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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처음 (13/22)

12장. 처음

은우가 속마음을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야 하는지 승현은 알고 있었다. 승현은 은우의 등을 길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화내면 꼴리고, 웃는 건 예쁘고, 우는 거 더 예쁘고, 부끄러워하는 건 더 귀엽고. 이렇게… 내 물건 삼키고 있는 거 보면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형이 좋아요.”

“…저, 정말이야? 너… 정말… 나….”

“지금 이 물음은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 같아서, 괴롭히고 싶고.”

지치지도 않는지 마치 처음이라는 듯 퍽퍽 소리를 내며 세고 강하게 은우의 엉덩이를 가르며 승현은 추삽질을 시작했다. 승현은 은우의 구멍에 고환마저 쑤셔 넣을 정도로 거칠었는데, 은우는 쾌락의 신음을 헉헉 토하며 자신의 허리짓에 맞춰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었다.

“스… 승현아…. 나…….”

은우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승현을 믿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몸만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승현이 깊게 성기를 쑤셔 넣더니 가득 정액을 뽑아냈고, 은우도 몸을 떨며 사정했다. 은우가 바르르 떨며 승현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 생각해… 보니까, 너가 같이 밥 먹자고 할 때…부터인가…? 아아, 몰라. 언젠가…부터… 네가 좋아졌…어. 그것…도 너무….”

“알고 있었어요.”

“……뭐?”

“근데 너무 귀여워서 모른 척했어요.”

은우가 승현을 더 꽉 끌어안으며 호흡을 가다듬으며 느릿하게 잠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내가, 괘, 괜찮아?”

“뭐가요?”

“모르는 거… 아닐 테고…. 나… 알잖아. 소문…이….”

“아아…. 그거- 그 소문이… 나하고 관계없잖아요. 그리고 형, 소문과 달리 형의 처음이 나였는데요.”

은우는 실제로 승현의 속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자신에게 진심으로 접근해 주었던 사람이 승현이었다.

그가 늘 무서워서 피하기만 했는데, 승현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 주었다.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았던 모습을 그는 봐 주었다. 은우는 승현의 목덜미에 머리를 기대며 이제는 정말 힘이 없어져 몸이 풀린다는 듯이 느릿하게 말했다.

“……아아, 맞아. 승현아, 너가… 처음이야….”

“내가 형의 처음을 다 가져가 버렸네.”

첫사랑, 첫 키스, 첫 섹스.

승현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형의 모든 처음은 내가 해줄게요.”

고개를 천천히 한 번 끄덕이는 은우가 핏- 작게 웃었다.

“응…. 내 모든 첫 경험은… 너랑 해….”

은우는 승현의 품에서 나른해지고 있었다.

“하… 씨발…. 나, 형 너무 좋은데…. 정신 좀 차려 봐요, 형…!”

승현이 은우의 어깨를 잡았다.

“……응?”

“진짜 섹스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

부르르, 승현은 허리를 떨면서 말했다. 아직 배 속에 박힌 승현의 성기가 같이 떨려 은우는 움찔거리며 얕은 신음을 했다.

“하아…. 아, 아…. 더, 더는, 승현아….”

“형, 정신 좀 차려 봐요. 처음 같이 하자면서요. 우리 아직 첫 뒤치기 안 했다고!”

푸들푸들 떠는 은우는 승현을 힐끔 보더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승현에게 몸을 기대 금방 잠으로 빠져들었다. 아니, 기절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분명 체력도 부족했을 것이고, 가시지 않는 약의 부작용은 은우를 잠으로 끌어들였다.

“쯧.”

정신을 잃은 은우를 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신 승현은 은우를 편하게 눕혔다. 맨날 먹는 억제제의 부작용 때문에 지금처럼 섹스하는 도중에 기절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해서 혀를 찼다. 아직 한참 즐겨야 할 타이밍인데 정신을 잃은 은우를 어루만지며 지켜보았다. 그래도 평온한 얼굴로 잠든 은우가 또 벅찬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걸 두고 사랑스럽다고 하는 거지.”

은우의 기력과 체력을 채우는 보약이라도 어떻게 지어 먹여야겠다고 생각하며 턱을 문지르는 승현은 나지막하게 떠오른 생각에 중얼거렸다.

“아! 설마 은우 형한테 정력이 세지는 걸 먹이면… 은우 형이 나를… 덮치려나? 근데 그것도 꼴려서 좋겠는데.”

은우가 힘들어서 정신을 잃은 거로 생각하지 않은 승현은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셀 수도 없이 사정한 은우는 정말 죽은 사람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요트 안이라는 협소한 공간은 고요하면서 소음 공해가 없었다. 바다의 좋은 점만 가득했다. 잔잔한 파도의 백색소음만 들렸다. 새근새근 잠든 은우의 숨소리가 철썩이는 작은 파도 소리 청량하게 얽혔다.

한참 동안 은우를 내려다보며 승현은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난장판이 된 요트 안은 놀라움 따름이었다.

침대에서 섹스밖에 안 했는데…. 벗겨 놓은 은우의 옷과 속옷, 자신이 벗어 던진 옷들과 아직도 진동하며 굴러다니는 바이브레이터와 딜도가 바닥에 널브러져 흉측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는 싸질러 놓은 정액과 은우의 사정액이 사방팔방 튀어 젖어 있었다. 구겨진 시트는 벗겨진 부분도 있어서 얼마나 격한 행위의 현장이었는지 보여 주었다.

“형…. 아직 자요?”

은우를 이리저리 흔들어 봤지만, 미동도 없었다.

“…알았어요. 계속 자요.”

