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파이, 슈퍼리치 되다-65화 (66/270)

서몽

#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말해줄 수 없다.

웬 지하오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 이 자식, 네 짓이야!"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내가 말했다.

"너···."

웬 지하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행동과 대비되는 내 여유로운 모습에 오히려 화가 난 듯했다.

"지난주에 일본에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야!"

웬 지하오가 다시 소리쳤다.

"그렇습니다만?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내가 대답했다.

"일본 공장 인수를 방해한 사람이 진짜 너라는 말이군."

웬 지하오가 말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는 내가 자기 일을 방해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마 내가 그보다 체격이 왜소하다면 그랬을지도 몰랐다.

상황이 심각해 보이자 리안이 앞으로 나섰다.

"남의 사무실에 와서 이건 무슨 무례한 행동입니까?"

리안이 웬 지하오를 보며 말했다.

그는 웬 지하오가 온 이유를 알고 나를 도와주려고 나선 셈이었다.

리안은 내가 웬 지하오의 일을 방해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 별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남에게 자기 생각을 숨기는 데 별로 익숙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고개를 돌려 카이 황을 바라보았다.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 나서 달라고 부탁을 했다.

카이 황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점심시간인데 식사나 하러 나가죠. 아무래도 웬 팀장님께서 우리 팀장님께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요."

카이 황의 말에 리안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우리만 나가는 것은···."

나는 리안의 팔을 잡아 그의 말을 막았다.

리안이 나에게 고개를 돌리자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식사나 하고 와."

"아니 지금 상황이···."

리안이 뭔가 다시 말하려고 했다.

그때 카이 황이 다시 끼어들었다.

"여기 일은 에드릭 팀장님께 맡기도록 하죠. 우리 팀장님이 이 정도 일을 혼자 처리하지 못하시겠습니까? 저희가 믿어드려야죠."

카이 황이 리안을 끌듯이 함께 나갔다.

당연히 브레이크도 그들과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팀원들이 사무실을 나간 후 나는 웬 지하오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이 무슨 이야기입니까? 공장 인수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네요?"

나는 모르는 척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본 공장 인수는 웬 지하오가 추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도 류오린의 직원이었다.

내가 여전히 류오린에 근무하는 상황에서 회사 일을 방해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네가 일본에 있을 때 인수대상 공장에서 갑자기 그 문제로 파업을 시작한 게 우연이라는 말이야?"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억지를 부려도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제가 일본에 있었다는 것과 웬 팀장의 일이 일본에서 하는 일이 잘못된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일본 방문한 사람들이 몇 명인데요."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웬 지하오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네가 일본에서 한 짓 아니야? 누가 돈을 주고 공장직원들을 부추겼다고 하던데···."

"그게 저라는 말씀입니까?"

내가 되물었다.

설마 웬 지하오가 돈을 주고 사주한 것까지 알아낼 줄은 몰랐다.

"이미 다 알고 왔어. 의뢰를 한 사람이 키가 아주 컸다고 하더군. 내 일을 방해할 사람 중에서 그 정도 키를 가진 사람은 너뿐이야!"

웬 지하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져 있었다.

이제는 내가 했다고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웬 지하오의 말에 나는 속으로 많이 놀랐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내가 이용한 심부름센터까지 찾아내서 정보를 얻은 듯했다.

거기까지 알아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고객의 정보를 넘기다니?

불량해 보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잔금을 안 줬더니 이 자식들이 고객의 정보를 팔아넘겼나 보네.'

더구나 겨우 며칠 만에 이 정도까지 알아내다니 약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제가 팀장님 일을 방해했다고 생각하시는 근거가 제가 일본에 있는 동안 일이 생겼고 그 일에 키가 큰 사람이 관여됐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럼 아니라는 말이야!"

"어이가 없네요. 제가 지난 일 년 동안 일본을 방문한 횟수만 10번이 넘습니다. 그 대부분이 웬 팀장님이 회사에 오기 전이고요. 앞으로도 방문할 생각이고요. 더구나 키가 크다고 그것이 무슨 증거라는 말씀입니까? 도대체 팀장님 인수를 방해하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군데요? 그 정도까지 알아내셨으면 이름이나 인상착의라도 있을 것 아닙니까?"

내가 웬 지하오에게 물었다.

"그건···."

웬 지하오가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심부름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일본 가명에 일본어를 사용했다. 더구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안경이나 수염 같은 간단한 변장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눈과 기억.

모두 불완전했다.

인간의 눈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고 기억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한다.

CIA에는 이런 눈과 기억의 착각을 이용하는 방법이 잘 연구되어 있었다.

아마 그때 나를 상대했던 유타라는 자를 지금 눈앞에 데리고 온다고 해도 내가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사진이라도 있다면 다르겠지만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웬 팀장님이 하시던 일이 잘못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팀장님의 무능을 다른 사람 핑계를 대서는 안 되죠."

"뭐야!"

웬 지하오가 나를 노려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의 눈은 말 그대로 나를 향한 분노로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일을 실패한 원인을 제대로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주간지에 온통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섰던 하시모토 총리가 중국과 결탁해서 일본의 기술을 팔아먹는다는 기사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

"설마 그 정도도 파악하지 못한 겁니까?"

