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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8. 할 수 있다고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샤오이와의 전화 통화 후 상황이 정리됐다고 생각했던 것은 내 착각이었다.
투자하겠다는 투자자의 수나 투자 금액 모두 내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나는 투자 펀드 모집을 맡긴 리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 아무래도 얼마 전 있었던 헤이룽장성 탄광 사고 때문인 것 같아.
“탄광 사고?”
- 며칠 전에 헤이룽장성에서 탄광 사고로 11명이 사망했거든.
“11명이면 조금 많기는 한데······. 사고 하나 때문에 중국 쪽에서 투자 규모를 늘린다는 게 말이 돼?”
탄광이 처음 개발된 이후 탄광 매몰 사고는 항상 따라온 일이었다.
1천 명 이상 사망한 사고만 해도 2건이 넘었다.
역사상 최악의 탄광 사고가 발생한 곳도 바로 이번에 사고가 난 지역과 같은 중국 동북부였다.
1942년 당시 사망자의 수는 공식 집계만 1,549명이었다.
그다음으로 사망자 수가 많았던 탄광 사고는 1906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고로 1,09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11명의 사망자는 탄광 사고치고는 많이 사망한 사고라고 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하물며 사고가 발생한 곳이 중국이 아닌가?
- 이번에 사망한 사망자만 11명이고 이번에 사고가 난 탄광에서 6월에도 115명이 죽는 사고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7월에는 39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고 말이야.
“많이 죽기는 했네. 그래도······.”
- 여기서 끝이 아니야.
“끝이 아니라니 사고가 더 있었다는 말이야?”
리안이 말한 세 번의 사고만 해도 이미 사망자 수가 165명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니?
- 올해만 해도 지금까지 탄광 사고로 사망한 희생자 수가 3,500명이라더라.
“뭐? 3,500명? 이제 7월 중순인데?”
- 공식적인 사망자 수만 그렇고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을 거야.
“3,500명보다 더 많다고?”
- 그게 사고가 나도 광산주가 은폐하는 예도 많고 허가를 받지 않는 광산 수가 많아.
중국이라면 처벌을 피하고자 사고를 은폐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허가를 받지 않은 광산이 공식적인 허가를 받은 탄광에 비해 더 안전할 리가 없었다.
“그 정도면 뭐 거의 사형장이나 마찬가지네. 아무리 중국이고 탄광이 위험하다지만 그 정도면 너무한 것 아니야?”
- 경제발전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석탄에 대한 수요가 늘다 보니 안전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거지. 특히 이번 사고는 외신에도 크게 보도될 예정이라서 중국 지도부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중국 지도부? 그럼 늘어난 투자자와 투자 금액이?”
- 맞아. 석탄을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해외에서 석탄 수입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공문이 내려왔다고 해도 당장 석탄을 수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마침 우리가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 투자를 위한 자원 투자 펀드 투자자를 모집하니 이거다 싶은 거지.
석탄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발전소와 철을 생산하는 제철소였다.
그리고 중국의 주요 발전 기업과 제철 기업들은 국영기업들이었다.
지도부의 공문은 말 그대로 무슨 일이든 해내야 하는 명령이었다.
석탄 수입은 계약에서 수입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자원 투자 펀드에 대한 투자는, 단기간에 해외 석탄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용도로 사용하기 좋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이미 홍콩에서도 투자자를 어느 정도 모집했다면서?”
- 꽤 많지. 우리가 한다는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말도 하기 전에 먼저 연락이 온 사람만 해도······.
“이제 막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는 사실은 말한 거야?”
인도네시아 헌법개정에서 여론을 돌려주는 대가로 메가와티 정부 관계자에게 석탄 광산 개발에 대해 채굴 허가를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 기업이 인도네시아 광산에 투자하는 것을 허가하는 ‘석탄채굴작업계약 (Coal Contract of Work; CCoW)’이었다.
나는 이 허가를 바탕으로 투자할 석탄 광산과 그 석탄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인수할 인도네시아 현지의 적당한 석탄 개발 기업을 골라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협상만 진행하고 있을 뿐 투자는 한 푼도 진행되지 않았다.
- 당연히 말했지. 그래도 투자하겠다는데 어떻게 해? 그렇다고 인제 와서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렇기야 하지.”
자원 펀드 투자는 그 목적이 W&R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투자를 거절하면 오히려 적을 만드는 셈이었다.
아무리 친구를 많이 만든다고 해도 악의를 품은 사람 한 명이 모든 일을 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작정 투자자를 모집할 수도 없어.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 투자를 겨우 시작하는 단계에서 투자금만 많아서 뭐 하게······ 투자자가 너무 많으면 관리도 곤란하고 말이야.”
- 그야 그렇지. 하지만 나하고 아저씨가 아무리 추려 봐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투자자 수가 꽤 많아.
리안이 말했다.
친구를 만들려고 벌인 일로 오히려 적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 어떻게?
“홍콩 쪽 투자자는 따로 모아서 따로 펀드를 만드는 것으로······.”
- 홍콩만 따로 펀드를 만든다고?
“그래야 할 것 같아. 중국 쪽 투자가 늘어난 이유에 정부 방침이 관련이 있다면 나중에 투자자가 더 늘어날 것 같아.”
얼마 전 대사관에서 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석탄 수요는 지난 2년간 매년 10% 정도 늘어나고 있었다.
올해 발생한 광산 사고로 사망한 3,500명은 그렇게 급격히 늘어난 석탄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한 결과였다.
중국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대 석탄 수출국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석탄 수입을 늘리라고 지시한 이유도 단순히 석탄 광산 사고로 희생되는 사망자들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늘어나는 석탄 수요를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WTO 가입한 효과가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다면 중국이 최대 석탄 수입국이 되는 것도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 홍콩에서 받은 투자는 어디에 투자하려고?