대답도 없이 새근새근 숨만 내뱉는 은우가 깨지 않게 조심히 안고서 침실에 붙어 있는 샤워 부스로 향했다. 요트에는 알차게 있을 건 다 있었지만 샤워 부스는 두 사람이 들어가기 비좁았다.

잠든 은우를 벽에 기대 앉혀 놓았는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려고 하자 승현은 황급히 은우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은우가 쓰러지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린 승현은 따뜻한 물을 틀었다. 은우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는 승현의 손길은 크고 투박했지만, 그것에 비해 섬세하고 조심스러웠다.

“하아…….”

그런데 승현은 그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 준다는 행위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손에 닿는 은우의 피부 감촉이 너무 매끈했다. 심지어 은우가 조금씩 물에 젖는 것을 보자… 욕정이 피어났다.

평온하고 새초롬하게 잠든 은우의 순진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급격하게 시야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페니스가 빳빳하게 발기했다.

“쯧.”

혀를 차며 승현은 인상을 구기더니 심호흡을 하며 참아 봤다. 하지만 막 은우의 하체를 물로 씻겨 주려고 다리를 벌렸는데 엉덩이의 구멍이 품고 있던 정액이 주룩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깨끗한 은우가 그 순간 천박하고 음란해 보이면서 참을 수 없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형, 자는 거 맞죠? 계속 자요. 깨면 안 돼. 알았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미안한 짓 한 번만… 더 할게요.”

쏴아아- 물줄기를 뿜어내는 샤워기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승현은 은우의 손을 잡고 그 손으로 꿈틀거리며 단단해지는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가늘고 보드라운 은우의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슥슥 자신의 달아오른 성기를 잡고 흔들었다.

은우의 손으로 자위를 하며 승현은 입으로 헉헉 소리를 내며 빠르게 사정감을 발산했다. 피가 성기에 쏠리고 열이 몰렸다. 아랫배에 혈관이 툭툭 불거졌다. 온몸의 피 절반이 성기 부근에 몰린 것 같아 하복부에 힘이 들어가 움칫한 승현의 입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윽! 하아…….”

사정한 것까지 좋았지만 사정한 정액이 튀어 은우의 손을 적셨고, 튀어 오른 정액은 잠든 은우의 얼굴에 튀어 볼에서부터 입술로 굴러떨어졌다. 그 모습은 아랫배를 다시 강타하며 진하게 울리는 작용을 하더니 가라앉지 않은 성기가… 뜨거워졌다.

“하… 씨발…….”

상스럽게 욕을 지껄인 승현은 아찔한 시각 자극에 참을 수 없었다. 욕구를 채우고 싶은 것이 제일 컸다. 저 자신이 제일 간절히 원하던 인물을 앞에 두고 도를 쌓는 건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은우의 턱을 잡고 턱 끝을 당기자 저항 없이 은우의 붉은 입술이 문을 열었다. 입가에 튀어 묻은 정액이 입안으로 스며들었다.

승현은 무릎을 꿇고 은우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벌어진 입술에 뜨거워진 성기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은우의 머리와 턱을 잡아 고정한 채 승현은 느릿하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은우의 머리채를 잡고 작게 흔들며 허리의 추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으음…….”

은우의 작은 미성이 칭얼거리며 목에서 울렸지만 저항할, 거절할 힘도 없이 그저 강제로 벌려진 입안에 쑤셔 넣는 자신의 성기를 물고 있을 뿐이었다.

은우의 입술 감촉이 너무 포근했고, 입안은 뜨겁고 축축하게 젖어 승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황홀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입천장을 귀두 끝으로 문대기 시작해 페니스를 자극했다. 볼살도 툭툭 건드리며 찔러 댔다. 목청에서부터 그르렁거리는 신음을 하는 은우의 입가에 삼키지 못한 침이 자신의 성기를 따라 굴러 또옥또옥 떨어졌다.

금방 승현은 헉헉대며 샤워 부스 안을 울리는 낮은 신음으로 가득 채웠다. 빠르게 허리를 놀리더니 결국 은우의 입안에 가득 사정했다.

“…응, 끄응.”

의식이 없는 은우의 입가를 타고 승현의 정액의 흔적이 길게 실을 만들어 흘렀다. 승현은 다시 아랫배가 울리는 감각을 느끼며 시선을 돌려 버렸다. 정신을 잃은 은우를 다시 덮칠 것만 같았다.

“이건… 돌이다. 돌멩이다. 돌하르방이다. 스톤헨지다. 모아이다…. 또, 또…….”

미쳐 날뛸 듯 움찔거리는 성기를 꾹 눌러 참으며 눈앞의 은우를 놓고 자기 암시를 걸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재빨리 은우를 물로 씻겨냈다. 방금 사정한 입가도 닦아 준 승현은 보송보송 마른 수건으로 은우를 닦아 주고 샤워 부스를 나와 침대로 향했다. 그때까지 은우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은우와 섹스를 했는지, 밀폐된 침실의 공기는 혼탁해 끈적거렸다. 더러워진 침대 위에서도 제일 깨끗한 쪽으로 은우를 눕혀 깨지 않게 했다.

“후우…….”

한숨을 돌리며 승현이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을 치우려는 차에 은우의 핸드폰이 환한 빛을 내며 울렸다.

띠리링, 징- 징- 디리링, 징-

은우가 혹시나 깰까 봐 승현은 다급하게 눈치를 살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승현도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은우의 핸드폰 화면에 적혀 있는 이름은 지금 자신이 벌인 일의 무게였다.

화면에는 ‘아빠’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그 유명한 일품 그룹의 회장님이었다.

