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파이, 슈퍼리치 되다-109화 (110/270)

#110.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긴다

1.

어제 리안의 반응으로 팀원 중에도 반대가 있을 줄은 예상은 했다.

하지만 팀원 모두가 새로운 투자 방침에 반대할 줄은 몰랐다.

“다른 분들 생각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이죠?”

내 질문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최근 몇 주간은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팀장님이 러시아 외에 동유럽에 투자해도 된다고 이야기하셨는데도 러시아 외에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지난 거래 세금 처리도 다 못 한 상태입니다. 여기서 더 투자 국가를 늘린다면 저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팀원을 추가 채용한다고 해도 같은 생각입니까?”

내가 팀원을 보며 물었다.

“팀원 신규 채용에는 찬성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투자 방침을 바꾸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리안이 대답했다.

잠시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다른 팀원을 보니 그들도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일단 두 명 정도 팀원을 늘려서 리안 씨와 브레이크 씨의 업무 부담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업무 부담을 줄인다면 정확히 어떤 업무 부담을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리안이 물었다.

“현재 우리 팀의 선물 거래 규모는 처음보다 많이 늘어났습니다. 두 분 모두 거래할 양이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울 정도죠. 그래서 이번에 두 분의 지시를 받아서 선물이나 주식 매매를 할 직원을 구하려고 합니다.”

내 대답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새로운 직원의 인센티브는 어떤 식으로 지급됩니까?”

브레이크가 물었다.

아무래도 그는 자신이 받는 인센티브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지시를 받아서 매매만 하는 직원에게 여러분과 같은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는 없죠. 기본급 미화 10만 달러, 홍콩달러로는 78만 달러를 주고 연말에 팀 인센티브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할 생각입니다. 그럼 인센티브로 받는 금액이 연봉의 몇 배는 되니, 사람을 구하는 것은 쉬울 것입니다.”

류오린이 받은 0.5%의 매매 수수료 중에서 우리 팀은 절반인 0.25%를 받고 있었다.

예전 내가 받은 인센티브를 팀으로 확장한 것이었다.

0.25% 중에서 내가 0.1%를 받고 리안과 브레이크가 각자 자신이 거래하는 투자금의 0.1%를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0.05%가 팀 전체 인센티브였다.

0.05%라고 해도 앞으로 1년간 매주 5억 투자금을 매주 한 번씩만 거래한다고 해도 1,250만 달러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조민이 번쩍 손을 들었다.

“할 말이 있나요?”

내가 물었다.

조민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굳이 팀원을 새로 뽑을 필요가 있나요?”

“말한 것처럼 현재 우리가 거래하는 투자금이 리안과 브레이크 두 사람이 거래하기에는 너무 커졌기 때문에······.”

“팀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거래 금액이 더 커져서 네 사람이 감당할 수 없으면 그때는 어쩌실 것이냐는 이야기입니다.”

“그야 새로운 직원을 또 뽑아야겠지요.”

내가 대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내년에 회사를 그만두시고 독립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까?”

“그럴 예정입니다만······.”

“그런 주먹구구식 운영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뽑는 직원은 말 그대로 창구 직원에 불과한데······. 그런 고임금을 주고 채용하는 것도 비효율적이고요.”

조민의 말은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입니까?”

내가 물었다.

“2팀에 거래를 맡기는 것은 어떻습니까?”

“2팀요?”

“예, 최근 중국 증시가 별로 좋지 않아서 2팀의 인력에 여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년에 독립할 때까지 그런 2팀의 인력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매 수수료는요? 우리가 받는 0.25% 중에서 일부를 2팀에 지급해 줘야 하는데 그러면······.”

나는 말을 잠시 멈추고 리안과 브레이크를 바라보았다.

특히 브레이크의 표정을 살폈다.

나나 리안의 경우는 가진 재산도 재산이지만 RAM과 W&R의 주주였다.

그 때문에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막대한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브레이크는 2팀에 수수료를 지급하면 그만큼 받는 성과 보수가 줄어든다.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조민이 말했다.

