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파이, 슈퍼리치 되다-58화 (59/270)

서몽

# 불안을 없앨 수 있는 것은 행동뿐이다.

CIA 보안등급 상승이 가져올 영향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금융시장은 돌아갔다.

수요일···.

여느 때처럼 우리는 한 주 동안 투자결과를 검증해보았다.

"러시아는 지난 한 주 동안 4.5%나 올랐습니다."

브레이크가 보고했다.

"러시아에 투자하고 처음 상승률치고는 꽤 좋은 수익률이네요. 일단 러시아에 투자했던 AAM의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죠."

브레이크에게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처음 투자라서 같이 한 것일 뿐 AAM의 자금을 러시아에 계속 묶어 둘 생각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브레이크가 대답했다.

"이번 투자 러시아 투자수익은 백만 달러인가?"

리안이 말했다.

"맞아. 이제 AAM의 투자원금이 이제 이천사백만 달러로 늘어난 셈이지."

작년 말에 구백만 달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2.67배로 늘어난 셈이다.

수익률만 따지면 167%였다.

금액만 생각하면 AAM보다 내 개인 회사인 W&R의 투자금이 5배가 넘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완전히 회사인 W&R보다는 똑같이 내 소유이기는 하지만 투자원금을 갚아야 하는 AAM에 더 애착이 갔다.

W&R의 투자금이 운 좋게 옵션과 선물 투자 성공으로 늘어난 것이라면 AAM 투자금은 매주 발로 뛰면서 번 돈이었다.

물론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W&R을 선택할 것이다.

"나스닥은 지난주에 13% 올랐어. 레버리지를 2배로 썼으니 26%의 수익률을 얻은 셈이지. 금액으로는 이천육백만 달러, 지금 청산하면 일억이천육백만 달러 정도야."

리안의 말에 나는 잠시 어떻게 할지를 생각했다.

한 주에 13% 올랐으면 많이 오른 셈이다.

아무 일도 없다면 이 정도에서 청산했을 것이다.

"나스닥 선물은 잠시만 더 기다려보자."

내 말에 리안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다리자고? 여기서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거야?"

리안이 물었다.

"며칠 후에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회의가 있잖아. 기사를 읽어보니 이번에 다시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글쎄···. 올해 이미 3번이나 금리를 인하했는데 또 내릴까?"

리안은 금리 추가 인하에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전에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린스펀은 언제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할지를 정하는 데는 본능적인 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금리 인하를 해왔어."

"···. 알았어. 뭐 이번 주에 13%나 올랐는데 떨어진다고 해도 얼마나 떨어지겠어."

리안은 여전히 금리 인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지만 설사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 한 주 더 기다린다고 손해를 볼 일은 없잖아. 기다려 볼 만할 것 같아."

"알았어. 나야 일 안 하고 좋지 뭐···."

리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그런 리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쩌나···. 내가 그런 꼴을 두고 볼 생각이 없는데!"

리안을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뭐?"

"나스닥에 투자한 일억 불 말고 W&R에 남은 투자금이 천오백육십만 달러 있잖아. 혹시 모를 포지션 청산을 대비해서 남겨둔 금액이었는데 지난주에 13%나 올랐으니 이제 계속 놀려둘 필요 없잖아."

"그렇기는 하지···."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느 정도 이번에 연준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수익률만 생각하면 남은 천오백육십만 달러를 레버리지를 최대한 써서 다우나 나스닥이나 선물 혹은 옵션에 투자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투자할 생각이었으면 이미 지난주에 나스닥에 투자할 때 지금보다 훨씬 많은 레버리지를 썼을 것이다.

이제 내 투자금은 수익성도 수익성이지만 안정성도 어느 정도 필요한 때였다.

그런 연장 선상에서 남은 천오백육십만 달러는 미국 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돈은 죽은 돈이었다.

"남은 자금은 아시아 쪽에 투자 해보려고···."

"아시아? 어디에 할 생각인데?"

리안이 물었다.

"한국과 태국···!"

"한국과 태국? 무슨 정보라도 있는 거야?"

"특별한 정보는 없어. 그냥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 주식 시장이 미국 시장의 추세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더라고···."

"그야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에 자국의 경제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따라가잖아."

"한국의 주식 시장이 미국의 주식 시장과 같은 흐름을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한국은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야. 그러니 자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인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거지."

"그래도 그것도 어느 정도지. 미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업들의 주가까지 미국 기업의 주가를 따라간다는 것이 말이 돼? 한국은 미국 주식 시장과의 주가 동조화가 너무 심해."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어. 당장 이번 주에 나스닥이 13%나 올랐는데 한국 주가는 0.5%지만 오히려 떨어졌잖아."

나는 나름의 논리로 반박했다.

"그래서 다음 주에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거잖아. 오히려 나보다 더 한국 주식 시장이 미국 주식 시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너 아니야?"

"···."

나는 별다른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상하게 최근에 계속 리안과의 대화에서 밀리는 기분이었다.

"한국은 그렇다고 치고···. 태국에는 왜 투자하려는 거야? 미국 나스닥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식 시장은 대만의 주식 시장인 것 같은데?"