잠든 은우와 핸드폰 화면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승현은 손에 쥔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발하는 회장님의 전화를 자신이 받을까 말까? 아주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그 순간, 꺼졌다.

이제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승현은 은우의 핸드폰 전원을 꺼 버렸다. 지금 이 순간, 은우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어마어마한 자금을 들여 쟁취한 은우였는데, 조금 더 만끽하고 싶었다. 방금 핸드폰을 힐끗 봤을 때 밤 아홉 시가 넘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은우를 이 좁은 요트에서 거의 세 시간을 물고 빨고 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뿌듯해졌다.

그럼 은우를 좀 깨워 볼까? 은우를 깨워 한 번 더 할까? 아니면 일어나면 한 번 더 할까?

승현이 곱게 잠든 은우를 내려다보며 진하게 볼에 키스를 남겼다.

은우가 드디어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 믿기지 않아서, 승현은 은우의 곁에서 팔꿈치로 머리를 지탱해 옆으로 누운 자세로 누웠다.

싱글벙글한 얼굴을 하고 “언제 또 섹스하지?” 주절거리더니 계획을 세웠다. 세상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은우를 지그시 바라보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딘가 바보처럼 나사 빠진 표정이 된 승현은 은우의 젖은 머리카락을 사랑을 가득 담아 쓰다듬었다.

“형… 매일 잡아먹어도 되죠?”

내일 언제 어떻게 또 잡아먹을까, 신중하게 고민하는 승현은 은우를 한 아름 품에 끌어안고 눈을 살포시 감았다. 행복한 기분이 감추지 않았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은우의 눈꺼풀이 미미하게 떨리며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한눈에도 몽롱해 보이는 정신으로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의 방보다 훨씬 낮은 천장이 보였다. 낯선 곳에서 깨어난 것이 이상했다.

여기 어디지?

은우는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궁금증이었다. 낯선 공간에서 왜 잠들었지? 이상해서 눈동자를 굴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커다란 승현이 자신을 끌어안고 잠든 것이 보였다.

“…어? 뭐…야….”

헉 소리와 함께 은우의 입에서 제어되지 않는 말소리가 터졌다.

꿈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아주 긴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꿈인 줄 알았던 일들이 모조리 현실이었다는 사실에 은우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승현과 음탕하게 몸을 섞고, 결합하고, 허리와 엉덩이를 흔드는 행위를 한 것이 꿈이 아니라 실제였다.

그와 첫 경험을, 첫 섹스를 했다.

바보처럼 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까지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말도… 안 돼….”

급격하게 몰려오는 현실감에 가는 손가락이 입가를 틀어막고 자신의 기민한 사고력이 멈췄음을 알았다. 사실을 자각하고 나니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뻐근함과 엉덩이의 얼얼한 아픔이 고스란히 온몸에 남아 버렸다.

은우는 그러다 하나씩 피어나는 기억이 나서 자신이 흉측하게 느껴졌다.

승현의 행위에 좋다고 허리를 흔들던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았고, 그에게 당하면서도 더 해달라고 매달리는 나 자신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이 사실은 은우에게 있어서 경악과 정신적 데미지가 커서 고개를 빠르게 흔들어 부정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부정하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싫어서, 슬퍼서 눈물이 나거나 하는 게 아니라, 다만 좀 멍해져서 은우는 눈빛이 굳었다. 충격을 받은 은우는 누워 있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으으… 앗.”

허리에 힘이 풀려 버릴 만큼 승현과 섹스를 했다. 이건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은우는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은 모양새가 되었고, 작은 비명을 낸 탓에 승현을 잠에서 깨웠다.

“어…? 형, 일어났어요?”

부스스한 그의 말소리에, 은우는 현실로 다가와 버린 행위들 때문에 승현을 돌아보지 못했다.

“나, 나… 나, 갈래….”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우가 일어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승현은 어떠한 동요도 없이 평온했다. 처음부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처음부터 우리는 이런 관계였다는 듯이 굴었다. 승현은 말끔한 자태로 돌아와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그 말 할 줄 알고 짐은 챙겨 놨으니까, 옷 입고 가요.”

승현은 은우를 도와주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은우는 대답과 함께 돌아가자는 승현의 말에 안도하여 그를 등졌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을 추스르며 옷을 입기 시작했다.

매끈한 새하얀 등이 승현에게 향했다. 마른 등의 피부가, 툭툭 불거진 척추가 가냘파서 승현은 큰 소리로 침을 꿀꺽 삼켰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은우의 등에 손끝을 대었다.

“…어? 왜 그래….”

손길에 화들짝 놀란 은우가 고개를 돌렸다.

“형… 미안.”

“……응?”

은우가 대뜸 사과부터 하는 승현을 향해 무슨 일인가 파악하기도 전에, 승현이 자신을 앞으로 엎드리게 하고는 아직 채 옷을 입지도 못한 엉덩이를 잡아 드러내게 했다.

“무… 무슨 짓…이야!”

“아까 말했는데, 지금 생각났지 뭐람. 우리 아직 뒤치기를 안 했다니까?”

“…그게 무슨, 말…. 너, 너… 설마!”

은우의 말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승현은 봉긋한 은우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벌려 구멍이 벌어지게 했다. 이미 그곳은 몇 차례나 성기와 바이브레이터로 괴롭힌 탓에 붉은 기를 보이며 부어 있었다. 다급하게 승현은 진작에 말끔히 차려입고 기다린 게 무색하게 허리 버클을 풀었다.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박는다고 큰일 날 것도 아니고…. 이미 나랑 섹스한 사실이 변하는 것도 아니니까.”

“…무, 뭐…? 하악!”

경악스러운 말에 은우가 화를 내려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승현이 혀를 날름 내밀어 엉덩이에 입술을 묻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은우는 생각했다.

