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폭탄 발언
다시 며칠이 지났다. 오는 게 있다면 가는 게 있어야 했다. 예단이 왔으니 이제 패물이 가야 했다. 상견례 겸사 두 그룹의 총수는 최종적으로 협의 사항을 합치하기 위해 변 회장의 집에서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승현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승현은 은우의 집 커다란 대문을 넘었다. 그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은 상류사회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승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날 은우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은 승겸은 자존심도 상해서 은우를 꿋꿋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승현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 결과 예의에 어긋나면서까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승겸의 태도는 승현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그 행동이 자신을 위해서인지 승겸 그 자신의 후계 자리가 위협받을까 경계해서인지는 슬슬 승현은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한 대표님, 이사장님…. 승현 군.”
변 회장이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며 인사했다.
“회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한 대표가 집안의 대표로 인사했다. 두 아버지들은 손을 맞잡아 악수하더니 웃는 얼굴로 듣기도 어려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사이에 정윤도 자연스럽게 그 무리에 끼어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승현의 어머니는 은우의 어머니를 만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이제 사돈이라 불러도 되겠지요? 예단에… 그림이 와서 너무 깜짝 놀랐지 뭐예요.”
은우의 어머니가 웃는 얼굴로 손을 입가를 가렸다.
“호호호…. 예- 사돈.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는데, 승현 군에게 물어보니 그림에 조예가 깊으시다기에…. 해서 우리 재단에서 소장 중인 그림 중에 제가 조금 특별히 눈여겨 지켜보는 화가의 그림을 보냈어요.”
두 어머니들은 관심 분야가 같아서 금방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안목은 저야 못 미치지요. 보내 주신 그림 보면서 감탄했답니다. 역시 어쩌면 그리 그림 보시는 안목이 뛰어나신지…. 한참을 봤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도 그림 하나를 가져왔답니다.”
두 어머니들이 그림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버지들은 심각하게 일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이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끄는 승현의 우렁찬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큰 몸으로 긴 팔을 활짝 벌리더니 은우를 향해 달려가 와락 안았다.
“은우 형!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안기는 승현이 부담스러워 은우가 뒤로 주춤 물러났다. 양가 부모님이 다 계신데…. 아주 가끔이지만, 아니 실은 자주 은우는 승현이 창피해서 그를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밀어냈다.
“…어제도 봤거든.”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은우를 대신하여 승현은 뽀뽀를 퍼부으려다가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깨닫고 멈칫했다.
워낙 큰 목소리를 자제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탓에 결국 양가 부모님의 대화가 뚝 끊기며 그 시선이 승현에게 꽂혔다. 그럼에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 승현을 대신하여 은우가 부끄러운 얼굴빛을 드러냈다.
오묘한 정략결혼이었지만 본인들이 원하는 정략결혼이었던 탓에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화목한 분위기로 식당으로 들어가자 식탁 위에는 산해진미가 고급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이번에는 가장 윗자리에 변 회장이 앉았고, 변 회장의 오른쪽 자리에 한 대표가, 한 대표를 마주 본 자리에 정윤이 앉아 회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양가 어머니들이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서 서로 같은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원래라면 은우와 승현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야 했지만, 승현이 굳이 은우 옆자리에 와 앉았다.
화목한 분위기는 식사하는 내내 이어졌다. 달그락거리는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만 났다. 승현은 은우의 밥그릇에 반찬을 올려주는 눈빛에서 꿀이 뚝뚝 흘렀다. 은우는 어른들 보기 창피해서 작은 목소리로 승현을 나무랐다.
“야… 그만 좀 해.”
승현은 팔을 쑥 뻗어 고기 한 점을 은우의 밥그릇에 올렸다.
“왜요? 아! 이것도 먹어요. 저번에 먹어 보니까 완전 맛있더라.”
밥그릇 위에는 승현이 쌓아 둔 반찬으로 수북했다. 은우가 그러면서 승현의 밥그릇에 올려 둔 반찬을 옮겼는데, 승현은 하얀 쌀밥 위로 은우가 올리는 족족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다시 승현은 은우의 밥그릇에 반찬을 올리고… 은우는 말리고. 두 사람의 투닥거림이 펼쳐졌다. 승현의 어머니가 은우의 어머니와 대화하다가 돌린 시야에 그런 승현의 모습이 잡혀 웃으며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저게 누굴 닮아서… 저러는 건지.”
은우의 어머니가 흐뭇하게 바라봤다.
“왜요, 사돈. 보기 좋잖아요. 저는 승현 군이 저러는 거 좋아요.”
정윤도 이미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을 직접적으로 목도한 경험이 있어 힐끗 곁눈질로 살피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선을 떼어 한 대표의 말에 경청했다.
형식적인 상견례였기에 식사하는 자리는 가벼웠다. 오히려 친지가 모여 식사하는 것처럼 가볍게 흘렀다. 애초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니 역시 소파 테이블에 예쁘게 차려진 다과상이 놓여 있었다. 이번에도 가장 윗자리에 변 회장이 자리 잡고 앉았다.
