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파이, 슈퍼리치 되다-39화 (40/270)

서몽

# 새로운 투자.

나는 누군가 몸을 흔드는 느낌에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뭐해?"

리안이었다.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왔어?"

"설마 회사에서 밤을 새운 거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나는 의자에 앉은 채 기지개를 켰다.

몸이 뻐근했다.

나를 바라보던 리안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선물이나 옵션은 다 판 거야?"

"어젯밤 사이에 나스닥이 내림세가 멈췄잖아. 그래서 불안해서 일단 다 팔았어."

어젯밤 몇 주간 25% 가까이 떨어지던 나스닥의 내림세가 드디어 멈췄다.

아직 상승세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상승 폭은 1%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정도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래? 어젯밤에 포지션을 다 청산했으면 큰 손해는 보지 않았겠네."

"그게···. 조금 실수가 있었어."

리안이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실수?"

주식거래도 아닌 선물이나 옵션거래에서 실수했다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너무 초보적인 실수라서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고···. 어쨌든 어젯밤에 한 오십만 불 정도 손해를 봤지."

오십만 불 손해를 봤다는 말에도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난 또 큰 손해라고···."

"하여간 부잣집 도련님은 다른 사람과 금전 감각 자체가 다르네. 미화 오십만 불이면 홍콩 달러로는 거의 사백만 불이야.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조심해. 칼 맞아요."

"하하···!"

내 말에 리안이 박장대소를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에드릭 네가 그런 말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아? 어제 내가 본 대로라면 너야말로 이번에 비용 제외하고 천오백만 불은 벌지 않았어? 내가 부잣집 도련님일지도 모르지만 너는 이제 본인이 부자 아니야?"

"본인이 부자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 달에 천오백만 불···.

레버리지를 전부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56만 불을 투자해 2월 한 달 만에 번 돈이었다.

여전히 숫자에 불과해서 실감은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선물 계좌에 투자하고 있을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이제는 내가 원하면 현금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무리 리스크가 큰 만큼 기대 수익도 높은 선물과 옵션에 투자했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지난 한 달 동안 나스닥 지수는 600포인트, 24% 정도 하락했다.

한 주에 떨어진 지수만 따지면 작년 4월 초에 한 주 사이에 1000포인트가 떨어진 것이 최고였다.

하지만 그때도 한 달 기준으로는 600포인트 정도 하락할 정도로 시간이 가면서 하락 폭을 어느 정도는 회복했었다.

그런데 지난 2월은 나스닥 지수는 1월 금리 인하로 상승세였던 반발인지 거의 한 달 내내 지수가 하락했다.

더구나 작년 3월의 나스닥 지수가 최고점을 찍을 때 지수는 5000포인트, 4월 폭락 직전의 지수도 4000포인트 중반대였다.

그때의 600포인트와 지금의 600포인트는 하락 폭으로만 따지면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하락한 퍼센트로만 따지면 이번 달에 작년 폭락기보다 2배 정도 더 떨어진 셈이었다.

나스닥이 떨어질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떨어질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 부자라는 실감은 나지 않네."

리안의 집안 정도로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나도 살아오면서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천오백만 불은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내 돈이었다.

집안의 재산이나 거의 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AAM의 투자금과는 느낌이 달랐다.

리안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웃었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면 이야기해. 내가 그쪽으로는 조금 알고 있지."

"부자수업이라도 시켜주겠다는 거야? 그런데 어쩌나 나는 돈을 쓸 생각이 없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거금이 생긴 셈이지만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CIA를 발판으로 공직으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어제 왕 웬준을 처리하면서 완전히 포기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자로 나설 생각이었다.

최고가 될 생각이었다.

"한 달 동안 천오백만 불을 벌었으면 잠시 여유를 가져도 되잖아."

리안이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남의 말을 하듯이 하는데···. 그럼 너는 왜 여기서 매일 눈이 빠질 정도로 회사를 분석하고 모니터를 온종일 보고 있는 것인데?"

"···."

"그리고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힘 중 하나는 바로 탐욕이야. 인간에게 탐욕이 없었다면 아직도 동굴에서 그날그날 먹을 것을 사냥하면서 살고 있겠지."

"탐욕이라는 말을 들으니 벌써 머리가 아프네. 이미 가진 재산 다 쓰지도 못하실 분들이 왜 그렇게 욕심이 많은지···."

골치가 아픈 듯 목덜미 뒤를 주무르던 리안이 입을 열었다.

"진짜 이제 뭔가 수를 내야 할 것 같아."

"무슨 수?"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이런 모습에 리안이 눈꼬리가 올라갔다.

"모르는 척할 거야! 내 고객들 말이야."

"아···. 그분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더니 그만둘 기미가 없어."

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주 많이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하시는데?"

내가 물었다.

"그게 참···."

리안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말씀들 하시는 것 들으면 왕 웬준 팀장 말을 완전히 믿으시는 것은 아니더라고···. 너는 기분이 나쁠지 모르지만 네 투자수익률은 그냥 초보자가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들 하셔."

"그래?"

"응."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홍콩에서 부자로 살아남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고 승리자가 됐다는 의미였다.