물컹하고 축축하고 따뜻한 것이 입구에 닿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성 경험이 지금 처음인 은우는 놀라서 떨었다. 승현이 혀를 내밀어 핥고 입술로 빠는 것이 더럽다고 여겼다.

“아아, 스, 승현아…. 더… 더러워…. 안 돼… 응?”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린 채 엉덩이만 봉긋하게 세운 은우는 승현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승현의 혀와 입술이 진득하게 젖은 구멍을 빨아 점점 애무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 그만…. 응, 아앗!”

은우는 점점 무릎의 사이가 벌어지며 바닥으로 몸이 늘어지는 것과 함께 엉덩이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승현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발기한 페니스를 잡고 귀두로 은우의 엉덩이골부터 회음부까지 슥슥 문지르다 재차 체내로 쑤셔 넣었다.

“으읏!”

부어오른 내벽의 근육이 밀려 올라가는 마찰을 생경하게 느낀 은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허리가 휘어지며 바닥을 짧은 손톱을 세워 긁었다. 등 뒤로 승현은 척척 소리가 나게 박았고, 은우는 스프링처럼 앞으로 튕겨 나갔다가 허리를 당기는 힘에 되돌아왔다.

승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아까 은우의 핸드폰에 보였던 일품 그룹 회장님의 존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최악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늘이 은우와 마지막 일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최악의 상황을 그렸다. 강제로 헤어지게 될까 봐 겁이 났다. 물론 쉽게 물러날 자신도 아니지만, 진격의 회장님의 계략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은우를 붙잡고 놓아주지 못했다. 커다란 손을 은우의 허리에 올렸다.

“형, 허리도 얇아…. 낭창하니 휘어지기도 잘 휘어지고, 예뻐.”

승현은 신장 195에 육박하는 키에 비례해 손들도 남들의 곱절로 큰 편이었다. 실제로 사과 모양 로고가 박힌 태블릿은 세로 길이 정도는 쫙 펴서 한 손에 거뜬히 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은우의 허리가 유달리 얇아서 한 손에 잡혔다. 낭창하게 흔들리는 허리와 매끈하고 토실한 엉덩이를 주무르며 승현의 추삽질이 멈추지 않았다.

“아, 아파…. 하흣, 응, 응, 아아…!”

부어오른 입구를 문지르는 승현의 페니스가 너무나도 컸고, 또 단단했다. 바닥에 양손을 눌러 몸을 지탱하는 손목에 이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앞으로 쏟아져 눕고 싶어졌다. 팔꿈치가 구부러져 은우가 바닥에 얼굴과 어깨가 철퍼덕 쓰러질 듯했지만, 승현의 손이 엉덩이만 추어올린 채 고정하고 있어서 쓰러지지 못했다.

“후으, 하아…….”

짙은 신음을 하며 승현은 행위를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자지러지는 은우를 더욱 몸으로 당겼다.

“하… 형, 너무… 좋, 은데 어떡하지? 형의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이제, 다… 전부, 다… 내 거 하자. 변은우, 평생 내가 예뻐해 줄게.”

은우는 목에서부터 귀까지 빨개진 채 승현의 허리짓을 느끼고 있었다. 체내를 문지르는 성기가 단단하고 또 뜨거웠고, 내벽을 무자비하게 쿡쿡 찌르는 전율에 허리가 벌벌 떨렸다.

“하아… 형, 이리 와요.”

승현이 사정을 하기도 전에 몸 밖으로 페니스를 뺐다. 질척하게 젖은 성기와 구멍이 화끈거리며 두 사람은 서로 열이 올랐다.

“스, 승현아…….”

승현은 지쳐 쓰러질 듯한 은우를 끌어안았다. 고개만 끄덕인 은우가 목에 팔을 감아 승현에게 강하게 안겼다. 승현은 안아 주는 척하더니 얇은 은우의 허리를 잡고 들어 올린 채 일어서서 자신의 커다란 무기와도 같은 성기를 박아 대기 시작했다.

“하아, 응! 하읏, 으으!”

체중 때문인지 승현이 한 번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깊게 자신의 배 속으로 성기가 압박해 밀려 들어왔다. 은우는 새된 교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팔랑팔랑 흔들며 눈물을 툭툭 흘렸고, 그의 거친 행위에 덜덜 떠는 숨을 몰아쉬기 바빴다.

대체 승현은 힘이 얼마나 남아돌기에. 퍽퍽 소리가 나게 박으며 자신을 마치 종이 인형처럼 엉덩이를 가볍게 쥐고 흔드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무아지경으로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스, 승현아…. 아, 나, 나… 나, 싸, 쌀 것… 같…. 으읏, 어떡…해, 좋아…. 아….”

내벽의 쫀득한 근육이 경직되면서 요동치며 흥분에 젖었고, 은우의 작은 페니스는 투명한 점액을 툭툭 흘렸다. 주름진 체내가 꿈틀거리며 깊숙하게 박혀 있는 페니스를 자극했더니, 승현은 자신을 침대에 눕혀 놓고 더욱더 빠르게 추삽질을 하며 몸을 압박했다.

“형, 나… 후우, 좋아한다고 말해 줘요.”

“…으읏, 승현…아. 아아, 조, 좋아…해…. 응, 좋아해…!”

구멍에서 살갗이 쓸리는 소리와 헉헉 숨을 쉬는 은우의 신음 소리, 막 사정감을 느껴 짙은 신음을 내는 승현의 달아오른 끈적한 신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윽…….”