“수수료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말입니까?”

“지금 팀이 받는 매매 수수료는 0.25%로 알고 있습니다. 이걸 0.3%로 바꾸고 그렇게 늘어난 0.05%를 2팀에 지급하면 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이미 말했지만 0.05%라고 해도 최소 천만 달러에서 최대 몇천만 달러였다.

류오린이 이런 막대한 금액을 그냥 순순히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류오린에서는 우리 3팀이 0.25%로 가장 높은 인센티브 비율이지만 홍콩의 다른 회사의 경우 매매 수수료의 최대 60% 즉 0.3%까지 받는 직원이 있습니다.”

조민이 말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류오린과 팀장님의 원래 계약은 2년 동안 AAM의 투자를 통해 버는 매매 수수료 중에서 50%, 즉 0.25%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게 팀으로 확장된 것이고요. 한마디로 조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죠.”

“AAM은 모르지만, W&R은 정식으로 유가증권 거래 허가를 받아서 직접 매매할 수도 있습니다. 허가 조건만 맞추면요.”

“W&R을 증권사로 만들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걸 류오린은 모르죠. 무엇보다 2팀의 팀장인 장샤오이 팀장의 실적을 올려 주는 일입니다. 류오린 경영진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제안이죠.”

장샤오이는 중국 태자당과 관계가 있었다.

조민의 말대로 류오린 경영진은 장샤오이의 실적을 올려 주는 조건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류오린 경영진에게 가기 전에 2팀장과 이야기를 해 봐야 하겠군요. 그런데 2팀이 우리 팀의 지시를 받으려고 할지 모르겠네요. 자신들의 몫은 0.05%밖에 안 되는데요.”

말이 좋아 실적을 올려 주는 일이지, 인센티브의 태반을 우리가 가지고 궂은일을 2팀에 떠넘기는 일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장샤오이가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었다.

“제가 한번 가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가끔 회사 밖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조민이 말했다.

“잠시만요.”

탁탁!

나는 오른손 중지로 회의실 탁자를 두드렸다.

탁자를 두드리는 일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도, 이런 일에 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 팀원을 보낼 수는 없죠. 제가 가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팀원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투자 계획은 제가 리안 부팀장과 함께 의논해서 정하겠습니다.”

2.

“거래를 도와 달라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글쎄······. 저는 별로 끌리지는 않네요. 말이 도와 달라는 이야기지 사실상 그쪽 팀 뒤치다꺼리를 하라는 이야기 아닌가요?”

장샤오이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래요. 말씀하신 대로 인센티브가 그 팀이 0.25%이고 우리 팀이 0.05%라면 더욱 그렇죠. 제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하죠?”

장샤오이가 말했다.

그녀의 말투에서는 한기마저 느껴졌다.

“장 팀장님께도 이익이 되는 거래니까요.”

“이익이라······ 글쎄요.”

장샤오이는 여전히 끌리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팀 거래 규모를 알고 계십니까?”

나는 장샤오이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2억 달러 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장샤오이가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장 팀장님이 회사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금액입니다. 지금은 저희 팀만 4억 달러가 넘고 따로 9천만 달러를 다른 회사를 통해서 홍콩 선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내 대답에 장샤오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사이에 그렇게 늘었나요?”

장샤오이의 질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넉 달 사이에 2.5배 정도 늘어난 셈이죠. 만약 장 팀장님이 제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지금 다른 회사를 통해 거래하고 있는 9천만 달러를 2팀에 맡길 수도 있습니다.”

“이제 흥미가 생기네요. 그런데 류오린 밖에서 그런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게 이야기해도 되나요?”

“장 팀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다른 곳에 떠들고 다니실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거래는 외형적으로는 다른 회사의 고객을 장 팀장님께서 끌어온 것이니 그대로 2팀의 실적이 되겠죠. 더구나 홍콩 선물에 대한 투자이니 장 팀장님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될 테고요.”

장샤오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하네요.”