변 회장의 오른쪽 소파에 한 대표가, 그리고 그 옆으로 승현의 어머니가 앉아야 했지만, 두 집안의 어머니들은 그림 이야기에 푹 빠져 떨어지지 못하고 담소를 나누며 은우 어머니가 개인 소장 중인 미술품을 보러 갔다. 그래서 승현이 한 대표의 옆으로 앉았고, 변 회장 왼쪽에 정윤이, 그리고 그 옆으로 은우가 앉았다.
다시 달그락 소리가 나며 차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포크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벗겨낸 과일도 신선함을 유지하며 테이블에 예쁜 색으로 놓여 있었다.
“회장님, 언제 약주 한잔하시죠.”
“좋습니다, 한 대표님. 이렇게 가족이 된 것도 인연이니.”
어른들은 편안한 분위기를 내는 와중에 딱딱하고 격식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특히 은우와 승현은 어른들의 이야기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대화 없이 멀뚱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은우는 포크로 복숭아 한 조각을 콕 찍어 입속에 넣었다. 한쪽에는 산지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푸릇푸릇한 귤이 있었다. 의외로 여름의 청귤은 맛이 좋아 조물조물 주물럭거리다가 껍질을 깠다. 향긋한 향기가 터져 껍질을 다 깠는데 불쑥 커다란 손이 내밀렸다.
얌체같이 샐쭉 웃는 승현이 지금 막 깐 귤을 달라는 손짓을 보였다. 먹을 걸 빼앗겨 삐죽이면서도 그의 큰 손 위에 귤을 올려 주었다.
변 회장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가 분위기를 바꿨다.
“결혼은… 언제가 좋겠습니까? 한 대표님.”
“음…….”
한 대표는 살짝 승현과 변 회장의 눈치를 살피며 고민에 빠진 눈을 했다. 승현은 은우가 까 준 귤을 황급히 입속에서 우물우물하다 삼키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두 부모님을 살폈다.
“회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승현이 아직 스무 살인 데다가, 철이 아직 없어서요. 이제 학교를 입학하지 않았습니까. 급하지 않다면, 졸업…하고 나면…이 어떻겠습니까? 은우 군은 대학원을 간다고 했으니, 승현이 졸업할 시기가 된다면 은우도 석사 정도는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 대표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변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며 덧붙여 말했다.
“우리 은우도 대학원을 다니고 싶어 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승현은 두 아버지들을 번갈아 가며 보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응시했다. 내심 표정엔 실망한 빛이 역력했다. 점점 승현이 생각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대화에 결국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승현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은우는 귤을 좋아하는 줄 알고 열심히 귤껍질을 까서 승현의 앞에다가 하나 더 놓고 있었다.
“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회장님은 편안한 얼굴로 승현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뭔가?”
한 대표는 지금까지 아들의 폭탄 발언이 생각나 힐끗거리며 승현을 보는 게 상당히 긴장한 눈치였다.
“저는 회장님께… 실망했습니다.”
터지고야 마는 승현의 발언에 모든 이가 입을 다물고 승현을 응시했다. 은우는 막 다시 예쁘게 까기 시작한 귤을 손에서 놓으며 고개를 들었다. 정윤은 입을 오므리고 소리 없이 감탄한 표정이었다.
변 회장은 눈을 찡긋하며 승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승현은 물러서지 않으며 냉철한 눈빛을 받아냈다. 변 회장은 역시 그때 본 승현의 배포가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웃었다.
“야, 인석아…! 무슨 경거망동이야!”
한 대표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승현을 말렸지만, 승현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저는 회장님의 추진력을 믿었습니다.”
“야아……!”
이제 은우가 바람 소리에 가깝게 승현을 불렀다. 하지만 승현은 듣지도 않고 입꼬리를 주욱 찢어 웃으며 말했다.
“저는 회장님의 추진력이라면… 저는, 다음 주에 결혼하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변 회장은 이제야 말뜻을 이해하고 굳었던 표정이 풀렸다. 한 대표는 부끄러운지 얼굴에 당혹감이 한가득 서려 아들을 엉덩이를 들썩이며 나무라기 시작했다. 맞은편에 앉은 은우는 너무 창피해서 소파로 몸을 숨기다 이걸로도 안 되겠는지 정윤의 뒤로 몸과 얼굴을 숨겼다.
은우가 얼굴을 정윤의 등에 대고 감추자 정윤은 등 뒤로 숨어드는 은우가 익숙해서 동생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놀려 대기 시작했다.
“혹시 너네 둘의 목표가… 에로 개그물 주인공이냐?”
“형… 놀리지 마. 진짜… 창피해 죽을 거 같아.”
“……푸훕.”
“진짜 나도 쟤, 가끔 창피해.”
정윤은 시트콤이 따로 없다고 은우를 놀려 댔고, 은우는 빨개진 얼굴이 수습되지 않아 더욱 정윤의 등 뒤로 숨어 정윤에게 밀착했다. 정윤은 은우를 숨겨 주면서도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이 나는 걸 삼켜 보려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이제 한술 더 뜨는 승현은 은우를 보며 눈살을 찡그리다 나무라는 한 대표를 향해 철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아-! 아빠…. 어떻게 사 년을 기다리라고, 하나밖에 없는 둘째 아들 말라 죽는다고!”