그들 인생에 잠깐 자신들을 앞서갔던 사람들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자신들을 앞서갔던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장거리 레이스에서 승리한 그들에게 나는 잠시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었다.

"그럼, 말이 안 되잖아? 그런 분들에 너한테 계속 전화를 하시는 이유가 뭔데?"

"자존심 그리고 무료함?"

"···."

"내가 그분들 자금을 어떻게 받았는지 알아?"

"당연히 모르지."

"한분 한분 찾아가서 다른 분 이름을 대면서 여기서는 양 대인께서는 자금을 맡기셨다는 이야기를 하고 저기서는 장 대인께서 이번에 돈을 맡기셨다고 이야기하고 이런 식으로 설득했지. 우리 아버지는 그분들과 두루두루 친했지만, 그분들 중에는 서로 앙숙인 분들이 꽤 있거든. 뭐 그분도 내가 그분들을 찾아다닌 사실을 아셨지만, 선뜩 내게 돈을 맡겨주셨어. 어차피 그분들께 큰돈도 아니고···. 뭐 손해나면 내 건물로 갚으면 된다는 농담을 하시기는 하셨지만···."

정말 그게 농담이었을까?

리안의 건물이 금덩이로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그분에게는 우리가 다른 사람 돈은 맡고 자기 돈은 안 맡을까 봐 투정을 부리시는 것이지. 정말 네가 꺼림칙하면 내가 거절할게. 어차피 그분들도 무슨 엄청난 수익을 바라시는 것들도 아니야. 일단 투자하시겠다는 금액 자체가 그리 많은 금액이 아니시거든. 정말 안 받아도 된다니까···."

말을 마친 리안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안 받아도 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리안에게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지인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투자 건에 대해서는 어제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그럼 받지 뭐···."

"정말 받아도 돼?"

"다만 지금 우리가 관리하는 투자금하고 같이 운용할 수는 없어. 그 투자금은 잃어도 되지만 다른 분들의 자금은 그러면 안 되잖아."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수익률이 높기는 하지만 투자 결정은 어디까지나 순간순간 내 감에 따라 이뤄지고 있었다.

감이 언제나 맞을 수만은 없었다.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의 면면을 생각하면 조금 안전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었다.

"AAM 자회사로 투자회사를 세워서 펀드를 만들 생각이야. 일종의 사모펀드 형식이지. 펀드 운용은 일단은 여기 류오린을 통해서 나와 내가 하는 것으로 하고···. 편법이기는 하지만 대주주인 너나 그분들이 하겠다면 류오린이 뭐라고 할 거야."

"그렇기는 하지."

금융회사 중에는 회사 직원이 따로 증권투자를 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곳도 많았다.

따로 투자하다 보면 고객에게 투자 자문을 하는 일과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사서 손해를 본 주식을 고객에게 구매를 권유해서 넘긴다든가 하는 일 말이다.

하물며 따로 투자회사에서 회사 밖에 펀드를 따로 만들어서 그 자금 운용만 따로 하는 일을 그냥 두고 볼 투자회사는 없었다.

이런저런 단계를 밟는다면 법적으로는 불법이라고 할 수 없었다.

류오린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리안을 포함한 홍콩 쪽 주주들의 묵인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막말로 지금 나나 리안이 가지고 있는 자금만 있다면 류오린을 나가서 따로 세울 수도 있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일을 하기 어려웠지만, 류오린이 그런 사정까지 알 수는 없었다.

"뭐 그분들도 나를 완전히 믿기는 어려우실 테니 펀드 설정 기간은 일 년 정도···. 성과급의 기준은 미국 연준 금리나 모건스탠리 국제 주가지수인 MSCI 그리고 솔로몬 스미스 버니 국채 수익률 정도로 하지. 그래도 믿고 투자했는데 그런 안전 자산들보다는 수익률이 높아야 하잖아. 어때 내 생각은? 세세한 사항은 검토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그림은 좋네. 언제 거기까지 생각한 거야?"

"어제. 그리고 새로운 투자회사 대표는 왕 웬준 팀장이 괜찮을 것 같아."

"왕 웬준 팀장?"

"짜증이 나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능력은 쓸만하잖아."

"마음에 안 드는데···."

"어차피 너나 내가 투자회사의 대표가 되기는 불가능하잖아···."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신고만 해도 가능하고 법인을 설립 유지하는 비용도 일 년에 몇백 불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투자회사는 조금 규정이 까다로웠다.

아무리 해외에 자회사를 세운다고 해도 자금을 모집해서 투자하려면 많은 나라에서 최소 금융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했다.

나는 당연히 없었고 리안도 조금 모자랐다.

물론 죽은 왕 웬준이 투자회사의 대표가 될 수 없었다.

혹시 경찰이 통화명세를 조사할 것에 대비한 핑계일 뿐이었다.

"어차피 대표라고 해도 지분은 AAM, 너 그리고 내가 삼 분의 일씩 가지고 있을 텐데 무슨 문제야. 그리고 어차피 1년도 안 돼서 없어질 시한부 회사야."