장샤오이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듣기로는 장샤오이는 꽤 실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물론 장샤오이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녀의 잘못이라면 중국 증시 자체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팀의 팀장이 된 것이었다.

흔한 말로 안 좋은 상황에서 안 좋은 위치에 있는 셈이었다.

작년부터 조짐을 보이던 중국 증권 시장의 하락은 올해 들어서 눈에 띄게 확실해졌다.

아직 중국 증시가 내림세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른 증시 예를 들어 연초와 비교하면 나스닥은 20% 가까이 폭락했고 닛케이 지수도 13% 이상 폭락했다.

심지어 홍콩 증시도 19% 이상 폭락했다.

거기와 비교하면 중국 증시는 연초와 비교하면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 올랐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내림세가 뚜렷했다.

93년 상하이 증시가 재개장한 이래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

심지어 아시아 금융 위기에도 중국 증시는 상승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중국 증시의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높은 법이었다.

2팀이라고 불리지만 장샤오이 팀장의 2팀은 사실상 나와 리안이 있던 예전 아시아팀 그대로였다.

반면 2팀에서 분리된 1팀과 3팀은 나름 잘나가고 있었다.

우리 팀은 물론이고 웬 지하오가 팀장으로 있는 1팀은 상하이방의 세력가를 등에 업은 이후 잘나가고 있었다.

본토의 기업들을 대신해서 기업 인수는 물론이고 원자재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중에는 10억 달러가 넘는 회사 인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인수 합병을 통해 받은 중계 투자기업 수수료가 인수금액의 6~7%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1팀은 연말쯤에는 1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었다.

예전에는 나를 호의적으로 대했던 장샤오이가 내 제안에 까칠하게 반응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사실을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장샤오이는 어쨌든 나에게 호의를 보였던 인물이었다.

“우리 팀의 거래를 받아들이시면 다른 부분에서도 팀장님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른 부분이라니요?”

“팀원 중에서 불만을 가진 팀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장샤오이가 짐짓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딴청을 피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는 일이 없는 일이 될 수는 없었다.

그녀의 팀과 우리 팀은 문 하나만 열면 연결된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녀의 팀 내에 내 사무실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2팀의 사정은 꽤 잘 알고 있었다.

불만을 가진 팀원이라고는 이야기는 했지만 사실 2팀의 팀원 중 상당수가 최근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금융회사는 기본 연봉도 있지만 매일, 매주 혹은 매년 받는 인센티브로 돌아가는 곳이었다.

나와 리안은 팀 내 실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둘이 따로 독립한 이후 2팀의 팀원이 올 초에 몇 달 동안 쏠쏠하게 받았던 인센티브가 상당 부분 줄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주가 하락으로 자신의 실적도 줄어든 상황에서 팀 실적을 통해 받는 인센티브마저 줄어드니 불만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우리 팀은 매주 꽤 높은 실적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고 있었다.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인센티브를 받는 사실마저 모를 수는 없었다.

“홍콩 선물 거래는 물론이고 우리 팀 거래를 도와주는 일은 2팀의 팀원 개개인이 아니라 장 팀장님을 통한 거래입니다. 2팀이 화요일 오후에서 목요일 오후까지 3일 동안 2~4명만 우리 팀 전담으로 배치해 주시면 됩니다. 저는 장 팀장님이 누구에게 그 거래를 맡기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 말은 그 거래를 누구에게 맡기냐는 제 마음이라는 이야기군요.”

장샤오이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2팀이 받는 매매 수수료가 0.05%에 불과하다고 해도 4억 달러의 0.05%는 20만 달러였다.

2팀 전체가 받는 인센티브를 제외한다고 해도 우리 팀의 거래를 도와주는 팀원들은 한 사람이 한 주에 최소 몇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의미였다.

2팀의 팀원 중 누가 그런 돈을 벌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장샤오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장샤오이에게 반항하겠는가?

“어떻습니까? 이래도 단순히 3팀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이라서 내키지 않으십니까?”

“······.”

내 말에 장샤오이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귀여웠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런 모습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독이 든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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