“하하하-!”
큰 소리로 변 회장이 호쾌하게 웃었다. 승현의 패기가 역시 마음에 쏙 들어 웃는 얼굴로 한 대표를 향해 진심으로 우러나온 칭찬을 늘어놓았다.
“한 대표님. 저는 저 승현 군의 패기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나중에 크게 될 재목이에요. 그에 비해 우리 은우는… 신중하고, 조금은 소심하죠. 그래서 제법 둘이 잘 어울리나 봅니다.”
한 대표는 변 회장이 칭찬했지만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회장님. 승현이는 목소리랑 덩치만 컸지요…. 하는 짓은 딱 초등학생 같은데요. 똑똑하고 어른스러운 은우 군을 반만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변 회장은 승현을 지그시 보다가 한 대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한 대표님, 승현 군이 저렇게 말하니, 안 들어줄 수가 없겠습니다. 약혼식이라도 먼저 내년 1월에 하는 게….”
그러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승현은 큰 눈을 부릅뜨며 남자답지 않게 졸지 않고 말했다. 변 회장의 칭찬에 어깨가 급격하게 우쭐해진 승현은 기고만장해 변 회장도 무섭지 않다는 듯 굴었다.
“회장님! 배포가 너무 작으십니다!”
변 회장은 미묘한 웃음과 미간을 찡긋하며 굳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럼 자네는 언제 하고 싶은가?”
승현은 회심의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는, 변 회장이 승현을 기선 제압 하면서 보였던 미소와 닮아 있어 변 회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결혼 문제에 당사자인 승현과 은우의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오롯이 두 기업의 총수끼리 결정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승현은 이제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서 뿌듯한 얼굴을 했다.
“저는 이번 주에 약혼하고, 다음 주에 결혼했으면 좋겠습니다!”
철이 없어도 이 정도로 없을까 싶은 승현의 발언에 한 대표의 얼굴이,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로 무장했던 얼굴이 무너졌다. 정윤도 은우도 경악으로 승현을 멍하게 쳐다봤다. 이 자리에서 여유 있는 건 승현이었다. 승현은 이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며 평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그러면 우리 은우 형이 싫어하니까요. 다음 주에 약혼하고 내년 1월에 결혼하겠습니다!”
변 회장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가 펴졌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았지만 속으로 승현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변 회장은 속내를 숨기려 찻잔을 입술로 옮겨 한 모금 마시더니 중얼거렸다.
“…겠습니다. 라….”
승현이 선택한 단어는 확정인 것이었다. 그의 목소리 또한 단호했다.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와 뜻이 담겨 있었다. 변 회장은 파안대소하며 한 대표에게 향했다.
“한 대표님, 승현 군의 배포가 보통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인 것 같습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요 근래 저에게 저런 패기를 보여 주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요.”
“…아, 아닙니다. 회장님, 아직 철이 없는 거지요.”
한 대표는 삐질 흘러나오는 식은땀을 이마에서 닦을 새도 없었다.
“그래서… 저는 승현 군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데…. 한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승현은 무릎 위에 올린 두 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변 회장의 결정이라면 아버지는 따를 것이라 여겼다.
“예, 예…. 회장님께서 그러시다면, 저희도… 따르겠습니다.”
한 대표는 끊임없이 폭탄 발언을 하는 승현이 때문에 쩔쩔매고 있었다. 변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더니 승현에게 말했다.
“더 하고 싶은 건 없느냐?”
승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반짝거렸다.
“음…. 회장님, 다 말해도 됩니까?”
어느새 변 회장의 눈에도 승현을 예뻐하는 눈빛이 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건 뭐든 다 들어주마.”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럼….”
승현은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승현은 소파 테이블을 빙글 돌아 맞은편의 은우와 정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무, 뭐야…….”
은우는 꾸역꾸역 사이로 파고들며 엉덩이를 들이미는 승현을 향해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물었는데, 큰 몸을 소파에 뭉개더니 당당한 자세로 승현은 굴하지 않았다.
“아니, 친형이라며. 왜 이렇게 붙어 있는 건데. 아까부터 짜증 났다구요. 나는 우리 친형이랑 이렇게 붙어 있으라고 하면 혀 깨물고 죽을 거라구요. 일 초도 못 버텨. 아, 상상했더니 토 나올 거 같아.”
할 말을 잃어버린 은우를 향해 승현은 능구렁이 번식하는 소리를 했다.
“기댈 거면 이제 나한테 기대요.”
한 대표는 어떻게 저런 게 나왔나 싶은 생각과 창피해서 죽을 거 같은 반응을 보였고, 변 회장은 흐뭇한 미소로 승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아버지들의 반응이 이렇게나 서로 달랐다. 정윤은 승현에게 자리를 빼앗겨 결국 승현이 앉아 있던 자리로 이동했다. 지금 은우는 너무 창피해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승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럼 회장님…. 사양 않고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뭔가? 하고 싶은 게.”