승현의 허리짓이 잦아지면서 귀두가 꿈틀하더니 미끈한 정액을 토해냈다. 열기로 은우의 다시 젖어 버린 머리카락을 승현이 쓸어 넘겨 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마음, 변함없죠?”

“…아아, 읏.”

은우는 눈썹을 파르르 떨며 승현을 향해 물기 어린 눈으로 끄덕였다.

“…후우, 형. 그거 알아요?”

“하으읏, 뭐…가……?”

배 속을 뜨겁게 채우는 승현의 사정액을 느끼며 눈가가 떨리는 은우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거렸다.

“…이 약이, 이런 음란한 모습을 감추게 하는 줄 몰랐다는 거요.”

은우는 오르가슴의 절정으로 나른함을 느끼다가 눈이 믿을 수 없이 크게 뜨였다. 승현이 상체 안쪽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든 건 익숙한 모양이었다. 그건 은우 자신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억제제였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 약이 야만인의 손에 넘어갔다.

“…어, 너…! 너… 하아….”

화를 내는 건지 은우가 인상을 찡그리며 승현을 노려보았다. 여전히 체내를 뭉근하게 움직이는 승현의 성기가 가라앉을 줄 몰랐다.

“형의 마음은 변함없잖아요? 그리고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결실을 맺었으니까. 좋았잖아요? 해달라고 매달렸으니까. 나 좋아한다면서, 나 마음에 든다면서요. 내 좆이 커서 행복하다며.”

화아악, 자신의 저급한 말에 고상한 도련님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승현은 멈추지 않고 더욱더 저급한 음담패설을 귓가에 속삭이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도련님 어때요? 도련님이 만족할 만큼 내가 내 대물 흔들어 준 거 같아요? 나 잘했어요?”

“…그, 그만해….”

“귀여워, 변은우.”

빨개진 얼굴을 가리려 고개를 돌린 은우는 얇은 팔뚝으로 얼굴을 반쯤 숨겼다. 하지만 슬근슬근 몸속에서 빼지 않고 삽입한 채로 그대로 있는 승현의 페니스에 의아함을 느끼며 힐끗거렸다.

“어, 언제까지… 그, 그러고… 있을 거야…?”

“기다려 봐요. 형, 형이 너무 구멍으로 좆을 빨아 대니까… 지금 좀 그래.”

은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너, 자꾸……!”

승현은 풋풋하게 반응하는 은우가 귀여워서 또다시 그에게 저급한 말을 해버렸다. 그렇지만 승현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심각해 보였다.

사실 지금 승현은 당황하는 중이었다.

알파도 오메가처럼 러트라는 발정기가 있었다. 러트는 일반적으로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일 년 중, 한두 번… 아주 조절하기 힘들어 참기 어려운 날이 있다. 그 주기를 맞는 알파와 성관계를 하게 된다면 그때의 알파는 성기 뿌리 부근에 혹처럼 돌기가 불거진다.

그런데 지금 그 돌기가 불거지고 있었다.

“지금… 좀, 그래요. 형, 당황하지 말고. 아플 수 있어요. 거짓말 아니고….”

승현의 미간에 잡혔던 주름이 더욱더 깊게 파였다.

“뭐, 뭐가…. 너 왜 그래…?”

은우는 겁이 난다는 목소리가 숨기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이게 참아지는 게 아닌 거 알죠?”

슬근슬근 움직이던 승현의 페니스가 크게 은우의 배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미미한 자극을 받은 은우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미안한 얼굴로 승현은 은우을 안아 주었다.

“으윽, 하아… 아…. 씨발….”

승현은 짙은 신음이 은우의 귓가에 퍼졌다.

“승현아…? 너, 왜… 그래….”

승현의 짙은 신음이 은우의 귓가에 퍼졌다.

어딘가… 묘하게 승현의 낮은 신음은 섹시해서 은우는 내장을 울리는 감각을 받았다. 커다란 몸을 가진 승현을 살포기 안아 주며 그를 불렀다.

“승현아…….”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는 승현은 더욱더 짙고 낮은 흥분된 숨소리를 내었다. 그의 뜨거운 숨이 은우의 귓가에서부터 젖어 들게 하는 것 같았다. 은우는 승현의 그런 반응을 처음 보았다.

그러고 보니 승현의 몸이 뜨거워져서 은우는 천천히 그의 등과 허리를 어루만졌다. 배 속에 그의 사정액이 전혀 다른 온도로 채워졌다.

“후으…. 읏, 미안…. 형, 조금만 참아야… 금방, 끝나…니까.”

그러더니 승현은 은우의 몸을 강하게 안아 팔다리를 꽉 눌렀다.

“응? 뭐가…. 무서워…. 너 왜… 그래…? 놔줘.”

은우는 갑자기 달라진 그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내 승현이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승현의 페니스 뿌리 부분이 불거지며 돌기가 자신의 입구에 박혀 들더니 멈추지 않고 더욱더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돌기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입구를 압박했다. 꽉 조인 돌기 때문에 은우는 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아! 아아…! 이거…! 읏, 뭐야, 아, 아파…. 빼! 빼 줘….”

아픔에 은우가 성기에서 몸을 빼내려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려고 했으니 이 상황을 승현은 애초에 예상한 건지 자신의 몸을 잡고 단단하게 고정해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의 힘을 이길 수가 없어서 은우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 매달렸다. 그 단단한 돌덩이 같은 압박감이 더욱 거세지며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거세지며 커졌다. 엉덩이가 곧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 아… 아파. 찢…어질 것, 같아….”

울음이 묻어나는 물기 젖은 목소리로 바들바들 떨며 승현을 끌어안는 팔이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이려는 듯이 보였다.

“지금은… 후우, 못 빼…. 조금만… 기다려.”

