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파이, 슈퍼리치 되다-228화 (229/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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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일한 연재본이 올라온 것은 수정했습니다.

제가 다른 사이트와 연재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예약연재로 올려야 하다보니 확인을 못했습니다.

어제자를 확인하지 못하신 분은 이전 화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미 결제한 부분은 추가 결제를 하실 필요는 당연히 없고요.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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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사람의 수만큼 문제가 있다

1.

일본에서 나는 내가 예전에 일본에서 해 오던 일을 했다.

바로 기자들을 만나, 거래를 통해서 여론을 형성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점은 있었다.

이제 나는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돈이면 그런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은 일본에 많았다.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고 나는 그동안 일본 기업에 선물과 옵션 그리고 공매도를 진행했다.

어차피 일본에 온 이상 돈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일을 하는 중간중간 보고받은 내용을 가지고 단테 패트릭을 만나서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

“어떻게 일은 잘돼 가나?”

“그게 스즈키 무네오에 대한 구속하라는 기사를 내게 하는 일은 쉬웠지만, 다나카 마키오 외상에 대한 비판 기사는 조금 어렵습니다.”

내 이야기에 단테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근 논란에도 다나카 마키오 전 외상이 여전히 국민에게 인기가 많기는 하지. 그런 다나카 마키오 전 외상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렇기야 하죠. 일본의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일본 국민 사이에는 일본 경제 전성기를 이끌었던 다나카 마키오 전 외상의 아버지 다나카 가쿠이에 전 총리를 그리워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일이군.”

“다나카 가쿠이에 전 총리는 현재 고이즈미 총리가 개혁하려고 하는 일본 정경 유착을 상징하는 인물이니까요.”

일본인들은 부패하지만 유능한 인물과 청렴하지만 무능한 인물 중에서 전자를 지도자로 선택하고는 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현 총리는 부패하지만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허상이라면서 그런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나카 마키오 전 외상은 그 아버지인 다나카 가쿠이에 전 총리 때문이라도 고이즈미 총리와는 같이 갈 수 없었다.

“다나카 마키오 전 외상의 그런 점 때문에라도 더더욱 이번 기회에 그녀에게 타격을 줘서 다음 자민당 총재에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하네. 무엇보다 국민의 인기를 바탕으로 총재 자리를 위협하는 게 가장 문제야.”

고이즈미 총리와 다나카 마키오 전 외상은 정치적 소신이나 생각도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국민 사이에 높은 인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난번 총리 자리를 두고 다퉜던 하시모토 전 총리보다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시하라 도쿄 지사를 이용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시하라 지사를 말인가?”

“예. 다나카 외상이 인기가 높은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가 일본 총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있다면요?”

“그게 이시하라 지사라는 말인가?”

“기자들을 만나 보니 최근 일본 국민 사이에 이시하라 지사에 대한 인기가 꽤 높다고 합니다. 지금은 탈당했지만, 그도 예전에는 자민당 내에서 이시하라파를 이끌었던 인물 아닙니까? 대중적인 인기도 높으니 충분히 다나카 외상의 경쟁자가 될 만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진짜로 다음 총재 선거에 나오면? 동양 속담에 늑대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다는 속담도 있다고 들었네만. 다나카 외상이 높은 인기에도 자민당 총재가 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 아니었나? 오히려 여성인 다나카 외상보다 이시하라 지사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단테 패트릭의 말대로 다나카 외상을 총재 선거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이시하라 지사를 띄웠다가 정작 이시하라 지사가 총재가 된다면 그건 바보짓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시하라 지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시하라 지사가 현재 무소속이죠. 내년 총재 선거에 출마하려면 우선 자민당에 다시 복당해야 합니다. 한번 탈당했다가 복당해서 총재 서거를 노리려면 오자와 정도는 돼야죠.”

“그렇기야 하지. 계파도 없이 입당해서 총재 선거를 노릴 정도로 자민당이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

단테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좋네. 한번 추진해 보게.”

“알겠습니다.”

단테 패트릭의 동의를 받은 나는 곧바로 기자들을 만나서 이시하라 지사가 자민당에 복당해서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런 전략은 들어맞았다.

사실 이시하라 도쿄 지사는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은 의문이지만 개인적인 배경만 보면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인물이었다.

젊었을 때 소설 하나로 부와 명예를 얻었고 이후 소설을 통해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선거에 출마해 곧바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소수지만 자신의 계파를 이끌 정도로 정치인으로도 성공적이었다.

더구나 몇 년 전 사망한 그의 동생은 일본의 국민 배우였다.

이시하라 도쿄 지사가 다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사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다나카 전 외상이었다.

“19일에 스즈키 무네오 의원이 체포될 거네.”

“결정이 된 겁니까?”

“그래. 그리고 그날 다나카 전 외상에 대한 자격정지도 결정될 것 같아.”

“잘됐네요.”

“그동안 수고했네.”

“아닙니다. 여론이야 제가 형성했지만, 일본 정부와 검찰을 움직인 것은 부지부장님이시죠.”

말을 마치고 나는 단테 패트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인제 그만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단테 패트릭이 말했다.

“누가 더 큰 역할을 했든 우리는 이제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 같군. 나하고 편안하게 결과를 기다리세.”

분위기를 보아하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떠난다는 말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2.