승현은 큰 눈을 번뜩이며 뜸을 들였다. 분위기가 아무래도 정말 큰 발언일 것 같아서 승현을 지켜보는 이들이 긴장했다.
“정말 가장 큰 겁니다. 회장님께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어디 들어 보자. 그게 무엇인가?”
이미 폭탄 발언을 여러 차례 한 승현을 두고 모두가 긴장한 침을 꿀꺽 삼켰다. 뜸을 들이는 만큼 승현의 입에서 이제 어떤 발언이 흘러나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승현은 씩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결혼하기 전에 애가 먼저 생겨도 됩니까?”
얼굴이 빨개졌던 은우의 얼굴은 이제 새하얗게 질려 창백해졌다. 정윤은 커피를 마시던 찰나에 풉 소리를 내며 뿜었고, 한 대표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었다. 변 회장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한 채 승현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렇게 좋은가? 우리 은우가.”
“네.”
단호하고 확고한 답변이 변 회장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 은우는 그만 그 나불대는 입을 좀 다물어 주었으면 싶어서 승현의 허벅다리를 꼬집었다. 승현은 아픈 와중에 가볍게 은우의 손을 제압하더니 변 회장의 시선을 흐트러짐 없이 응시했다. 변 회장은 차분하게 타이르듯 말했다.
“그럼 자제하고 인내할 줄도 알아야지. 경주마처럼 무아지경으로 달리다간 넘어진다. 어린 패기로는 못 할 게 없을 거 같지만… 막상 패기만으로는 이 세상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회장님께서 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시는 거 아닙니까?”
승현은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내뱉은 건 아니었지만, 이 발언이 놀라운 건 변 회장과 한 대표였다. 변 회장은 묘한 미소와 흐뭇함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필요하다면 이 늙은 내가 자네의 뒤가 되어 주마.”
뿌듯함으로 승현은 말이 없이 고개를 숙였다.
한차례 폭풍우가 휩쓸고 간 뒤라 한 대표는 그제야 삐질삐질 흐르는 땀을 닦았고, 정윤은 승현을 응시하며 내심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은우는 너무 창피해서 숨을 곳이 승현의 등밖에 없어서 승현의 등에 고개를 파묻고 숨었다.
도저히 어떤 얼굴을 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지 감당이 되지 않아 은우가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타들어 갈 듯한 얼굴의 화끈거림을 느끼며 은우는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럼… 이야기 나, 누세요.”
승현이 따라서 벌떡 일어났다.
“형, 나 두고 어디 가요?”
은우는 그를 가볍게 무시하며 두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는… 방에 올라가겠습니다.”
“그래.”
변 회장도 마침 잘됐다는 듯 소파에서 일어나며 한 대표에게 눈짓을 건넸다.
“한 대표님, 서재로 가서 따로 이야기를 나누시죠.”
“예, 회장님.”
한 대표도 소파에서 일어나 변 회장의 뒤를 따랐다.
“정윤이 너도 따라 들어와라.”
“예, 아버지.”
정윤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를 따라 서재로 향했다.
“아, 형…. 같이 가요! 기다려 봐요.”
가장 태평한 얼굴을 한 승현은 은우가 까 놓은 귤을 입속으로 우걱우걱 집어넣고는 은우의 뒤를 쫓았다.
대형견이 꼬리를 흔들고 쫓는 형색이었다. 몇 번 와 봤다고 승현은 은우를 앞질러 방문을 열었다. 해맑은 얼굴을 하는 승현은 시커먼 속내와 180도 다르게 무해하다는 표정이었다.
“형, 은우 형…!”
승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은우의 침대로 가서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큰 몸을 옆으로 눕히더니 팔꿈치로 머리를 지지해 괴고 은우를 향해 제 옆자리를 툭툭 손으로 두드리며 다가오라는 표시를 보였다.
“…진짜 너 쪽팔려.”
“형, 쪽팔린다는 말도 할 줄 알아요?”
“넌 내가 멍청이로 보이냐? 내가 뭐로 보이냐! 그리고 너, 내 침대에서 내려와.”
은우는 심드렁한 반응과 함께 예민하게 쏘아붙였다.
“뭐로 보이긴, 예쁜 거로 보이죠. 뭐 어때.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물어본 내가 바보지, 바보야. 너 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은우는 팔짱을 끼우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승현은 특유의 넉살 좋은 소리를 했다.
“그래서 형…. 나 오늘 하룻밤 자고 가면 안 돼요? 나 혼자 자기 너무 무서운데.”
“뭐? 미쳤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된다고 할 줄 알았어?”
“미치긴요. 너무 제정신인데요? 어차피 회장님도 허락하셨고….”
“무슨 허락…! 아, 또 방금 그 생각 하니까 화나고 창피해서 얼굴 화끈거려. 빨리 침대에서 내려오라니까?”
침대 한쪽을 차지한 승현에게 다가가 은우는 그를 잡아당기려 팔을 뻗었다. 승현이 뻗은 자신의 팔을 빠르게 낚아채며 침대 위로 넘어뜨리더니 말했다.
“이렇게 손만 잡고 잘게.”