승현은 은우의 바닥에 붙인 은우의 등을 길게 쓰다듬으며 다독거렸고, 칭얼거리는 입술에 쪽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조금만 기다리면 끝난다는 말과 다르게 그 돌기는 더욱더 팽창했다. 은우는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창백해지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고, 그런 은우의 입술을 한참이나 승현은 혀로 핥아 주며 진정되길 기다렸다.

한 십 분쯤이 흘렀을 때 겨우 조금씩 가라앉는 승현의 돌기가 사그라지자 승현은 은우의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아… 하아…. 너, 무…해.”

은우는 얼얼한 아픔이 엉덩이에서 느껴져 떠는 목소리였다.

“…지금… 거는…. 하아, 하아… 뭐야?”

설마 알파의 노팅도 모르는 건가, 승현은 얼굴에 안색이 조금씩 돌아오는 은우에게 에둘러 표현했다.

“미안, 형이 너무 예뻐서… 날뛰었네.”

은우는 그게 알파의 노팅이라고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노팅을 하면 아프다고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 지옥을 오가는 것처럼 아픈 줄은 몰랐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의미로 승현은 은우에게 키스하며 이제는 차분해진 손길로 은우의 옷을 하나씩 입혀 주었다. 노팅까지 경험한 은우는 힘이 하나도 없다는 듯 늘어져 자신에게 온몸을 내맡겼다.

“힘들어요?”

“응.”

“나는 좋았는데.”

은우는 밉살스럽게 말하는 승현을 노려보았다. 큭큭 웃는 승현은 시원하게 뻗은 은우의 이마에 입을 맞추다가 떨어졌다.

“걸을 수… 있겠어요? 안아 줄까? 아니면 업어 줄까?”

“걸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은우가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극성맞은 승현을 흘겨보며 허리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대신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 그의 손을 잡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행위 때문에 후들거리는 허리와 무릎이 여간 휘청이고 있었다.

작고 가는 은우의 손을 잡으며 승현은 은우의 어깨도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은우는 승현의 한쪽 어깨에 기대며 걸었고, 승현의 다른 쪽 어깨에는 어느새 은우의 가방이 걸려 있었다.

요트 밖으로 나왔다.

은우의 세상이 달라졌다. 바닷바람이 부는 바깥의 공기를 맡은 은우는 새로운 기분이었다. 은우는 그래서 마치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차원을 이동한 기분이 들어 방금 나왔던 선내를 힐끗 돌아봤다.

“형, 뭐 놓고 나왔어요? 짐은 내가 챙겼는데.”

“아니.”

뜨거웠던 선내의 공기는 두 사람의 행위로 습하고 뜨겁고 끈적했지만 바깥의 바닷바람의 맑은 공기가 은우의 온몸을 휘감았다.

아직도 현실로 뭐가 일어난 건지 와닿지 않았다. 제일 먼저 그 안에서 했던 행위의 온도가 크게 와 닿았다. 은우는 크게 숨을 들이쉬어 폐 속 가득히 공기를 담았다.

하늘에는 달이 크고 환하게 떠올랐다. 시간도 망각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은우를 승현은 잡은 손으로 잡아끌었다.

“형… 뭘 그렇게 봐요?”

“응? 아니야…….”

승현의 손을 잡아서 다행이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은우가 걸었다. 요트 밖으로 걸어 나오는데 갑판이 바닷물에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아직 머릿속의 사고가 완벽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들쑥날쑥한 기분과 감정이 오락가락했다.

그와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가, 좋았다가…. 은우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방금까지 무슨 일을 벌인 건지 멍하고 느릿하게 재생되었다. 수조에 물이 조금씩 차올라 적시는 것처럼, 은우는 깨달았다.

“아… 승현아. 나… 그냥….”

은우는 그냥 혼자 가겠다고 말하려던 입을 다물며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그에게 잡힌 손이 뜨거웠다.

“여기 어딘지 알고 말하는 거예요? 괜찮아.”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듯한 은우를 천천히 조수석에 밀어 넣어 앉혔는데, 안절부절못해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은우가 얼굴을 구기며 울상을 지었다.

“괜찮아, 이제 안 할 테니까.”

승현이 동그란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대답을 한 은우가 여전히 영혼 가출 상태로 있자 승현은 큰 몸을 구겨 차 안으로 들어가 은우에게 안전벨트까지 손수 꼼꼼하게 채워 주었다.

승현은 이제 안 한다는 말이 후회되고 아쉬워서 멀뚱하게 안전벨트를 움켜쥔 은우의 입술 위로 키스했다.

“흡!”

숨을 들이켜며 몸이 굳은 은우가 차 시트에 깊게 몸을 기댔고, 승현은 얇은 듯한 은우의 입술을 벌리며 혀가 그의 입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말랑하고 매끈한 그의 혀를 휘감아 빨다가 여기서 더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아랫입술을 진하게 빨며 떨어졌다.

“안… 한다며.”

“이건 키스. ‘지금’ 안 한다는 건 섹스.”

“…….”

당황해서 은우는 빨갛게 된 얼굴로 눈을 깜박거렸다.

“난 차에서 하는 것도 좋은데, 카섹스 하고 싶어요? 해보면 짜릿할 텐데.”

흠칫, 움츠러드는 은우가 고개를 저었다.

“하, 지 마….…”

“흐음- 또 야하게 말하면 하려나?”

“야…. 정말 하지 마….”

“알았어요. 지금은 안 하고 참아 볼게.”

지금이라는 말에 은우가 승현을 응시했다. 생긋, 그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웃으며 말했다.

“예뻐. 변은우.”

다정다감한 목소리였다.

