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말문이 막혔다. 굳었던 래화는 번뜩 정신 차리곤 고개를 내저었다.
“나 씻고 싶어……. 실수도 했고…….”
소변을 뒤집어썼는데도 하고 싶다니, 권이태는 이상 성욕자가 분명했다. 뒤늦게 밀려온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목덜미까지 빨개진 래화의 모습을 보곤 권이태가 제 가슴팍에 묻은 액체를 손가락으로 훑어서 날름 맛보았다.
“미쳤어? 그걸 왜 먹어!”
“소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아무 냄새도 안 나지 않냐며, 그는 되레 당당하게 굴었다. 래화는 맥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대체 뭔데…….”
“으응, 지금부터 같이 알아보면 되겠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콘돔을 꺼냈다. 포장지에 영어가 적힌 것으로 보아, 아마 외국 것인 듯했다. 래화는 멍하게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하긴, 이 사이즈면 국내에서는 맞는 콘돔이 없겠지…….
어느새 콘돔을 끼운 그가 래화의 몸을 번쩍 들어다 제 몸에 기대게 해 놓곤, 음부에 귀두를 가져다 댔다. 둥그스름한 것이 젖은 살 위를 두어 번 문질렀다.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한 순간, 두툼한 귀두가 안으로 쑥 파고들었다.
“아흑!”
새된 소리가 입에서 터졌다.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던 탓에 어찌 막을 수도 없었다. 굵직한 몽둥이 같은 것이 살을 가르며 끝도 없이 들어왔다.
“그만, 그만 넣어……!”
“아직 반도 안 들어갔어.”
있는 힘껏 밑에 힘을 줘 봤지만, 이미 비집고 들어온 걸 밀어 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권이태가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게끔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가 미간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하, 이래화 때문에 조루 될 뻔했네…….”
그러더니 가볍게 숨을 내쉬곤, 래화의 허리를 양쪽에서 꽉 붙잡았다. 그가 허리를 콱 쳐올렸다.
“……!!”
순간적으로 짧게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마구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엉덩이 아래에 탄탄한 허벅지가 느껴졌다. 이 미친 또라이가 기어코 살인 무기를 끝까지 집어넣은 것이다.
“흐으, 하악, 아, 너무 커, 너무, 아아……!”
권이태의 위에 주저앉게 된 래화는 바들바들 떨었다.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거대한 창에 꿰뚫린 기분이었다. 몸을 가누질 못하니, 얼굴 이곳저곳에 키스가 떨어졌다.
“한 번에 넣어야 그나마 덜 아파…….”
달래는 말과 키스는 보드라웠지만, 아래쪽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좁은 틈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 성기가 안을 찢어 버릴 것 같았다. 꽉 차다 못해 성기에 돋아난 핏줄이며 두근거리는 맥박까지 죄다 느껴질 지경이었다.
“아, 아아, 우, 움직이지 마, 으으…….”
절박한 말에 권이태가 가증스럽게 래화의 등허리를 손으로 토닥였다. 그는 땀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며 다정하게 속살거렸다.
“괜찮아. 나 가만히 있잖아, 응? 지금 하나도 안 움직이고 있어.”
누가 보면 아픈 래화를 간호해 주나 싶을 정도로 달달한 속삭임이었다. 래화는 원한에 차서 소리쳤다.
“흑, 움직이면, 너 죽일 거야……!”
그러자 권이태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킥킥 웃어 댔다. 진짜 너무 얄미워서 그의 목에 있는 뱀 모가지를 콱 깨물었다. 이로 물어 놓고 끅끅거리며 겨우 숨을 골랐다. 한참 할딱거리고 나니 겨우 제정신이 들었다.
래화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랫배를 짚어 보았다. 살짝 불룩하게 튀어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 괴물 변종 채소를 집어넣었는데 배가 터지지 않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래화야.”
울 것 같은 눈으로 권이태를 바라보았다. 그가 가만히 입술을 맞대어 왔다. 짧게 빨아들이고, 부드럽게 핥았다. 래화는 살짝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자, 그는 입을 맞댄 채로 웃었다.
커다란 손이 날개뼈를 어루만졌다. 척추 마디 하나씩 공들여 매만지고, 옆구리를 가볍게 그러쥐기도 했다. 래화의 몸이 충분히 풀린 것을 확인한 후에 느리게 아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굵고 뜨거운 살덩이가 안에서 움직였다. 강제로 벌어진 안쪽이 성기의 모양대로 벌어지고 다물리는 감각에 머리카락이 쭈뼛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래화는 잔뜩 겁을 냈다. 아래가 찢어지거나, 아니면 배가 꿰뚫릴까 봐 겁이 났다. 권이태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 놓고, 조금이라도 깊게 들어오거나 격하게 움직이면 마구 할퀴었다.
살 위에 붉은 손톱자국이 죽죽 그어지는데도, 권이태는 성기를 빼내지 않았다. 다만 한참 동안 느린 동작으로 일정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으……. 흣, 흐윽…….”
