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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모든 사람은 자신이 짐이 가장 무겁다고 생각한다
1.
도쿄에서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일단 홍콩에 들렀다.
장샤오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본가에는 잘 갔다 오셨습니까?”
나는 장샤오이에게 인사부터 했다.
“덕분에 잘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돌아갔더니 사소한 문제도 생기고 처리할 일이 많아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시중쉰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갔던 장샤오이는 한 달이 지난 다음에야 돌아왔다.
“일은 잘 해결됐나요?”
“말 그대로 사소한 일이라서 금방 처리했어요.”
“다행이네요.”
“전에 이야기했던 투자 말인데요. 꼭 푸젠성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장샤오이가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닙니다만 그건 왜 물으시는 것인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푸젠성 투자는 단순히 중국의 미래를 보고하는 투자가 아니었다.
성장인 태자당 시진핑과 성 당서기인 공청단 송더푸를 통해 파키스탄 투자 압력을 벗어가는 위한 것이었다.
단지 시진핑 푸젠성 성장의 아버지이자 중국 8대 원로 중 하나인 시중쉰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미뤄진 것뿐입니다.
“푸젠성에 대한 투자 말고 파키스탄 투자를 피할 다른 방법이 있다면요?”
“혹시 시진핑 푸젠성 성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일이 있기는 하죠.”
장샤오이가 말했다.
담담히 내뱉는 목소리에 나는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만약 시진핑 푸젠성 성장에게 일이 생겼다면 큰일이었다.
물론 파키스탄 투자를 피하고자 최종적으로 회유하려는 인물은 시진핑 성장이 아니라 공청단 차세대 기수라는 송더푸였다.
하지만 송더푸는 비록 푸젠성의 당서기였지만 공청단 내는 물론이고 상하이방 그리고 태자당을 포함해서 비슷한 연령대의 정치인 중 가장 차기 권력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어지간한 꽌시로는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내가 아는 중국 본토인 중에서 가장 권력에 접근한 것이 내 눈앞에 있는 장샤오이였다.
하지만 그녀조차 송더푸 정도의 거물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내가 송더푸에 접근하기 위해 선택한 꽌시가 바로 태자당인 장샤오이를 통해서 시진핑 푸젠성 성장을 소개받고 그를 통해서 푸젠성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판은 내가 만들지만 실제로 투자하는 것은 리안과 W&R이었다.
일단 푸젠성에 투자가 이뤄지고 나면 리안에게 파키스탄 투자를 강요했던 공청단도 더는 강요하지 못할 것이다.
후진타오 본인이 아닌 이상 송더푸를 무시할 수 있는 공청단의 인물은 없었다.
푸젠성의 당서기인 송더푸로서는 푸젠성에 대규모 투자를 이뤄지는 것을 반대할 리가 없었다.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연히 시진핑 푸젠성 성장이었다.
그가 없다면 푸젠성에 투자 허가를 받을 수도 없었다.
“정확히 시진핑 성장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아시겠지만 지금은 그나마 인도 파키스탄이 전쟁 직전까지 간 상황이라서 잠잠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진정되면 바로 다시 파키스탄에 대한 투자 압박이 시작될 겁니다.”
“나쁜 일은 아니에요. 11월에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것과 동시에 저장성 당서기로 영전할 거예요.”
“그 정도면 나쁜 일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좋은 일인데요?”
“그렇죠. 저장성이 푸젠성보다 더 클 뿐 아니라 무엇보다 성장에서 당서기가 되는 것이니까요.”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인 중국에서 지역당 조직을 이끄는 성의 당서기가 행정 책임자인 성장에 비해서 우월한 지위를 지닌다.
시진핑이 저장성의 당서기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에 다가갔다는 의미였다.
나로서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시진핑은 장샤오이의 꽌시 중 하나였고 그건 나도 장샤오이를 통해서 시진핑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시진핑이 저장성의 당서기가 되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를 생각하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시진핑 성장이 저장성 당서기로 가면 투자는 어떻게 되는 거죠?”
11월이라니 많이 남은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우리가 푸젠성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은 자동차 부품 공장이었다.
11월이면 아무리 빨라도 인허가를 받고 공장이 착공을 시작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투자하는 데야 문제가 없겠지만 자동차 부품 공장이 공장만 짓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 제가 말했잖아요. 투자 꼭 푸젠성에 해야 하냐고요.”
“그 말은?”
“짐작대로예요. 시진핑 성장 쪽에서 투자 중 절반을 11월 이후에 저장성에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장샤오이가 말했다.
시진핑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였다.
그가 우리 의도를 알면서도 푸젠성 투자를 허락한 이유는 투자를 받는 것이 푸젠성 성장인 자신의 실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1월에 저장성 당서기만 되면 우리가 하는 투자는 시진핑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로서는 우리 투자 일부라도 자신이 당서기가 되는 저장성으로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네요. 푸젠성에 투자해야 파키스탄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데 그 푸젠성에 투자하려면 다시 11월 이후에 저장성에 투자해야 한다니······ 이건 뭐······.”
점점 문제가 커지고 복잡해지고 있었다.
공장을 짓는 직접 투자는 간접투자와는 달랐다.