“뭐? 내가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그러자 승현의 속내가 거리낌 없이 튀어나왔다.
“그럼 딱 한 번만 하고 잘게.”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은우가 붙잡힌 승현의 팔을 뿌리치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승현은 무거운 다리와 팔을 이용해 은우를 침대에 눌렀다.
“무거워! 너랑 같이 안 자. 너 빨리 가.”
“뭐야, 이렇게 예쁜 형을 눈앞에 두고 섹스도 못 하고, 응? 저번에 내 방에서 내 물건도 빨아 줬는데, 이번에는 내가 좀 빨아 주겠다고 그러는데! 그것도 못 하게 하고, 이제 나보고 도 닦으며 살라니요! 몸에서 사리 나오겠다. 형!”
“…시끄러워!”
고상한 도련님은 노골적으로 표현해 주면 빨갛게 된다는 것을 승현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수법을 그렇게 노렸다. 단적으로 ‘섹스’라고 했을 뿐인데 은우는 벌써 빨갛게 되어 소리쳤다. 찡긋거리며 눈꺼풀을 빠르게 깜박거리고 부끄러워하니 승현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은우에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녹여 먹으면 감질나서 맛있는 법이다.
“이렇게 예쁜 엉덩이와 쫀득쫀득하고 말랑말랑한 구멍을 가진 형을 두고 보고만 있으라니! 나보고 돌부처가 되라는 건 아니죠? 막 피가 쏠려서 불끈불끈하는데!”
금방 반응을 보이는 은우는 어버버거리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아, 야…. 무, 뭐….”
노골적인 손길로 승현은 은우의 얇은 뱃살을 살살 문지르며 속삭였다.
“그럼 형…. 오늘 내 방에 놀러 올래요?”
“어? 내가 왜 네 방에?”
팔꿈치를 세워 머리를 지지한 채 은우를 내려다보는 승현은 점점 더 은우의 허릿살을 공략하며 만지기 시작했다. 은우가 그만 민망한 건지, 자극을 받은 건지 화제를 돌렸다.
“그, 그만 만져…. 내가… 내 침대에서 일어나라고 했잖아!”
“삐치는 거 장난 아니게 귀엽다니까?”
승현은 은우를 더 밀착하더니 안았다. 스르륵 끌려오는 은우는 어쩔 수 없이 등을 내어주었다. 빨개지는 은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혹시 형 방은 섹스 하면 소리 날까 봐 그런 거 아니에요? 형, 신음할 때 장난 아닌 거 알죠?”
기겁하며 아연실색하는 은우가 승현을 흘겨봤다.
“무, 무슨 소리야!”
하지만 승현은 능구렁이 같은 미소로 뜨거운 숨소리를 후- 귓가에 뿜었다.
“아아… 너 빨리 가라니까. 그만 내 침대에서 뭉개고 나가 빨리….”
“말 돌리지 말고…. 그런 거 아니었어요? 난 지금까지 그런 건 줄 알았지. 나는 형이 내 방에서 자는 거 대찬성. 뿐만 아니라 형이 내 방에서 사는 거 더 좋구.”
“내 말 안 듣지!”
“난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어요. 귀에 그런 필터링이 다 있나 봐요.”
은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승현은 일부러 킁킁 소리가 나게 향기를 맡듯 숨을 들이켰다. 확실히 은우의 억제제 복용 횟수도 줄었으니 이제 슬슬 은우의 몸에서 페로몬이 피어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은우에게서는 그 어떤 페로몬도 나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묻어 있는 샴푸 향기와 몸에 진하게 배어 있는 보디 워시 향기뿐이었다.
“……뭐, 뭐야.”
은우가 당황했다.
“조금만… 조금만 맡을게요.”
승현이 끈적한 손길로 상체를 매만지며 킁킁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자 은우가 덜컥 겁을 내며 승현에게 물었다.
“나… 설마…. 나, 냄…새나? 그… 그러니까….”
오메가의 페로몬이 느껴지냐고 묻고 싶은데 은우는 더듬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승현은 씩 못된 미소로 웃었다. 여전히 승현은 은우에게 페로몬이 느껴지는 척했다. 은우는 자신이 내는 오메가의 페로몬을 기피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안 숨겨도 된다니까요.”
울상을 짓는 은우는 저말 나에게서 오메가의 페로몬이 나는 줄 알고 냄새를 맡아 보려 고개를 몸쪽으로 웅크렸다. 그 틈을 타 승현은 도드라진 은우의 목덜미를 혀로 핥았다.
“아… 야! 야… 하지 마!”
“헤헤, 형 벌써 느낀다.”
흠칫 목덜미를 움켜쥔 은우는 익살스럽게 웃는 승현이 괘씸했지만, 승현이 말한 것처럼 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아니야! 그리고 좀 그만, 만져…!”
“싫은데? 촉감이 너무 좋잖아요. 옷 속으로 손 넣어도 되죠?”
“미쳤어? 비켜…….”
“허락 맡는 거 아니고, 형.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해 주는 거.”