리안이 물었다.

리안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때라면 나스닥이 급등했을 때 대만에 투자했겠지만, 이번 주에도 별로 전망이 안 좋을 것 같아."

나는 이번 주, 대만 증시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었다.

"왜? 지난 열흘 동안 증시가 안 좋았던 것은 하이난 사고 때문이잖아. 이제 미국이 사과도 했고 중국은 그 사과를 받아들여서 승무원도 돌려보냈잖아. 이미 다 끝난 문제 아니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하여간 이럴 때 보면 순진하다니까."

나는 리안의 얼굴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뭐야? 그 기분 나쁜 웃음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거야?"

"미국은 "Sorry"라고 말했지. Sorry가 사과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외교적으로 쓰일 때는 "유감"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거든···. 아마 승무원들을 돌려받는 순간부터 미국은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걸."

"그런가? 그럼 미국이 중국을 속였다는 말이야?"

"속인 것은 아니지. 아마 중국 정부도 사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걸. 하지만 조종사가 죽은 상황에서 그런 '유감'이라도 받지 않으면 중국 국민을 진정시킬 수 없으니까 받아들인 거야. 미국이 진짜로 사과하면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제공권을 포기한다는 의미야. 그렇게 되면 대만은 어떻게 되겠어? 미국의 항공 지원 없이 대만이 중국에 대항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렵지."

리안이 말했다.

이미 지금처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기 전부터 중국의 국력은 대만을 능가했다.

하물며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다음 주나 다음다음 주에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행동을 취할 거야. 뭐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다거나 무기를 판다거나 할 거야. 대만 주식 시장이 회복하는 것은 그 이후야."

고개를 끄떡이던 리안이 옆에 있는 카이 황을 바라보았다.

카이 황이 리안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리안은 카이 황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나에게 돌렸다.

"그럼 태국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뭐야?"

"혹시 야마시타 골드에 대해서 들어봤어?"

내가 되물었다.

"이차대전 후반기에 일본 장성인 야마시타가 동남아에서 모은 금을 필리핀에 숨겨놓았다는 이야기?"

리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갑자기 도시 전설 같은 야마시타 골드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그 야마시타 골드 중 일부가 태국에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1997년 태국 외환위기 때 잠깐 화제가 된 적이 있어. 태국에 숨겨진 야마시타 골드를 찾아서 외환위기를 벗어나자는 주장이었지."

내 이야기에 리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태국에 대한 투자와 무슨 상관이야? 설마 태국에서 그 금괴가 발견이라도 됐다는 말이야?"

"그럴 리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필리핀도 아니고 태국에 야마시타 골드가 있다는 말을 당연히 안 믿는데···. 며칠 후에 태국의 탁신 총리가 야마시타 골드가 숨겨져 있다는 곳을 방문한다고 하더군."

리안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농담이지?"

사실 나도 리 슈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야마시타 골드라는 것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기는 했다.

실제 필리핀의 독재자였던 마르코스가 야마시타 골드 중 일부를 찾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마르코스가 필리핀에서 달아나면서 그 금괴를 미국에서 줬다는 소문···.

가능성은 별로 없는 이야기였다.

마르코스가 어느 정도 금괴를 찾았을 수는 있지만, 소문에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양일 가능성은 없었다.

하물며 필리핀도 아닌 다른 곳에서 야마시타 골드를 찾을 가능성은 더 낮았다.

그런데 투기꾼이나 사기꾼도 아니고 한 나라의 총리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일본군이 숨겨놓은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곳을 직접 방문하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농담이 아니야. 사실이더라고···."

내가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태국 총리가 금괴가 묻혀있다는 소문이 있는 곳을 방문한다고 해도 그 소문 때문에 태국에 투자한다는 말이야, 지금?"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국 총리야 테러도 있고 정국이 어수선하니 일종의 쇼로 그런 일을 벌인다지만···. 너는 뭐야? 월가에 금괴나 석유를 찾아다니는 소규모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못 들어봤어?"

리안이 나를 미친놈을 보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연히 소문 때문은 아니지. 최근 태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아. 지난주 테러에도 잘 버티고 있고···. 그리고 물론 금괴나 석유를 찾아다니는 소규모 기업이 투자하지 말라는 말은 맞는데···. 어쨌든 초반에는 주가가 오르잖아. 내가 태국에 계속 투자할 것도 아닌데 금괴가 있든 말든 상관없지."

"너, 정말··· 못 말리겠다."

리안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태국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탁신의 행동력을 봤기 때문이었다.

탁신은 십 년 만에 태국 최고 부자 중 하나가 된 사람이었다.

탁신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가는 곳에 금괴가 있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비웃음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소문의 장소를 간 것은 그런 행동을 통해서 국민에게 자신이 직접 행동한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기업인으로서만 아니라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알고 행동할 줄 아는 정치적인 능력도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불안을 없앨 수 있는 것은 행동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류오린 내의 불안요소인 웬 지하오에게 가벼운 잽을 날려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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