일단 투자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지속해서 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지금 상황에서 포기한다면 파키스탄에 대한 투자는 투자대로 하면서 중국의 주요 지방 정부를 이끌게 된 시진핑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었다.
“절반이면 1억 5천만 달러군요.”
저장성에 투자하려고 했던 금액은 3억 달러였다.
리안이 파키스탄에 투자하려고 했던 1억 달러에 내가 추가로 투자하는 2억 달러를 합친 금액이었다.
“그렇죠. 그 정도면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당서기가 되자마자 받는 추자로는 나쁜 게 아니죠.”
장샤오이는 같은 태자당 출신이라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인지 은근히 분산 투자를 권하는 분위기였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시진핑의 제안을 거절하면 장샤오이와의 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녀가 쌓을 수 있는 실적을 사라지는 셈이니 말이다.
“반이라······ 좋습니다. 푸젠성과 저장성 모두 투자하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시진핑 성장이 송더푸 당서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이번 장례식 때 상하이방이나 공청단과 친분을 쌓았다고 하더군요.”
“잘됐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푸젠성과 저장성 모두에 3억 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시진핑 성장도 만족스러울 겁니다.”
내가 두 곳 모두 3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하자 장샤오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합치면 6억 달러나 되는데요? 괜찮겠습니까?”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죠.”
“그렇기는 하지만···.”
W&R의 투자 규모는 지난달에 이미 50억 달러를 넘었다.
6억 달러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당하지 못할 금액은 아니었다.
그 투자를 통해서 송더푸라는 검증된 우량주와 시진핑이라는 앞날이 기대되는 유망주와 친분을 쌓을 수 있다면 나쁜 투자가 아니었다.
중국의 홍콩에 대한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지만 리안은 홍콩에서 계속 살아야 했다.
“대신 시진핑 성장께 송더푸 당서기를 통해서 확실히 파키스탄 투자를 그만둘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해주십시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아요.”
예상과는 달라졌지만 어쨌든 리안에 대한 파키스탄 투자 강요는 중지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2.
장샤오이와의 헤어진 이후 리안을 찾아가 일의 진행 상황에 관해 이야기했다.
“고맙다. 이번 일은 뭐라고 해야 할지.”
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울리지 않는 표정 짓지 말고 푸젠성과 저장성에 어떤 투자를 할지나 생각해 봐.”
“자동차 부품 공장을 세우는 것 아니었어? 너 꽤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거잖아.”
“자동차 회사도 아니고 자동차 부품 공장이야 1억 달러로도 충분해.”
어차피 내가 중국 투자에 나설 수도, 직접 투자를 한 후에도 운영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좀 그렇기는 하지.”
지금 나는 공식적으로는 미국 대사관 직원이었다.
미국 대사관의 직원인 내가 중국 정치인들을 만나서 투자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물론 대사관 직원이 아니었더라도 내가 직접 나설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나중에 리안 네가 관리해야 한다면 투자할 업종도 리안 네가 정하는 것이 맞아. 잘 생각해 봐.”
“알았어. 생각해 볼게. 홍콩에 본토에 투자한 사람이 많아서 정보를 얻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거야.”
“수고해.”
나는 리안에게 인사를 하고 서울로 향했다.
“이거 자가용 비행기라도 사야지. 꽤 피곤하네.”
아무리 내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오전에 도쿄에서 홍콩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가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매번 공항에 가서 탑승 시간까지 기다리고 입출국 절차를 받는 일이 번거로웠다.
W&R 정도라면 자가용 비행기 하나 살 정도는 됐다.
지금까지 자가용 비행기가 없었던 것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외를 자주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나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전에는 만나는 CIA 요원들에게 행적을 감추기 위해서 여러 개의 여권을 사용했기 때문에 자가용 비행기 이용이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서울에 도착하는 대로 카이 황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 대 정도 대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3.
서울에 도착해서 대사관으로 가는 내내 택시 운전기사는 어제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이탈리아 축구 대표 팀을 이긴 것을 이야기했다.
“골을 넣고 반지 세리머니를 하는데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더라고요. 외국에 계셔서 그 모습을 보지 못하셨다고요? 한국인이라면 외국에서라도 그 경기는 꼭 봤어야죠.”
“그러게요.”
나는 얼마 전까지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이기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단테 패트릭의 헛소리를 달은 이후 없었던 한국 축구 대표 팀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있었다.
“22일에 8강전이 하니 그때는 꼭 보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바빠도 그런 경기는 꼭 봐야죠. 언제 다시 한국이 8강전에 올라가 보겠습니까!”
예전에도 택시를 탈 때마다 나를 한국인으로 생각한 택시기사가 말을 걸기는 했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의외의 성적을 거둬서 그런지 이번에는 유독 축구 관련 이야기가 많았다.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내려 달라고 이야기하자 택시기사가 내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공항에서 곧바로 미국 대사관에서 내리면 한국인이 아닌가? 생긴 것은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나는 아무 말 없이 택시비를 계산하고 차에서 내렸다.
언론사 뉴스 전광판에서는 대통령 아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한국이 첫 승을 거뒀을 때 대통령 아들을 구속하더니 이번에도 축구 팀 경기 다음 날에 대통령 다른 아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셈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은 여전히 다이내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