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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 키치웨딩-26화 (26/132)

26화

설마 지금 내가 기절해서 꿈을 꾸는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설명되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하던 래화는 권이태가 다 쓴 콘돔을 묶어서 버리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왜, 왜?”

너무 놀라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자위로 한 번, 삽입으로 한 번. 합쳐서 두 번이나 사정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몹시 격렬했다. 아니, 격렬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랄 정도였다.

보통 이 정도면 다들 뻗어서 꿀잠에 빠질 텐데, 저 남자는 또다시 아래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왜 다시 선 거야……?”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상황을 맞닥뜨린 래화는 황망하게 권이태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로 콘돔 껍질을 찢어 낸 그가 성기에 새 콘돔을 끼우며 답했다.

“너 때문에.”

래화는 매우 억울한 마음에 재차 질문했다.

“내가 뭘 했는데?”

“으음…….”

의미 불명의 신음을 흘린 그는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래화를 바라보았다. 날카롭던 눈매가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또렷하던 안광이 열기로 흐려진 검은 눈동자는 오싹할 정도로 색기가 넘쳤다.

힘든 것도 잠깐 잊어버리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한참 시선을 마주하다,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 래화의 뺨을 감쌌다. 손이 큰 탓에 거의 얼굴 반쪽이 덮여 버렸다. 손바닥에 박인 굳은살이 느껴졌다.

붓을 잡아 생긴 래화의 굳은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훨씬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딱딱했다. 아마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생겨난 흔적이리라.

가장 강하고 빼어난 것으로만 이루어진 몸.

남자는 짐승들 사이에 던져 놓아도 최상위 포식자가 될 터였다. 그에 비하면 래화는 한없이 여리고 약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가 래화의 편이었으니까.

단단한 손바닥에 뺨을 살짝 문질렀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권이태가 알아채기에는 충분했다.

“이거 봐.”

그가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래화의 가슴을 콱 움켜쥐었다. 살이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 나오도록 힘주어 쥐고선 위아래로 흔들며 타박했다.

“자꾸 나 꼬셔 대잖아.”

“아닌데…….”

다른 쪽 손이 음부를 만지작거렸다. 이미 앞서 커다란 몽둥이에 두들겨 맞으며 몇 차례나 절정을 겪은 상태였다. 근육이 몰캉하게 풀어진 안은 흠뻑 젖어 있었다.

젖은 살을 헤집던 그가 엄지를 꾹 밀어 넣었다. 짓궂은 장난을 치듯 쑤석거리자, 질구가 엄지를 깨물며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음부 안쪽에서 찐득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마치 이어질 삽입을 기대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손가락을 적시다 못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애액에 래화는 작게 흐느끼는 소리만 내었다.

“흑…….”

너무 힘들어서 저승사자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지경인데, 몸은 이딴 식으로 반응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울면 권이태가 더 좋아할 것이었다. 권이태가 성기로 젖은 살 위를 찰싹 때리며 웃었다.

“한 번만 더 하자.”

여기서 밀어 내면 그는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싫다는 말은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래화는 마른 침을 삼켰다. 뇌가 산산이 조각나는 듯한 쾌감의 기억이 아직 선명했다. 절제해 왔던 욕구와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아 터져 나오던 순간. 폭력에 희열하던 권이태에게서 받은 소름 끼치는 영감과 닮은 그것.

한 번만 더 할까……. 딱 한 번만.

살며시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모양 좋은 대흉근과 그 아래 복근을 만지작대자, 권이태는 비죽 웃으며 성기를 밀어 넣었다.

녹진하게 풀어진 질구가 아이 주먹만 한 귀두를 무리 없이 집어삼켰다. 전보다 훨씬 매끈하고 수월한 삽입이었다.

성기는 천천히 안을 벌리며 파고들어 갔다. 느릿하게 움직였지만, 뿌리 끝까지 박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끝없이 쑤셔 대던 성기가 마침내 남김없이 박혔을 때, 래화는 가벼운 절정에 달했다.

“으응, 아, 아아…….”

안을 그득하게 채우는 감각이 황홀했다. 빠듯하게 차오르는 압박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좋았다. 처음 넣을 때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유두를 손가락으로 살살 굴리며 래화의 반응을 확인하던 권이태가 피식 웃었다.

“래화야, 너 눈 풀렸어.”

하지만 래화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문지르며 할딱였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신음하는 동안, 아래가 성기를 힘 있게 씹어 댔다. 더 깊이 먹어 치우고 싶다는 듯, 제 안을 채우는 것을 쭉쭉 빨아들였다.

허리를 이리저리 어설프게 돌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권이태가 엉덩이를 받쳐 안았다. 그리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래화를 안은 채로 걸음을 옮겼다.

“아! 자, 잠깐만, 이거 너무 깊어……!”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두가 체중을 그대로 싣고 안을 퍽 후려쳤다. 가뜩이나 깊게 박히던 것이 이제는 무서울 정도로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명치까지 파고드는 듯한 느낌에 옅은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으, 흐으, 읏……!”