어느 순간부터 숨이 막힐 정도로 버겁던 감각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미묘한 쾌감이었다. 고통과 은근하게 뒤섞이며 피어난 쾌감은 젖은 내벽이 문질러질수록 점차 강해졌다.
워낙 성기가 커서 안쪽 전체를 자극해 대는지라, 민감한 부위도 계속 비벼졌다. 꾸준하게 이어지는 자극에 래화는 발가락을 움츠렸다.
자꾸 애가 탔다. 아랫배 안쪽이 간지러워지면서, 만져지지도 않은 유두가 저릿했다. 저도 모르게 안달하듯 밑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권이태가 뺨을 깨물었다.
“보채지 말고…….”
그는 래화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아 벌리고 성기를 빼냈다. 길게 빠져나가는 느낌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흐응…….”
저절로 안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잔뜩 달아 있는 교성이 부끄러워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 동안 성기를 뽑아내곤 질구에 귀두만 간신히 걸쳐 둔 그가 천천히 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왜 이렇게 좁아선…….”
그런 건 어디에 넣어도 좁을 거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뿐이었고, 정작 입으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래화가 뱉을 수 있는 건 신음뿐이었다.
“……아, 아아!”
성기가 안을 마구 들쑤시기 시작했다. 여태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거칠게 쳐올리는 움직임이 난폭했다. 그에 따라 주어지는 쾌감 또한 난폭했다.
굵고 기다란 것이 뿌리까지 쑥쑥 틀어박히며 미묘하게 근질거리던 곳을 남김없이 긁어 댔다. 안쪽 깊은 곳을 찧을 때마다 짐승 같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하, 으, 흐으……!”
혀뿌리에 잔뜩 고인 침이 다물리지 않는 입술 사이로 흘러내렸다. 삼킬 새가 없어서 턱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권이태는 흘러내리는 침을 혀로 핥아 먹곤, 깊게 입을 맞춰 안에 고인 침도 남김없이 빨아 먹었다.
그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래화는 다 풀어진 혀로 겨우겨우 말했다.
“나아, 주, 죽을 거 같…….”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눈이 뒤집히는 쾌감에 경련하는 동안, 귀에는 젖은 살이 척척 부닥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털이 없는 탓인지 맞부딪히는 살갗의 소리가 더욱 요란했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과하게 자극적이었다.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하게 넘어선 자극에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발버둥 치며 밀어 냈지만, 그는 꿈쩍하지 않고 박아 댔다. 성기에 꿰뚫린 채로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주, 죽어, 힛, 흐으, 나, 죽어, 아아……!”
그러나 권이태는 래화의 울음을 달래 주지 않았다. 다만 래화가 우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관찰하는 시선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흠뻑 젖은 속눈썹, 달아오른 눈매와 달싹거리는 입술을 빠짐없이 살폈다. 그러더니 불쑥 헛소리를 했다.
“이래화……. 우는 거 예쁘네…….”
“하아, 악, 아아, 안 돼, 그마, 그만……!”
“내가, 흣, 너 우는 거, 하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권이태가 숨을 씨근덕거렸다. 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연신 속삭였다.
“이건 괜찮잖아……. 예쁘고, 귀엽고…….”
눈물을 참으려 해도 참아지질 않았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느끼면서 래화는 서럽게 흐느꼈다.
“존나 꼴린다, 래화야…….”
눈물만 뚝뚝 흘리던 래화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아주 심한 욕을 했다.
“흐으, 흣, 흑, 개자식아……!”
하지만 어째서인지 래화의 욕설은 권이태를 더욱 흥분시켜 버렸다. 그가 깊숙한 신음을 흘리더니, 허벅지 근육을 단단하게 부풀렸다. 뿌리 끝까지 박아 놓은 채로 잘고 빠르게 허리를 털었다.
시야에서 별이 번쩍번쩍 튀었다. 래화는 자지러지며 몸부림쳤다. 권이태는 그런 래화를 힘껏 끌어안고 짓눌렀다. 피하지 못한 쾌감이 온전하게 몸에 내리꽂혔다. 새된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뒤로 꺾었다.
“하으아……!”
얇은 고무막 너머로 울컥울컥 쏟아지는 정액이 느껴졌다. 성기가 크더니만 쏟아 내는 양도 상당했다. 그가 래화의 귓불을 빨며 신음과 웃음이 뒤섞인 속삭임을 귓속에 흘려 넣었다.
“후우, 자기야, 큭, 맛있어……?”
받아칠 기력도 없었다. 래화는 가늘게 경련하는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히끅히끅 울었다. 고통스럽기까지 한 쾌감 때문에 아직도 온몸이 예민했다. 누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소스라치며 신음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 끝이었다. 얼른 씻고, 이불에 파묻혀서 잠들면…….
희망적인 생각에 젖어 있던 래화는 밑에서 빠져나가는 성기에 힉, 하고 신음을 흘렸다. 힘겹게 권이태를 흘겨보는데, 그만 믿기지 않는 광경을 봐 버렸다.
권이태가 두 번째 콘돔을 꺼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