이상의 매출만 올려도 5년 이내에 업계 1위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물론, 쉬운 목표는 아니다.

업계 1위인 로하트에서 작년에 수출한 소주가 1억 달러쯤 된다고 들었다.

그것도 매년 20% 이상 성장하며 달성한 수치다.

예전에는 생각보다 수출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RJ의 굿밤 맥주 광고가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촬영을 시작할 테니 그걸 가지고 해외 시장에서도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미 계약서에도 해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넣어놨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야기는 그걸로 정리됐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황동선 이사는 빠른 시일 내에 궈상 그룹 담당자와 미팅을 잡겠다고 했다.

“그렇게 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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