안쪽을 깊숙하게 쿵쿵 두들겨 맞을 때마다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몸이 허공에 떠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 이상했다.

래화는 헐떡거리며 그의 목덜미에 매달렸다. 조금이라도 체중을 분산해 보려 애쓰며 끙끙거리자, 권이태는 래화의 정수리와 이마에 쪽쪽 입을 맞춰 줬다.

눈물이 비죽 나왔다. 아무리 애써도 박히는 걸 피할 수가 없었다. 래화는 결국 그에게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로 애원했다.

“흣, 흐으, 내려 줘…….”

“으응, 금방 내려 줄게. 다 왔어. 똑같은 자세로 하면 재미없잖아.”

“아, 아아, 나, 내려, 줘어……!”

발가락으로 그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문지르고, 손으로 어깨를 밀어 댔다. 바르작거리는 움직임에 권이태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만 움직여. 떨어지겠다.”

큼직한 손이 엉덩이를 가볍게 내려쳤다. 찰싹 소리와 함께 생겨난 따끔한 고통에 래화는 힉, 하고 떨었다. 아래에서 뭔가 툭 풀어지는 느낌이 났다.

“아, 하악……!”

허리를 커다랗게 휘며 몸을 웅크렸다. 음부에서 애액이 터졌다. 소변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미끈거리는 애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래화는 웅크린 채로 온몸을 떨었다. 작은 동물처럼 발발 떠는 래화를 추슬러 안으며 권이태가 중얼거렸다.

“아직 제대로 쑤셔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막 가네…….”

쯧쯔 혀를 찬 그는 래화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책상에 놓인 여러 가지 부품과 도구들을 한 손으로 아무렇게나 쓸어 내곤, 래화를 달랑 들어서 엎었다. 안에 성기가 박힌 채로 몸이 돌아가서 순간적으로 또 가볍게 가 버렸다.

“아……!”

정신을 차렸을 땐 매끈한 나무 상판에 가슴이 짓눌리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리게 된 래화는 차가운 감촉에 파르르 떨었다. 달아오른 몸에 찬 기운이 닿으니 그 또한 자극이었다.

권이태는 래화의 등에 상반신을 붙이고, 뒷목을 깨물며 슬근슬근 아래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마주 보는 게 아닌, 뒤에서 받아들이는 자세는 또 전혀 다른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등줄기가 선뜩해지는 감각에 기다랗게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하으응…….”

발끝을 세워 다리를 지탱한 래화는 엉덩이에 바짝 힘을 주고 치켜올렸다. 동글하게 솟은 엉덩이가 사타구니에 처박히며 엉망으로 짓이겨졌다.

뒤에서 얻어맞은 엉덩이와 허벅지의 살이 발긋하게 물들어 갔다. 하얀 살이 발그스름해지는 만큼 래화는 흥분했다.

“하악, 힛, 흐으, 으, 응, 아아앙……!”

이미 한계까지 몰린 감각에 또 다른 자극이 주어지며 뇌를 짓이겼다. 접합부에서 찌걱찌걱 젖은 소리와 함께 연신 체액이 튀었다. 연이은 마찰에 뿌옇게 변한 애액이 붉은 살 주위에 크림처럼 치덕치덕 묻었다.

“으, 읏, 조, 좋아, 아아, 거기, 그렇게……, 하읏!”

입에서 무슨 말을 뱉는지도 몰랐다. 손가락으로 매끈한 책상 위를 긁으며 교성을 질렀다. 난잡하게 흘레붙는 꼴은 짐승과 다를 바 없었으나 수치를 느끼지 못했다. 끔찍할 정도로 지독한 쾌감에 젖은 채,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옅은 절정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끝나지 않는 감각을 해소하고 싶어 울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삼키지 못한 침이 책상에 뚝뚝 떨어졌다.

거친 손이 턱을 움켜쥐고 고개를 꺾었다. 우는 래화의 눈가를 핥고 눈물과 침에 젖은 입술을 빨아먹은 남자가 여린 피부를 치아로 짓씹었다.

“흐읏, 우리 자기가 이렇게, 하아, 밝혀서, 어쩌지이……. 큰일이네…….”

잔뜩 열 오른 눈이 망가져 가는 래화를 빼놓지 않고 낱낱이 담아냈다. 그가 거세게 아래를 쳐올렸다.

“내가 좆 빠지게, 응? 존나 박아 줘야겠다, 그치……?”

그에게 뭐라고 답했는지 알 수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더 쑤셔 달라고 하면서 좋다고 울었던 것 같았다. 그러다 계속 가서 너무 힘드니까 제발 멈춰 달라고 애원한 것도 같았다.

고장 난 것처럼 울며 신음하는 래화에게 그는 난폭하게 성기를 쑤셔 박으면서도, 제법 다정하게 키스해 주었다.

“예쁘다, 래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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