승현은 불쑥 은우의 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말랑한 허리를 만졌다. 승현의 한 손은 슬금슬금 상체를 타고 올라가 가슴께를 지분거렸고, 허리를 만지던 선을 하체로 향해 엉덩이를 조물조물 주물럭거렸다.
“나… 이제 와서 고백하는 건데. 형 엉덩이 너무 좋아.”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은우가 말했다.
“변태… 같아.”
상처를 받든가 타격을 받아야 하는데 승현은 타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듯 은우의 엉덩이와 허벅다리를 만지고 쓰다듬으면서 아닌 척하며 은우의 성기를 스쳤다.
“변태는 무슨…. 형이 너무 좋아서 그러지. 그런데 형도 아닌 척하면서 좋아하네! 은근 이런 거 더 좋아하는 거 같다니까.”
“아, 아니야…. 진짜, 너…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에이, 또 그런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형….”
승현은 은우의 목덜미에 쪽쪽 소리가 나게 빨면서 몸을 만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형, 아래가 너무 움찔하는데요.”
손을 가슴으로 향했던 승현의 손은 어느새 젖꼭지를 잡고 긁어대고 있었고, 엉덩이를 만지던 손은 간지럽히듯 성기와 구멍 주위를 더듬거리며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은우의 성기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듯 승현은 그 주변만 만졌다.
“야… 가, 간지러워…. 그, 그만해…!”
등 뒤로 밀착한 승현에게 붙잡혀서 아등바등하는데 승현은 자신의 목선을 혀로 애무하더니 귓가에 입술을 옮겨 다시 빨기 시작했다. 그 탓에 은우의 표정은 곧 방벽이 허물어지고 무너질 듯 보였고, 몸은 나른하게 늘어졌다.
승현은 젖꼭지를 만지던 손을 빼 은우의 턱을 잡아 뒤로 돌게 하더니 열락에 젖은 목소리를 냈다.
“휴… 형, 이 표정…. 나랑 섹스 할 때 줄곧 이런 표정 짓고 있는 거 알아요? 특히 찡긋하면서 좋아하는 표정이 예술인데…. 지금 되게 보고 싶다.”
“아아…. 하지… 마….”
은우는 금방 녹아들었다.
“어? 벌써? 형… 섰다. 여기 젖꼭지 서서 탱탱해졌는데요?”
승현은 일부러 옷 위에서 젖꼭지를 만지며 꾹 한 번 눌러 거친 옷감으로 자극을 더했다. 은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울상을 지었다. 승현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직접적으로 만지지 않았던 구멍에 손을 뻗어 끈적하게 만졌다. 엉덩이에서부터 회음부까지 길게 쓰다듬자 은우가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했다.
“야아, 그, 그만해…. 응? 으읏.”
“저번에 형이 빨아 줬으니까 오늘은 내가 빨아 줄게. 어디 빨아 줄까요?”
미약하게 떠는 은우를 품에 가둬 놓고 승현은 순차적으로 유두와 성기를 만졌다. 이제 좁은 구멍을 손끝으로 슥슥 문지르며 말했다.
“젖꼭지? 아니면… 여기…? 그것도 아니면…. 아아- 난, 여기도 좋은데.”
눈을 지그시 감고 일그러지는 붉은 입술을 꽉 깨무는 은우의 표정은 억지로 참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의 그 모습이 늘 승현에게 새로웠다. 금방 좋다고 매달릴 거면서 참으려는 것이…. 녹이는 맛이 있었다.
“응? 형, 말해 봐요. 아! 다 빨아 줄까요? 사실 난 다 빨아도 좋고, 다 빨고 싶은데.”
은우는 양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더욱 가렸다. 흥분되는 사실을 승현에게 말하지 못했다. 정말 승현의 말대로 금방 허물어져 버리는 자신이 음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았다. 은우는 저 자신에게 도망가기 위해 얼굴을 가렸다.
지금까지 용케…….
승현은 씩 웃으며 은우의 바지를 재빠르게 벗기고 몸을 돌려 엎드리게 해서 눕혔다. 그리고 날쌘 행동으로 살집이 있는 엉덩이를 멋대로 잡아 벌렸다. 드러난 구멍이 옴츠러든 모습을 보더니 승현은 진득하게 침이 묻은 혀로 은우의 입구에 입술과 혀를 내려 날름 핥으며 빨기 시작했다.
“야! 하읍…! 뭐, 뭐 하는 거야!”
“저번에 내 방에서 빨아 준 보상이라니까요? 내가 촉촉하게 적시는 거예요. 말랑말랑하고, 또 쫀득쫀득하게.”
“그런 거, 아, 안 해도 돼…. 하지 마!”
“싫어. 하지 말라고 할 때마다… 계속하고 싶은 거 알아요?”
혀와 입술로 입구를 승현은 희롱하며 빨았다. 둥근 근육을 입술로 잘근 문대다가 이를 세워서 입구 근육을 윗입술과 혀로 깨물었다.
구멍에 침이 묻어나자 혀를 뾰족하게 세워 빙글빙글 돌려 적셨다. 강아지가 물을 먹을 때 할짝대는 것처럼 승현은 혀로 구멍을 벌렸다가 빼기를 반복하며 딱 은우의 구멍 한 곳만 공략했다.