나는 웬 지하오를 보며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오셨으면 홍콩에 적응해야지···. 상하이에서야 찾아오는 사람만 만나고 중국의 상황만 파악하면 되었겠죠. 하지만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여기는 홍콩입니다. 상하이에서 하던 행동을 여기서도 그대로 하시는 것입니까? 좀 더 큰 그림을 보라는 말씀입니다. 장자(莊子)에 이런 말이 나오지요. 정저지와(井底之蛙), 정와부가이어해(井蛙不可以語海).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말해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외국인인 저도 아는데 정작 중국인인 팀장님이 모르신다는 말씀입니까?"

내 말에 웬 지하오가 발끈했다.

"지금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야!"

"상하이가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이제 팀장님은 홍콩에서 세계를 상대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일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 휩쓸린 작은 일입니다. 팀장님은 그런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어려움에 빠진 것이고요. 저라면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기 전에 고이즈미가 일본 총리가 된 후에 어떻게 공장 인수를 계속 진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웬 지하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마 그는 조사를 보낸 사람에게서 공장 노동자를 부추긴 사람에 대해 듣는 순간 나라고 확신하고 달려온 듯했다.

웬 지하오는 내가 당시 일본에 있었다는 사실과 내가 일본어를 거의 완벽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여러 가지로 나와는 껄끄러운 사이였으니 나를 의심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하지만 내가 주간지에 나온 기사와 자민당 총재 선거를 연결하는 순간 확신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 소식을 듣기 전에는 굳이 돈을 써가며 공장 인수를 방해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 선거와 연관됐고 그 사실이 대대적으로 기사화되었다면, 중국 기업의 일본 전자 공장 인수를 방해할 사람은 수없이 많았다.

잠시 고민에 빠진 듯 말이 없던 웬 지하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상황이 그렇다고 해도 의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야. 만약 조사해서 이번 일을 방해한 것이 너라는 사실이 확실해지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여전히 나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나를 물고 넘어가는 것을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입꼬리를 울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사실로 밝혀지면 어쩔건데요?"

내 말에 웬 지하오는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너 이 자식! 지금···."

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저는 아닙니다. 하지만 설사 제가 했다고 해도 웬 팀장님이 뭘 하실 수 있는데요?"

웬 지하오가 삿대질하며 흥분했다.

"이게 지금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인 줄 알아! 사실이라면 당에서도 신경을 쓰는 일을 네가 방해한 거야!"

"거참 말을 알아듣지 못하시네. 저는 아니라니까요. 증거도 없이 이런 식으로 무고하시면 저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뭐야!"

웬 지하오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가 나를 향해 뻗은 손을 잡아 뒤로 꺾었다. 그리고 웬 지하오의 머리를 탁자 위에 내리눌렀다.

"지난번에 내가 분명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뛰다가는 오래 살지 못한다고 말했을 텐데···. 그때 교훈이 부족했나 보네."

웬 지하오가 얼굴을 탁자 위에 눌린 채 발버둥을 쳤다.

"너···. 너···. 네가 이러고도 괜찮을 것 같아···. 이거 안 놔!"

나는 잡은 웬 지하오의 오른팔에 힘을 약간 주었다.

"악! 이 개자식!"

나는 고개를 숙여 웬 지하오의 귀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

"강아지도 아니고 그냥 개구리인가?"

웬 지하오가 발버둥을 멈췄다.

자신이 발버둥을 칠수록 내가 손에 힘을 더 주자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입은 멈추지 않았다.

"너 이 자식!"

"회사에서 너와 나 둘 중의 누굴 선택할 것 같아."

"상하이에서 나를 버릴 것 같아!"

웬 지하오가 다시 발악하듯 말했다.

"너도 알잖아···. 너 정도는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야. 류오린에서는 나와 계약이 끝나기까지 나를 못 버려. 류오린에서 요청하면 상하이에서 너를 계속 보호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상하이에서도 밀려서 홍콩으로 온 너를?"

"이···."

나는 웬 지하오의 팔을 풀고 그를 다시 일으켰다.

"내가 널 처리할 수 없어서 가만두는 줄 알아? 다음에 이번처럼 또 내 사무실에 쳐들어오면···. 그때는 너에게 당하는 일은 다 네가 자초한 일이 될 거야."

나는 내 앞에서 서 있는 웬 지하오의 양복을 손으로 털면서 계속 말했다.

"우물 밖에서 살아남으려면 개구리가 아니라 자신이 적어도 개는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지요. 개는 사람들 눈치는 볼 줄 알잖아요? 안 그래, 팀장님?"

나는 웬 지하오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를 잠시 노려보던 웬 지하오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웬 지하오가 나간 후 나는 곧바로 일본 공장에서의 일을 웬 지하오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를 조사했다.

일본에서 짧은 기간에 그 정도 조사를 며칠 만에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런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내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웬 지하오의 부하 팀원을 통해 웬 지하오에게 알려준 사람의 이름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의외의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장 부팀장님."

내 인사에 장 샤오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반가워요. 워낙 바쁘신 분이라 이렇게 해야 만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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