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진짜 큰일 났다. 래화도 뼛속 깊이 후회하는 중이었다. 뒤늦게나마 슬그머니 엉덩이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권이태가 래화의 팬티를 붙잡더니, 두 조각으로 찢어 냈다. 넘치는 힘을 쓸데없는 일에 써먹은 그는 얼룩진 팬티를 확인하곤 킥 웃었다. 찢어진 팬티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더니, 래화의 아랫배를 손으로 스윽 쓸어내렸다.
권이태처럼 아예 싹 밀어 버리진 않았지만, 래화도 털이 적은 편이었다. 겨드랑이는 아예 안 나고, 음부 쪽도 거의 없었다.
얼마 있지도 않은 음모를 손가락으로 헤집어 보던 그가 갑자기 래화의 팔을 붙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기어코 겨드랑이까지 확인한 권이태는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내어 말했다.
“너도 털이 별로 없네?”
“…….”
래화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떼어 냈다. 그리고 꾸물꾸물 소파 아래로 내려가려 애썼다. 권이태는 그런 래화를 다시 붙잡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한 발 빼면 좀 작아져.”
“그게? 거짓말하지 마.”
“진짜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뭐라도 해서 저걸 줄여 놔야 했다.
래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뜨고선, 자신이 처한 비극을 마주했다. 비장하게 괴물 채소를 손에 쥐었다. 손바닥에 선액으로 젖은 성기가 찹찹하게 붙어 왔다.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이상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위아래로 조금씩 흔들어 보았다. 약간 세게 쥐었는데도, 권이태는 아픈 기색이 없었다. 온몸이 단단하더라니, 여기도 튼튼한 모양이었다.
그가 나른하게 숨을 내쉬었다. 약간 풀어진 검은 눈동자에 매혹적인 색이 감돌았다. 평소와 다르게 붉은 기가 감도는, 래화가 본 적 없는 또 다른 색깔이었다.
그의 눈동자를 구경하느라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손길을 미처 느끼지 못했다. 작은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아래쪽으로 미끄러지고, 젖은 음부 위에 손바닥을 철썩 소리 나게 붙였을 때야 깨달았다.
음부를 가볍게 때리는 손길에 놀라서 파드득 떨었다. 래화는 황망한 눈으로 권이태를 보았다. 그러자 그는 뻔뻔한 소리만 늘어놓았다.
“브래지어 벗어 봐. 젖꼭지 보일락 말락 해서 더 꼴려…….”
여기서 자지 더 커지는 꼴 보기 싫으면 벗으라는 충고에 일단 급하게 브래지어부터 벗어 던졌다. 그러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이 되었다.
“…….”
뒤늦은 민망함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가, 손가락이 젖은 틈 위를 문지르는 느낌에 눈을 크게 떴다. 권이태가 래화의 등을 눌러 제 품에 기대도록 했다. 말랑한 가슴이 단단한 상박에 짓눌렸다. 턱을 어깨 위에 얹은 그가 속삭였다.
“같이 하자.”
그러면서 천천히 가운뎃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다물렸던 곳이 느리게 열렸다. 이미 축축하게 젖어서 어렵지 않게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살을 가르고 들어오는 이물감이 선명했다.
마침내 중지가 뿌리 끝까지 박혔을 때, 래화는 참지 못하고 몸을 웅크렸다.
“아…….”
작은 신음을 흘리며 가늘게 떨었다. 너무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는 귀와 목에 쪽쪽 입을 맞추며 안에 집어넣은 손가락을 부드럽게 구부렸다. 그리고 살금살금 안쪽을 더듬듯이 문질렀다.
낯선 공간을 탐색하는 움직임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감질날 정도로 느릿한데도, 자꾸 깜짝깜짝 놀라서 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며, 안쪽이 꽉 조여들었다.
겨우 손가락 하나인데도 빡빡하게 조이는 압박감에 권이태가 인상을 쓰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 움직여야지…….”
래화는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손을 움직였다. 양손으로 성기의 위아래를 붙잡고, 얇은 표피가 주름지도록 흔들었다. 귀두에서 울컥울컥 새어 나오는 선액 덕분에 따로 무언가를 바를 필요 없이 미끈거렸다.
짙은 남자의 냄새에 정신이 아찔했다. 몸을 바짝 붙인 채로 서로의 성기를 만지는 일이 참을 수 없이 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래화가 열심히 손을 흔드는 만큼, 그는 충분한 보상을 내어 주었다. 질 내부의 주름 하나하나를 만져 보듯 느릿하게 더듬던 손가락이 어딘가를 가만히 매만졌다.
질 입구 근처의 살짝 튀어나온 듯한 부분이었다. 살짝살짝 긁듯이 만져 주다가, 점차 조금씩 강하게 문질렀다. 안쪽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흠뻑 젖는 게 느껴졌다.
곧이어 가벼운 절정이 찾아왔다. 래화는 달콤한 숨을 뱉으며 권이태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하으읏…….”