일본에 있는 동안 나는 자카르타와 홍콩과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인도 파키스탄 휴전을 끌어내기 위해 제안했던 작전이나 세계 경제 상황 모두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어제까지 모나코,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식적으로만 알 카에다 동조자 13명을 체포했네. 파키스탄에서도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자들을 속속들이 잡아들이고 있네.

“다행히 각국에서 협조가 잘됐나 보네요.”

- 일부 국가에서 불만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한 번에 체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CIA가 단단히 작정한 듯했다.

공식적으로 잡아들인 사람이 13명이라면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였다.

현재 CIA와 미군은 세계 각지에 블랙 사이트(Black site)라는 비밀 군사시설을 운용 중이었다.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블랙 작전을 수행하는 시설이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테러 용의자를 잡아다가 수용하고 고문하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 이번에 잡아들인 인물 중에서 일부는 그곳에 잡혀 있거나 고문을 받고 쿠바 관타나모 기지로 이송될 것이다.

당연히 블랙 사이트가 위치한 국가의 법이나 국제법 위반이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에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아마 그렇게 블랙 사이트를 거쳐서 쿠바까지 잡혀가는 사람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전투 상황은 어떻습니까?”

내가 카슈미르 상황에 관해서 물었다.

- 일단 인도군과 파키스탄군 전투는 멈춘 상태야. 파키스탄 민병대 일부가 국지적인 도발을 하고 있는데 인도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비교적 온건한 대응을 하는 상황이야.

“다행이네요.”

- 공짜는 아니야. 최근 인도에서 결핵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데 그걸 우리 쪽에서 원조 형식으로 도와주기로 했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거래가 오고 갔다고 들었네.

“아······.”

역시 국가 간에 공짜는 없었다.

아니, 인도가 약소국이라면 미국도 무시했겠지만, 인도는 만만한 국가가 아니었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위해서 파키스탄과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이 필요한 미국으로서는 인도의 어지간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뉴스를 보니 대통령까지 사담 후세인을 목표로 하는 CIA 암살팀을 지시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 맞아.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운영 중인 팀들과 비슷한 성격이야.

“그렇군요.”

파키스탄에서 활약하는 CIA 암살팀의 활동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었다.

바로 몇 달 전 카슈미르 민병대를 사칭해서 파키스탄 내무부장관의 동생인 파키스탄군 정보부 간부를 암살한 바로 그 부대였다.

내가 제안한 작전 중 하나였다.

‘생각해 보니 나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게 한두 번이 아니네.’

문득 사람이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년에 내 손으로 직접 홍콩과 여기 일본에서 사람을 살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살해까지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별다른 죄책감 없이 작전의 방해물이라는 생각에 제거를 결심하고 결행했다.

그 후에도 내 작전 때문에 희생된 사람은 꽤 많았다.

그때도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지금과 그때와 달라진 것은 내가 CIA의 정식 요원이었느냐 아니냐의 차이뿐이었다.

- 일은 잘 진행되고 있으니 이제 걱정하지 말게. 나도 이제 그 일에서는 신경 끊고 인도네시아 상황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 최근 인도네시아 무슬림 사이에서 과격파가 늘어나고 있어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온건하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말이 온건한 것이지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세속적인 면이 강했다.

- 그렇기는 하지만 무슬림이 2억이야. 이 중 1%만 과격파가 되어도 2백만 명의 예비테러범이 생기는 셈이지.

“그렇기는 하겠네요.”

사람 수만큼 그만큼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3.

에이전트 에스 팀의 활동 말고도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리안에게 한동안 세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상황은 내 생각보다 훨씬 나빴다.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브레이크가 전담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의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 브레이크의 모습이 생각나서 나는 그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영국과 독일 증시 상황은 어떻습니까?”

- 안 좋죠. 특히 며칠 전에 보다폰이 작년에 135억 파운드의 적자가 났다는 발표를 한 이후로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입니다. 영국 기업 역사상 한 해 적자로는 최대라고 하더군요.

“많기는 하네요. 135억 파운드면······. 193억 달러 정도인가요?”

- 그렇죠.

처음 기사를 봤을 때는 내가 숫자를 잘못 읽었다고 착각할 정도의 액수였다.

말이 193억 달러지, 한국 원화로는 23조 원이니 한국 재벌 기업 몇 개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리안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더 떨어질 겁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한동안은 숏 포지션을 유지하세요.”

-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홍콩에 가서 술이나 한잔 마시죠.”

의미 없는 약속을 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여러 가지로 바쁜 시간이었다.

그렇게 스즈키 무네오의 구속을 기다리던 어느 날.

단테 패트릭이 화가 난 표정으로 안가로 들어왔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물었다.

“자네가 한국계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만······.”

“어제 기뻤겠군.”

단테 패트릭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가시가 서 있었다.

“예? 무슨 말씀인지?”

나는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월드컵 말이야. 어제 한국이 편파 판정으로 이탈리아를 이기지 않았나.”

나는 순간 욕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참았다.

아니, 갑자기 축구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온다는 말인가?

더구나 편파 판정이라니···.

홈팀이 여러 가지로 유리한 것은 어느 경기에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탈리아는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그런 점을 이용해 우승한 나라가 아닌가?

부하 직원 멘탈 케어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런 투정까지 받아 줘야 하는지 회의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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