“으으, 스, 승현아…. 그만…해.”
은우가 침대 시트에 고개를 묻어 가빠지는 숨을 참았다.
“형, 기분 좋죠? 빨아 주는 거. 오메가들은 여기 핥아 주면 좋아한다고 하는데.”
좋아하면서 아닌 척하려는 건지 은우가 고개를 저었다.
승현은 은우의 대답과 반대로 생각하며 혀를 길게 빼 이번에는 볼록한 회음부를 노려 입술로 빨면서 혀로 빙글빙글 돌려 자극했다. 은우가 오묘한 감각을 느끼는지 발버둥을 치기에 승현은 목까지 채운 단추를 풀면서 너풀너풀거리는 은우의 다리를 눌러 고정했다. 그리고 늘어지는 은우를 본격적으로 희롱하며 빨기 시작했다.
“으응, 응…….”
쫀득한 엉덩이를 베어 물듯이 한입 베어 물고 승현은 다시 구멍을 집중 공략하며 빨고 핥았다. 벌렁벌렁 움찔하는 그곳은 승현의 혀가 한 번씩 밀고 들어갈 때마다 움찔했고, 자극을 받는 쾌락에 점막이 벌써 녹아 흐르기 시작했다. 승현은 입술을 오물오물하며 혀로 회음부를 꾹꾹 눌렀다.
어느새 은우의 작은 성기에서도 또옥또옥 투명한 체액을 흘렸다.
“스, 승현아…. 어, 언제까지… 할 거야…?”
침을 입술과 입가에 잔뜩 묻힌 채로 혀를 할짝대는 승현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은우에게 답을 속삭였다.
“음… 글쎄요. 만족할 때까지. 일단 지금은 한 시간째 채우는 중인데…. 왜요?”
한 시간이라는 말에 은우가 눈을 크게 떠 놀랐다.
“……무, 뭐?”
“아, 움직이지 마요. 지금 엄청 말랑말랑하니까 되게 기분 좋아요. 형도 기분 좋죠?”
“하, 하나도… 안 좋아…!”
승현은 손가락을 세워서 입구를 문질렀다.
“거짓말……. 여기 지금 흥분해서 끈적끈적해졌어요.”
은우는 고개를 안 보이게 숨기고 싶어서 침대에 엎드려 파묻었다.
“아… 아니야….”
“맨날 아니래, 아니긴…. 형도 발기해서 지금 물 흘리는 중이면서.”
그러면서 승현은 다시 얼굴을 박고 입술과 혀를 놀렸다.
은우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승현은 대체 뭐 때문에…. 이대로 두면… 아마 하루 종일 저렇게 있을 거라고…. 충분히 가능한 인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만들어내는 끈적하고 찐득한 소리가 울렸다.
“승현…아, 그만…….”
“아직 한 시간밖에 안 빨았다구요.”
“나… 나…. 그만해… 응?”
승현은 자존심 센 도련님 놀려 먹는 재미가 들려 씩 웃으며 말했다.
“싫어요. 이 좋은 걸….”
“어, 어떻게 하면, 그, 그만할 거야?”
은우가 이도 저도 못하고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음… 형이 나한테, 야한 말 해주면?”
승현은 은우의 귓가에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은우의 부드러워진 구멍을 살살 쓰다듬었다.
“음…. 가만있어 보자….”
재밌는 일이라도 되는 양 승현은 엎드려 얼굴을 가린 은우의 양손을 등 뒤로 잡고 작은 엉덩이를 잡게 했다. 애무로 녹아서 벌렁벌렁거리는 입구가 쫙 벌어질 수 있게 엉덩이를 벌리자 구멍은 동그란 홀이 생겨날 정도로 풀어져 벌어졌다.
승현은 그러면서 길게 혀로 엉덩이를 핥아 쓸어 올리다가 입을 쪽쪽 맞추며 입술로 잘근거렸다.
은우는 입술이 일그러지게 꾹 다물었다.
승현은 씩 웃으며 은우의 시선을 당당하게 마주했다. 혀로 동그랗게 넣어진 입구를 빙글빙글 돌려 핥기를 멈추지 않았다.
붉은 홍조가 더욱 붉어지며 은우는 곤란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가 석류알이 톡톡 터질 것처럼 더 익은 얼굴로 작은 소리를 냈다.
“스, 승현아…. 뒤… 뒤…에, 가, 간지러워.”
승현은 손가락을 갑자기 세워 쑥 집어넣어 내부를 쑤시며 문질렀다. 한 시간쯤 애무한 덕분에 완전히 풀어진 체내는 말랑거렸다.
“하- 열심히 빨았더니… 손가락만 넣었는데도 기분 좋아. 은우 형은 여기도 예뻐. 알아요?”
“아윽, 응… 읏!”
승현 때문에 은우는 움찔했다.
“형, 기분 좋아요?”
“…으…응.”
은우를 눕혀 놓은 승현은 손가락을 놀렸다.