기분 좋은 절정이었다. 적당한 쾌감에 뺨이 발긋하게 달아올랐다. 완전히 젖어서 꼼틀거리는 안쪽을 권이태 또한 느낀 듯했다. 풀어진 안쪽에 그가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중지와 검지를 한꺼번에 집어넣더니, 갑자기 빠르게 쑤셔 대기 시작했다. 안온하게 몸을 쓸어 내던 쾌감이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따라 위태롭게 치솟았다.
래화는 눈을 크게 뜨고 헐떡이다가, 뒤늦게 신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아흣, 하아, 자, 잠깐만, 힉……!”
“왜, 래화야. 손가락 하나 더 넣어 줘?”
“아, 아, 아니, 나, 갔어, 방금 갔는데…….”
“어. 갔는데.”
“예민하니까, 힉, 그만……!”
다급하게 상태를 설명했으나, 어째서인지 권이태는 빼 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슬며시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웃었다.
“으응, 그래, 이래화 싸는 거 한번 구경해 보자…….”
그가 깊고 빠르게 손을 털어 댔다. 볼록한 부분이 연신 짓이겨졌다. 눈앞이 하얗게 번졌다. 안에서 툭 터지는 느낌과 함께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손가락을 적시다 못해 손목을 타고 흘러내릴 만큼 애액이 나왔는데도, 파고드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 래화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비명 질렀다.
몸이 제멋대로 팔짝팔짝 튀었다. 아래에 짜릿한 느낌이 스치더니, 요의가 들었다. 소변이 마려운 감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흑, 이, 이상해! 아냐, 아, 소, 손가락, 빼 줘, 빼 줘어……!”
“응.”
“대답만 하지, 마, 말고, 흣……!”
권이태의 성기는 놓쳐 버린 지 오래였다. 래화는 그의 팔뚝을 붙잡고, 가슴팍을 밀어 내고, 종내에는 손톱을 세워 살갗을 할퀴었다.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권이태는 그런 래화를 간단하게 제압했다.
아랫배에 힘을 꽉 주었다. 그러나 요의는 점점 더 심해졌다. 래화는 애원하다시피 울먹였다.
“거기, 아, 안 돼, 아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래화는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 온몸에 소름이 쭉 끼치더니, 절정이 느리게 뻗어 나갔다. 오싹한 감각이 몇 번이나 전신을 스쳤다. 짤막하게 잘린 숨이 연신 뱉어졌다.
“아, 아읏, 하아……!”
천천히 퍼져 나가던 쾌감이 마침내 머리꼭지까지 다다랐을 때, 불가항력과 같이 입술을 벌렸다. 더운 숨이 헉 하고 쏟아졌다.
“……!”
발끝이 치켜 올라갔다. 가늘게 경련하던 발가락이 어느 순간 쭉 펼쳐졌다. 요도의 구멍이 열리는 느낌이 나고, 투명한 액체가 포물선을 그리며 뿜어져 나왔다.
오랫동안 참아 왔던 액체를 싸지르는 해방감에 온몸이 벌벌 떨렸다. 래화는 소리도 못 내고 벌어진 입술로 숨만 색색 뱉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겨우 흑, 하고 작은 울음소리를 흘렸다.
저에게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았다. 넋이 나간 래화는 권이태의 몸에 온통 늘어진 채로 숨만 몰아쉬었다.
“후우, 씨발…….”
갑자기 욕설을 내뱉은 권이태가 래화의 밑에 파묻은 손가락을 확 빼냈다. 그리고 직접 자위하기 시작했다. 갖가지 액체로 흠뻑 젖은 손이 성기를 흔들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래화, 래화야……. 하아…….”
그는 귓불을 쪽쪽 빨아 대며 제멋대로 래화를 불러 젖혔다.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솜털이 바짝 섰다. 권이태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속삭였다.
“이름 불러 봐…….”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릿속이 온통 흐렸다. 래화는 아주 조그맣게 권이태, 하고 말했다. 작은 숨소리와 다를 바 없는 속삭임이었으나, 권이태는 놓치지 않고 들었다.
그의 몸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맞닿은 가슴팍이 움찔거리더니, 낮은 신음이 들려왔다. 성기가 크게 요동치고, 하얀 액체가 팍 튀어 올랐다. 끈적한 정액이 래화의 가슴과 배, 심지어 턱 밑까지 흩뿌려졌다. 권이태가 나른하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온통 정액을 뒤집어쓴 래화는 눈을 깜빡였다. 진득한 액체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권이태는 엄지로 천천히 래화의 턱을 문질러 정액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조금 크기가 줄어든 제 성기를 보여 주었다.
너무 많은 일을 겪은 래화는 멍한 눈으로 그의 것을 보았다. 딱딱했던 것이 살짝 말랑해지고, 부피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어때, 자기야.”
그리고 권이태는 양심을 잃어버린 말을 했다.
“이제 넣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