“부동산 어때?”
- 부동산?
“홍콩 쪽 투자자들도 석탄 광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오히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걸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중국인들의 땅에 대한 집착은 유명했다.
- 그렇기는 한데. 인도네시아 광산에 투자한다고 자금을 모았는데 부동산 투자에 투자하겠다고 말을 바꾸기는 어려워.
리안의 말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나는 홍콩 투자자들이라면 자원에 대한 투자보다 부동산에 대해 투자한다면 더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가 물었다.
- 부동산에 대한 투자라면 자신들이 하지 왜 우리를 통해서 투자하겠어. 또 홍콩에 투자할 만한 부동산이라고 해 봐야 홍콩 정부 소유 아니면 이미 알 만한 기업이나 집안이 소유하고 있어. 우리가 부동산에 뛰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이 꽤 많고 말이야.
리안이 말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부동산 전문가인데 왜 우리를 통해서 투자하겠느냐는 이야기였다.
한정된 홍콩 부동산에 우리까지 끼어드는 것을 기존 홍콩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홍콩 부동산이라는 공급은 한정되어 있는데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기 때문이었다.
리안 집안이 과거에 보여 줬던 행적과 최근 W&R이 보여 준 실적이라면 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경쟁자였다.
“그럼 홍콩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야?”
- 홍콩 부동산이 아니면 어디에 투자하자는 거야?
“닷컴 버블이 꺼지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실물의 시대야. 더구나 금리도 역사상 거의 최저로 낮고, 심지어 더 낮춘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지. 어지간한 땅이나 건물만 사 놓으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인데 굳이 홍콩에 집착할 필요 없잖아.”
- 들어 보니 그렇기는 하네. 그렇다고 아무 데나 투자할 수는 없잖아.
“어디기는 어디야. 가장 먼저 투자할 곳은 당연히 런던이지.”
- 런던?
“그래. 전에도 말했지만 적어도 앞으로 10년에서 15년간은 브릭스 국가들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거야. 브릭스 국가에서 돈을 번 억만장자들이 어디에 투자하려고 하겠어? 자국에 투자할까?”
- 중국에서 돈을 벌면 홍콩 부동산에 투자하겠지. 아니면 미국이나······.
“맞아. 브릭스 국가 중에서 인도나 남아프리카는 영국 연방이야. 러시아 놈들이 자국에서 재산을 가장 먼저 빼돌리는 나라도 영국이고 말이야.”
인도와 남아프리카의 경제가 발전한다 해도 큰돈을 버는 사람들은 기존의 부자였던 사람들이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 같은 영연방 국가에서 상류층은 대부분 영국에서 교육을 받는다.
인도와 남아프리카 상류층이 가장 친숙한 외국 국가는 영국이었다.
러시아는 경우는 조금 달랐다.
유럽에서 러시아와 가장 친한 나라가 독일이라면, 영국은 유럽에서 러시아에 가장 적대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였다.
얼마 전에도 푸틴의 정적이 망명을 신청한 곳도 영국이었다.
무엇보다 국제금융 중심지였기 때문에 돈을 빼돌리기에 가장 좋은 나라였다.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가장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를 도시가 바로 런던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야.”
- 런던이라. 나쁘지 않네. 홍콩에서도 돈이 있는 사람 중에서 런던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반대할 사람 한 명도 없을 테니 말이야.
리안이 말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홍콩 부호들은 인도, 남아프리카, 러시아의 부호들이 영국과 런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든 점을 가지고 있었다.
홍콩 부호들 대부분은 홍콩이 영국에서 파견한 총독이 다스리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더구나 최근 점점 늘어나는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간섭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는 영국이나 미국이었다.
그런 나라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홍콩에서 투자를 받아서 부동산 투자 펀드가 만들어지면 그건 본사에서 직접 투자를 주도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 그건 무슨 말이야? 자원 투자 펀드도 어차피 본사에서 운용하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 네가 맡아서 하는 게 어떠냐는 말이야. 물론 너야 미국 쪽 투자를 맡아야 하니 어렵겠지만 기존 부동산을 관리하던 사람들 있잖아?”
-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 집안에서 런던 부동산 투자를 주도적으로 하라는 말이야?
“맞아. 내가 런던 부동산 투자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무엇보다 나는 부동산에 투자한 경험도 없잖아.”
- 정말 내가 하라고?
리안이 물었다.
전화상으로도 내 제안에 리안이 놀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가 아니라 네 회사 직원들을 통해서 하자는 말이지. 말했잖아. 너는 미국 쪽 투자를 해야 한다고······.”
내 말에 리안이 잠시 말이 없었다.
- 생각해 볼게.
“그럼 다음에 전화하자.”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리안과의 전화를 끊고 생각해 봐도 부동산 투자 쪽을 리안에게 맡기는 것은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내 제안을 리안이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그에게는 좋은 제안이었다.
내가 하자면 못 할 것도 없었다.
내 예상대로라면 인도나 남아프리카 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이 살 만한 고가의 부동산을 위주로 투자하면 큰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물건을 구매하느냐지만 그 외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고가의 건물은 하나를 구매하는 데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서류 작업을 직원에게 시킨다고 해도 그런 일을 처리할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려면, 리안 쪽 사람들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리안은 지금도 홍콩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식이라면 내가 관여하느니 리안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나았다.
무엇보다 내가 부동산까지 투자 영역을 확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하는 일도 너무 많았고 앞으로 할 일은 더 많았다.
잘하는 일에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랐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온통 물에 잠긴 독일 도시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엘베강과 다뉴브강의 수위가 동시에 늘어나 벌어진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가장 먼저 살핀 것은 당연히 독일 주가와 기업들 선물거래 동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