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파이, 슈퍼리치 되다-66화 (67/270)

서몽

# 가치가 있는 것에는 다툼이 따른다.

장샤오이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웬 지하오에게 일본에서 공장 인수를 방해한 것이 나라는 이야기한 사실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감췄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웬 팀장님께 이상한 소리를 하셨더군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먼저 저를 찾아오셨잖아요."

장샤오이는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찾아오기를 바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신 건가요?"

"저와의 자리를 피하시는 것 같아서요. 제가 몇 번 연락을 드렸는데 매번 바쁘시다고 하시니 좀 무리한 방법을 써 봤어요."

"제가 언제 피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것뿐입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지어 보였다.

장샤오이의 말대로 그녀는 류오린에서 내가 가장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던 사람이었다.

화보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델과 같은 키와 몸매를 키와 몸매를 가진 미인이었다.

아마 그녀가 태자당이라는 말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났다면 내가 먼저 접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태자당 출신이라면 그녀는 나에게는 움직이는 폭탄과 같았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라면 설사 내가 CIA라는 사실이 드러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포될 가능성도 없지만 체포된다고 해도 미국이 요구하면 곧바로 미국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은 전혀 상황이 달랐다.

감옥에 갇힐 수도 있었다.

장샤오이와 가까이하는 것은 그런 위험을 몇 배나 높이는 행동이었다.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그런데 제 이야기가 아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요?"

장샤오이가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주에 일본에 계셨던 것도 사실이잖아요. 저는 웬 팀장이 인수에 관여한 일본 공장 직원들의 파업을 유도한 것이 제 눈앞에 있는 분이라고 꽤 확신하고 있어요."

장샤오이가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그건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붉어진 문제 때문인데···. 그걸 왜 저에게?"

나는 관련성을 부인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하시모토 의원과 중국 기업과의 유착관계가 쟁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주간지에 난 기사 어디에도 공장 이름은 없었어요. 지난주에 그 문제로 문제가 생긴 공장도 딱 한 곳이고요. 이게 우연일까요?"

장샤오이가 말을 마치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확실한 사실인가요?"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그래요."

"조사하셨다고요?"

나는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물었다.

"예."

장샤오이가 대답했다.

'왜 그렇게까지···?'

문제가 생긴 공장을 찾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정도까지 조사한다는 것은 처음 공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부터 누군가 개입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고 봐야 했다.

"제가 한 일이라고 확신하나 보군요."

"맞아요."

장샤오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대학 때 알던 에드릭이라는 선수는 상대의 약점이 드러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일본에 머물고 있을 때 하시모토 의원과 중국의 유착에 대한 의혹이 문제가 된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내가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였다.

장샤오이가 내게 계속 관심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계속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행동을 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물론 저는 그 일과는 관계없습니다만 장 부팀장님께서 저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시는 줄 몰랐네요."

나는 사실상 장샤오이의 말을 인정했다.

"말했잖아요. 대학 때부터 팬이었다고요."

장샤오이가 말했다.

"그 정도라면 인적 물적인 비용이 적지 않게 들었을 텐데···. 그렇게까지 하신 이유가 뭡니까?"

내가 물었다.

어떻게 이 정도 자세히 알아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사실은 공짜로 얻는 정보는 없다는 점이었다.

장샤오이가 내게 이렇게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팬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까 말한 것 같은데요? 덕분에 저를 피하시기만 하던 분이 먼저 찾아왔잖아요."

장샤오이가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저를 만나시려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물었다.

"친해지고 싶어서요."

"예?"

나는 장샤오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황당했다.

장샤오이는 일본에서 내 행적을 추측해서 조사하고 그렇게 알아낸 사실을 웬 지하오에게 넘겼다.

심지어 그 사실을 감추지도 않았다.

이렇게 해서 만나서 하는 말이 나랑 친해지고 싶다니···.

"상대방을 뒷조사하는 것과 친해지고 싶다는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네요."

"남녀 사이라면 당연히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것은 에드릭이라는 남자가 아니라 정확한 판단을 하는 에드릭이라는 투자자예요."

장샤오이가 덧붙였다.

"아, 물론 에드릭이라는 남자에게 관심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우선순위의 문제라는 것이죠."

충칭 미녀들이 적극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할 줄은 몰랐다.

이건 다른 이야기인가?

"정확히 원하는 것이 뭡니까?"

나도 대놓고 물었다.

"단순하게 이야기해서 친해지고 앞으로 서로 돕자는 이야기에요. 당장은 리안 씨처럼 함께 일을 하기는 어려운 것은 알아요. 그래도 리안 씨가 홍콩이나 아시아의 화교들과 같이 일을 할 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관련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제가 더 도움이 될 거예요."

"그건 어렵겠습니다."

나는 바로 거절했다.

"···."

장샤오이는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 부팀장님은 지난번에 본인 팀에 들어오라고 할 때와 달라진 것이 없네요. 아니··· 어떤 면에서는 지난번보다 더 최악입니다. 뒷조사를 통해 자신의 배경을 과시하시려고 하다니요. 제가 리안 씨와 일을 함께 하는 것은 옆에서 반년이 넘는 동안 지켜보며 리안 씨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지 그의 배경 때문이 아닙니다. 도대체 장 부팀장님이 류오린에 와서 지금까지 뭘 보여줬는지 모르겠네요."

"그건··· 아직···."

