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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무리를 지어 힘을 합치다
자원 투자 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하겠다는 에드릭의 계획을 들은 저녁.
리안은 카이 황과 조민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그는 두 사람에게 리안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에드릭 씨가 먼저 투자 펀드를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는 말이죠.”
이야기를 들은 카이 황이 물었다.
“예.”
리안의 말을 듣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카이 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시기가 빨리 왔네요.”
“아저씨는 에드릭이 이렇게 나올 줄 짐작하고 계셨다는 말로 들리네요?”
“예.”
카이 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W&R은 너무 빠르게 성장했으니까요. 언젠가는 가문의 힘만으로는 힘에 부칠 수도 있다고는 생각은 했지만, 연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아저씨도 리안의 말처럼 자원 투자 펀드를 만들어서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는 말이죠?”
리안이 물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는 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에드릭 씨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는 하죠.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에드릭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만으로는 자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니까요.”
낮에 에드릭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리안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에드릭이 리안의 처지를 생각해서 먼저 제안을 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작년 초 리안에게 투자금을 맡겼던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받아서 러시아 펀드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도 에드릭은 투자금을 받는 것에 별로 내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안을 생각해서 투자금을 받아 러시아 펀드를 만들었다.
물론 결과는 큰 성공이었다.
올 초에도 중국 차기 지도부인 공청단이 리안에게 파키스탄 투자를 강요하자 푸젠성과 저장성에 투자하는 것으로 그 압력을 무마했다.
그렇지만 이번은 그런 일들과는 또 달랐다.
이번 일은 에드릭이 리안과 손을 잡았던 근본적인 이유.
즉 리안 집안이 홍콩 내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만으로는 W&R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에드릭이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최악은 면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최악이라면?”
“그야 압력을 무마하기 위해서 W&R의 지분을 파는 거죠.”
자신을 보호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에드릭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식을 나누는 것이었다.
“저희를 끌어들인 것처럼 말이죠.”
“예. 더구나 지분을 넘기는 것도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죠. 어차피 에드릭도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들을 통해서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중 회사 하나를 한 명이나 여러 명에게 넘겨도 걸릴 가능성이 없죠.”
현재 W&R의 지분 구조는 리안과 카이 황 지분을 합한 13%를 제외한 나머지 87%를 에드릭이 가지고 있었다.
리안은 투자를 한 것이고 카이 황은 대표를 맡는 대가로 받은 것이었다.
10%의 지분을 얻기 위해 리안은 지금 W&R이 입주한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을 현물 투자했다.
“그때 제가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가 약 5천만 달러 정도였나요?”
“당시만 해도 W&R의 자산 규모가 3억 달러였으니까요. 더구나 한창 홍콩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시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평가액 3천만 달러 가치의 지분을 두 배에 가깝게 주고 산 셈이었죠.”
“그리고 그때 아저씨는 제 투자를 그리 탐탁지 않아 했었죠.”
리안이 말했다.
“연말에 W&R의 지분 10%를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그야······.”
“금융기관이 주당 수익률이 낮다고 해도 보통 10은 넘죠. W&R의 투자금이나 올해 수익을 생각하면 최소한 100억 달러는 받지 않을까요?”
아직 W&R 자산 가치는 100억 달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말에는 가능할 것 같았다.
외부에서 투자금을 전혀 받지 않는 W&R의 투자금과 자산은 전부 W&R의 재산이었다.
올해 예상되는 순이익 규모만 따지면 골드만삭스나 제이피 모건을 합친 것보다 많은 회사가 W&R이었다.
2년 사이에 100억 달러를 번 회사 지분의 10%라면 100억 달러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이다.
뇌물로 주기에도 적당했다.
전혀 지분 거래가 없는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지분의 가치는 말 그대로 정하는 것이 가격이었다.
W&R은 현재 그런 가치를 지닌 회사였다.
리안이 지분 10%를 5천만 달러, 아니 6천만 달러에 샀다고 해도 엄청나게 싸게 구매한 것이었다.
카이 황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전 이야기를 지금 하시면······.”
“작년 이야기이니 그리 오래전은 아니죠.”
리안이 말했다.
그는 약간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카이 황을 바라보았다.
“제가 W&R이 지금처럼 성공할 줄 알았으면 반대를 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그건 에드릭 님도 마찬가지죠. 만약 알았다면 저에게 허수아비 사장을 맡기면서 3%나 되는 지분을 넘기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카이 황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 지분만 팔아도 홍콩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가 되겠네요?”
“이 지분은 제 것이 아니라 도련님과 가문의 것입니다. 에드릭 씨도 저를 보고 준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어차피 팔 수 있는 지분도 아니고요.”
리안이나 카이 황이나 다른 사람에게 지분을 팔고 싶다고 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리안의 경우는 투자할 때 지분을 매각할 경우 먼저 에드릭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계약이 되어 있었다.
에드릭이 거절할 때만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이 가능했다.