“여기 손가락으로 만지면 좋아요?”
“아, 아……. 흐읏.”
손가락의 개수를 하나 더 늘리던 승현은 주름진 내벽을 문질렀다.
“형… 내 손가락이랑 내 물건이랑 어느 게 더 좋아요? 여기 이렇게 쑤셔질 때 말이에요.”
“아아, 그만…해. 승현아….”
“빨리 말해 봐요. 야한 말 해주기로 했잖아. 다 말해 놓고 뭘 또 부끄러워해. 뭐로 기분 좋게 쑤셔 줄까요?”
“아…….”
“말해 봐요. 좋은 거로 해줄 테니까….”
승현은 손가락을 세워 슬슬 도드라지는 오메가의 성감대를 쓰다듬었고, 허리를 벌벌 떠는 은우는 경련을 일으키며 흥분에 젖었다. 여유 있는 손으로 허리의 버클을 풀어 승현은 어느새 발기한 성기가 불끈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은우에게 말하고 시켜 놓고 승현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적나라한 표현을 다 듣기도 전에 동그란 구멍에 발기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은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쫀득한 구멍은 페니스를 삼키고 있었다.
“으응, 하아앗!”
얼굴을 침대 시트에 파묻은 은우는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아서 승현은 뭉근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은우도 처음 삽입할 때 꽉 조이는 아픔보다는 은은한 압박감과 열기를 더욱 느꼈다. 단단한 성기는 그 혈기가 주체하지 못하고 꿈틀대며 체내 안에서 난리를 치는 게 느껴졌다.
승현이 골반을 퍽퍽 쳐올릴 때마다 엉덩이에 부딪혀 철썩 소리가 났다. 세게 성기로 문지르는 승현은 자신의 골반을 잡아 세우더니 엉덩이만 드러나게 해 깊게 박아 넣었다. 은우는 무릎이 굽혀져 몸이 접힌 자세로 창피하게도 엉덩이를 그에게 드러낸 모습이었다.
“…하아, 응! 아앗! 스, 승현아…. 세게… 응? 읏…….”
“결국 매달릴 거면서…. 내숭은, 귀엽게….”
“나…. 나, 쌀… 쌀 거… 같아….”
승현이 빠르게 귀두로 성감대를 쿡쿡 찌르고 문지르자 은우가 덜덜 떨더니 성기에서 쾌락의 점철된 체액을 툭툭 떨어뜨렸다. 승현의 추삽질이 갑자기 멈춰 버리자 막 뜨거워진 몸을 느낀 은우가 느릿하게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성기를 체내로 문질렀다.
“하아, 응…. 읏!”
몸이 파르르 떨면서 결국 은우는 절정에 다다랐다.
“오늘도 예뻐, 형.”
은우의 뒤통수를 쓰다듬는 승현의 손길에 애정이 담겨 있었다.
“으으…….”
승현은 느릿하게 은우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는 적갈색의 머리카락이 손가락에서 실크의 촉감처럼 감겼다.
옆으로 돌린 은우의 눈꺼풀이 고양이처럼 쓰다듬을 때마다 눈꺼풀이 감겼다가 뜨이고 감겼다가 뜨였다. 나른하게 자신의 몸에 매달려 선잠을 자는 은우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너 진짜… 집에서 하지 마….”
졸린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는 은우를 지탱하며 승현은 큭큭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우리 빨리 결혼해서 신혼집 생기면, 그때 매일 해요. 그 전까지는 어디서 할까요? 난 맨날 하고 싶은데 어떡하지?”
“싫어.”
숨을 깊게 고르게 내쉬는 은우의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승현은 은우에게 떨어질 줄 모른 채 붙어 있었다.
“싫기는, 좋아하면서…. 난 형만 보면 일단 참을 수가 없어서 큰일이에요. 내 방 좋은데. 형, 당분간 결혼할 때까지 내 방에서 살 생각 없어요? 어때요?”
은우가 미친놈의 대꾸를 포기하고 몸과 함께 고개를 돌려 승현을 등지고 누웠다.
“…안 할 거야. 힘들어.”
은우의 토라진 뒤통수에 승현은 입을 맞추며 말했다.
“힘든 건 형이 체력이 없어서 그러지. 맞다, 형. 우리 여름 지나가기 전에 놀러 가요. 아! 이참에 우리 야외에서 한번 해볼까요? 난 산속도 좋고… 어디 대나무 숲이 좋다는데…. 산속에서 하면 건강해지는 거 아닌가? 피톤치드 빵빵하고. 어때요. 좋은 생각이죠?”
“미쳤어?”
은우가 뜬구름 잡는 소리를 당연하게 내뱉는 승현을 향해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돌렸다.
“조만간 산을 하나 보러 갈까?”
승현의 얼굴은 싱글벙글하며 웃고 있어서 은우는 체념하고 말았다. 어쩌다가 이런 놈을 자신이 좋아하게 된 건지…. 고개를 돌리는 걸 기다렸던 듯 승현은 자신에게 키스했다.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아마 한승현은 뱀띠가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어느새 은우도 몸을 돌려 승현의 허리를 양팔로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