은우도 그리 얇은 미성은 아니지만, 차원이 다른 승현의 울림 강한 목소리는 그와 찰떡처럼 잘 어울렸다. 귓가에 어지럽게 퍼지는 승현의 진한 목소리는 햇빛에 잘 말려 햇살을 머금은 이불을 덮는 포근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 오메가여도, 남자인데…. 너는 왜 나한테 자꾸 예쁘다고 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은우가 승현을 응시했다. 정말로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그에게 답을 당장 토해내라고 갈구하고 있었다.

“몰라요? 형, 미인상인 거. 예쁘게 생겼어요, 손가락도 예쁘고, 허리도 호리호리하고, 엉덩이도 탱글탱글하지. …아무튼, 난 형처럼 완벽하게 예쁜 사람 또 처음 봤지 뭐예요.”

“…….”

승현은 흠흠 말실수를 할 뻔했다는 걸 깨닫고 말을 바꿨다.

“형이 예쁘다는 걸 형만 몰라. 그렇다고 ‘섹시해. 존나 꼴리게 생겼다’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너 정말…….”

승현은 보드라운 은우의 볼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다가 쪽 소리를 만들어 뽀뽀를 남기며 떨어졌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몸을 옮긴 승현은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은우는 상체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몸을 지켜 주는 안전벨트를 꽉 쥐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에 남은 아픔이 생생한 현실이 되어 은우를 깨워 주고 있었다.

체내에 숨어 있다가 삐질삐질- 굳으면서 흐르는 정액의 흔적이 거북했다. 구멍이 부어 가라앉지 않는 불쾌감이 승현과 했던 낯선 행위들을 떠오르게 했다.

핸들에 손을 올려 쥔 승현은 은우의 얼굴이 초조하고 굳은 표정을 힐끗 살피다 한숨을 쉬더니 갓길에 차를 세웠다.

몸을 길게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빼더니 그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끌어당겨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한입에 삼키기 딱 좋은 은우의 입술을 집어삼키며 숨을 빨아당겼다. 혀가 얽히자 은우가 자신의 볼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은우의 붉은 혀를 놓치기 싫었지만 한 번 뽑을 듯 세게 빨다가 놓아주었다.

“형, 괜찮아요.”

은우에 대한 감정은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호텔 연회장에서 만났을 때. 호기심이었다.

그 대단한 집안의 도련님이라는 것. 그런데 그 도련님이 오메가라는 것. 처음 우리가 만난 호텔의 연회장에 모인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죽을 것처럼 경직되어 있던 은우에 대한 호기심. 그런 은우와 알게 되면서 하루하루 감정이 쌓이고, 은우를 알면 알수록 빠져들었다.

그에게 접근한 계기는 친구들이 지껄였던 내기가 시작이었다. 뭐, 한번 따 먹고 말지 뭐. 라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접근했다. 뒷조사를 해봤자 원래부터 몸소 부딪쳐야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뭐라도 될 것이라, 그때의 승현은 한 번에 은우를 자빠뜨리리라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어디서 섹스를 할까, 그런 하찮은 마음이었다. 물론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지만.

은우의 곁에 맴돌수록 자신은 은우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가까워질수록 은우는 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대단한 집안의 도련님치고 허술했고, 자신이 보호해 주고 싶었다. 은우는 그런 존재가 되고 있었다.

한 가지 불손한 의도를 조금 섞자면, 이런 은우가 자신의 사람이 된다면 형인 승겸을 밀치고 A&C의 후계 자리를 굳히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판단했다. 은우가 가진 일품 그룹의 드러난 보유 가치는 그러기 충분한 가치였다.

그 대단한 도련님은 오메가였지만… 오메가 실격이었다.

아무리 성적으로 문란하게 흔들어 봤지만, 페로몬이 내뿜는 향기 따위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말이다. 그래도 조금은 치사하고 치졸하긴 했지만 결국 은우를 손에 얻었다.

키스로 인해 젖은 은우의 입술이 승현의 눈에 확대되어 들어왔다. 당장 시트를 뒤로 밀쳐 놓고 차 안에서 떡을 치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고개를 비틀어 다시 입을 맞췄다. 입천장을 혀로 핥으며 자극하다 은우의 치열을 고르게 훑다 떨어졌다.

“하아, 너무 느끼지 말아요. 정말 지금 차에서 다시 벗겨 먹고 싶어지니까.”

“……야.”

“아까는 ‘승현아’인데, 지금은 ‘야’예요? 귀엽네.”

“하지 마.”

“알았어요. 지금은 안 한다고 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너무 하고 싶은데.”

긴장을 풀어주려고 농담조로 던진 억양에 은우의 얼굴에 굳어진 기운은 가셨다. 키스로 인해 다만 은우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떠올라 눈을 동그랗게 깜박이며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빛을 은우에게 던지고 손을 놓은 승현은 은우에게 다시 속삭였다.

“귀여워, 예뻐.”

또 예쁘다고 하는 승현을 향해 반박하려던 은우는 입을 다물었다.

“아, 예쁘다 싫다고 했죠? 섹시해, 가 좋아요, 아니면 꼴려요, 가 좋아요?”

차라리 예쁘다고 하는 소리가 나았던 것이다.

“…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운전이나 해….”

싱글벙글 웃는 승현을 향해 은우는 등받이에 등을 본드를 바른 것처럼 꾹 붙여 기댔다. 알았다고 중얼거린 승현이 운전석으로 몸을 똑바로 하자 서서히 창밖의 풍경이 움직였다. 실은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지만 밖의 배경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은우는 무의미하게 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근데, 여기 어디야?”