카이 황의 경우는 더 엄격해서 아예 에드릭이나 리안 두 사람 외에 다른 곳에 매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리안과는 달리 카이 황은 처음 지분을 받을 때부터 매각할 경우 지분을 무조건 에드릭이나 리안 두 사람에게만 넘기도록 계약되어 있었다.
당연히 가격도 두 사람이 정하기 나름이었다.
더욱이 카이 황이 에드릭에게 넘길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사실상 리안이 지분 13%의 소유주라고 할 수 있었다.
“알았어요. 어쨌든 에드릭은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지분을 팔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만약 당장 장쩌민 주석 같은 사람에게 넘기기라도 했다면······.”
장쩌민 주석은 물러난 뒤에서 여전히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압력을 막아 줄 보호막으로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인물이었다.
꼭 그가 아니더라도 이인자라는 쩐찡홍을 비롯해서 상하이방 중심인물들 대부분이 돈을 밝힌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에게 주기에 W&R의 지분은 뇌물로는 말 그대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에드릭도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들이었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차명 회사 중 하나를 넘긴다고 해도 그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은 낮았다.
“어차피 에드릭 씨는 언젠가는 홍콩을 떠날 사람입니다. 에드릭 씨가 홍콩을, 아니 아시아를 떠난 이후에 W&R이 홍콩에 가지고 있는 기반을 가져오려면 지금부터 정신 차려야 합니다.”
카이 황이 말했다.
지금은 리안이 미국 투자를 전담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에드릭은 언젠가는 자신이 온 미국으로 떠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아니 어쩌면 그 전에 미국 투자는 에드릭이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브레이크가 주도하는 독일과 영국 투자도 그때는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W&R의 투자 부분 중에서 홍콩에 남겨질 부분은 홍콩과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 투자 부분이었다.
카이 황의 계획은 지금 가지고 있는 지분 13%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부분을 따로 독립하거나 아니면 동아시아 지부로 남더라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홍콩 투자는 카이 황이 맡고 있었고 동아시아 투자는 리안의 약혼녀인 조민이 맡고 있었다.
중국의 경우는 장샤오이가 있으니 완전히 차지하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중국은 큰 나라였다.
어차피 혼자서 먹는 것이 불가능했다.
장샤오이는 오히려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가 될 가능성은 낮았다.
오히려 예외가 있다면 에드릭이 독자적인 지사를 운영하는 한국이었다.
하지만 에드릭이 한국계라는 것을 생각하면 홍콩을 떠난다고 해도 한국 지사를 폐쇄할 가능성은 작았다.
그렇지만 한국을 포기하더라도 차지하기만 하면 큰 이권이었다.
그런데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에드릭이 투자 펀드라는 형식이지만 외부 투자를 받겠다고 나온 것이다.
리안의 말대로라면 심지어 새로운 투자자를 홍콩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도 모집할 생각인 듯했다.
“자원 투자 펀드를 만든다고 했는데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에만 투자하는 것입니까?”
카이 황이 물었다.
“글쎄요. 오늘은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만 이야기만 하기는 했지만······. 모르죠, 거기서 멈출지 아니면 다른 곳에도 더 투자할지요.”
“일단 투자를 받기 시작한 이상 다른 곳에 더 투자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죠. 아니면 또 다른 펀드를 만들지도 모르고요.”
리안이 말했다.
지금까지 투자를 받지 않았던 에드릭이었다.
그런 그가 투자를 받기 시작한 이상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었다.
추가 투자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문제였다.
그렇게 들어온 투자자들이 에드릭에 대해 알게 된다면 어떻게든 그를 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리안 도련님이 가진 가장 큰 패인 에드릭과의 친분이라는 패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네요. 아무리 에드릭 씨라도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끌려가지 않으면요? 내 위치가 위험할 수 있으니 투자를 받지 말라고 해요?”
“도련님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죠.”
“그러니까요. 더구나 지금까지 중요한 투자 결정은 모두 에드릭이 해 왔고 무엇보다 87%를 가진 대주주예요.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죠.”
리안이 말했다.
리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능력은 W&R의 투자가 너무나 성공적이고 에드릭의 투자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연말 정도면 W&R의 투자금 규모는 더는 선물에 투자하는 것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W&R의 투자 자체가 선물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가 되면 수익 자체는 늘어나겠지만, 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말했듯이 리안과 카이 황은 그때가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기본적인 선물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에드릭이 거의 모든 투자 방향을 결정했다.
하지만 연말이 지나고 개별 기업이나 투자 범위를 늘려야 했고 그러면 에드릭에 대한 의존도 낮아지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에드릭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예상보다 빨리 다른 투자를 하겠다고 나오면서 모든 일이 틀어졌다.
“제 생각에는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방법이라니요?”
리안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민 아가씨와 결혼하시죠.”
“결혼요?”
리안이 물었다.
카이 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조민 아가씨와 결혼하시고 조씨 가문과 힘을 합치고 예전 지인들과 힘을 합쳐서 가문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가문만으로는 힘드니 무리를 만들어서 영향력을 유지하라는 말이네요.”
리안이 말했다.
“지금은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카이 황이 말했다.
“혼자서는 어려우면 힘을 합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