"나한테 투자회사 지분을 삼 분의 일이나 주는 거야?"

"1년 후에 회사 해산할 때 수익을 나누려면 지분이라도 있어야지."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어르신들께 가서 이야기해볼게."

당연히 왕 웬준이 대표가 되는 일은 없었다.

며칠째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집으로 찾아간 회사 사람에게 왕 웬준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홍콩 경찰은 왕 웬준이 집에 침입한 강도를 막다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시작되었다.

예전부터 사이가 나빴다는 웬 지하오 부팀장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홍콩 경찰이 찾아왔다.

"조사를 해보니 최근 상사였던 왕 웬준 씨와 자주 다투셨다고요?"

형사 중 한 명이 최근 내가 왕 웬준과 사이가 나빴다는 문제를 거론했다.

"죽은 분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그렇습니다만···. 최근 무슨 일인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저와 같이 일하는 파트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셨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조금 언쟁이 오가기는 했습니다."

"무리한 요구라면?"

"그 이야기라면 저보다는 제 파트너인 여기 리안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리안을 본 형사 중 한 명이 같이 온 경찰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했다.

놀라는 표정으로 보아서는 리안이 누군지 아는 눈치였다.

"흠흠···. 그건 따로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날 밤에 왕 웬준 씨와 통화를 하셨던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경찰은 리안을 놔두고 나에게 다시 질문했다.

"거 참···. 대놓고 차별하시네."

최근 왕 웬준과 사이가 나쁜 것은 나나 리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나에게만 질문하는 것으로 모습에 나는 살짝 짜증을 냈다.

"질문에나 답변해주시죠."

"왕 웬준 씨가 회사를 나가게 될 것 같아서 일자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일자리라니요?"

"투자회사의 대표 자리입니다."

"투자회사요? 정확히 어떤···."

"그건 제가 말하죠."

옆에서 듣던 리안이 끼어들었다.

"안 웨이, 양 하이셍, 장 페이 그 외에 여러 대인분께 자금을 받아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려고 하는 회사입니다."

리안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에 경찰이 깜짝 놀란 듯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설마 그분들이 제가 생각하는···"

"맞습니다. 여러분도 이름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아···. 그분들께도 경찰을 보냈나요? 그분들도 왕 웬준 팀장님과 최근에 전화 통화를 하셨다고 하던데요?"

"아직···. 가장 최근에 통화한 사람부터 조사하는 중입니다."

경찰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요.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제가 대인분들께 형사분들이 찾아갈 것이라고 말씀드리면 아마 직접 만나주실 겁니다."

"그건···."

"통성명은 나중에 하시고···."

나는 리안의 어깨를 잡아 그를 말리며 경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조사나 끝내죠. 저 바쁜 사람입니다."

"그날 밤 뭘 하셨는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무슨 의심 해서 묻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통상적인 절차라서···."

경찰은 처음과는 기가 죽어 있었다.

"그날 제가 투자한 나스닥 증시가 불안해서 밤새 회사에서 거래 창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혹시 그 사실을 증명해줄 증거나 증인이 있습니까?"

"잠시만요."

나는 내가 그날 밤 거래한 명세를 뽑아 경찰에게 보여주었다.

경찰에게 보여준 거래 명세에는 내가 이십 분에서 삼십 분 단위로 나스닥 선물을 사고판 것으로 나와 있었다.

회사에서 왕 웬준 집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면 갔다 오기에는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통상절차였을 뿐입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경찰은 사과하고 떠났다.

내가 알리바이를 만들어 둘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나가기 전 실행한 프로그램에 덕분이었다.

예전 에디 미첼에게 받은 프로그램을 조금 변형해 입력된 조건에 따라 거래를 자동으로 하게 되어 있었다.

뭔가 변수를 잘못됐는데 프로그램의 거래로 오십만 불을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회사를 나갔다 올 동안 회사 건물의 CCTV도 피해서 이제 나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어도 내가 왕 웬준을 처리했다는 것을 증명할 증거는 없었다.

일은 잘 해결됐지만, 기분은 좋지는 않았다.

리안과 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나 리안이 고객 이름을 대는 순간 경찰이 보인 모습에서 내가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왕 웬준의 최근 압박에 가장 불쾌하게 생각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리안이었다.

리안은 감히 왕 웬준이 자신에게 협박 비슷한 말을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경찰이 찾아와 심문하듯 질문을 한 사람은 리안이 아니라 나였다.

아니 당장 가장 왕 웬준과 사이가 나쁜 사람인 웬 지하오였다.

그런데도 웬 지하오에 대한 조사도 나보다는 훨씬 형식적이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는 말 그대로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류오린에서 며칠째 가장 중요한 부서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투자팀의 업무는 사실상 중지되었다.

홍콩 경찰의 수사는 의욕에 찬 경찰 중 한 명이 왕 웬준의 고객들에 대한 조사로 확대했을 때 거짓말처럼 수사가 중지되었다.

왕 웬준의 고객이나 최근 통화 목록 중에 홍콩 경찰이 건드릴 수 없는 이름들이 줄줄이 나온 것이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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