은우는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다. 승현의 손에 이끌려 왔고, 오는 중간에 잠들어 버렸으니까.

“여기는…….”

“아! 맞다!”

물어봐 놓고 승현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얼굴이 사색이 된 은우가 화들짝 놀란 손짓으로 가방을 찾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나, 핸드폰…….”

핸들을 놓지 않은 승현은 은우를 곁눈질로 살폈다. 가방을 찾던 은우가 뒷좌석에서 가방을 들었다. 부스럭거리며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찾는 은우의 손이 긴장하고 있다고 표정에서 말하고 있었다.

은우가 핸드폰을 쥐고 측면에 툭 튀어나온 홀드 버튼을 눌렀는데 전원이… 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전원이… 꺼져 있지…?”

“아… 왜 그랬지…? 배터리 없는 거 아니에요?”

아까 승현이 한 짓이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했다. 은우는 왜 꺼졌는지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하게 여겼을 뿐이었다.

긴장된 숨을 후, 내쉬며 전원 장치를 겸한 홀드 버튼을 꾹 눌러 켰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자 전원이 켜졌고, 핸드폰이 그 순간부터 요란스럽게 울렸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확인하자 은우는 기함했다. 미처 시간을 확인하지 못했다가 이제야 시간을 확인하자, 어느새 밤 열한 시를 넘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벌써… 열한 시야….”

“아, 그렇네요.”

운전대를 잡은 승현은 맞장구를 쳤는데 은우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사실 승현은 열두 시를 넘긴 줄 알았는데 아직 열한 시밖에 안 된 것에 놀라며 은우를 향해 조심히 물었다.

“또, 왜 그래요?”

“나… 이 시간까지 밖에 있어 본 적이 없어…. 어떡…하지?”

“……예?”

당황해 승현이 오히려 놀란 소리를 냈다. 승현에게 이 시간이면 한창 놀 시간이었는데, 은우는 이 시간에 밖에 나와 본 적이 없다는 말이었다. 승현은 뭔가 은우와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크게 와닿았다. 승현은 은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어 주었다.

“…하하…하….”

은우는 시계를 뚫어지게 보며 얼굴색이 푸르뎅뎅하게 변했다. 말도 못 하고 눈동자가 흔들리며 현실과 사실이 빠르게 뇌리를 스쳤다.

아까 분명…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이 지고 있긴 했지만 해가 떠 있었는데…. 지금이 밤 열한 시라면… 그 배 안에서 승현과 몇 시간을…….

은우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영상이 말문을 막았다.

고개를 세차게 저어 은우는 차분하게 부재중 통화 목록을 살폈다. 엄마, 아빠, 형, 비서실장님… 등 너무 골고루 다양했다. 은우가 두려움에 덜덜 떠는 손가락으로 전화를 할 사람을 골랐다. 자신의 지원군인 형에게 전화하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전화가 걸려 오는 게 더 빨랐다.

띠리링, 징- 띠리링, 징-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자기 수신된 전화에 쿰쩍 놀란 은우는 통화 버튼을 눌렀고, 기계 너머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엄마…. 죄송해요, 그게…. 네, 전화기가 꺼진 줄 모르고 있었어요. 네, 오늘… 시험 끝나서요…. 네… 지금 가고 있어요. 네, 별…일 없어요. 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나긋하게 퍼지는 은우의 목소리가 씩씩함으로 위장됐지만,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옆에서 듣는 승현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은우의 눈빛을 놓칠 리가 없었다.

“네, 엄마…. 네, 아빠는… 화 많이 났어요?”

은우는 빈 손바닥을 무릎에 슥슥 문질렀다. 긴장으로 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곁눈질로 승현은 은우를 살펴보다가 기어에 올려둔 손을 뻗어 조막만 한 가는 손을 움켜쥐었다. 승현의 손길에 은우는 흠칫거리며 전화기를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지만. 겨우 붙잡고 걱정과 두려운 눈으로 승현을 응시했다.

“네, 엄마. 그냥… 네…. 시험 끝나서…. 죄송해요, 지금 가고 있어요, 네. 정말 괜찮아요…. 죄송해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말끝을 흐린 은우는 교양이 넘치는 차분한 엄마의 목소리에 눈물이 나려는 듯 핑 돌았다. 전화기 너머의 엄마는 자신과 연락이 되어 안심이라는 듯이 말을 늘어놓았는데, 고요한 차 안에서 그 전화가 너머의 목소리가 울렸다.

-왜, 지금 어딘데 말을 못 해? 지금까지 연락도 없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너가 그러니 오죽 놀랐어. 집안이 난리였다. 네 아버지는 사람들 부른다고 하는 걸 정윤이 겨우 말렸어.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닌데, 이제 다 큰 어른인데 기다려 보자고 해서 겨우 말려 놨다. 정말 별일 없는 거지?

은우의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승현은 강하게 힘을 주어 은우의 손을 잡았다. 은우는 전화기에 대답을 늘어놓으며 운전석에 앉은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상하게 세게 잡아 주는 승현의 손이 위안이 되었다.

전화기를 붙잡고 실랑이를 은우는 한참을 가족들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전화기를 끊었고, 이제 한고비 넘겨 한숨을 길고 깊게 뱉었다. 은우도 어느새 꽉 잡은 승현의 손을 풀지 않았다.

“나만 믿어요.”

대뜸 승현의 말이 들렸다.

“뭐?”

은우는 계속 어떻게 하지 싶어 고민에 빠져 있는데 승현에게 속내가 들킨 줄 알았다. 고개를 돌려 승현을 향했는데 지금 이렇게 된 상황에서 가장 믿을 게 못 되는 것이 바로 눈앞의 남자 한승현이었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법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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