나는 손을 들어 장샤오이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아, 물론 같은 회사에 있으니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하지만 저와 진짜로 일을 함께하시려면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시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대학 때부터 저를 알았다는 말이나 본인의 능력이 아닌 배경의 힘이 아니라요. 그럼 저는 이만···."

나는 몸을 돌려 휴게실을 나왔다.

그 만남 이후 장샤오이로서는 별다른 말이나 반응은 없었다.

@@@

주말이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

나는 출근하기 카이 황이 운전하는 차를 기다렸다.

리안은 이미 차 안에 타고 있었다.

내가 뒷좌석에 타자마자 리안이 나를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뭐야? 아침부터?"

내가 물었다.

"너 때문에 내가 어젯밤에 파티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아?"

리안이 투덜거렸다.

"갑자기 그건 무슨 말이야?"

내가 되물었다.

"어휴···."

리안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어제 파티에서 만난 사람이 내가 너와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더라."

"같이 일을 하는 사이잖아. 그게 뭐?"

"그런 의미가 아니니까 문제지."

"어째 좀 말이 이상한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너 장샤오이 거절했다면서?"

"거절하기는 했지만 설마···."

"맞아. 남자면 장샤오이 같은 여자를 거절할 수 없다는 거지. 그게 나랑 사귀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게 말이 돼?"

리안이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도 기분 나쁜 것은 마찬가지거든···. 나는 엄연히 스트레이트야. 어제도 여자를 만난 사람에게 그건 뭔 헛소리야."

"그야 너는 우리 파티에 참석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알 수가 없지."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홍콩 상류층들은 파티문화에 익숙했다.

파티가 홍콩 상류층들의 사교 공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도 파티에 참석하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참석하는 파티는 상류층이 모이는 파티라고는 하기 어려웠다.

내가 파티에 참석하는 이유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잘못 만났다가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상류층 파티에는 참석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나다니 어이가 없었다.

"너라도 해명을 하지 그랬어."

"당연히 했지. 내가 여자를 사귀지 않은 것도 아니니 어떻게 말이 통하기는 했는데···."

말을 마친 리안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딘지 음흉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소였다.

"그 웃음은 뭐야?"

"나야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지 그런데 말이야. 네가 거금을 주고 내 옆집으로 이사 온 것이나 돈이 있는데도 내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두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었어. 네가 나를 좋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설마 아닌지?"

리안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장난해!"

장샤오이에게 같이 일을 하자는 말을 들을 때보다 더 소름이 끼쳤다.

내가 젠장···.

"차부터 사!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아침마다 남의 차는 타고 다니는 거야?"

리안이 말했다.

내가 차가 없는 이유는 얼마 전까지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전에도 매달 거의 10만 불 이상 돈을 받던 내가 돈이 없다는 말을 하면 이상하겠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홍콩은 세계적으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지만 자가용 보유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홍콩의 인구는 작년 2000년 기준으로 666만 명이었다.

그런데 홍콩에 등록된 차량 대수는 많아야 50만대 정도였다.

홍콩 주민 열 명 중 한 명도 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것도 택시와 같은 영업용 차량이나 법인에 소속된 차량을 빼면 훨씬 낮아진다.

차를 가지고 있는 홍콩 주민은 많아야 스무 명 중에서 한 명에 불과했다.

좁은 홍콩에 차량 대수가 늘어나는 것을 홍콩 정부가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홍콩은 세계적으로 차량 유지비가 가장 많이 드는 도시였다.

등록세가 적게는 차 가격의 40%에서 115%까지 내야 한다.

그리고 매년 등록세와 비슷한 세금을 내야 한다.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홍콩에서는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우리가 출근하면서 타고 있는 BMW 7시리즈의 경우는 내야 하는 세금만 억대였다.

여기에 리안은 다른 슈퍼카도 있었다.

그 차는 사용하지 않는 평일에는 전문회사에 관리를 맡기고 있었다.

한 해에 몇십만 불 버는 정도로는 홍콩에서 괜찮은 차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돈이 생긴 이후에는 굳이 차를 살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예전에는 회사 옆 호텔에서 묵었고 이사를 한 이후에는 리안의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차를 사야 할 때였다.

아무리 귀찮아도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내가 귀찮아도 차를 산다, 사! 혹시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최대한 빨리요!"

나는 운전을 하는 카이 황을 보며 물었다.

"새로 구매를 하지 않으셔도 당장 필요하시면 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차량이 있나요?"

"어떤 차들이 있는데요?"

내가 되물었다.

"차량 보유가 어려운 대신 어지간한 고가의 차량은 대부분 홍콩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그 차들 상당수가 도련님처럼 평소에는 관리업체에 보관해 놓은 상황이고요. 에드릭 님 정도라면 믿고 빌려줄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카이 황이 말했다.

"추천해 주실만 한 차량이 있나요? 혹시 모르니까 BMW나 페라리는 빼고요. 누구 따라서 BMW나 페라리 타고 다닌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서요."

"그럼 벤틀리 아르나지 어떻습니까? 지금 살고 계신 집 차고에 있던 벤틀리 아르나지가 현재 업체로 보내져 보관된 상황입니다.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별로 탄 적이 없는 새 차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그래야겠네요. 일단 빌려서 타다가 회사 명의로 적당한 차를 사야겠어요."

다음날 카이 황은 업체에 보관되어 있던 벤틀리 아르나지를 집으로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그 차를 타고 출근해보지도 못하고 필리핀 마닐라로 가야만 했다.

쫓겨났던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체포로 필리핀 정국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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